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한국은 밤이 되었을 테고 산타 할아버지가 부지런히 선물을 전달하고 계시겠군요. ^^

전 저녁 만찬 준비하면서 잠깐 쉬는 때에 크리스마스 인사드리려고 폰을 들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겐 카톡 날렸습니다. ㅋㅋ

북플, 알라딘 서재 이웃분들
그리고 제 서재에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
사랑하는 가족과 또는 아끼는 사람들과
따뜻하고 푸근한 크리스마스와 연말 보내세요~~

북플과 서재를 시작한 지 딱 6개월인데
서재 달인도 되어보고
북플 마니아로도 선정되어 정말 기쁩니다.

게을러서 뭔가를 꾸준히 하는 성격이 아닌데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정말이지 모두 다
날마다 제가 읽고 있는 책, 읽은 책에 관심 가져주시고
또 제게 여러분의 서재를 보여주며 독서 자극을 주시고
편향된 제 독서 세계를 넓혀주신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파란만장했던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보람차게 마무리하세요. 새해 인사는 또 새해 직전에 할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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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망고셩 2016-12-25 0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크리스마스 입니다. 두목님!

Gothgirl 2016-12-25 01:32   좋아요 1 | URL
저두 두목이나 대장이라고 부르는게 좋아요 흐흐 블대장 그리고 미스추 여러분 메리크리스마스

블랑코 2016-12-25 17:41   좋아요 0 | URL
망고셩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함께 해요~

블랑코 2016-12-25 17:44   좋아요 0 | URL
대댓글이 안 되는데 고스걸 님도 메리 크리스마스요~~~ 새해에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16-12-25 0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랑코님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블랑코 2016-12-25 17:4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한나 스웬슨 시리즈 1권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을 읽었는데요.



총 5개의 쿠키 레시피가 들어 있습니다.

원래는 제목에 나온 초콜릿칩을 구우려했으나...

초콜릿칩 없음. 콘프레이크 없음.


그래서 냉장고에 숙성시킬 필요가 없고 제일 간단해 보이는 레시피를 골랐습니다.

노먼과 빌이 좋아한다는 호두 쿠키인데요.

집에 호두가 없음. 하지만 아몬드 같은 다른 견과류로 대체 가능하므로 집에 있는 재료를 찾아보니

있는 거라곤 오래된 헤이즐넛(개암)뿐...

마침 아무데도 쓸모가 없던 거라 해치울 겸.. 헤이즐넛 쿠키로 바꿨어요.


---------------------


자... 레시피 나갑니다.


오븐을 176℃로 예열해두세요.

재료
녹인 버터 1컵 / 흑설탕 3컵 / 거품 낸 계란 4개 분량 / 소금 1티스푼 / 베이킹 소다 1티스푼 / 바닐라 3티스푼 / 잘게 다진 호두 2컵 / 밀가루 4컵


만드는 법
1. 녹인 버터에 흑설탕을 더합니다. 잘 섞은 다음 식히세요. 거기에 계란 거품 낸 것을 넣어서 다시 한 번 섞어 주세요. 그리고 소금, 베이킹 소다, 바닐라, 그리고 다진 호두를 넣습니다. 다시 한 번 잘 섞어준 다음 밀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일 때까지 반죽해주세요.
2. 손가락을 사용해서 반죽을 호두 크기로 떼어 놓습니다. 기름칠을 한 쿠키 틀에 떼어놓은 반죽을 넣으세요(쿠킹용 붙음방지 스프레이를 뿌려준 다음 기름칠을 하세요). 주걱으로 반죽을 잘 눌러줍니다.
3. 176℃에서 10∼12분간 구우세요. 1분간은 틀 위에서 식히되, 그 후에는 선반으로 옮겨서 식혀주세요.


----------------------


-> 미국 레시피라 컵으로 나오는데요. 보통 한 컵 분량이 240ml라고 합니다. 고체류는 그램으로 표기되는 레시피에 익숙하고 미국식 계량컵이 없어서 약간 당황했어요. 집에 있는 다른 계량컵 눈금 봐가며 했습니다. 버터의 경우 한 컵 분량이 몇 그램인지 검색했고요. 220g이라고 하더라고요.


-> 밀가루가 4컵이면 거의 1리터라... 좀 많네 했거든요. 그래도 처음 따라하는 거라 지켜서 했는데... 쿠키 가게 차려도 될 정도로 많이 나옵니다. 시험삼아 굽는 거라면 절반만 하세요. 전 계산하는게 귀찮기도 해서 그냥 했습니다. 양 엄청 많이 나와요.



버터 대략 220g. 저 밥공기 한국 밥공기보다 배는 큰 거예요.

집에서 쿠키 구워보면 잘 안 사먹게 됩니다.

- 사용된 버터,설탕량을 직접 눈으로 보면 어마무시해서 잘 안 먹게 된다

- 진짜 버터 사용하면 비싸므로 대개 마가린 같은 식물성 기름을 쓰죠. 구우면 풍미가 달라요.



개암 칼로 대충 썰어서 두 컵 분량 넣었습니다. 잘 섞어주고요. 넘 오래되어 썩은 것도 있어서 하나하나 확인하며 버렸네요. 괜히 일만 늘었... ㅠㅠ 참, 호두가 아니라서 설탕은 두 컵만 넣었습니다. 두 컵만 해도 양이 엄청나길래... 또 호두는 약간 쓴맛 나니까 상쇄하려고 설탕을 많이 넣는게 아닐까 싶어 줄였어요. 밀가루랑 액체류는 맘대로 조절 못 하지만 버터나 설탕은 약간 줄여도 크게 영향을 안 미쳐요. 



밀가루까지 넣으니 반죽량이 엄청났어요. 이걸 언제 다 굽나 후회했습니다. 진짜 쿠키장사용 레시피인듯. 뭐 오븐 덥힌 김에 한꺼번에 많이 굽는 게 낫긴 하지만요.



쿠키틀 귀찮아서 그냥 넓은 판에 레시피에 나온 만큼 호두알 만하게 떼어서 납작하게 폈습니다.

이때 손에 버터칠 하면 반죽이 달라붙지 않아요. 근데 왜 쿠키틀을 사용하라고 했는지.. 굽고 나서 알았습니다. 옆으로 퍼지더라고요. ㅠㅠ



다 퍼져서 붙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쿠키틀 사용하기로 결심.



쿠키틀에 넣은 반죽. 이때 넘치게 담으시면 안 돼요. 호두알이라고 했는데 작은 호두인가 봐요. 엄청 커지더라고요. 머핀처럼 부풀어서 ㅠㅠ 또 한 번 실패하고 그담부턴 양조절했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반죽을 적게 떼니까 여러 번 구워야 해서 7-8번 구운 것 같아요.



마지막 남은 반죽 짜투리 적게 써서 구웠는데 크게 안 부풀고 잘 나왔어요. 개암만 넣어서 심심하니 초코볼 몇 개 위에 뿌려줬습니다.





철망에 잘 식혀주고요.



쿠키통에 다 안 들어가서 다른 통에 또 담았어요. 


- 버터와 설탕이 저렇게 들어가는데 안 맛있을리 없죠. 맛있습니다. 살찌는 소리 들려요. 빌이 그렇게나 쿠키를 많이 먹어댔으니 아랫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해요.

- 어디 레시피 보고 구운 거냐 남편이 물어봐서, 추리 소설에 나오는 레시피라고 했더니, 남편 죽이는 법 나온 책은 아직 안 읽어서 다행이구나 하더라능 ㅋㅋㅋㅋ

- 굉장히 쉬운 레시피라 오븐 있음 해보세요. 모양은 이쁘게 안 나와도 맛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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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달걀 2016-12-14 0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길 인스타 먹방 테러도 짜증만땅인데 그걸 북플까지 가져오시다닛!!! 쳇~ 살이나 왕창 찌시라능~~

블랑코 2016-12-14 04:32   좋아요 0 | URL
새로운 형태의 독서 감상 후기입니당 ㅋㅋㅋㅋㅋ 혼자 다 먹고 튼튼해질게요.

cyrus 2016-12-14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를 경험으로 실천하는 자세, 아주 바람직합니다. 리스펙트! ^^

블랑코 2016-12-14 16:47   좋아요 1 | URL
이제 다이어트 관련 책을 읽고 실천해야겠어요. ㅎㅎㅎㅎ
 

풀네임이 피터 디스 브레든 윔지(Peter Death Bredon Wimsey : 이름에 데스가 들어가면 디스로 발음한대요)인 피터 윔지는 도로시 L. 세이어스가 쓴 탐정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가상의 인물입니다.


귀족이어서 Lord를 붙이고요.

일을 안 해도 되는 팔자좋은 신분이라 탐정일은 취미삼아 합니다. (이렇게 팔자좋은 탐정이 또 있는데 파일로 밴스죠. 막대한 유산을 받아서 평생 놀고먹어도 되고 ㅠㅠ 사건 수사는 취미~)


1890년 출생.

15대 덴버 공작의 삼남매 중 둘째 아들로 공작 작위는 형이 물려받습니다. 밑에 여동생이 있고요.

매우 똑똑하고 현실 감각이 있으며 수준 높은 영국식 유머를 구사하지만 재수없는 귀족적 속물근성은 없습니다.

문학과 음악에 조예가 깊어 온갖 명구들을 인용하고, 피아노를 잘 치며

옥스포드 재학 시절 크리켓 챔피언으로 스포츠도 잘하고

미식을 즐기는데 특히 와인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할 일 없을 땐 경매장에 가서 고서 초판본을 수집합니다.

참, 외모가 그렇게 잘생기진 않았습니다. 매부리코에 약간 멍한 얼굴이라고 나옵니다.


이렇듯 완벽해 보이지만 1차 대전에 참전하여 서부 전선에서 싸운 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발작을 일으키는 예민하고 섬세한 탐정입니다.


충실한 하인 머빈 번터(왓슨 캐릭, 지문 채취도 할 줄 알고 하인들을 통한 정보 수집력도 뛰어납니다)와

런던경찰국의 친구 찰스 파커 형사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데요.

번터와 윔지 경 듀오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브로맨스~ㅋㅋㅋ)

할 말 다하는 번터... 은근 주인 갈구는 번터... ㅎㅎㅎ

윔지 경은 시리즈에서 결혼도 합니다.


순서는...



1권 Whose Body? (1923) - 시체는 누구?






2권 Clouds of Witness (1926) - 증인이 너무 많다






3권 Unnatural Death (1927) - 부자연스런 죽음




4권 The Unpleasantness at the Bellona Club (1928) - 미출간





5권 Strong Poison (1930) - 맹독






6권 The Five Red Herrings (1931) - 미출간





7권 Have His Carcase (1932) - 미출간





8권 Murder Must Advertise (1933) - 광고하는 살인







9권 The Nine Tailors (1934) - 나인 테일러스, 아홉 번의 종소리






10권 Gaudy Night (1935) - 미출간




11권 Busman's Honeymoon (1937) - 미출간




12권 Thrones Domination (1998) - 미출간

1936년과 1938년에 쓰다 만 원고를 바탕으로 Jill Paton Walsh가 완성하여 출간했다고 합니다.




이후 Jill Paton Walsh가 3편을 더 출간했지만 도로시 세이어스가 쓴 건 아니므로 뺐습니다. (평가는 모르겠습니다. 영알못..이라..ㅋ)

A Presumption of Death (2002; by Jill Paton Walsh)
The Attenbury Emeralds (2010; by Jill Paton Walsh)
The Late Scholar (2014; by Jill Paton Wal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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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피터 윔지 경이 등장하는 단편집과 단편들이 많지만... 너무 많아서 장편만 정리했습니다.

단편집 모음은 동서문화사판 <의혹>이 있고요.





수필집으로 <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가 북스피어에서 나왔습니다.





<창조자의 정신>, <기독교 교리를 다시 생각한다>란 종교 서적도 있습니다. 도로시 세이어스는 신학자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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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6-12-10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피터윔지시리좋아하는데요 부자연스런죽음이라 안읽은윔지경시리즈가있네요

블랑코 2016-12-10 00:18   좋아요 0 | URL
전자책 전문 블루프린트 출판사에서 전자책으로 꾸준히 내주고 있어요. 나머지 국내 미출간 작품들도 나올지는... 잘 모르겠네요.
 

드디어 한국소설 마니아 됐다.

이거 기준이 뭡니까... 느낌인데 책도 많이 봐야 하지만 리뷰나 페이퍼를(특히 페이퍼) 써야 지수가 올라가는 것 같더군요. 흠~~~

암튼 괜히 욕심나서 순위 떨어질까 읽게 되고 리뷰 쓰고 그럽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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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꿈 2016-12-08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며칠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있었는데 뜬금 없이 됐어요. (ㅇㅇ)

블랑코 2016-12-08 21:05   좋아요 2 | URL
북플이 까치님 편애하나 봐요. 전 어제 궁극의 아이 길게 리뷰 썼더니 겨우 마니아 딱지 붙여주던데 ㅠㅠ

cyrus 2016-12-09 1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니아 기준이 모호해요. 정말 궁금해서 서재지기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가 특정 작가의 책에 관한 리뷰나 페이퍼를 여러 편 써도 마니아 타이틀이 안 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서열화로 구성된 마니아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봅니다. 글을 많이 써야 하겠지만, 회원의 글에 ‘좋아요‘를 많이 받을수록 마니아 서열이 높아져요. 이런 구조에 맞춰가면서 글을 쓰는 일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들어요. 저는 회원들이 숫자 통계에 연연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또 회원들의 관심이 많은 책은 마니아 타이틀이 붙는데, 정작 회원들의 관심이 적은 분야의 책은 마니아 타이틀이 붙기가 쉽지 않아요. 저는 블랑코님 같은 전자책을 주로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 전자책 마니아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블랑코 2016-12-09 17:27   좋아요 1 | URL
맞아요!!! 괜히 순위 매겨가지고 욕심나게 만들고!!! ㅎㅎ 솔직히 더 많이 읽은 분들, 하나같이 양질의 리뷰 올리시는 분들 많은데 당췌 기준을 모르겠어요. 좋아요 영향이 큰 건 몰랐네요. 맘 비우고 초연해져야겠어요 ㅎㅎㅎ 그래도 이런 재미가 북플을 계속 하도록 만드니 ^^;

cyrus 2016-12-09 17:46   좋아요 1 | URL
‘좋아요‘ 수, 서재지수 순위 등에 너무 신경이 쓰이면 마음이 조급해져요. 이런 것들이 글을 쓰게 만드는 긍정적 동기는 될 수 있어요. 그렇지만 과욕이 지나치면 글 쓰는 재미가 반감되고, 다른 회원의 글을 비교하는 마음까지 생겨요. 자신의 글이 초라하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여기까지 밝힌 내용 전부 사실 제가 서재 활동을 하면서 다 겪어봤습니다. 그래서 한때 슬럼프 비슷한 상황도 겪어본 적 있습니다. 마음 비우고 초연한 자세,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제 생각에는 친하게 지내는 회원이 최대 열 명만 있어도 북플, 서재 활동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살인마 잭의 고백>을 읽고 일본에선 뇌사일 경우 산 사람으로 보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는데 조금 놀랐어요. 우리나란 어떤지.. 아마 같은 동양권 문화라 비슷하지 않나 싶은데요. 서양은 사고와 감정의 중추인 뇌가 죽으면 죽은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는데 별 거부감이 없지만, 일본에선 뇌가 죽어도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니 산 사람이고 심장이 죽어야(심폐사) 비로소 죽음으로 본다고 합니다. 그러니 장기 이식을 위해 뇌사자의 몸을 열고 장기들을 꺼내는 건 말 그대로 산 사람의 몸을 해체하는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네요.


신체발부 수지부모라고 하던가요. 부모에게 받은 몸을 소중하게 여기고 손상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역시 몸을 중요하게 여기는 생각을 반영한 거겠죠. 그러고 보면 서양에서 가장 끔찍한 병은 몸은 멀쩡해도 기억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알츠하이머이고, 동양에서 가장 끔찍한 병은 육체가 죽어버리는(엄밀히 말해 죽는 건 아니지만 움직이지 못하니 쓸모가 없어져 버리는) 사지마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 장기 이식을 다룬 서양의 추리소설이 넬레 노이하우스의 <산 자와 죽은 자>인데요. 거기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뇌사자의 뇌가 정말로 죽었는가.. 였어요. 뇌사를 판정하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는데 기본적인 것 말고 아주 테크닉한 것까지(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는 잘 안 한다는 거죠.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고, 양질의 장기를 채취하기 위해서라도 뇌사 이후 서둘러야 하고,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한 가족들이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 등등... 또 테스트를 할수록 돈이 들고 시간도 걸리고요. 그래서 여러가지 기본 반응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어도 만에 하나 죽은 뇌처럼 보이지만 살았을 경우, 산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꺼내는 것이며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낀다는 거죠. (아마도 뇌사라고 오판할 가능성을 말하는 걸 겁니다. 뇌사판정을 받으면 몸도 죽어가기 때문에 서둘러야 하는 걸로 알아요)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 남편에게 그랬죠.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서명했으니 만약 뇌사 판정을 받게 되면 저 검사까지 꼭 해달라고 하라고, 그리고 장기 꺼낼 때 꼭 마취해달라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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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식과 관련해서 뇌사 판정 문제, 장기의 공정한 배분, 투명한 수혜자 선정 과정 등 기증과 장기 이식 절차 관련 문제들만 생각해 봤는데, <살인마 잭의 고백>을 읽고 기증 받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본 사람들 특유의 결연함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훈계, 가르침 섞인 말들이 다소 오글거리거나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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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0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뇌사에 관한 연구가 우리나라보다 활발하고, 이를 문화적 소재로 잘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블랑코 2016-12-08 18:59   좋아요 1 | URL
장르 소설을 통해서도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재미도 얻고요. 사회파 소설이라면 문제 의식까지 얻게 되고요. ㅎㅎ

꾸울차 2018-02-02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뇌사라 해도 마취합니다. 적출하기 직전의 상황을 만든 후 대동맥을 잡아 사망 선고를 합니다. 대동맥을 잡고 사망선고를 하면 마취과는 다 나가고 적출팀만 남습니다 적출한 장기가 다 적출되고 나면 정성스럽게 닫아드립니다. 따뜻한 손이 사망선고 후 천천히 차가워 지는데 수술실 밖의 보호자들이 생각 나며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일이라 이런 감정도 오래가지 않네요. 마취는 하니 걱정마세요

블랑코 2018-02-03 03:52   좋아요 1 | URL
저도 마취는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 소설에서 잘못된 상황이 나온 걸로 기억해요. 읽은 지 오래되어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뇌사 판정 테스트가 여러 가지 있는데 그걸 다 안 했나 암튼 그래서 범죄로 이어지고.. 그랬을 거예요. 진짜 상황을 직업상 겪고 계시는 분을 만나니 신기해요. (꾸울차님 직업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얘기를 들은 기억은 처음이라 ^^) 생생한 증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