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스콧 피츠제럴드의 글은 '위대한 개츠비'밖에 모른다. 나름 미국 남부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영화를 통해서 굉장히 유명해진 소설이 되어버렸다. 이 책에는 타이틀 작품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외에도 6편의 단편이 더 실려있다. 물론 가장 특이한 소재의 작품은 '벤자민...' 이지만, 다른 작품들도 꽤 괜찮은 수준의 작품들이다. 이 단편집은 전체적으로 남부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지금은 어떤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재즈 시대의 풍요로웠던  분위기만큼은 흠뻑 느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다.

 

사실 나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했다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영화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단편을 읽으면서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 그리 긴 작품은 아니지만, 짧은 글만으로도 독자에게 충분히 재미와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나이를 거꾸로 먹더라도 인생에서 즐거웠던 시기는 순간뿐이지 아니었나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빈축과 의심을 사고, 중년에만 그의 진정한 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젊어지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서는 아버지로부터, 나이를 먹어서는 아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것이 별로 좋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한때는 사랑했었던 부인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으니 어떻게 보면 가장 불행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 벤자민 버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이가 들면서 과거의 일을 잊어버리고 잠이 들듯이 세상을 떴으니 그 자신만은 가장 순수한 상태로 이 세상을 마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주변에는 남은 사람이 별로 없더라도 이런 방식으로도 자신의 삶을 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왠지 신기했다.

 

그리고 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이방인'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는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준비되어 있는데, 짧은 단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반전을 공개해버리면 나중에 읽는 사람들의 재미가 반감될테니, 그 이상은 설명하지 않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 외에도 다른 소설들도 꽤 수준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짧은 단편 소설이지만, 하나쯤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더해지는 것 같다. 가벼운 페이퍼 백인데다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제본이 되어 있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도 좋다. 미국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완벽한 하루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품절


이 소설은 단 하루의 이야기이다. 사건이 일어난 때부터 하루를 거슬러 올라간 후, 매 시간마다 일어난 일들을 상세하게 기록한 소설로 상당히 그 구성이 독특하고 치밀하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막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일본 소설 풍의 책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조금 심각한 소설을 읽는 것도 상당히 괜찮다고 본다. 매 시간별로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서술하면서 조금씩 그들의 사생활과 성격, 그동안 그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보여주는데 한 번에 다 보여주는 것보다 이렇게 관찰하면서 그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상당히 쏠쏠하다. 처음에 아예 등장인물들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여느 소설과는 달리, 책의 중반을 넘어서야 진정한 그들을 알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매 시간의 단편적인 모습과 그에 연계되는 기억들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앞에서 서술했던 내용들을 잘 기억하고 있어야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보다 증가시킬 수 있다.


'어느 완벽한 하루' 라는 제목은 내용에 비하면 상당히 반어적이다. 겉으로는 굉장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가정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그 속들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삐걱거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여러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가정은 안토니오와 엠마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주변인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묘사한다. 사실 나는 극단적인 성격의 인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같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에서는 이 또한 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굉장히 평화로워 보이는 소설이지만, 중간중간에 상당히 폭력적인 장면들도 묘사되어 있다.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남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리 쉽게 살 수만은 있지 않을 것 같다. 먼 나라 유럽을 배경으로 그려진 소설이지만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쇼퍼홀릭 1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 합본 개정판 쇼퍼홀릭 시리즈 1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여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나갈 시간이 별로 없어서 쇼핑을 못 즐겼다면, 요즘에는 인터넷 쇼핑도 워낙 잘 발달되어 있어서 클릭 몇 번만 하면 집 앞까지 물건을 가져다 준다. 물론 한도가 남아 있는 카드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좋은 물건을 찾기 위해서는 클릭질을 많이 해야하는데,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편리하기 때문에 나는 인터넷 쇼핑을 굉장히 즐긴다. 그런데 소설에 등장하는 레베카는 세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쇼퍼홀릭에 걸려버렸다. 그것도 굉장히 비싼 물건을 50% 할인한다면 그 누구라도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저렴한 물건들을 많이 사는 것을 좋아하는데, 레베카는 비싼 물품을 여러개 사는 것을 무척 좋아하더라.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레베카는 소설 제목 그대로 쇼핑 중독에 빠진 여성이다. 물론 남성들도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뭔가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으로 쇼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소설을 읽고 있자면, 영국의 유명한 쇼핑몰과 브랜드 이름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나름대로 브랜드 제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나의 수준은 레베카에 까지 오르려면 참으로 멀고도 멀은 것 같다. 얼마나 고급 상점이길래, 내가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인지- 그래도 그 최고급 제품들을 묘사하는 장면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대신 쇼핑하는 기분마저 든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한번쯤은 레베카처럼 마음껏 지르는 것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꽤나 현실적인 관념을 가진 나같은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게 고가의 물품을 마구 지르지는 못한다. 대신에 소설의 주인공이 쇼핑을 하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사실 카드 청구서와 독촉장을 매달 받으면서 삶을 연명하기는 싫어서 그냥 저 물건은 나의 차지가 안 되겠구나, 미리 체념하는 것이다. 나도 한 번 쯤은 고가의 백이나 의류를 사고 싶기는 해도 막상 가격표를 보면 조심스레 마음을 접게된다. 그 뒷 감당을 할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레베카는 그녀 특유의 여유로움 덕분에 있는대로 쇼핑을 즐긴다. 사실 좋은 물건을 보는 안목 말고는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그녀이지만, 그래도 그러한 능력은 아무나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특별히 나에게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사들이는 것을 보면 그녀에게 쇼핑은 오락거리이다. 이러한 그녀의 모습은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는 현대인의 일상을 조금은 과장되고 솔직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인터넷에서 특가 세일을 한다고 잔뜩 광고를 하지만, 나중에 집에 도착한 물건들을 보면 내가 왜 샀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물건들도 종종 보인다. 그냥 얼마 이상 사면 포인트를 더블로 적립해준다거나 할인 쿠폰을 준다는 문구에 혹해서 사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그래도 물건을 살 당시에는 꼭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결국은 지르고 만다. 레베카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나의 모습도 반성하게 되었지만 암튼 읽는 동안은 무척 즐거웠다.

 

이 소설의 결말이 조금은 엉뚱하게 끝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책은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고, 이 후 시리즈도 보니 무려 5권이나 있다. 워낙 인기가 있는 시리즈라 영화로도 제작되면서 1권만 다시 새로운 장정으로 출판되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뒷 권도 구입해서 보고 싶다. 지금은 내가 할인해서 구입하고 읽지 않은 책들이 집에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에 당장 구입하기는 어려워도 이 책들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아마 이 시리즈를 다 지르지 않을까 싶다. 쇼핑에 중독된 여성이라면 절대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책이다. 현재 나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능하면 쇼퍼홀릭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조심스레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동안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소설에 질린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헨리에타
마틴 클루거 지음, 장혜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헨리에타는 중성적인 느낌을 가진 이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헨리에타를 그냥 이름으로 부르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헨리에타는 '헨리'가 되기도 하고, '에테' 라고 불리기도 하고, 그 외에도 수많은 애칭으로 그녀를 지칭한다. 모두 다른 이름이지만 그녀는 한 사람이다. 아마도 그 시대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이 일상생활이었나보다. 그 때의 관습이 지금까지도 내려와서 이제는 일반적인 애칭이 된 경우를 종종 볼 수가 있다.

 

그 동안 나는 서양 소설을 꽤 많이 읽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만큼은 생각보다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소설의 서술형식을 따라가지 않고 주인공인 헨리에타의 내면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나열하여 서술해놓았기 때문이다. 어떤 대목이 지금 대화하고 있는 부분이고, 또 다른 부분은 생각만 하고 있는 부분인지는 상당히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글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그래서 다른 소설 책들보다 이 책을 소화하는 데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주인공의 개성이 뚜렷하고 일어나는 사건들이 흥미 진진해서 읽는데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다.

 

헨리에타는 남녀차별이 무척이나 심했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금기시되었던 시대에 눈에 보이지 않는 병균에 관한 연구활동을 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실험실과 병원을 자기 집 드나들듯이 다니면서 이 학문 분야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상당히 쌓게 되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라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하다는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거의 범죄라고도 할 수 있는 남장을 하면서까지 강의를 듣고 논문을 제출했으며, 주변 학자들도 남자가 쓴 논문이라고 하면 당연하게 인정을 했으나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인 배척을 하는 것을 보고 분노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남자의 두뇌가 여자의 두뇌보다 우수하다는 것인지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헨리에타는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자신이 낳은 자식인 아들을 통해서 이루고자 했으나, 정작 아들은 의학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대신 그녀의 딸이 헨리에타와 똑같이 왕성한 탐구력을 보여 헨리에타를 대신해서 대학을 다니고, 나중에는 공식적인 여자 의사가  되는 것으로 꿈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헨리에타는 그녀의 딸이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자식이며, 여자라는 이유로 쉽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 나중에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딸의 존재를 깨닫고 갑작스럽게 그녀에게 모성애를 느끼게 된다.

 

어떻게 보면 그 시대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험난한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 공식은 과거뿐만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실히 증명되는 사실이다. 누구나 기존의 관습을 그대로 따르고자 한다. 관습의 틀을 깨는 사람을 선구자라고 부르며, 그 시대에 인정을 받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시대에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평가되며, 후세에 가서야 훌륭한 업적을 남긴 위인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헨리에타는 자신의 운명과 싸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녀의 삶은 그야말로 투쟁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여기에서 헨리에타의 외모에 대해서는 별로 묘사되지 않지만,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미인이었을 것으로 상상된다. 그러한 헨리에타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조금은 더 치열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도 내면 깊숙한 곳에서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며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시대에도 헨리에타와 같은 여성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 티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분홍색의 상큼한 책표지를 보면 과연 이 책이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진다. 나는 '블랙티'라는 이름의 장미가 있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것도 굉장히 비싼 장미라고 하는데, 그런 장미를 받는 사람은 굉장히 행복해야만 할 것 같다. 물론 자신이 별로 받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서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왠지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가득차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책인데, 사실 읽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비밀,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조금은 범죄를 저지르고 싶어하는 욕망을 살짝 표현한 책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꽤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소설 단편 모음집이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왠지 처음에 나오는 단편인 '블랙티'였다. 몇 년동안 다른 사람들의 가방을 아무도 몰래 가져가도 걸리지 않았던 그녀가 다른 사람이 놓고 간 장미꽃을 주웠다가 딱 걸리고 만다. 물론 그녀는 지하철에 있던 것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절도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동안 자신이 저질러왔던 일들이 있기 때문에 차마 아니라고 말은 못하고, 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조금은 안타까웠다고 하면 이상하게 느껴질까? 보통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은 잘못을 저지르면서 산다. 100% 완벽하게 모든 법을 지키면서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에게 왠지 모를 연민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두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마음속에 죄의식을 묻어둔채로 그렇게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따뜻하지는 않아도, 친밀감이 물씬 묻어나는 단편 소설집이다. 담담한 작가의 문체가 더욱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듯 하다. 그러고보면, 요즘에는 사소한 잘못쯤은 그냥 별것 아닌 것처럼 넘어가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런데 어디선가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기억에 담아두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건망증을 가진 사람은 사람들로부터 의외로 많이 안 좋은 인상을 타인들에게 남기고 다녔다. 물론 자신이 한 선행도 까먹는 어이없는 주인공이지만, 그래도 이 글을 읽으면서 절대 남에게 빌린 물품은 제때 가져다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 단편이다. 자신이 저지른 작은 잘못에도 신경이 쓰여 견딜 수 없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사실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끌릴만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소박한 느낌이 굉장히 담백하다. 가끔은 이렇게 기름기가 쭉 빠진 글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화려한 미사여구에 지쳤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