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이 강림하사 이번에는 역사..정조 관련 서적들이다. 정조 독살설에 배치되고, 소론 및 남인이 아닌 노론 벽파의 심환지와 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혁명적인 자료라는 것에 심장이 두둥! 

그러나 너무 비싸다..보급판이 27,000원이고 장정판은 거의 300,000원에 육박한다. 한겨레21 정기구독 선물로 받은 문화상품권 만원짜리는 안 보내줄 경우 대응책을 시나리오까지 짜가며 연습해서 받은 건데... 없어졌다. 코르사코프 증후군도 아니고 이건 정말 답이 없다. 잃어버릴까봐 나름대로 '그래, 여기 넣어놓자!'하며 내밀하게 숨겨둔 것이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없다. 

고로 생돈 주고 사야 된다는 결론인데... 요즘 책을 너무 사서 괜히 눈치 보인다. 수입이 없어진지 오래라... 

어렸을 때부터 나의 꿈은 소박했다. 아니 화려했나? 읽고 싶은 책 다 사서 쟁여두기... 공간의 협소함으로 밀려난 나의 책들 생각만 하면 참 서운하다. 나만의 앙골찬 서재를 만들어 다 제자리 찾아주고 쓰다듬으며 돌보아야 하는데... 

여하튼 정조어찰첩은 재미없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래도 사서 쟁여두고 공부하며 볼 참이다. 진도 안나가면 당분간은 책 살 일 없으니 좋지 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덕일은 '조선왕조독살사건'으로 처음 만나고, 한비야씨가 그녀의 저서에서 추천했던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과  조우했다가 2권을 읽기도 전에 불현듯 그가 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일단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도세자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기에, 이 책과의 만남은 당연한 수순이 아닐 수 없었다. 흐릿한 기억에 의존해 보자면, 정비석의 '혜경궁 홍씨'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그 책을 필두로 하여 '한중록'까지 더해 철저히 사도세자는 무인기질이 있는 정신이상자로, 혜경궁 홍씨는 갸륵하고도 한많은 여인네로 형상화하여 내면화해왔다. 당시에는 당파싸움에 촛점을 두고 사도세자를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듯 싶다. '하늘아, 하늘아!'라는 드라마도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당시 학계와 사회 분위기를 반영했던 듯, 깜찍한 이재은의 아역을 내세워 혜경궁 홍씨 입장에서만 상황을 왜곡해서 조명했다. 최근 들어 귀동냥으로 한중록이 어느 정도 편파적이고 감정적이라는 것, 사도세자가 정신이상자로서만 평가받는 것은 엄연한 전인격적 평가에 반하는 왜곡이라는 것, 또 영정조 시대의 치열한 당파싸움의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등을 인지하고는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은 왔고, 어느 정도 사도세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몇 가지 한계 및 정신이상설을 완전히 배제하고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근거 미약 등이 노출된다. 

 일단 영조시대부터 한마디로 조선후기로 접어들면서 신하들이 주군의 말을 징하게도 안들어먹기 시작한 것이 이 책에서도 계속 나온다. 예전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을 참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그 책에서도 정조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끊임없이 올라오는 상소때문에 독자인 내가 다 흥분하고 신경질을 냈던 기억이 있다. '택군'의 개념, 자기 당파의 사리사략에 의하여 임금의 전교까지 정면에서 거부하는 신하들의 모습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정치라는 것이 백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철저히 면전의 이익에 의하여 좌지우지되고, 그것에 반하면 상대파를 완전히 제거 축출해야 하는 그들의 그 악성은 사실 낯선 것만은 아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사실이 소름끼치게 다가온다.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이 없다.  

 컴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는 인간은 그 굴레에 갇혀 타인을 향해 과도한 분노를 투사하게 된다. 영조가 그랬다. 삼종의 혈맥 같은 소리하면서 끊임없이 신하들 앞에서 양위소동을 벌이며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 등, 상당히 연극 배우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아무리 당론에 얽매이고, 아들의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해도 뒤주에 아들을 가두고 죽어가는 모습을 목도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사초로는 알 수 없는 또다른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사도세자가 죽기 몇 해 전부터 기행을 일삼고, (상당부분이 왜곡되었다 해도), 여승을 궐안으로 들이고 사람을 죽여낸 것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작가도 사도세자가 기행을 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그것은 그것이라고 그냥 흘려버리는 듯한 인상이다. 혜경궁 홍씨에 대하여 부정적인 감정이 전제되어 있다는 인상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나도 그녀가 상당히 얄밉지만,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에서 출발하면 아무래도 객관적 서술이 부족해 지는 것은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이다. 

 정조...나는 세종과 정조가 참 좋다. 이런 지도자의 백성이 되고프다 ㅋㅋㅋ 군주의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애민이 무엇인지를 이론이 아닌 실제로 보여준 이 두 성군은 아무리 알아도 배가 고프다. 알면 알수록 더욱 놀랍고 경탄해 마지 않게 된다. 왕권시대에서 세습이라는 것이 결단코 망조만은 아님을, 성군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세종과는 달리 정조는 한편 감정적으로 참 연민이 간다. 아버지가 뒤주에 갖혀 죽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소년세손, 살려달라고 할애비한테 간청까지 해야 했던 그 비극적 장면에서는 가슴이 아린다. 후반부에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선포하고 등극하는 장면이라든지..그 처연한 과거와 대비되는 사도세자 시신을 이장하는 화성 능행의 그 화려함을 묘사한 대목에서는 눈물이 절로 쏟아졌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도세자 생각 때문에 베갯머리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는 정조...젊은 나이에 원한 바도 다 이루지 못하고 허무하게 떠나버린 그의 최후 등은 현실이 더 드라마틱하다는 것의 예증이다. 아버지를 죽인 할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야 하며, 남편을 죽인 친정을 등에 업고 가야 하는 어머니를 섬겨야 하는 그의 딜레마는 그의 슬픈 최후까지 그의 가슴에 화증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했을 것이다.  

 사도세자의 고백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얼마나 원통하고 할 얘기가 많을 지는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아직도 황천을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파싸움과 시류에 반하는 정치관을 가졌을 때 어떤 역습을 받을 수 있는지를 그는 피울음으로 토해 내고 있다. 나는 뒤주 속에 갖혀 물한모금 못 마시며 부왕을 원망하고 세상을 성토했을 그의 최후의 여드레가 구곡간장이 에일 정도로 아프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고 생사까지 관장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인간원형의 밑바닥인가...그래서 이 책은 너무 좋지만 너무 아픈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그의 첫 장편 소설을 펼쳐들게 되었다. 

호세이니는 영화화 하기 좋은 작품을 쓰는 것 같다. 스케일이 크고 심리묘사보다는 스토리전개 위주이고 또 전개가 시원하다. 내가 감독이라도 판권을 절로 사고 싶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듯....다만 사람들 평과는 달리 '연을 쫓는 아이'는 너무 영화 같아서 좀 김이 빠졌다. 반전을 위한 반전 부분... 구태여 하산과 아미르의 관계를 이복형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 수록 호흡이 늘어지고 감동을 쥐어짜는 듯한 약간의 어거지가 노출되는 부분이 있어서 자꾸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그리워지게 된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은 충분히 아주 대단히 훌륭하고 삽입되어 있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다 그자체만으로 완결된 예술 같다. 아미르가 하산에게 도둑 누명을 쒸워서 그가 아버지가 알리와 함께 떠나는 장면에서 나는 눈물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뚝 뚝 떨어짐을 경험했다. 마치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그 어떤 항변도 없이 아버지와 떠나는 그의 모습에서 사랑의 절정을 경험한 아미르가 그러나 잊고 또 살아가게 될 것임을 인정하는 부분에서 인생의 고통스러운 아이러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은 그렇듯 언제나 잊고 또 앞으로 나아간다. 또 소라야의 불임을 인정하면서 아미르 부부 사이의 사랑 속 공허함이 갓 태어난 아기처럼 자리잡았다는 표현은 너무나 사실적이면서도 또 너무나 문학적이어서 소름이 끼쳤다. 호세이니만이 이런 표현을 만들어 독자를 전율케 할 수 있으리라... 그의 재능이 다시금 사무치게 부러워진다. 

호세이니 작품의 초반은 항상 천천히 전개되는 유년시절의 아름다움의 휘장이 지긋이 이끌린다. 그 휘장을 밟고 갑자기 호흡이 빨라지다 후반부는 무언가 그래도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이 지배하는 한계가 떠오르는 것 같다. 주제넘게 줄거리를 마구 재단해 봤지만 그가 너무나 훌륭한 작가라는 사실에는 결코 반론을 제기할 자격이 못됨은 당연하다. 그리고 두권째 그의 작품을 접하면서 그에게 아픈 연민을 느낀다. 개인이 아무리 성공해도 그가 유년의 웃음을 점점이 박아 놓은 모국에서 멀리 떨어져 그 슬픈 참상을 지켜봐야 하고, 또 어린 시절을 박제처럼 추억해야 하는 이의 천형의 아픔이 전해졌기에...아프가니스탄...아랍권....갑자기 사람들이 서로를 이념의 철창에 가두고 미워하고 반목하기 시작하며 끝을 내달리는 비극...인간의 힘으로는 멈출 수 없는 그 감정분출의 총구를 과연 누가 막아줘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머리를 맴돌면서 우리 사회 만큼은 제발 그런 방향으로 내닫지 않기를 기도하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도 펑펑 울고 말았다. 의식적으로 피하려 했는데 이제는 아물었다고 생각했는데  

상처에 딱정이가 붙어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는데... 

다 착각이었다. 다 거짓말이었다. 꿈만 같다. 적어도 억울하고 분해서 목숨 끊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바랬던 그 분.. 

시간이 가기를 기다린다.  

다시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고 노력이 모든 한계를 초월할 수 있고 결국 선이 악을 이긴다는 신념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펑펑 울어 버렸다.... 픽션이 나를 오열하게 했다. 살아서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아니 살아서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헤라트에서 부유한 아버지의 적법하지 못한 딸로 태어난 마리암. 그러나 아버지 잘릴과 그녀의 관계는 슬프지만 너무 아름답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딸...그리고 사회적 편견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딸과의 슬픈 경계를 두면서 조금은 비겁하게 자신의 사랑을 배고프게 표현하는 아버지...잘릴은 유약하게 자신의 법적인 아내들과 더불어 마리암을 늙은 라시드에게 시집보내버린다. 

그리고 그녀의 후처로 들어오게 된 라일라..처음에 둘은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지만 결국 라시드를 향항 공동 투쟁 전선을 형성하고^^, 마치 모녀 관계처럼 발전해 가게 된다. 여러 번의 유산으로 자식을 갖지 못한 마리암은 라일라가 사랑하는 타리크에게서 얻게 된 딸 아지자를 통해 모성애의 발현을 경험하게 된다.  더이상의 스토리 발설은 엄연한 스포일러이기에 이만...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상황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계속 등장하는 여러 명의 탈레반과 빈번하게 바뀌는 정권 주체들로 약간 멀미가 날 뻔 했다. 너무 모르니 이건 장님이 길 더듬듯 배경 속을 헤쳐 나가야 하는 한계...그러나 그럼에도 줄거리 따라가는 것에 무리는 없었고, 개인의 삶이 어떻게 외부적 상황에 의하여 파괴될 수 있는 지에 대하여 충분히 통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종교적 틀에 의하여 해석된다기 보다는 정권주체가 어떻게 종교를 악의적으로 도구화하는 지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슬람교 자체가 악의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인 것 같다. 사실 그 원리 그 자체로 들어가다 보면 종교라는 것이 결국 '사랑'일진대...심판과 판단의 주체에 인간을 올려 놓다 보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 마련인 듯 하다. 여하튼 때로 아랍의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나의 태도가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임을 두 여인이 항변해 주는 듯하다. 

그녀들도 사랑을 하고...자식을 낳고....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도 하고....물론 그 기반이 유리처럼 약할지라도...때로는 행복한 순간에 가슴으로부터 웃기도 하는 똑같은 여인네인 것을... 그 행복이 비록 쉬운 것이 아닐지라도...

정확한 스포일러 지점이지만 미리암이 처형되는 장면에서 나는 가슴 깊이 울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리암은 대부분의 삶이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라는 대목...그녀의 삶을 이렇게나 잘 묘사할 수가 있을까? 과장하지도 줄이지도 않은 현실을 그대로 문장화할 수 있다는 데에 작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친절하지 않은 삶' 나도 때로는 이런 감정을 인생에 대하여 느끼지만 '대부분'이라는 대목,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대목...그리고 사후에 라일라가 읽게 되는 잘릴의 편지...딸이 오래오래 아들딸 많이 낳고 신의 축복 속에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실제로는 자식도 가지지 못하고 살인자가 되어 처형당하고 마는 딸의 슬픈 말로를 그가 목도하지 않게 된 것이 슬픈 다행임을... 

천 개의 태양의 눈부신 광채는 라일라 마음 속의 마리암이다. 아버지 잘릴이 손을 흔들며 나타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고파하며 기다렸던 마리암의 적법해지 못했던 출발은 라일라 속에서 너무나 적법하게 너무나 아름답게 너무나 처연하게 마침표를 찍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