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갑이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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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는 정말 타고난 작가이다

여러 입장에서 씌여진 10개의 단편이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루고(이건 <백야행>과 비슷하다고 생각)

그 단편의 화자는 사람이 아닌 지갑이라니.. 지갑이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구성 좋고 짜임새 있고 소재 좋고

지갑이라는 점을 내세워 적당한 공백을 만들어 독자가 상상할 수도 있게 하고

마치 인간처럼 서로 다른 성격에 심지어 성별까지 가지고 있는 지갑

이 지갑의 주인은 이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어떤 사연이 있을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느라 또다시 밤을 새고 말았다

읽으면서도 계속 든 생각은 '내 지갑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말을 할까'였다

난 지갑이 아니라 거의 다이어리 수준으로 이것저것 넣고 다니는데 "내 주인은 내가 다이어리인줄 아는지 온갖 것들을 넣고 다녀서 돈이 아니라 쓸데없는 것들 때문에 배가 터지겠다"고 투덜대지 않을까..ㅎㅎ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제서야 출판된 건지 불만이다

하지만 그런 걸로 투덜대기 전에 이미 번역, 출판된 미미여사의 다른 책들을 읽는 게 우선일 듯.

<모방범>을 비롯해 읽겠다고 마음으로 찍어놓은 책만 수없이 많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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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07-2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미미여사의 책은 하나도 본 게 없어요.
어떤 걸로 선빵 날리는 게 좋을까요?? @_@

푸른신기루 2007-07-22 15:32   좋아요 0 | URL
저도 미미여사는 별로 접한 게 없어서;;
이매지님께 한 번 여쭤보세요
저보다 훨씬 많이 알고 계시고 많이 읽으셨을 걸요ㅎㅎ

이매지 2007-07-23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빵은 <화차>로 날리시는 게 어떠실런지. ㅎㅎ
<모방범>이 재미있긴한데 분량이 많아서 부담스러우니..
저도 이 책 이번 달 안에는 꼭 읽을꺼예요! (과연-_-;;)
제 지갑은 아마 "지가 몇 살인줄 알고 아직도 날 가지고 다니는지"라고 생각할지도.
(굉장히 유아틱한 지갑을 가지고 다녀요-_-)

푸른신기루 2007-07-23 01:13   좋아요 0 | URL
전 <화차> 재밌긴 했지만 그저그랬던 걸로 기억해요
도서관에서 구판을 빌려 읽었는데 구판 제목이 '인생을 훔친 여자'였던가..
미미여사 책은 읽을 땐 재밌는데 읽고 나면 무덤덤하고 희미해지는 것 같아요
<마술은 속삭인다>도 <대답은 필요없어>도..
하긴, 워낙 미미여사 책은 몇 권 읽지 않았으니..;;
어찌 되었든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방범>을 읽고 나야 할 말이 더 생길 듯.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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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는 오쿠다 히데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공중그네, 인더풀, 걸, 남쪽으로 튀어, 그리고 면장선거.. 어느 하나 실망하면서 덮거나 웃기만 하고 남은 것 없던 책이 없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선뜻 구입할 수 있게 된 첫 번째 작가, 오쿠다 히데오

상담도 아니고 진료도 아닌 잡담과 대화가 오가는 중에도, 이라부의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흘리는 말 속에서 환자들이 무언가를 깨닫고 스스로 문제를 짚고 해결해 나가는 건 정말 신기하다
심지어 간호사의 말에서도 깨달음을 얻을 정도이니.

하지만 외과 등 신체의 병을 고쳐주는 다른 의과와는 현저히 다른 특징을 가진 신경정신과에서는 그렇게 스스로 헤쳐가고 낫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환자들의 치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이라부가 등장하는 책 속에서 주인공은 이라부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든 특정한 위치의 사람이든 그들이 놓여있는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심리적 문제점을 가지고 (의도한 것이든 우연히 들어오게 된 것이든) 치료를 받기 위해 이라부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나아가는 과정에 들어간 것이고 스스로 낫기 위한 노력을 함으로써 해결 방안을 발견하는 모습들이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3편의 인물들이 실존하는 일본 내 유명인을 패러디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실제로 그런 인물이 있고 그 인물들에게 그런 문제점이 있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 아닌가

허구로 생각하고 읽은 소설이 사실은 현실을 담아낸 것이라는 점이 내게는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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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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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포일러 주의 : 사건해결과 범인에 관한 언급이 있습니다>


전에 읽었던 「열세번째 이야기」에 비하면 얇은 편이긴 하지만

이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도 꽤 두툼한 책이다

그러나 다른 분들처럼 나 역시 쉽게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의학계의 살인사건을 추리한다는 소재와 글의 전개는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다

하지만 두 가지의 단점은 계속 신경이 쓰인다

첫째는 번역의 문제.

일본의 의료계에서는 '커트하다'라고 쓰더라도 번역할 때는 그냥 '자르다'라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외에도 '패시브 조사'며 '액티브 페이즈' 따위의 것들은 계속 신경에 거슬렸다

아니, 거슬리다 못해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일본어는 외국어를 굳이 히라가나로 바꾸지 않고 가타가나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일어로 씌여진 원본에서는 영어단어가 가타가나 그대로 쓰여있더라도!!!!

한글로 번역할 땐 우리나라 단어로 옮겨야 하는 거 아닌가?

있는 글자를 그대로 옮기는 거라면 나라도 번역할 수 있겠다

번역에 관련된 것에서는 별 하나도 아깝지만

이 책의 기타 다양한 장점을 보아서 하나만 깎을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결말의 허탈함이었다

사건을 파헤치는 탐정 역의 인물도, 사건의 소재도, 추리가 풀리는 전개도 흥미진진하고 완벽했는데

그 범인, 동기, 결말은 너무도 허탈했다

마치 기류의 병으로 인한 수술사망으로 결론 짓는 것이 싫어서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범인과 동기..

그리고 기류와 나루미에 관한 일이며 범인을 잡기 위한 지시, 잡힌 후의 행동까지 모두 꿰뚫고 있었던

시라토리는 허탈함을 한가득 안겨주었다

비교하자면 '팔묘촌'에서 죽을 사람은 다 죽고 사건이 전부 해결된 다음에 긴다이치가 나타나서

"난 범인을 비롯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을 때의 허탈함과 동급이었다고 할까..

난 시라토리보다 다구치가 더 마음에 들기 때문에 차라리 다구치가 끝까지 해결했다면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단점까지 별에 포함한다면 별 3개가 되는데

별 3개는 이 책의 점수라고 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게다가 번역의 단점은 책의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므로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에 대한 나의 총 별점은 4개로 정하고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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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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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루에 책을 읽을 시간은 별로 없었지만 이 책은 꽤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얇은 책이라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계속 읽게 되고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

게다가 책의 중간중간에 삽입된 그림들을 감상하는 즐거움 또한 좋았다

아무 것도 알려지지 않은 그림 한 장을 토대로

동떨어진 듯 보이는 다른 그림들을 연결시키고 여러 인물들을 창조하고 성격을 부여하면서

이런 글을 쓴 것이 놀랍다

이 그림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뻗어나갔을 작가의 상상력.

작가의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화가이자 그리트의 주인인 베르메르의, 그리트에 대한 감정이었다

그리트의 관점에서 씌여진 책이라서 베르메르의 생각은 전혀 알 수 없고

그나마 베르메르의 행동이나 표정은 그리트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어서 정확하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몇몇 분들처럼 나도 베르메르의 우유부단함, 무관심함이 정말 싫었다

부인의 성격을 알면서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면서도

그리트에게 물감 만드는 일을 시키고 진주귀고리를 달게 하고

그림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요구만 하고 돌아서는 모습이라든지

그림 속에 빠져 살아 유유자적하면서 주변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그런 행동들..

(어쩌면 그런 행동들이 끊임없이 현실의 어려움을 만들고

그런 현실에서 도피하고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그림에 더 몰입하면서 다시 어려움을 불리는 악순환에 의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트에 대한 그의 행동들을 보면 반 레이원후크의 말처럼 그리트를 단지 그림의 모델로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다르게 생각하면 일 잘하고 순수하고 그림에 대해 소질이 있는 이 소녀를 사랑한 것 같기도 하다

애매한 결론이긴 하지만 처음엔 그림의 모델로 보였지만 결국엔 사랑하게 된 걸까?


만약 그리트를 사랑한 거라면,

그리트를 그린다는 것은 베르메르가 그녀를 사랑한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델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그 장면은 그림으로 남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머리 속에도 남을테니까

한 작품을 오래 그리고 난 후에 오랫동안 쉬는 것도 그 모습을 지우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베르메르는 그리트의 모습을 평생 간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죽기 전에 그림을 빌려온 것은 차마 머릿속에만 간직하고 갈 수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죽음에까지 그리트와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P.S. 책을 선물해주신 L-SHIN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며,

        비록 어설프긴 하지만 나름 열심히 쓴(;;) 제 리뷰가 읽을만 하셨는지 모르겠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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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0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신기루님의 글도 그 책처럼 부드럽게 읽혀집니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진지하게) '아, 혹시 오래동안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는 상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요.
그냥 계속 쳐다보기에는 민망하기도 하고, 수분 이상 지속되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림 그리기 위해 라는 명분이 있다면 몇시간이고 며칠이고 쳐다볼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음 - 정말 괜찮은 그러나 밝히고 싶지 않은 사랑에는 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림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뻗어나갔을 작가의 상상력' 이란 표현이 참 좋습니다.
책을 재밌게 읽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자신이 골랐다고 해서 100% 마음에 드는
책이 된다는 것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웃음)

푸른신기루 2007-05-0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말이라도 칭찬 고맙습니다^-^
전 사랑과 부러움도 먹고 살지만 주식은 칭찬입니다ㅋㅋ
에고, 그림을 그리는 건 밝히고 싶지 않은 사랑에도 적절하겠지만 밝힐 수 있는 사랑에도 괜찮다고요~ㅎㅎㅎ

비로그인 2007-05-0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말은 아닙니다만, (긁적)
원래 저라는 놈이 지독하게 솔직하다 보니 악담도 면전에 대고 하니까.
진짜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웃음)

푸른신기루 2007-05-0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에서 악담 듣느니 차라리 면전에서 듣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ㅋ
소심한 저로서 가슴은 엄청 많이 쓰리겠지만 내가 못 본 나쁜 점이 있다는 뜻이고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거니까요ㅋㅋ
근데 그 악담.. 충고 같은 거 말씀하시는 거죠..?? -_-;;
이유없는 악담은 반사 ( ̄ X  ̄) 입니다ㅋㅋㅋ

비로그인 2007-05-08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하지 않습니까. 관심 없는 사람에겐 아무 말도 없는 법입니다.
어디가서 나자빠죽든 말든 뭔 상관이랍니까~ 관심없는 사람에게.
말 본연의 '악담'이 아니고, 상대의 단점을 지적하거나 잔소리하는 수준입니다만.
이런 서비스는 아주아주 드물게 일어나므로...ㅋㅋㅋ

푸른신기루 2007-05-0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자빠죽든 말든' 이라뇨..ㅠ_ㅠ
L-SHIN님이 이런 말을 쓰시다니...
소심하고 겁많은 전 그런 말을 쓰시는 L-SHIN님이 너무 낯섭니다..-_-;;

비로그인 2007-05-0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너무 과격합니까..그럼 제가 새로 배운 이 표현은 어떻습니까,
'머리에 펀칭 구멍을 뚫어버릴 놈' ㅋㅋㅋㅋ

푸른신기루 2007-05-10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o◎
제가 뭘 잘못한 건가요..ㅠ_ㅠ
요즘 바쁘고 피곤해서 풀어져버린 저의 슈크림에 왜 자꾸 포크를 꽂으시는 거예요..
('루나파크'라는 연재그림(?)에 슈크림 상태라는 말이 나오는데 딱 제 얘기라서 인용)
정말, 진심으로 전 그런 스너프적인 말은 거리감 느낍니다..-_ㅜ
혹시 제가 정말로 뭔가를 잘못해서 떼어내려는 거라면, 차라리 그냥 말로 하세요..!!

비로그인 2007-05-10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웃을 줄 알았는데....(털썩. OTL)

푸른신기루 2007-05-11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orz 입니다.. 흑..ㅠ_ㅠ
 
비프스튜 자살클럽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이은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별 4개 반짜리도 있었으면 좋겠다

4개를 주기에는 재미가 넘치는 것 같고 5개를 주기에는 뭔가가 부족한 것 같고..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침이 넘어가게 만드는 여러 음식들의 점수를 더 높여서 5개로 정했다

 

'먹기 위해 살다'와 '살기 위해 먹다'.. 어떤 말이 맞을까?

만약 미래에 알약 한 알이 하루 또는 한 달간의 영양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음식이 사라질까?

내 생각에 먹는 행위는 생활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5감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 감각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감각을 만족시키는 수단은 아마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시각을 위한 그림, 영화들.. 청각을 위한 여러 종류의 음악.. 후각을 위한 향수.. 촉각을 위한 사물의 부드러운 표면들, 옷감들..

그런데 미각을 위한 음식이 과연 사라질까?

미각 만족을 위한 인간의 욕구를 잘 보여준 이 '비프스튜 자살클럽'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의 비교로써 맛에 대한 욕구를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책 속의 화자, 다니엘이 쓰는 소설의 샴쌍둥이 이야기는 그 둘을 상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먹으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클럽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맛에 대한 욕구라는, 분리되지 않는 샴쌍둥이가 하나씩 들어있다

다만 소설 속의 샴쌍둥이는 결론이 나지 않는 상태로 남았지만

클럽 사람들의 샴쌍둥이는 한 쪽의 승리로 결론났다

좋아하는 음식의 가장 황홀한 맛을 위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떨쳤으니 맛에 대한 욕구가 이겼다고 해야 할까?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것만으로도 죽음은 패배했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엔 죽었으니 죽음이 이겼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죽음을 미리 알아서 삶과 주변을 정리할 수 있고 사후를 준비할 수 있고

게다가 그들이 가장 중요시한 미각을 만족시키기까지 했으니

그 정도면 만족스러운 죽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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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8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먹기 위해 삽니다.
맛있는 것을 찾는 것도 일종의 취미가 될 수 있으며, 미각에 대한 인간의 욕구도
강하기 때문에 음식도 계속 맛있게 - 더 맛있게 - 진보하는 것 아닐까요.
어쨌든 저도 신기루님의 의견과 일치하므로 음식이 사라지는 세상은 상상하고도
싶지 않습니다. (웃음)

푸른신기루 2007-04-28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취미를 넘어서 직업이 될 수도 있겠죠.. 작곡자나 조향사, 미식가, 소믈리에 같은 것 있잖아요ㅋㅋ
무한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한 5감만족의 방법은 영원할 겁니다..ㅎㅎ
저도 음식은 자꾸 진보했으면 좋겠습니다^-^

비로그인 2007-04-29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한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한 5감만족의 방법은 영원할 것이다'
댓글이 너무 멋있는데요. (웃음)
언젠가 같이 정말 맛있는 '미각만족'의 음식을 먹으러 갑시다.
분명, 둘이 침을 튀기며 이 건에 대해 논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푸른신기루 2007-04-3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보니 부끄러워요;; 밤에 쓴 것도 아닌데 왜 저런 어설픈 말을..ㅡㅡ;;
둘 다 미각만족을 좋아하니 논쟁은 안될 것 같은데요ㅎㅎ
게다가 전.. '언젠가'라는 말은 잘 믿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