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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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약간 촌스러운 느낌의 일러스트 표지와 제목은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사실 첫번째 에피소드는 고만고만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를 더해가는 이야기 덕분에 나중에 이 책을 덮을 즈음에는 다음 이야기가 없는 것이 무척 아쉬울 정도였다. 생각보다 흡입력 강한 스토리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나중에 알고보니 출판사측에서 영화로 만들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로는 아직 소식이 없지만, 꽤 좋은 작품인만큼 언젠가는 영화로 이 작품을 또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채율이다. 물론 탐정단장인 미도도 개성적이기는 하지만,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는 논리적인 채율의 역할이 컸다. 고등학생이 해결하는 사건이라는 주제치고는 좀 거창한 사건들이 많은데, 나름대로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동안 서구에서 나왔던 고전적인 작품과 일본 추리소설을 즐겨보던 나에게는 이렇게 가벼운 분위기의 한국 추리소설도 꽤 즐겁게 읽었다. 사건의 플롯이 탄탄하다기 보다는 약간의 의외성, 개성적인 캐릭터가 돋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사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좋은 대학교를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덕분에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할 여유는 별로 없다. 그러나 모든 고등학생들이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듯이 이 소설에서는 조금 특이한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주인공을 내세워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천진난만한 여고생들이 과연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싶지만, 생각지도 못한 정보 수집력과 활동력은 단연 돋보인다. 물론 가상으로 지어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상당 부분을 현실에 기반하고 있어서 실제로 이런 소녀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마지막에는 상상치도 못한 로맨스가 살짝 가미되어 이건 뭔가 싶기도 한데, 덕분에 뒷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고 여겨질 때, 유쾌발랄한 이 소설책을 한 번 집어 들어보자.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덕분에 손에서 책을 놓기가 어려울 것이다.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찾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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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 블랙 로맨스 클럽
멕 캐봇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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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에서도 30대에 결혼하지 않는 싱글들이 점차 늘고있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인가 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도 도시에서 혼자 살면서 자신만의 이샹형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다. 아무래도 이런 류의 로맨스를 상당히 좋아할만한 독자층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어이없는 사건에 의해 그동안 꿈꾸어왔던 멋진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하면 그냥 일반 로맨스 소설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어보이는데, 이 작품의 묘미는 재미있는 전개 방식도 한 몫을 한다.

 

요즘 같으면 문자로 수많은 대화를 하는데,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았다. 벌써 약간 구시대적인 의사소통 방법이 되어버린 이메일로 전개되는 소설을 읽고있자면 굉장히 직설적인 작가의 어투에 좀처럼 눈을 떼기 어렵다. 그리고 이메일이라는 의사소통 수단의 특성상 약간의 시간차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도대체 평범하기 그지 없는 여자는 뭐가 잘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남자에게 당당하고, 집안 좋고 인물도 좋아서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모든 것을 내놓을 정도로 헌신한다. 자신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그녀가 웃어주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다.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 환상적인 이야기이지만, 물론 픽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개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임을 알면서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일상을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를 적절히 해소시켜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잘 흘러간다면 그것도 재미는 별로 없다. 둘 사이에 있었던 오해가 커져서 서로 헤어질 위기에 몰리다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다시 재결합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다. 나도 만약 이런 남자가 옆집에 산다면 매일매일 퇴근하는 길이 즐겁지 않을까 싶다.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일이 절대 없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평소에 로맨스를 즐겨읽지 않더라도 가끔씩 이런 내용으로 된 책을 읽으며 주인공과 같이 가슴 설레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프린세스 다이어리가 쓴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달달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평범해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기대하는 직장 여성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일상의 달콤함을 대신 맛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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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레이철 조이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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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편지를 부치러 갔다가 예상치 못하게 그 편지를 직접 전하러 가게 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엉뚱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요즘에는 많이 알려져서 트래킹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이해를 하는데, 다만 정상적으로 하자면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은 자신의 발에 잘 맞는 신발과 적당한 음식, 오랫동안 등에 매도 아프지 않은 편안한 배낭 등등 오랫동안 걷기 위해서는 준비물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할아버지는 그냥 무작정 걷는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자신을 잘 이해해주었던 직장동료가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 대한 답장을 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연락하는 것이라, 그냥 넘겨도 좋을텐데 나이가 든다는 것은 오래된 옛 추억도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인가 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는 시작되었다.

 

무작정 걷기 시작한 길에서 주인공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주인공이 지니고 있었던 아픔들을 한 번에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예전의 일을 회상하게 되고 책장을 넘기면서 차츰 그가 지나왔던 과거들을 알게 된다. 그냥 평범한 할아버지였던 해럴드는 생각보다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부인인 모린도 힘든 시간을 거쳐오면서 무조건 자신의 남편만 탓했던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그냥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서 무작정 남편을 원망했던 시간들이었다. 길을 걷는 동안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그토록 그리던 옛 직장동료도 만나지만 이 여행에서 가장 의미가 깊었던 것은 해럴드와 모린이 되찾은 상호간의 신뢰이다. 두 사람이 함께 거쳐왔던 시간들은 힘들더라도 소중하지 않은 추억들은 없다. 그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이 여행은 무척 성공적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무언가를 정리하고 싶을 때 훌쩍 어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회피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통상적인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디든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며, 일상에 찌들어 있을 때는 내가 지니고 있는 문제가 그 무엇보다도 큰 것처럼 보였는데,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는 한없이 작고 보잘 것 없는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작은 문제에 매달려서 아둥바둥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대충해야 된다는 말은 아니다. 일단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큰 그림에서 보고,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많은 삶의 순간 속에서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별 것도 아닌 일에 울고 웃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중에서는 정말 삶을 통채로 바꿔놓을 정도로 중요한 사건도 있겠지만, 아닌 것도 분명 있다.

 

어떻게든 인생은 흘러간다. 하나뿐인 인생, 누구를 원망만 하며 살아가기란 너무나도 아쉽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지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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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마일 밀리언셀러 클럽 85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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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탐정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완결편인 '문라이트 마일'은 상당히 스펙타클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사실 나는 이전 시리즈를 단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그간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어떤 책이든 일단 읽기 시작하면 어느정도 파악은 되는 법이다. 켄지와 제나로는 상당히 의협심이 넘치는 사립탐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회적으로 정당한 일이든 아니든 간에 일단 회사에서 시킨 일이라면 제대로 해내는 전문가인데, 아무래도 완결편이라서 그런지 이래저래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다. 처음부터 완결편을 보는 나로서는 수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그들의 이름과 특징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도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서 거의 이 책을 손에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치워 버린 것만은 사실이다.

 

아이에게 생모를 찾아주는 것이 가장 최선이었을지, 아니면 그냥 납치된채로 그냥 두는 것이 나았을지는 앞으로도 풀리지 않을 숙제이기는 하지만 그 애매한 사건의 마무리를 짓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번에는 러시아 마피아까지 연루되면서 잔인함의 정도가 좀 더 올라간다. 아마 실제 사례에 근거한 묘사이겠지만, 사람을 아무렇게나 죽이고 내버리는 식의 전개는 사실 내 취향에 썩 맞는 편은 아니다. 지나친 폭력은 감각을 무디어지게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폭력보다는 말로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 범죄 사례나 사회적인 경향을 보았을 때 이정도의 상황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묵었던 오해나 미심쩍었던 부분들이 해소되고, 두 주인공의 결말 또한 그럭저럭 마무리 되는데 아무래도 전편을 읽지 않고서는 이 소설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모든 시리즈를 읽는 것은 힘들더라도 '가라, 아이야 가라' 정도는 읽고나서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더 흥미진진하게 책에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작품에 대해 시리즈로 접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블록버스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빠져들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니 안심해도 좋겠다. 현실에서의 정의가 어렵다면, 소설 속에서의 정의 실현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보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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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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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어두운 표지에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과연 끝까지 완독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섰다.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추리소설은 많이 접하지 않았던 터라 익숙하지도 않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좋은 성적도 거두었지만 역시나 나에게는 처음 보는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이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사와자키라는 이름의 탐정인데 꼼꼼하면서도 치밀하게 사건을 분석해나가는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이다. 벌써 그가 등장하는 세 번째 작품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캐릭터는 안정되어 있었으며, 그의 좋은 실력을 주변에서도 많이 인정한다. 또한 앞 권과의 연관성이 뚜렷하여 이 책의 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도 끊임없이 옛날 사건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나처럼 미처 앞 시리즈를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다소 위화감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인 느낌의 제목을 가진 작품이지만, 실제로 사건의 내용은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 이 책의 말미에 가서야 왜 이런 제목이 나오게 되었는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와자키 탐정 사무소의 문 앞에 꽂혀있던 한 장의 메모가 발단이었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사람들이 서로 얽히면서 또 새로운 사건을 만들게 되고 점차 실타래는 꼬일대로 꼬여버려서 이제 더 이상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포기할 때쯤, 한 가지 힌트가 모든 것을 해결하게 만드는 포인트로 등장한다. 아주 작은 단서라도 놓치지 않고 깊숙히 파고 들어서 탄탄한 논리적 바탕을 만들어 놓은 후에 앞뒤 관계만 제대로 끼워맞춰서 본다면 이미 해결점은 나와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특징이다. 추리소설을 따라가는 독자로서는 긴 호흡이 다소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덕분에 약 600페이지의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나갔다.

 

얼핏 보면 주요 사건 내용은 10년전에 누나가 자살한 사건을 다시 한 번 조사해달라는 것이었지만, 생각보다 그 사건은 복잡했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거기에다 이 시리즈의 앞 2권에서 등장했던 사람들까지 나오니 나중에는 누가 누구인지 정신없을 정도로 많은 등장인물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앞에 보면 각 등장인물에 대한 짤막한 소개가 나와있는데 이 페이지가 없었더라면 나의 뇌 용량은 폭발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는 정말 기발한 방법으로 사건이 해결되는데, 셜록홈즈가 등장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흥미를 가질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치밀한 관찰력과 구성 덕분에 마지막까지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이면 왠지 모를 시원섭섭함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단연코 읽어봐야 할 작품이고, 평소에 이리저리 작은 단서를 수집하는 셜로키언 스타일의 독자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쌀쌀해져가는 가을밤에 읽을만한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아마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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