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고백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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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으로 갈지는 그의 심약함과 용기의 질이 결정할 문제이지, 그 부피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같은 양의 용기와 같은 양의 심약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어느 쪽에도 나태에 대한 일종의 시적이고도 영속적인 갈망이 필요한 것이다.-100쪽

여행 준비로 정신이 없을 때만큼 우리가 여행을 구석구석까지 완전하게 소유하는 때는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그저 이 소유를 망가뜨리는 작업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것이 여행이라는 저 완벽한 헛소동인 것이다.-113쪽

그러자 갑자기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나는 단 한 번도 죽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진심으로 해본 적 없었다고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말이 수치감의 매듭을 풀어버렸다. 말하기 괴로웠지만, 나는 이해했다. 내가 군대에서 원한 것이 죽음뿐이었다는 건 거짓이라고. 나는 군대 생활에 어떤 관능적인 기대를 품고 있었다고. 그리고 이 기대를 지속시킨 힘이라는 것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원시적인 주술에 대한 확신, 나만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확신에 지나지 않는다고……-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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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10-05-0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메모해야둬야겠어요! ^^

푸른신기루 2010-05-08 00:15   좋아요 0 | URL
특히 두번째와 세번째 밑줄은 매우 공감가지 않으세요??
나만 그런가??ㅎㅎ;;
 
가면의 고백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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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낭만주의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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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기술
딘 R. 쿤츠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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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너무 많을 때,
그래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을 때, 
내가 하는 것은 그 일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딴짓하기다.
물론 그 후의 뒷처리에 고생도 덤으로 하지만 도무지 고치기가 힘든 고질병.
사실 지금도 발병했다..;;
고질병이 발동했을 때는
네*버나 다* 같은 사이트에서 웹툰을 보거나 그동안 못 본 미드를 받아보거나 하지만
주로 하는 것은 역시 소설읽기. 

이 책은 '딘 쿤츠'라는 작가 이름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학생 입장이라 가뜩이나 빈 주머니에 선뜻 책을 지르지는 못하여
주로 학교 도서관을 애용하는데
딘 쿤츠의 '오드 토머스' 시리즈가 재미있어 두 번째의 '죽음의 여신'과 함께 빌린 책이 
바로 이 '살인의 기술'이다.  
하아.. 그런데.. 
스트레스 도피용으로 읽은 소설에 리뷰까지 쓸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산 책도 아닌 빌린 책에 대해서는 미안해서라도 웬만하면 별 말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건 아니다.. 
다른 분들도 지적하셨다싶이 '스릴러 작가의 교과서'는 솔직히 약간 과장된 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번역, 맞춤법(교정) 그리고 표지(제목 포함)다.

우선 번역.
대체 왜 일본어를 전공한 번역가에게 영어 소설 번역을 맡긴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일향'님의 리뷰를 보니 혹시 정말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한 것인가 싶을 정도다.
더군다나 함께 빌린 '죽음의 여신'은 매우 재밌게 읽은 직후에 이 책을 집어든 터라서
과연 이 책이 별로인 것이 작가의 탓인지 번역가의 탓인지 헷갈린다. 

그리고 맞춤법.
출판 과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출판 전 편집자 등의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은 읽고 교정을 하는 것 아닌가?
수많은 오타들은 계속 한숨을 쉬게 하고
분명 둘(유독 찰리와 크리스틴의 대화에서)이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높였다 낮췄다 하는 제멋대로 높임법 대화는 뭔가 싶다. 
번역상 잘못된 일본어체의 문구도 교정 단계에서 어느 정도는 완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교정을 보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읽은 책이 1판 1쇄여서 지금은 새로 교정되었는지 알 수 없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고치고 다시 찍으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1판 1쇄가 이런 식이라면 이건 정말 아니다.
같은 책을 두 권씩 사는 것도 아니고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1판 1쇄를 구입하기 마련인데
산 책이 이렇다면 책에 대한 실망은 커지고 잘못된 점을 고칠 2쇄의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나아가 출판사에 대한 이미지도 걷잡을 수 없어진다.
(실제로 읽다가 출판사 이름을 확인하였다.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남을 것 같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표지와 제목.
다 읽고서 "대체 뭐가 살인의 기술이라는 거야?"라는 말을 내뱉게 하는 이 제목은 뭐란 말인가.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은 「살인의 해석」을 흉내낸 것처럼 보였다.
내 눈엔 다분히 그렇게 보인다.
(사실 그 책도 뭐.. 살인과 정신분석학이 별개의 것으로, 마치 억지로 끼워맞춘 것처럼 보여서
"내 눈에는" 그다지 재밌고 좋았던 소설은 아니었다.) 

도피용으로 읽은 책이었는데 실망감을 안고 책장을 덮었다.
웬만하면 있기 마련인 옮긴이의 말도 없는 것을 보고는 옮긴이도 좀 창피한가 하고 수긍했다.
손으로 하든 발로 하든 번역을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기 마련인데, (그것도 이렇게 두껍다면)
자신의 이름이 달린 짤막한 글조차 남기고 싶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약 2년 전에 읽었던 「번역은 반역인가」라는 책에서 기인한 것으로 기억한다.) 

원체 귀찮아서 리뷰는 쓰지도 않던 내가, 그것도 (내 딴에는) 긴 리뷰까지 쓰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나에게 '리뷰쓰기'라는 새로운 딴짓 방법을 제공하여 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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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64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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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든 일이든, 
저녁도 못 먹고있다가 밤 늦게 비틀비틀 집에 들어가 
라면에 달걀까지 넣어 끓여내고
아직 안 읽은 만화책이 있나 뒤적이다가 아싸 땡잡았다 하고 꺼내 
비닐을 벗기고 라면 먹으면서 봤다ㅋ 

그런데, 
대체 이 아이들은 감정이 메마른 걸까..
코난이나 하이바라는 탐정이고 어른이니 그렇다 쳐도
나머지 세 아이들은.. 대체.. 
매번 시체를 보고 살인 현장을 보는데 어째서 그리 천진난만한지.. 
심지어 자신들과 잠깐이나마 대화를 하고 식사도 하고 뭐 그랬던 사람들이 
막 코앞에서 죽어가고 죽어있는데!!
이 정도면 심각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기에 충분하단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사건을 찾아다니고 해결하겠답시고 살인 현장을 돌아다니다니...
사실 이 아이들은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리뷰는 밤에 만화책 보며 라면 먹다가 생각났던 것을 끄적거린 결과물이다.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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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시티 -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시티!
케빈 브록마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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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것이 소리지르는 것보다는 쉬웠고, 소리 지르는 것이 걱정하는 것보다 쉬웠으며, 걱정하는 것이 우는 것보다 쉬웠다.-48쪽

살아 있을 때는 모든 것에 지쳐 있던 그녀였다. 말하는 데 지쳤고, 먹는 일에도 지쳤고, 생각하기, 기억하기, 욕망하기, 기대하기에도 지쳐 있었고, 무엇보다도 자기 삶의 종말을 예측하는 일에 지쳐있었다. 죽기 전 마지막 10여 년 동안 그녀는 어깨에 보이지 않는 돌덩이를 얹고 지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쓰러지지 않은 채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비틀거릴 지경이었다. 그녀는 그 돌덩이를 내려놓는 방법을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도 몰랐다. 그저 그렇게 짊어지고 다닐 뿐이었다.-99쪽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이런 축복들과 함께 지내지만, 정작 잃어버린 후에야 그것들이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 같아." 그가 말했다. "물론 머리가 둔한 사람이라면, 나처럼 말이야, 자기가 뭘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지, 지금처럼 그것들을 되찾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겠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104쪽

"영원히는 아니지만, 오래 걸리기는 했지."-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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