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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이세현 옮김 / 새잎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동물처럼 부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이러한 발상은 전쟁이 만연하던 시절, 정복당한 지역의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초와 비슷하다. 그러나 적어도 그 당시에는 개인의 재산을 모을 수 있었고, 원한다면 좀 더 나은 생활이 가능했다. 그러나 신대륙의 미국에 등장한 노예 제도는 조금 다르다. 미국의 노예 생활에 대해서는 예전에 읽었던 '뿌리'라는 작품을 통해서 본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노예는 그야말로 사람을 가축처럼 다루며, 개인 생활이라는 것은 전혀 없다. 하루종일 주인을 위해서 일만 하다가 죽는 것이 일반적인 노예의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 노예 제도가 폐지되기는 했지만, 자본주의에 물든 사람들의 탐욕이 어디까지 인권을 유린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사례이다.
이 책의 저자인 솔로몬 노섭은 미국의 각 주가 노예에 대해서 다른 법을 적용하고 있던 남북전쟁 이전 시대에 살았다. 그가 태어난 곳은 자유인의 신분이 보장되는 곳이었으나, 농장이 대부분인 남부에는 아직까지도 노예제도가 운영되고 있었으며 백인과 흑인의 차별도 심했다. 그런 시대 상황에서 자유인인 흑인을 납치해서 아무도 모르는 지역에 파는 것은 흔한 범죄였다. 특히 일을 잘 할 수 있는 남자 흑인은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으니, 돈벌이를 찾는 백인들에게는 자유로운 흑인들이 돈으로 보였을 터이다. 그 시대의 법에도 자유인을 강제로 노예로 부리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서 적발될 경우에는 처벌을 받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아예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흑인을 죽이는 일도 허다했다.
하루아침에 노예가 되어 다른 사람의 농장 일을 하게 된 솔로몬은 이름마저 빼앗긴다. 아무래도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그를 쉽게 찾지 못하도록 한 조처로 보인다. 그 당시에는 컴퓨터라는 것도 없고, 모든 문서가 종이로 보관하였으니, 인적 정보를 대조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다. 노예 생활을 하는 12년동안 끈질기게 자유인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천운으로 살아남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노예에게는 이런 운이 따라주지 않는 편이었는데, 비교적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각 시기마다 만났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단순하고 꾸밈이 없다. 글솜씨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솔직하게 자신이 겪은 일들을 요약해서 서술하고 있어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미국인으로 태어나서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고초를 겪은 솔로몬의 경험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이제 노예 제도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일은 사회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개인에게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구속받는 삶의 고통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짧지만 충격적인 묘사 덕분에 이 책을 처음 손에 잡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자유를 찾아 갈망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통해 그 어떤 소설보다도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자유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