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2
에드거 월리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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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게 된 것은 고전 추리소설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셜록홈즈나 포와로 같이 고전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은 여러 시리즈로 되어 있으면서 각 사건들이 개성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런 작품들 덕분에 내가 장편 소설의 재미를 조금씩 알게 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고전 추리소설을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네 명의 의인'이라는 작품은 또 하나의 고전 추리소설 작가인 에드거 월리스의 대표작으로 자체적으로 정의를 실현한다는 목적 아래 모인 사람들이 법 망을 교묘하게 벗어난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이야기이다. 사실 현대 추리소설과 비교하면 그 표현이나 기교가 조금 거칠고 반전이 별로 없으나 고전 추리소설 특유의 고집스러움이 매력적이다. 한 명의 탐정이 마지막에 범인을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대놓고 범인들을 노출시킨다. 그리고 그 범인들을 나쁜 사람으로 몰고가지 않고 오히려 홍길동과 같은 의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보면 어느 사회나 부조리한 일을 빈번했나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은 과연 어떤 쪽이 옳은 쪽인지 사실 분간이 가지 않는다. 네 명의 의인들이 보기에는 부조리한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서 저지르는 살인이라고 하지만,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그 나름대로 논리가 있어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무조건 불합리한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꼭 외무부 장관을 살해할 필요까지 있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아무튼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몰고오는 파장을 구경하는 것이 보다 재미있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언론이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고,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뉴스가 전달되었는지 그 과정이 잘 나와있는 편이라 이 작품을 읽는 동안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주인공들의 기술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세련되지는 않았어도 그 시대의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으니 말이다.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마지막 반전은 없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트릭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다. 오랜만에 새로운 고전 추리소설을 접한 덕분에 옛날 추억도 되새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 되었다.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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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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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건에 휘말려버렸다고 하는 것이 이 소설을 묘사하는데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어릴 때 아버지가 없이 자란 주인공 레이철은 성인이 되자 아버지를 무척이나 찾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한결같이 그에 대해서 입을 다물었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터라, 꾸준히 아버지를 찾았는데 그 과정이 이 소설의 큰 줄기 중 하나를 이룬다. 

데니스 루헤인은 이미 전작 '살인자들의 섬'을 통해서 그의 놀라운 이야기 능력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바 있다. 그 작품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상당히 호평을 받았다. 물론 배우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탄탄한 이야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작품도 데니스 루헤인 특유의 반전과 긴장감이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신간이 서점에 나오지만 사실 이렇게 구성이 탄탄한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처음에 읽을 때는 그동안 보아왔던 소설들과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중반부를 넘어갈 수록 더욱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진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올렸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뒤집으면서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 때부터 데니스 루헤인이 왜 유명한 작가인지 새삼스럽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을 알아간다는 것은 사실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해 말해준 것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여러 상황들과 내용들을 종합해보았을 때 그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이런 신뢰관계가 한번에 무너진다면 그것은 말도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울 것 같다. 주인공들이 워낙 머리가 좋아서 위기에 닥쳤을 때 순간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보니 이야기가 나중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과연 이런 작품을 어떻게 생각해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아서 그저 작각 대단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자신이 태어난 뿌리를 제대로 아는 것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아예 모르는 입장에서는 계속 궁금할 것 같다. 그냥 나의 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을 뿐인데, 그 대가가 이렇게 혹독하다니 사람 일은 정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 

자꾸만 사실을 감추려고 들다보니 나중에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져버렸다.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로 솔직하게 살아갈 수는 없었을까. 사실 알고보면 그 비밀이라는 것이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 당시에는 정말 중요하다고 여겨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은 상황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소설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그냥 처음부터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답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조금 평이하다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정말 흥미진진해진다. 평소에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다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정말 재미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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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기지여 안녕 - 달기지 알파 3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6
스튜어트 깁스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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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재미있게 읽었던 '달기지 알파'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 출간되었다. 벌써 끝난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작은 달기지에서 그렇게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난 것도 특이하기는 하다. 사실 워낙 작은 공간이나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 어렵지만 작가가 가진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잔뜩 만들어냈다. 독자인 나로서는 그렇게 만들어낸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이번에도 달기지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주인공인 대시는 아직 어리지만 굉장히 명석한 머리를 가지고 있어서 가끔은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탐정은 객관적인 사실 속에서 그것들을 꿰어맞추기 위해서는 약간의 상상력도 필요한데, 대시는 바로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무 것도 없는 우주에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참 필요한 것이 많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다. SF영화 같은 것들을 보면 우주에서의 생활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그런 환경을 구축하려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행 착오가 필요하다. 한정된 자원과 공간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달기지를 떠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사실 영원히 폐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고, 잠시 문을 닫는 것 뿐이다. 저자가 원했더라면 달기지 알파 시리즈는 끝났지만 달기지 베타 시리즈는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만약 달에서 살았더라면 아마 답답해서 1년을 넘기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달에서의 생활이 이색적이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달 표면만 보고 살아가기에는 지구의 환경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아직 지구상에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데 굳이 달까지 날아가야할까라는 의문도 든다. 달기지는 책으로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무래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인 소설이다보니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어른이 읽으면 유치할 수준이 아니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지나치게 잔인하지도 않고 적당히 흥미로운 사건들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어서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려웠다. 특히 우주 생활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현대의 과학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우주 생활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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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2 - 이게 사랑일까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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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것은 무엇일까. 그냥 육체적인 매력만 있으면 그것으로 평생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육체적인 매력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맞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사랑은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매우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장면을 연출하는데 급급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아마 현대판 로맨스 소설의 모습을 이 책에서 제대로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2권에서는 테사와 하딘의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된다. 1권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만났는지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이제는 연애 초기에 들어선 커플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실 연애를 처음 할 때는 모든 것이 다 새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남자 경험이 없는 테사로서는 하딘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참 답답하다고 느꼈던 점은 테사는 모든 것을 상대방과 공유하려고 하지만 반대로 하딘은 자신의 사생활이라고 여기는 영역은 끝까지 비밀로 하려고 한다. 이 책의 말미에 보면 테사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사실은 자기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했다면 가능하면 빠른 시기에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먼저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생활을 공유했어야 한다. 단순히 말초적인 유혹에 끌려서 나쁜 남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테사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연애만 한다면 이런 사람과 사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내 몸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달콤한 시간만 보내는 연인이니까 둘이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행복한 기분을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저 즐기는 사이가 아니라 조금 진지한 사이라면 사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나누고 삶을 공유하며 상호간의 신뢰가 뒷받침되는 관계가 필요하다. 그런 정신적인 교류가 없다면 사실 그 관계는 단순 친구 이상은 될 수 없다. 성적인 욕구를 분출하기 위해서라면 그것은 각자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있자면 과연 무엇을 위한 관계인 것인지 헷갈린다. 그저 보기 좋기만한 쇼윈도 커플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 서로를 배려하고 있지만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아직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싸움을 마지막으로 2권은 이야기를 맺고 3권으로 다시 이어진다. 이 커플의 끝도 없는 싸움은 언제쯤 끝이 나련지 조금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이라면 차라리 만나지 않았던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너무나도 결이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덕분에 오해만 쌓이고 있으니 말이다. 너무나도 힘든 관계지만 이왕이면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나올 3권이 약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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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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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 책자에서 본 호주는 참 매력적인 나라이다. 사실 대지에는 넓은 사막밖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그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 호주 여행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이런 호주의 매력에 홀려서 아무 생각없이 호주로 떠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닉이다. 특별히 삶의 목표도 없고 그냥 되는 대로 살아가다가 훌쩍 호주로 여행을 왔다. 건장한 미국 남자이기 때문에 여행 중 뭔가 특별한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의 호주 여행은 만만치 않다.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가진 여인인 앤지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실 세상에 이런 마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인 마을에 붙잡혀서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영혼인 닉은 하룻밤 사이에 매우 폐쇄적이고 작은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에 갇혀버렸다. 

사실 이 상황의 설정이 황당하고 매우 거친 측면은 있으나,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기술 문명이 매우 발달하기는 했지만, 세상에는 아직 이런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도 분명히 많다. 처음에는 무척 이상적인 도시로 시작했으나 모든 사람들을 이렇게 한 곳에 가두어두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겨우 한 세대를 넘어가는 과정에서 주인공에게 닥친 위험이 발생했다. 아무리 살기 어려워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지 못하는 사회는 공멸할 수 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예를 잘 보여준다. 아마 이 경험을 통해서 닉은 완전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결말을 미리 알면 재미없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아무 목표 없는 삶은 이렇게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냥 되는대로 삶을 살아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낸 인생은 참 재미없을 것 같다. 그리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도 매일 작은 것들을 성취하면서 사는 삶이 더 가치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대가를 너무나도 크게 치뤘지만,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역시 이 책의 작가인 더클라스 케네디는 타고난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없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단연 이 책을 추천한다. 무료한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제격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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