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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8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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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게 어떤 것을 맞닥뜨리게 될 때가 있다. 무언가 아주 기묘하고 신비로운데 그렇다고 나와 동떨어진 것 같진 않다. 그러니 섣불리 알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게 된다. 

바로 이 책이 그러했다. 굉장히 사변적이고 막연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보이지 않는 상상의 도시들에 대한 얘기는 오히려 굉장히 구체적이고 사람들의 기본 정서에 와 닿아 있다. 마르코 폴로가 자신이 사신으로 방문했던 도시들을 타타르 족의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묘사하는 것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그래서 고전이 된 것 같다,고 수긍이 가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듯 시선이 거리를 훑고 지나갑니다. 도시는 폐하께서 생각해야 할 모든 것을 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되풀이하게 합니다. 폐하께서는 자신이 타마라를 방문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사실은 그저 도시가 자기 자신과 각 부분들을 정의하는 이름을 기록하고 계실 뿐입니다.

 
   

 

'도시와 기호들 1'이라는 표제하의 이 대목은 우리가 사물을 인식할 때 결국 그것을 자신만의 경험과 인식의 기호로 덧씌워 재해석함을 알려준다. 우리는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투사하여 읽는다. 특히 여행지에서 그러하다.  

   
 

 여행자의 과거는 그가 지나온 여정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하루가 덧붙여지는 가까운 과거가 아니라 아주 먼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다. 매번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여행자는 그가 더 이상 가질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더 이상 그 자신이 아닌 혹은 더 이상 소유할 수 없는 것의 이질감이, 낯설고 소유해 보지 못한 장소의 입구에서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들까지 결정하고 만다.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 발을 딛고 좀전까지의 나를 털어 버리려 하지만 결국 이동은 또다른 나의 삶이었을 수도 있을 것들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기시감. 그것은 어떤 막연한 전생의 기억이 아니라 과거의 가능성을 더듬어 보는 경험이기도 하다. 나는 여기에서 그로 살아갈 수도 있었다,는 잃어버린 가능성은 영원히 오늘의 나를 매혹한다. 

수많은 관념과 상상들이 도시로 체현된다. 여기가 지겨울 때 체스 판을 이동하듯 끊임없이 옮겨 다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도시, 관계들을 나타내는 방식을 흰색과 검은색의 실로 엮어 걸어 놓다 너무 많이 걸려 있어 그 사이로 지나다닐 수 없게 될 때 떠날 수 있는 도시, 위선자 역, 식객 역 등 수많은 역할을 바꾸어 가며 대화 속에 살다 퇴장하게 되는 도시, 산 자들의 도시, 죽은 자들의 도시, 태어날 자들의 도시 등 삶과 죽음과 관계와 이동이 혼재되어 있는 그 공간들의 설정은 마치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구체화한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언어와 욕망을 손 안에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실 언어의 속임수와 욕망의 무분별은 우리를 포박하고 유린하고 있다. 결국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란 우리의 과거, 욕망, 기억이 우리가 보고 경험하고 느끼고 듣게 되는 모든 것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깨달음의 은유다. 

   
 

 하지만 제 말을 듣는 사람은 자기가 기대했던 말만을 간직할 것입니다.<중략> 이야기를 지배하는 것은 목소리가 아닙니다. 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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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1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독특하다면서여?
나두 블랑카님처럼 고전 좀 읽어야 할건데... 맨날 머하는건지. ^^

blanca 2010-09-16 22:26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은 또 다른 분야에 빠삭하시잖아요. 저는 요새 민음사 문고 좌르륵 꽂아놓고 혼자 흐뭇해 하며 웃는 재미로 ㅋㅋㅋ

2010-09-16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6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0-09-16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멋진 책이죠~ㅎ 세계 3대 환상문학가로 꼽히는 이탈로 칼비노의 숨은 명작입니다~ 칼비노 책 중에서 저는 이 작품을 제일로 칩니다~ 워낙 독특해서요~ 소설읽기가 시큰둥할 때 지인이 던져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리뷰를 블랑카님의 서재에서 다시 볼 수 있다니, 기쁘기 그지 없군요!

리뷰 잘 봤어요~ 저도 이 책의 리뷰를 작성하려고 했는데, 계속 시간에 쫓겨 아직도 못쓰고 있습니다..ㅎ

혹시 이 작품으로 칼비노의 작품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우주만화>도 강추드립니다

blanca 2010-09-17 19:51   좋아요 0 | URL
세계3대 환상문학가는 누구누구가 있을까요? <우주만화>요? 우아, 이런 소설을 쓴 칼비노가 그런 소설까지. 여기에서도 칼비노의 기가 막힌 상상력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기는 하지만 더욱 기대되는걸요.

2010-09-19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0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9-2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 때문에 보름달을 보기는 어려울 듯하지만 그래도 즐겁고 여유로운 한가위 보내세요^^

blanca 2010-09-22 14: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후와님도 즐거운 명절 되세요. 좋은 글 저녁에 찬찬히 읽어 볼게요^^

후애(厚愛) 2010-09-21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놀러왔어요.
즐거운 추석 잘 보내세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blanca 2010-09-22 14:08   좋아요 0 | URL
후애님~ 안그래도 오늘 라디오에서 외국에 사시는 분들이 추석맞아 보낸 사연들으면서 후애님 생각했어요. 후애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들 되세요.

2010-09-24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4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9-25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않는 상상의 도시들이라.....궁금해 집니다.
위대한 개츠비 읽고나면 도전해 볼까봐요.
저두 민음사 문고 좌르륵 꽂아두고 싶은 욕심 땡기는 중입니다. 곧 아이들이 읽겠죠.

blanca 2010-09-25 22:31   좋아요 0 | URL
세실님! 위대한 개츠비 읽고 계세요? 어느 출판사로 읽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분량이 많지 않아 부담없이 읽기 좋아요. 민음사는 결국 한꺼번에 사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수 있을 지경까지 갈 것 같아요^^;;

세실 2010-09-26 06:48   좋아요 0 | URL
당연히 민음사^*^

[그장소] 2015-01-15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을 보고는 아..지난 시간의 기록이구나..하면서..칼비노...언제 메모했는지..머릿속을 뒤적뒤적..2012년쯤..낭만주의와 판타지의 뿌리 였나..동시에 카뮈 반항하는 인간과 같이 메모한 기억이..나는데..ㅠㅠ 사서 소장하고 싶은 책였다고..기억해요. 아..메모지 찾아내야
겠네ㅛ

blanca 2015-01-16 22:03   좋아요 0 | URL
와, 그장소님, 저도 지금 이 책이 가물가물해요. 벌써 4년도 더 전이에요. 흑, 시간의 흐름이란 게 참 놀랍기도 하고 이런 옛글에 그장소님의 현재 댓글을 보니 표현하기 힘든 뭉클함이 있어요.

[그장소] 2015-01-1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보고 놀란걸요..결국 온.약 봉지를 다 뒤졌는데도..칼비노를 메모해둔것은 못찾고..ㅠㅠ;찾으면..신나게..아는척 하려고 했는데..속상했다는..!^^ 아하핫..요술 키보드예요..분명..글자확인을 해도...번번히 오탈자를 중간에 턱~하니..
심어놔요..꺼진불도 다시봐..그러는 모양..ㅎㅎ

blanca 2015-01-16 22:09   좋아요 0 | URL
와! 신기해요! 실시간 댓글이에요. 그장소님!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메모.

[그장소] 2015-01-16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쵸? 아까워요..제목만 보고는 ㅋ 음..긴가민가..하는건..봤다고 못하겠더라고요..그래서 첨엔 안본걸로 체크했거든요...그러다..후애님과의 대화내용 시간을 보니..현재형이 아닌거라..아!했죠..예전거구나..!^^
번호 상 거의 안보고 지날순이 아니더라는..
 

한 그릇 더 먹을래?
정말 그래서는 안되는 곳이었는데 나는 육개장에 밥을 말아 훌훌 마시고 있었다.
미안하다, 맛있네. 좀 더 줄래? 

죽마고우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갓집 나와 그녀가 나눈 대화다.
퉁퉁 부은 눈은 나의 어처구니없는 식욕에 살짝 웃으려 한다.
그래서 나는 상갓집에서 육개장 두 그릇을 얼큰하게 잘 먹고 나왔다.  

   
 

"말하자면," 그는 담배를 피우며 말을 계속했다. "체호프는 죽었지만 웨이터의 고민은 어떻게 바닥에 있는 뚜껑을 줍느냐 하는 거지."  

...중략...

"다시 말해, 인생에는 중요한 일과 사소한 일이 함께 섞여 있어. 허나 우린 항상 사소한 일만 하고 살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사소한 일들 중에 뭐가 중요한 일인지 깨닫지 못하는 거야."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빅토리아의 발레>에서 특별 사면으로 석방된 소위 대도인 베르가라와 말을 훔친 죄로 복역했던 젊은 청년 앙헬이 피노체트 정권하에서 부정축재를 한 칸테로스의 금고를 터는 장면에서 나눈 대화다. 그들은 뜬금없이 레이먼드 카버가 체호프의 임종을 다룬 최후의 단편 <심부름>을 얘기한다. 도둑들은 체호프를 '위대한 체호프'라고 정정하여 부르기로 한다.

 

독일의 휴양지 호텔에서 체호프가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와중에 담당의는 샴페인 세 잔을 한 웨이터에게 주문한다. 새벽에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 가수면 상태에서 불려온 그는 상황파악을 못한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체호프는 한 잔을 다 마신다. 정말 오랫만이라며. 그리고 숨을 거둔다. 그의 희곡으로 연기를 하기도 했던 아내 올가는 이윽고 의사를 떠나 보내고 의외의 방문객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그 젊은 웨이터였다. 입성이 몰라보게 달라진 그 웨이터는 마치 그 전의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사과라도 하듯 노란 장미 세 송이를 꽂은 화병을 들고 온다. 그리고 저절로 뽑혀 바닥으로 굴러간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를 줍지 못해 괴로워한다. 그는 코르크 마개를 줍고 싶었고 주워야만 했다. 바로 그게 그의 일이었으니까. 장의사를 불러달라는 올가의 부탁에 그는 성심성의껏 마치 장의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온몸에 심부름의 하중을 실어 걸어간다. 체호프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그 웨이터에게는 투숙객이 웨이터에게 부탁한 심부름에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듯 행동한다. 실제로도 이 단편에서는 체호프의 죽음보다는 웨이터의 직분 수행에 아웃포커스가 된다. 카버는 삶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 주려는 듯하다. 체호프를 사랑해 마지 않았던 그지만 여기에서 체호프의 임종은 하나의 배경으로 뭉개진다. 사람들은 1년 뒤 죽은 카버가 당시 암투병중이었던 것을 떠올려 이 작품을 죽음에 대한 얘기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삶의 그 자잘한 파편들에 대한 얘기로 읽힌다. 그는 삶에 대해 여전히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체호프처럼.

<빅토리아의 발레>에서 금고털이를 하는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카버의 웨이터를 얘기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궁극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닌 것 같다. 삶이 하는 것이다. 죽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도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먹고 싸고 화내고 울고 기뻐한다. 그건 때로 진저리나지만 삶과 생명의 본질일런지도 모른다. 

육개장이 하필 그 슬픈 장소에서 너무 맛있게 먹혔던 변이 이렇게 길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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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9-1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은, 육개장 두그릇 먹은것에 대해서 이토록 아름다운 글을 쓰시는군요! 저처럼 아침먹고 몽쉘통통 먹고 우유를 마시고 삼계죽에 치즈를 넣어 먹은 후에 캬라멜 마끼아또를 마신다면, 그때는 대체 어떤 글을 쓰실까요? 제가 먹은 것 모두를 그대로 드리고 싶네요.

blanca 2010-09-16 15:2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ㅋㅋㅋ 삼계죽에 치즈 넣으면 안느끼하나요? 저 카라멜 마끼아또가 위에 한 삼천 잔은 있을 겁니다. 라떼로 선회했어요. 댓글이 너무 귀엽고 이뻐용. 남자친구가 생기면 그 남자는 다락방님 애교에 쓰러질듯 ㅋㅋ

비로그인 2010-09-16 23:25   좋아요 0 | URL
blanca님. blanca님은 저런 자리의 객이 아닌 적이 있으셨을까요? 그냥 궁금해집니다. 제가 분위기 파악 못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만일 저라면 어떤 객이 저렇게 육개장을 두 그릇 가볍게 먹어 주고, 이런 글을 쓴 것을 봤다면 마음이 더 편해지고 힘도 났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 (분위기 파악 쪼금만 더 못하면요.) 그리고,

(다락님..꼭 섞이기 전의 모습 그대로 드려야 할 것 같아요..만약 그러지 않으면 blanca님 피자 만드신거라고..생각함 안되자나요.^^)

blanca 2010-09-17 19:52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제 친구도 그렇게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그 친구 아주 행복한 일을 앞두고 있답니다. 하늘에 계신 친구 아버님도 더없이 행복해하실 것 같아요. 피자요?ㅋㅋㅋ

하이드 2010-09-16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밤을 새고, 배고파서 아침(?) 밥을 먹으려다 귀찮아져 라면을 끓여야지 생각하고 자고 낮에 깨니 더 배가 고파졌어요. 라면을 끓여서 먹고 나니 양이 너무 적은듯하여 국물에 밥을 말았고 ... 많이 ... 라면을 반 개 더 끓여 라면 국물에 만 밥 위에 얹을 때 즈음에는 막 먹은 라면 하나가 드디어 배가 불러져버리고 말았지요.

그래서 두그릇을 해서 한그릇을 버렸다는 일상의 사소한 슬픈 이야기.. 에요. 음..

blanca 2010-09-16 22:30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도 라면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사발면이 간식입니다. ㅋㅋㅋ 하이드님 요새는 그 맛난 스파게티 안 만드세요? 그 때 따라 만들어서 잘 먹었었는데 간단하게 맛있게 만들어 먹는 요리 레시피가 참 요긴했어요.

마녀고양이 2010-09-1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생명력이 워낙 강한 존재니까 말이죠.
그리고 왜 사는지 조금이나마 깨닫고 죽어야지, 그냥 홀랑 죽으면 고생하고 억울해서 승질나여~ ^^

육계장 맛났어여? 나두 먹고 싶다. 단, 친구 아버님 장례식장에서는 말구.

blanca 2010-09-16 22:31   좋아요 0 | URL
저도 억울해서 좀더 많이 알고 죽으려고 하는데 갈수록 미궁입니다. 육개장은 정말 맛있더라구요. 당시 이천에서 서울까지 올라오고 일도 좀 보느라 허기가 져서 너무 많이 들어가더라구요. 친구도 피식 웃어버리더라구요 ㅋㅋ

비로그인 2010-09-1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책에 따르면 체호프는 독일 바덴바일러의 한 호텔에서 말씀하신 대로 의사가 주문한 샴페인을 마시고 독일어로 "나 죽는다(Ich sterbe)"라고 말하고 나서 "샴페인은 정말 오랜만이군"이란 말을 덧붙이고는 곧바로 사망했다고 나와 있군요.

죽음을 사소하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고인이 마지막으로 대접한 육계장(샴페인보다 낫네요)을 맛있게 먹어준 일 또한 사소하다고 할 수는 없지 싶은데요. 허기를 통해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하셨으니까요...

blanca 2010-09-16 22:31   좋아요 0 | URL
예..참 이상한 게 그런 저의 행위가 친구한테 약간의 위로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후와님, 어떤 책인가요? 마리아 슈나이더의 책인가요? 궁금해집니다. 죽는 순간 모국어가 아닌 독일어를 얘기했다는 것도 참 인상적이네요.

비로그인 2010-09-17 13:18   좋아요 0 | URL
어, 그냥 체호프 단편집에 실린 연보에서 본 건데요...
뒤의 말은 러시아어로 했다는 설명도 있고요...
저도 독일어로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 죽는다"라고 말하고 죽는다는 게...

기억의집 2010-09-16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영어로 카버의 그 심부름인가 하는 소설 읽으신 거에요? 와우, 놀라워요. 11월인가 도착한다는 소설은 벌써 도착했네요. 전 요즘 하루키한테 삘 받아서 영어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작심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전 육개장을 초상집에서밖에 안 먹어요. 외식을 할 때도 육개장만은 안 먹거든요. 이게 트라우마 같아요. 전 아빠 장례식이후 육개장이 그렇게 먹기 싫더라구요. 젊은 시절에는 그 알큰한 맛에 반해 어딜가도 육개장만 시켜 먹었거든요. 제목이 육개장이길래 제일 먼저 장례식이 생각났어요. 혹시나 했는데~~~

blanca 2010-09-16 22:34   좋아요 0 | URL
중고로 상 주문했는데 일반우편으로 우편함에 꽂혀 있더라구요. 단편라서 짧았어요^^;; 책 상태 참 맘에 안들더라구요. 형광펜으로 쭈욱쭉. 하루키 얘기에 사실 저도 필 받았어요. 이중언어 ㅋㅋㅋ 찌찌뿡이에요^^

아, 그러셨군요. 제 글이 기억의집님의 아픈 기억을 건드린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저는 육개장을 어렸을 때부터 참 좋아했어요. 신혼 때 한 번 시도해 보고 실패한 기억 이후로는 제가 만들 엄두가 사실 잘 안 나더라구요.

기억의집 2010-09-17 10:55   좋아요 0 | URL
저는 육개장 좋아해서 몇 번 만들어먹었던 것 같아요. 신혼시절에...기억이 가물가물~~

아, 중고로 구입하셨군요. 책값보다 핸들링비하고배송비가 더 들었죠. 저는 그림책 중고로 몇 번 구입했는데 번번히 배송비(뿔 핸들링비)때문에 열 받은 적 많아요. 얘네는 한군데서 구입해도 책 한권당 배송비와 핸들링비를 다 받더라구요. 무게때문인 것은 이해하는데..핸들링비는 좀 빼 주었으면 좋겠더라구요. 책 상태는 좋았나요? 저는 책도 그지같은 책이 와 가지고...버벅거리는 영어로 상태 굿이라더니 이게 뭐냐? 실망이다, 라고 판매자 등급에 썼더니 미안하다고 다시 보내라는데.... #$%^#$%^ 장난하니? 싶더라구요.

blanca 2010-09-17 20:04   좋아요 0 | URL
상태 완전 구렸어요. 중고는 다시는 안 살라구요. 알라딘에 외서도 많이 들어와 있더라구요. 한 번 주문해 보자,는 경험 차원에서 만족하기로 했어요^^

감은빛 2010-09-17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말씀 하신 것처럼 글을 참 기발하게 잘 쓰셨어요!
근데 보통 그런 자리에서는 잘 먹는 사람보면 더 좋아하지 않나요?
잘 먹고, 잘 놀고 왁자지껄 사람들이 떠들어주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던데....

몇 달 전 고모 돌아가셨을 때, 아주 오랫만에 사촌들과 육촌들이 모여서
한껏 수다를 떨고 술을 마셨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blanca 2010-09-17 19:48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지인들이 같이 밤새어주고 왁자지껄 떠드는 것에 대한 의미를 이제야 좀 알 것도 같아요. 그건 무례의 범주가 아니라 죽음의 절망에서 생의 희망으로 유족들을 이끌어 내 주려는 민족적 저의도 숨어 있다고 마음대로 해석해 버립니다.^^

프레이야 2010-09-1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_()_
상가의 국은 이상하게도 맛있어요. 영정이 지켜보시는 아래 그 먹을거리들이 유난히
입에 붙는 건 왜일까요? 사소한 일들을 오늘아침부터 하면서 아무 소득 없어 보이지만
그중에 중요한 일의 아주 초기 조짐이 숨어있었을까요? 오늘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요.

blanca 2010-09-17 19:50   좋아요 0 | URL
아, 꽤 된 일이에요. 그 친구는 지금 아이 출산을 앞두고 슬픔도 추스렀어요. 저는 솔직히 결혼식 밥보다 상갓집 밥들이 더 맛있습니다.--;; 되도록 장례식을 꼭 참석하려고 하구요. 프레이야님! 마지막 두 줄 넘 의미심장해요. 무언가 아주 좋은 일이 프레이야님한테 있었으면 합니다.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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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영희를 때로 이영희라 불렀다. 그의 세계관과 역사관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아니, 그의 사상의 세례를 받아야 할 만큼  사회와 맞닿아 있는 지점의 자유를 갈구하는 절박함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자잘한 현실을 관념의 구역에 밀어넣고 슬쩍 눙치며 방관하기를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는 비겁했다,고 고백할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침내 '대화'를 펼치게 되었다. 잠들기 전 책 속에서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던 그의 말들은 밤이면 나의 머리와 마음을 뛰어다니며 흔들리는 배를 탄 듯 멀미를 일으켰다. 그건 걸핏하면 용공분자로, 빨갱이로, 의식화의 원흉으로 매도되었던 그가 회고하는 75년간의 삶이 결국 나의 피를 타고 흐르는 의식의 혈육적 문화역사를 재생하고 흔들어 깨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아는 일은 결국 '우리'와 '과거'를 두루마리 풀듯 주루룩 펼치지 않으면 막다른 한계에 머리를 박고 돌아서고 또 되돌아서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지식인과 지성인의 경계  

기능적인 지식인에서 현실로 포박해 들어가는 지성인이 되는 길에는 아주 얇은 경계막이 있다. 그 막을 찢는 일 그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어떤 계기로 인하여 용기백배해서 그 막을 찢어 발겨 버리고 난 뒤 우리는 우리 삶의 파열을 때로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지성인이 되는 일은 자신의 삶 그 자체를 제물로 바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는 일과 다름아니다. 편안하고 그럭저럭 굴러가는 나의 일상들과 그 일상들에 저도 모르게 깊이 몸을 담그고 있는 나의 전존재가 일거에 파도에 휩쓸릴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 하나에 우리는 주춤하고 그 경계에서 서성거릴 수밖에 없다. 그 막을 통하여 고통스럽게 '현실'을 엿보는 일은 비겁한 지식인이 감수해야 할 하나의 천형이다. 종국에는 우리는 아파하지도 않고 스리슬쩍 염탐할 수 있다. 결국 이것은 '타락'의 한 형태다. 알았기에 그리고 그 앎에 멈추었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지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는 언제나 내 앞에 펼쳐진 형실 상황을 묵인하거나 회피하거나 또는 상황과의 관계설정을 기권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를 '지식인'의 배신으로 경멸하고 경계했다.사회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그에 앞서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겨왔다. 이런 신조로서의 삶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그렇듯이 바로  그것이 '형벌'이었다. 
-p.7

리영희는 1977년 저서들로 인한 반공법 위반으로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갔던 기억을 30년이 지나간 뒤에도 잊지 못한다. 대공분실 옛자리인 남영역 앞을 지나가면 지금도 소름이 돋아 눈을 감는다고 한다.  그 형벌은 기억을 통한 감각까지 점령하였다. 진실 앞에서 행동하는 일은 이렇게나 처절한 자기희생적 투신을 요구한다. 나는 그럴 수 없고 그러지 못할 것이다. 대신 그의 희생이 남긴 열매를 생래적으로 얻은 권리로 여기고 주머니에서 흘러 떨어져도 주워담지 않고 그저 지나가 버리는 그런 무감각을 이제는 흔들어야 겠다. 그것은 산모가 흘린 피가 얼룩진 강보에 싸인 것이다. 시선을 맞추고 온몸과 마음을 다해 보듬고 키워야 한다.

 

인간 그 본질로서의 무게  

그의 인간관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자유는 '인간' 생명의 원초적 본성이며 평등은 개개인의 집단적 생존이 형성된 뒤에 생명이 요구하는 '추후적, 사회적 조건'이라고 얘기한다. 이는 결국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어떤 식으로 조화 통합하여야 되는지에 대한 암시를 준다. 인간의 하반신적, 동물적, 물직절 조건을 자본주의로, 상반신적, 인간적, 정신적 자율성을 사회주의로 담아내어 그 둘을 조화시켜 나가려는 노력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모습은 여즉까지 그를 빨갱이라고 낙인찍어 비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를 철저히 오해하고 그의 사상을 오독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공산주의도 반공주의도 사상적 자폐증으로 곧 자살이라고 비판한다. 인간의 본성에도 또 그 본성이 충족되고 난 다음의 연민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연대에도 그의 시선은 머무른다. 인간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일이 때로는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은 비극이다. 이기주의는 결국 자멸로 이르는 길이다. 자본주의를 신념처럼 고수하다 쓰나미처럼 연이어 경험해야 했던 그 비극의 현장에서 그의 얘기는 깊은 울림을 가진다. 완전한 자유는 타인과의 경계 위에 걸처져 있다. 손을 잡지 않고는 그것을 실현할 수 없다.  

 

우리의 못남을 돌아보며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권력에 빌붙었던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이 고스란히 미군정의 권력 대리자로 등용되어 분단을 고착화하고 극우 반공주의의 폭압성으로 민족의 주체성을 갉아 먹고 제국주의에 철저히 유린 당하고 있는 역사적 과거에 대하여 그는 통탄한다. 우리의 것은 우리의 것으로 그들의 것은 그들의 것으로 돌려 주어야 하는 그 기본적 일이 이렇게나 요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질곡의 역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뼈아프게 방증한다. 우리 손으로 찢어야 하는 노비문서, 우리가 우리의 못남을 스스로 부정함으로써 긍정으로 재탄생하는 그 필요불가결한 과정을 망실하고 우리의 상황은 언제나 지극히 가변적이고 의존적이며 불투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의심하고 비난하고 자학한다. 이건 차라리 하나의 업 같다. 

그는 민중적 공감과 저변의 대중 속 운동의 목표와 방향, 행동양식이 상향적으로 기능했던 모택동식 사회혁명에 감응하는 바가 컸다. 또한 마치 닮은꼴 복제처럼 미국의 분단획책에과 이간질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야 했던 베트남이 결국 너무나 자명한 열세에도 불구하고 민족적 지도자 호지명의 기치 아래 통일을 이루어 내고 말았던 사례에 경도된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화는 그가 국내 정세의 절망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는 하나의 등불이 된다. 기본적으로 그는 역사의 전진을 믿는 것 같다. 그것은 결국 인간 본질에 대한 긍정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국제 정세에 대한 명철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나름의 문제의식, 분석으로 가공한 그의 글은 진실을 나누고자 했던 그의 소망의 결실로 민주화투쟁의 도화선이자 사상적 지주가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우상과 이성> 서문 중

 

고통을 무릅쓰지 않고 다가갈 수 없는 것들을 듣는 일은 힘들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면죄부를 주어야만 견딜 수 있는 우리네 같은 범인들에게 그의 생은 하나의 비수 같다. 그럼에도 가슴을 들이대는 것은 읽는다는 것이 그가 우상에 도전하고 민족적 미신에 도전한 일을 조금이라도 나눠 갖는 일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그의 삶을 들어야 한다. 듣고야 말아야 한다.

 

 p.s.  분량과 내용면에서 얼핏 지루한 첫인상을 줄 수 있는데 막상 읽게 되면 그의 입담과 드라마틱한 삶, 편집의 미덕이 어우러져 읽는다,는 행위 자체를 잊게 된다. 1929년 금광으로 유명한 평북 운산 북진에서의 출생으로부터 최근까지의 그의 삶이 현대사와 어우러져 펼쳐지는 장대한 드라마는 하나의 대하 소설 같다. 현대사에 대한 갈증도 더불어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말과 글이 일치하는 리영희가 쉽고 체계적으로 역사적 사실들의 얼개를 짜 보이는 일은 하나의 감동적인 강의를 듣는 경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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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9-15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이분의 책들을 읽기는 했었는데...그저 의무감이었지 되돌아오는 울림은 그리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얼마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이분과의 대담이 있었는데,
뻐꾸기 시계가 찬조출연한 그 대담,의외로 재치발랄 참 좋았어요.
다시 읽어봐야지,불끈~!하고 있어요~^^

blanca 2010-09-15 21:09   좋아요 0 | URL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오셨군요. 저는 처음이에요. <태백산맥> 읽고 현대사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어요.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또다시 이 책을 읽으며 저의 비겁함을 조금은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굿바이 2010-09-1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영희선생님의 <우상과 이성>은 제게 정말 불벼락같은 책이었습니다. 물론 워낙 여기저기 일명 쎈(?)책들이 많아서 오히려 선생님의 글이 묻히기도 했지만, 저는 잠 못 드는 밤, 참 많았습니다.
이렇게 극진히, 온전히, 뼛속까지 긁어내며 이 시대를 우는 지식인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10-09-15 21:10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하긴 그때 그 시대에서의 리영희샘의 글과 지금의 감상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겠어요...시대의 등불이라는 진부한 표현이 이 분을 그 자체로 표현한 얘기 같아요. 베트남 전쟁사 관련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0-09-1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상적 자폐증 이라는 문구에 깊은 공감을 느낍니다.

이 책 반드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왜이리 안 되는지요.
욕심이 많아서인가봐여.... 역시 좋은 리뷰입니다.
블랑카님의 리뷰를 보면, 어떻게 저런 짜임새있는 글을 쓰는지 종종 감탄하고 맙니다.

blanca 2010-09-15 21:11   좋아요 0 | URL
마기님이 강추하시는 글 보고 대뜸 집어들게 되었어요. 마녀고양이님, 의외로 책장 완전 팍팍 넘어갑니다. 저는 지루할 줄 알고 각오좀 했는데 그럴 필요 없더라구요.^^

기억의집 2010-09-16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에 비겁한 사람 여기도 있어요.^^
리영희선생님의 작품에 열심히 밑줄 치고 포스트잇 붙이고.... 저의 애아빠의 리영희선생님의 글을 읽는 모습입니다. 저는 남편의 모습에 궁금해서 읽어야지 한 게 벌써 몇 년째인지 모릅니다. 블랑카님의 글을 읽고 또 불근! 해야겠는데요.

blanca 2010-09-16 22:25   좋아요 0 | URL
아아아...옆지기님이 그러시군요. 부부가 다 같이 책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넘 부러워요. 저는 제가 읽은 책의 감동을 나눌 수가 없어 참 아쉬워요. 리영희 선생의 책은 줄을 그으며 읽을 수밖에 없더라구요. 현대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시니 넘 좋았어요.

기억의집 2010-09-17 11:22   좋아요 0 | URL
어머, 아니예요. 저의 애아빠는 그 때 이영희 전작을 어쩌다 다 읽겠다고 불을 뿜었을 때였어요. 역사의식이 좀 투철해서...

애아빠의 천국은 집에 와서 소파에 늘어지게 기대 리모콘으로 원격tv 조종하는 거에요. 개인적으로 저 또한 직장 다니면서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지도 않고요.

blanca 2010-09-17 19:53   좋아요 0 | URL
쇼파에 드러누워 티비 원격조정 ㅋㅋㅋ 넘 똑같아요.
 

성북천 공사가 한창이다. 무식한 나는 이게 '하천 복개'인 것인줄 알았다. 거꾸로다. 복개는 하천을 말 그대로 덮어버리는 것이다. 하여튼 마을 버스를 타고 가다 차창으로 비친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하천에 시선을 던지다 '안감내 자리'라는 표시석에 부딪혔다. 안감내!! 

낯익은 단어.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에서 발견했던 단어다. 득달같이 펼쳐 든다. <그 남자네 집>은 노년의 '나'가 후배의 새로 이사한 집을 찾아갔다 예전 처녀 시절 사랑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뻥 차버리게 된 '그 남자의 집'을 찾게 된 얘기다.  

이 소설 속 지명 하나 하나가 다 우리 집 주변이었다니.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들어간 책이니만큼 그 지명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니까 그 남자네 집은 지척이었다. 성북동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삼선교, 돈암교를 거쳐 동네 앞을 흐르던 개천이 바로 안감내였다. 지금은 황량해진 채 하천 복구에 한창인 그곳이 아낙들이 빨랫감을 가지고 나와 도란도란 특별할 것 없는 얘기들을 나누던 곳이었고 개천 쪽으로는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어 이웃 동네에서까지 원정산책을 왔었던 곳이란다. 옆지기가 맛있다고 강변했던 신선설농탕 뒷골목이 바로 작중 화자(아마도 박완서)의 옛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홍예문까지 있었던 조선 기와집이 그 남자네 집이었다. '나'와 함께 '내 생애의 구슬 같은 겨울'을 보낸 그 남자와의 추억담은 가슴 시리다. 

나는 내 몸에 위험한 바람이 들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피차 동정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닮은 불운을 관통하는 운명의 울림 같은 걸 감지한 건 아니었을까. 나는 마치 길 가다 장풍을 만나 치마가 활짝 부풀어오른 계집애처럼 붕 떠오르고 싶은 갈망과 얼른 치마를 다독거리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은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
-p.66 

풋사랑은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경계선 타기다. 그 스릴은 기쁜 것이기도 하고 고달픈 것이기도 하다. 월북한 가족 대신 혼자 남아 아들을 기다린 늙고 퇴락한 어미 밑에서 그 남자는 '나'와의 그 사랑놀음을 위하여 불효를 습관처럼 저지른다. 그리고 나는 어느 정도 거기에 기여함을 알고도 모른척 넘긴다. 전후 암울하고 내핍이 활보하던 그 거리를 나는 그 남자와 때로는 사치스럽게 때로는 낭만을 가장하고 버텨 나간다. 마지막 남은 '나'와 '너'는 그렇게 해서라도 견뎌 나가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울먹이는 남자를 뒤로 하고 안전한 새로운 사람과 둥지를 튼다. 

졸업식 날 아무리 서럽게 우는 아이도 학교에 그냥 남아 있고 싶어 우는 건 아니다.
-p.74 

너무 예리해서 찔릴 것 같은 대목. 그렇게 우리는 순정한 우리의 과거의 갈무리마처 누군가에게 떨쳐 놓아 버리고
안전한 현실로 걸어 들어간다. 그게 결국 그러고야 말게 되는 것같다. 그리고 그리워하는 것으로 나머지를 눙치려 든다.

안감내가 복원되고 있다. 다시 흐를 그 하천가에서 나는 어느 누구의 첫사랑을 회상하며 알은 체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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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9-0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이 흰죽을 먹듯 맹숭맹숭한 느낌이었거든요.
님의 리뷰로 다시 읽으니,흰 죽을 꼭꼭 씹어먹어야 느낄 수 있는 고소함이 살아나는 것 같은 걸요~^^
아,좋아요.이런 리뷰~

blanca 2010-09-09 22:2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제가 바로 그랬어요. 그런데 안감내랑 이곳 저곳 지명이 바로 연결되니까 갑자기 소설이 확 다르게 다가오더라구요. 어젯밤에 다시 읽은 감상은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다시 읽기도 하나 봐요.

세실 2010-09-09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았어요. 그 연세에도 이런 감성적인 소설을 쓸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죠.
아 그 동네에 사시는군요^*^

blanca 2010-09-09 22:23   좋아요 0 | URL
예...저도 놀랐어요. 바로 그 동네였다니, 이런 깨달음이 어제였다는 사실이 더 놀랍더라구요 ㅋㅋㅋ 제가 지리에 약해서요.

프레이야 2010-09-09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남자네집,에 '안감내'를요?
그걸 다 기억하시는 블랑카님^^
네, 졸업식 때 울었던 기억, 그 학교에 더 있고 싶어 울었던 건 저도 절대로 아니었어요!!

blanca 2010-09-09 22:24   좋아요 0 | URL
고유명사는 다 잊어버리는데 이상하게 안감내만 기억에 콕 박혔다 나오더라구요. 저도 저 문구가 너무 동감갔어요...그래서 작가인가 봐요.

기억의집 2010-09-0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식으로 말하면 개천이죠. 저 어릴 때만 해도 동네마다 개천이 있었어요. 개천에서 뭘하고 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개천길을 따라 물밑을 보며 따라올라갔다 내려왔다 했던 기억이. 저의 언니는 어느 날 개천길가를 따라 걷다가 개천에 빠져 얼굴이 다친적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개천같은 길, 에 대한 추억도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저의 동네랑 참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아요. 차로 한 40분 거리?!

blanca 2010-09-09 22:26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저는 그런 기억이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그건 만들 수도 없는 너무 소중한 것들인데...아이쿵, 언니 큰일 날뻔 하셨네요. 저는 예전에 공중전화박스에 유리로 막힌 줄 알고 바로 아스팔트로 내리꽂은 적이 있어 코에 한 일년은 상처 달고 다녔던 기억이 나요^^ 중랑구 아, 갑자기 무슨 동이었는지가 가물가물..찾아 볼게요^^

비로그인 2010-09-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과 함께 조용히 침묵하며 돌아갑니다.

오늘의 느낌은 그냥 말줄임표로 대신해요. ... 이렇게.

blanca 2010-09-09 22:2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댓글은 항상 의미심장합니다.ㅋㅋㅋ 제가 말줄임표 좋아라 하는데.

yamoo 2010-09-0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구~ 바람결님이 제 댓글을 대신 해 주셨네욤^^ 저는 바람결님 따라쟁이..ㅋㅋ

blanca 2010-09-09 22:26   좋아요 0 | URL
야무님, 따라쟁이란 좋은 겁니다.^^;;

마녀고양이 2010-09-10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으면서 참 신기했겠어요........
그리고 동네 다니면서, 마음이 어쩐지 찡했을거 같다는.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빗소리가 세차네요. 아주 시원한 소리예요.
너무 좋아서,, 창문을 닫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고민 중이예요.

blanca 2010-09-10 21:57   좋아요 0 | URL
마녀 고양이님, 저도 빗소리 좋아서 창문 열어놓고 걸레로 닦고 그래요 ㅋㅋㅋ 다만 빨래가 너무 안말라서 고약한 냄새가 나요. 이 동네 참 신기해요...아이 델구 살기는 불편한데 옛날 그 어떤 분위기가 남아 있어서 괜시리 마음이 끌린답니다.

pjy 2010-09-1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속에 담아두던 지명을 센스있게 잡아내시는 블랑카님! 멋지시군요^^
어제는 퇴근했더니 집안에 빨래가 잔뜩 걸려서 웃었는데요~ 일본식 주점처럼 방문마다ㅋㅋ;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빨래말리기가 참 고역입니다요~

blanca 2010-09-11 21:56   좋아요 0 | URL
빨래. 말도 마세요. 빨래를 하면 하기 전보다 냄새가 더 난다는--;; 이제 비 좀 고만오고 햇볓에 이것저것 다 바짝 널어 말릴 날이 왔음 싶어요.
 
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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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놀라움을 준다. 이 단순한 문장이 사실은 가장 솔직하고 빈번하게 나오기 힘듦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경이로웠다. 이런 것이 소설이다,라고 어설프게 엮은 기존의 빈곤한 인식의 틀을
달려들어 해체해 버린 작품이다. 

일관된 화자 대신 두 사람의 대화로 전개된다. 작가가 친절하고 성가시게 개입하는 대신 오직 두 사람의 말,
그것도 영화 얘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텍스트의 변주가 주다. 아, 맞다. 작가는 각주로 개입한다. 감방 안에서 만난
동성애자와 정치범의 대화에서 기습적으로 삽입되는 동성애에 대한 철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고찰은
그 진지함이 외려 엉뚱한 배경음악 같은 것으로 변환된다. 똥을 싸네, 마네 하는 본능적 대화 밑에서
프로이트의 <다형적 도착증> 같은 것이 진지함을 가장하고 사뭇 언급되는 것은
사실 교묘하게 작가가 화자로서 개입하는 장치로 판명된다. 
그는 짐짓 동성애자에 대한 다양한 시각, 심리학적 생물학적 고찰을 학문적 권위에 기대어 전달해 주는 역할로 만족하는 듯하지만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필연적인 연계가 없어 보이는 각주를 부지런히 덧붙이는 행위는 그 자체로 무언가를
은근하게 조롱하고 빈정거리는 듯한 속내를 흘리는 것 같다. 성적 소수자를 이해해 주려는 듯한 각종 학문적 접근이
그들을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메스로 난도질해 그럴듯하게 도식화한 것에 대한
희화화다. 그러니 각주는 그 내용을 담은 틀이상으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거미여인의 키스>라는 제목은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동성애자 몰리나가 게릴라 활동을 하다 구속된 발렌틴에게
자신이 본 영화 여섯 편을 마치 거미줄을 뜨듯 자신의 삶과 생각, 느낌 등에 엮어 교묘하게 변형, 재창조하여 들려주며
발렌틴에게 접근해 가는 과정의 상징을 지니고 있다. 캣피플, 독일나치선전영화, 좀비 영화 등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문자 텍스트와 영화의 이미지가 혼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결국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사회의 거대 헤게모니의 담론에 좌지우지되는 인간의 본질을 규정짓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마침내 경직된 틀을 해체해 버린다. 성적 기호, 정치적 가치관,  이런 껍질을 벗겨 버리고 나온 속살에 가닿는 작가의
시선은 결국 존재 그 자체를 향한 긍정으로 귀결된다. 이토록 단순하고 이토록 명료한 진실에서 항상 멀어져만 가는
그 비극적 관성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순간 존재가 꽉 차는 환각을 느끼게 된다.  한계를 아는 것은 그래서 마력을 지닌다. 그 한계를 밀고 나가야 할 것 같은  부책감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지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한 작가의 전력을 바탕으로 한 역동적이고 허를 찌르는 전개가 독자를 단숨에 흡입해 버린다. 재미도 있고 깊이도 있는 소설은 기대나 선전만큼 흔하지 않다. 적당한 중량감을 유지하며 책장 넘어가는 속도까지 배려한 듯한 능력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헐리우드에서 브로드웨이에서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연극이 성공을 거둔 저력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고 그런 도식에 의해 잘 짜여진 예의바른 소설에 식상했다면 당장 마누엘 푸익을 접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스피아민트껌을 씹은 기분에 소설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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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피아민트 껌을 씹은 기분'이라니, 너무 멋진 제목이에요!
저는 지금.. 단물 다 빠진 흐물흐물한 껌 씹는 기분이랄까요. [거미 여인의 키스]를 읽어줘야겠군요.

blanca 2010-09-09 12:11   좋아요 0 | URL
만치님...그럼 하루 빨리 이 책을! 저는 나름대로 아주 충격 받았거든요..이 책이 만치님 기분을 마구 띄워 드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 제가 아마존에 주문한 책 11월 달에 온대요. 이럴 수도 있나요?--;;

비로그인 2010-09-0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큼한 제목의 리뷰를 왠지 예전보다 더욱 "주의깊게" 보고 있습니다.
차분한 리뷰 보면서 흠.. blanca님을 알듯 모를듯 아리송송 하네요 ㅋㅋ

blanca 2010-09-09 12:12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아리송송한 좀 더 나아가면 깨는 사람입니다. ㅋㅋㅋ 엉뚱하다는 평을 많이 듣고 살았답니다.^^;; 바람결님이 주의깊게에 따옴표를 다니 갑자기 긴장됩니다.^^;;

프레이야 2010-09-09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이 늘 리뷰 못지않게 흡입력 있다고 생각돼요, 블랑카님.
후레쉬민트 아니고 스피아민트인 거죠? ^^
이 책, 담아만 뒀는데 '소설'을 읽으려는 마음에서라도 해체된 소설을 얼른 읽어줘야겠어요.
늘 좋은 리뷰 감사해요.^^

blanca 2010-09-09 12:1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는 제목 달기가 너무 어려워서 사실 어제도 이 문제로 페이퍼 작성해 보다 관뒀어요. 학창시절부터 글을 쓰는 것보다 제목을 다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이런 저에게 이런 칭찬은 정말 힘이 됩니다.^^

다락방 2010-09-09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인줄 전혀 알지 못하고 읽었거든요. 그런데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영화 얘기를 해줄때, [캣피플] 얘기해주는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너무 좋아가지고 팔짝팔짝 뛰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캣피플]을 알고 있거든요. 봤거든요. 아주아주 인상 깊은 영화였거든요. 아직까지도 어떤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데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그 영화 얘기를 해주더라구요. 뭔가 짜릿했어요!

blanca 2010-09-09 12:1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안그래도 저는 그 영화를 잘 몰라서 넘 아쉬웠더랬는데 그 영화를 알고 읽으신 다락방님의 감상은 도저히 못따라갈 것 같아요.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대충 받아들이는 것은 천양지차일테니까요.

마녀고양이 2010-09-09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리뷰예요.
블랑카님은 정말 나를 지름신으로 이끄는 재주 탁월하네요.
저런 소설인줄 몰랐어요.... 진짜 읽고 싶어지네요.

blanca 2010-09-09 12:1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하루키가 인터뷰에서 언급해서 사실 메모해 두었다 읽게 되었어요. 마녀고양이님도 너무 좋아하실 것 같은데..참, 오늘이 그날이신가요? 광화문연가. 행복한 만남 되시기를. 후기 기다릴게요.^^

양철나무꾼 2010-09-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송병선 님이 어떻게 번역해 내셨을까 궁금했었는데요~
님의 리뷰를 보니,알 것도 같습니다~^^

blanca 2010-09-09 22:2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은 알고 계셨군요...번역에 에로가 참 많았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번역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요즘들어 그 어려움과 기여하는 바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 2010-09-09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가지고 있는데 스파이트민트껌을 꼭 씹어봐야 할 것 같아요^^ 이 소설은 영화도 있고 뮤지컬인가 연극으로도 공연되기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blanca 2010-09-09 22:2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리뷰가 완전 극찬 일색이라 사실 더 망설였는데 참 읽다가 이 작자는 ㅋㅋㅋ 천재구나, 싶더라구요.

기억의집 2010-09-0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고등학교때 스크린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라울 줄리아하고 윌리엄 허트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때만 해도 라울 줄리아는 이 영화로 대박 떳고요. 윌리엄 허트는 그 전에 보디 히트란 영화에 나왔는데, 그 때 그의 연기 정말 맹하니 잘하더라구요. 지금은 거의 기억에 나지 않지만, 이 영화 우리 나라에서 처음엔 상영금지였나 그랬을 거에요. 동성애때문에. 그러고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개방이 많이 되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근데 덧글 읽다가 봤는데, 아마존에 주문 한 책이 그렇게 늦어요? 대체로 한달 안에는 오던데.

blanca 2010-09-09 22:30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저는 모르는 배우인데 재미나요. 그랬군요! 저도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주문한지 열흘 되니까 선적했다고 참 11월달에 도착할 수도 있다는 모 이런 --;; 거 참 카버 단편 하나 읽겠다고 욕 보고 있습니다.ㅋㅋㅋ 와도 사실 완전히 이해할지도 의문이지만. 절판된 책이라 도리가 없더라구요. 빌려서 볼 수도 있겠지만 원어로 도전해 보겠다고 결심한 바가 있어서요.

기억의집 2010-09-1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인터뷰에 꽂혔구나~~ 저도 하루키 인터뷰 읽고 카버를 읽어볼까,하는 중인데.. 하지만 전 지금 미미의 용서의 서도 중간밖에도 못 읽어서....

저 영화 구할 수 있을까요? 저는 라울 줄리아와 윌리엄 허트만으로도 저 영환 멋진 영화에요. 윌리엄 허트의 동성애자의 연기도 새로웠고요. 하여튼 저 영화 나왔을 때 말도 못 하게 떠들썩 했어요. 그 때만 해도 동성애코드가 일반적이지 않았기때문에. 라울 줄리아는 아담스패밀리도 나왔는데... 그 영화 못 보셨나요?

blanca 2010-09-10 21:59   좋아요 0 | URL
아담스패밀리를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아아아...조금씩 생각날 것도 같아요. 하루키.는 부러워요. 여러가지로..담 세상에는 그렇게 살아 보고 싶어요. 이 생과는 다른. 기억의집님 제가 담 세상에 태어나면 살고 싶은 인간형들이 있답니다.ㅋㅋㅋ 일단 남자로 태어나기로 했어요. 지금 읽어도 뭐랄까 급진적인 느낌이 남아 있는 거 보면 그땐 완전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한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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