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리즈 무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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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단순한 제목을 가진 이 소설을 처음 봤을 때, 그냥 덤덤했다. 이런 류의 소설은 생각보다 서점에 많이 나와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고 차분하게 읽어나갈수록, 과연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너무나도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그러나 그 내용만큼은 전혀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흐름을 보면서 우리가 삶을 사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다소 심심한 제목이기는 하지만, 이미 이 작품을 읽고난 후라면 왜 작가가 이 제목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꽤 단순하다. 지난 몇 년간 집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뚱뚱한 남자 주인공인 아서는 매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일을 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는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아주 오래전 좋아했던 여인의 편지를 한 통 받게 된다. 예전에는 그녀와 편지도 자주 주고 받았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그녀와의 연락도 두절되었었는데 갑작스러운 편지 한 통으로 인해 그의 삶은 많은 변화를 겪는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아서의 상황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서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보낸 여인, 샬린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된다. 이 작품 내내 그녀는 다소 미스터리한 이미지로 남는데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녀의 아들인 켈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던 켈은 대학에 가기만을 고집하는 엄마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그가 좋아하는 야구로서 그의 인생을 풀어보려 하지만, 그에게 닥친 상황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sns가 난무하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외로움을 달래보고자 사람들은 끊임없이 할 일을 만들어낸다. 자신의 틀에 갖혀서 사는 것은 집 밖을 나가지 않은 아서와 별다를 것이 없다. 자신이 쳐놓은 울타리 내에서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과 집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비슷하다. 아마 그런 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공감을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마지막에는 뭔가 새로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독특한 감성을 짚어내는 스토리를 읽으며 나도 마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들떴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한다.

 

어떻게든 본인이 노력한다면 세상은 생각보다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독자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치유를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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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봄꿈
한승원 지음 / 비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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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 속에 나오는 전봉준은 동학 혁명을 일으키다가 결국 처형당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거기에서도 워낙 짧게 나와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그의 일생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가 일본군에게 붙잡혀서 한양으로 이송되는 119일간의 기록을 세세하게 묘사한 팩션이 나왔다. 샛노란 표지에 수레 그림이 그려진 이 책은 그냥 보기에는 잔잔한 사랑 이야기가 실려있을 듯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 책 내용은 자못 심각한 분위기로 일관되며, 동학 혁명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그래도 읽기 난해한 내용이 아니라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이야기의 시작은 동학 혁명이 실패한 뒤, 전봉준이 옛 동지를 만나러 가는 장면이다. 물론 그 옛 동지가 자신을 배반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앞으로 자신의 운명도 예상되는 바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정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장면이 전봉준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때에 따라서 작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본군에게 갖은 만행을 당하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끌려가는 내내 괴로워한다. 다소 거친 문체를 통해 주인공의 남성다움과 기백을 엿볼 수 있었다. 전봉준이 한양으로 이송되는 동안, 한국인이면서도 일본인의 앞잡이를 하고 있는 이토가 끊임없이 전봉준에게 일본인으로 귀화할 것을 회유한다. 중간에 잠시 흔들리는 대목도 있었지만, 결국은 한양에서 처형을 당하는 쪽을 택한다. 일본인으로 귀화하게 되면 죽음 대신에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는 하나, 아마 그런 삶은 본인에게 치욕적인 기분이 들 것이다.

 

그 당시의 생활에 얼마나 어려웠는지, 그리고 동학 혁명이 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전봉준의 생각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해답이 나온다. 각 장이 그리 긴 호흡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아니라서 읽는 동안 지루함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관련 역사적인 사실들을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조선은 왜 그리도 오랫동안 겨울잠을 잘 수밖에 없었는지 안타깝다. 그러나 아직도 제대로 된 봄날은 오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그 봄날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계속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봉준 장군의 마지막 모습을 심도있게 그려놓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언젠가는 그가 꿈꾸던 봄날이 꼭 오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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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권남희 외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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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식사로 먹는 요리들을 보면서, 이 요리에 담긴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일반 식당에서 먹는 음식들은 대량 생산된 요리들이라 큰 마음이 담겨있을 것 같지는 않고, 집에서 직접 해먹는 요리에는 잘 하든, 잘 하지 못하든 요리를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어떤 요리들에는 추억도 함께 담겨있어서 그 요리를 할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일본 소설은 참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다. 이 책도 바로 그러한 부류에 속한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작품만큼은 그렇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각 장은 요리제목과 함께 간단한 재료들이 나와있고, 만드는 방법은 본문을 읽으면 알 수 있다. 그냥 평범해보이는 메뉴들임에도 불구하고 좀 더 특별해보이는 것은 각 요리마다 담겨있는 기억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라면 하나에도 감정이 이입되는 경우를 본 적도 있다. 각 에피소드마다 나오는 인물들의 연관관계는 없지만, 적어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아직 앞날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무엇을 해야할지 불안할 때,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가득 담긴 요리 한 접시를 먹고 나면 아마 조금은 그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꼭 다른 사람이 해주는 요리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마음을 담아서 만들어 먹는 요리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그동안 내가 먹었던 요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 번 먹고 없어지는 음식들이기는 하지만, 그 음식을 함께 먹었던 순간만큼은 아마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는 것일테니 매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겨야겠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밥 한 끼 먹는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오랜만에 따뜻한 요리의 훈훈함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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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접시
다쿠미 츠카사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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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음식에 대해 크게 집착하는 편은 아니다. 배가 고프다면 적당히 배가 부를 정도로 뭔가를 먹으면 되는 것이고, 미각이 크게 발달한 편이 아니라서 맛에도 좀 둔감한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접시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요리사들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음식이라는 것이 한 번 먹어버리면 끝이라, 찰나의 순간을 즐기는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그 순간을 멋지게 만드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맛있는 요리가 좀 더 각광을 받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고민하고 있다가, 어느날 TV에서 일류 요리사의 한 마디를 보고는 단번에 요리사의 길로 들어가기로 결정해버린다. 물론 나름대로 신중하게 결정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그전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장래이기에 약간 갑작스럽다고 여겨지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라 요리학교에 들어가서도 꾸준히 노력하여 나중에는 자신이 원하던 레스토랑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일류 레스토랑의 막내 자리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드라마에서도 보았듯이 온갖 설거지와 선배들의 시중들기, 재료 손질까지 완벽하게 해내지 않으면 곧장 불호령이 떨어지고 말아서 매일매일 닥치는 일들을 처리하기만도 빠듯하다. 남들보다 잘 하는 것도 없고, 단지 가진 것은 근성뿐인 주인공은 여러가지 소소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자신이 원하던 요리사로서 차근차근 성장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뻔한 청춘 소설이기는 하지만, 좌충우돌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을 참 많이 닮아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독자마다 활동하는 영역은 다르겠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 하나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이 아닌 사람들로서는 조금 진부한 문장이기는 하지만, 정말 열심히 하는 자만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만고의 진리임에는 분명하다.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꿈의 색깔과 모양은 달라도 열심히 한다면 절대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나약한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에 자신의 소신만은 분명한 주인공을 보면서 지금 내 모습은 어떤지 되돌아보게 된다. 단번에 최고의 프랑스 요리사가 될 수 없다 하더라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오롯이 본인만 간직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꿈꾸는 사람들이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되길 바란다. 어떤 꿈이든 간절하게 원한다면 그 꿈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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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1 - 드라마 대본집
박경수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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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적자'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과연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일반 소설책과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전개가 빠르고 무척 재미있었다. 어떻게 보면 권선징악적인 내용으로 진부하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매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전개로 그런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무려 2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만만치 않은 길이이지만, 절대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 쫓고 쫓기는 게임이 흥미진진한데,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할 때 또다른 반전 요인이 생기는 바람에 한치도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이 드라마의 재미를 한층 더 배가시켜준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 와서 다시 검색을 해보니, 이 드라마는 한 때 두터운 팬 층을 만들 정도로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그 때는 왜 몰랐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조금 극단적으로 행동이 취해지는 것은 드라마의 전개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아무튼 가상의 상황에서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드라마의 힘이다. 난생 처음 대본을 읽어보는 것이라 소설만큼의 파괴력이 있을까 싶기도 한데, 막상 읽어보면 좀 더 현실적인 대사와 연기가 연상되어서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자의 목표를 향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주인공을 보면서 모두다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은 인지하겠으나, 결국은 정의는 승리한다는 공식을 보여준다. 결말은 정해져있다고 해도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으니, 그 흐름을 쫓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 한창 대선 시즌이라, 이런 내용들이 좀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이런 뒷 배경들이 이 나라의 정치판에 존재를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만약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지도 알고 싶다. 그러나 워낙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평민은 드라마를 통해서 간접 체험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 거울이라고 한다. 개인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희생쯤은 아깝지 않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드라마가 탄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사회에서 좀 더 올바른 정의가 서게 된다면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사람들도 없어지지 않을까. 드라마 추적자의 감동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 미처 그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통해서 진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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