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가 노벨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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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06 2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축하!
단순한 열정 읽었어요 예전에
블랑카님에게 축하하능 것 같네요
기쁘네요. 아니 에르노 ^^

blanca 2022-10-06 20:13   좋아요 1 | URL
우연히 인터넷 접속했는데 속보 뜨자마자 바로 본 거예요. 왜 내가 신이 나죠? 감사합니다. ^^ 지금까지 다 모르는 작가들이 수상해서 한 치 건너 느낌이었다면 좋아하는 작가가 수상하니 기분이 되게 업되네요.

프레이야 2022-10-06 20:1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블랑카 님 제가 왜 딩가딩가 기쁘죠 ㅎㅎ 속보 알려주셨네요. 저도 방금 확인했어요. 에르노 책 재조명되겠어요. 울엄마랑 동갑 ㅎㅎ 단순한 열정 지금 바로 펴봅니다. 속보 고맙습니다 ~^^

새파랑 2022-10-06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에르노 작가님 축하합니다 ^^

blanca 2022-10-07 08:48   좋아요 1 | URL
한국 독자들의 응원과 성원을 알았으면 좋겠네요.^^

라로 2022-10-07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자의 자리 사놓고 아직 안 읽고 있는데 알라딘 친구들이 많이 읽었다고 올라온 작가라 그런지 반가운 소식이네요!! 블랑카님의 저 한 문장에서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느껴져요!!!👍

blanca 2022-10-07 08:48   좋아요 1 | URL
너무 신기했어요. 지금까지 노벨문학상은 내가 잘 모르는 작가들이어서 그런지 그리 큰 느낌이 없었는데 아니 에르노라는 속보를 보자마자 기분이 정말 너무 좋더라고요.
 

여러 번 서재에서 밝혔던 것 같은데 나는 올리버 색스의 열혈 팬이다. 그의 책을 거의 다 읽었고, 심지어 그의 연인 빌 헤이스의 책까지 다 찾아 읽었다. 올리버 색스의 부모는 모두 의사고 집안의 사돈의 팔촌까지 의사가 하도 많아서 그가 영국에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이름이 뭐냐 물어서 "올리버 색스"라고 이야기하자 대번에 "아, 그 의사들 많은 집안."이라고까지 얘기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미남에 키도 크고 신경과 의사에 뛰어난 필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선망을 샀다. 그런 그가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고 장기간 싱글로 보내는 모습에 대해 사람들은 눈이 높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아무도 그의 실제 성적 지향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죽기 몇 년 전에야 세상을 향해 커밍아웃을 했고 그건 그의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진지하게 사귄 연인 빌 헤이스에 기댄 바가 크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의 진지한 연애는 대학생 때가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성적 지향에 대해 오랜 시간 함구했고 억눌렀다. 비교적 동성애에 관대하고 열린 곳이라 여겨지는 서구권에서도 그런 고백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그의 커밍아웃은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에게 이루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의사 어머니의 반응은 대단히 차가웠다. 심지어,

"너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돼."라고 아들에게 말함으로써 아들이 거의 육십 년 동안 자신의 성정체성을 억압하고 사랑을 포기하게까지 한다. 이 말은 얼마나 사무쳤던지 올리버 색스 노년까지 맴돌았다.


내가 감히 성소수자의 어려움과 소외감에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그게 가능하다면 그건 올리버 색스에 기댄 바가 크다. 백인 남성, 의사, 영국인, 저명한 작가의 타이틀을 가지고도 고백할 수 없었던 자신의 진짜에 대한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그 힘겨움이 전해져 온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외모, 인종, 성별, 직업, 학벌 등 여러 차별과 서열화의 위계가 작동한다. 모든 기준을 충족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어느 누구나 차별 받고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역이 있다. 심지어 여러 부분에서 다층적인 측면에서 약자로 소외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명백하게 드러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노출하는 데에는 대단히 큰 용기가 필요하다. 존재성을 노출하는 데에는 그럼에도 사랑받고 지지 받을 거라는 무한 긍정의 믿음이 필요하고 그건 사소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서열화 본능, 주류에 대한 집착성을 생각한다면 그런 사회가 단기간에 올 것같진 않다.



















"우리 가족은 완전 엉터리였다." 앨리슨 백델의 가족의 남에게 드러난 정상성을 교묘하게 비틀어 고백하는 은밀한 서사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우아한 영어 교사이자 조부 때부터 소유해온 장례식장의 상속자인 아버지, 배우인 어머니들과 두 명의 남동생들. 겉으로 봐서는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다. 아니, 오히려 저마다 예술적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로 이루어진 특별한 가족이다. 어느 누구 하나 약물 중독자도 지속적인 폭력도 일탈도 없다. 


앨리슨의 대학 시절, 아버지의 급작스런 죽음은 사고사 같기도 하고 자살 같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그 이전의 이 가족의 진짜를 이야기하며 아버지의 죽음을 나름대로 애도하는 과정이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어머니는 이혼을 청구했고 앨리슨은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을 한다. 그러나 이 두 일격은 아버지에 대한 진정한 타격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게이였다.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긴 채(아내는 눈치챘다.) 이성애자인 것처럼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은 것이다. 그가 지향했던 그 모든 우아함, 예술, 문학에 대한 사랑과 집착은 세상에 드러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의 뒤안길에 대한 강박적인 보완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앨리슨은 어린 시절 그리 가깝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는 딸에게 거의 무관심했고 때로는 폭력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딸이 성장하며 이 부녀는 놀라운 교감의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아버지는 앨리슨이 남성적인 것에 경도되는 것과 자신이 여성적인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 만나는 지점에 서 있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위대한 개츠비>, <율리시즈>를 현실에 데려와 딸과 만나며 소통한다. 문학의 텍스트를 통해 부녀는 겉으로 차마 드러내어 놓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고백하고 경청하고 공감한다. 그건 다른 형태의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앨리슨은 갑자기 막 웃었지만...(이 대목은 그림을 꼭 같이 봐야 하고 죽음에 대해 일반 사람들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앨리슨 형제들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가족 안에서는 흔히들 치유와 위로와 격려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내가 진정한 내가 되기 가장 어려운 공간일지도 모른다. 거리가 가깝기에 우리는 쉽게 심판하고 단죄한다. 그 사람이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때 분노하고 정상성의 공간으로 억지로 몰아넣는게 때로 부모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때로 "가족 희비극"을 연출하게 된다. 사랑은 그렇게 거짓말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결국 세상에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것을 위한 부모의 욕망을 자녀들에게 투사, 투영한 것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틈새에서 우리는 때로 영혼을 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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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0-06 1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블랑카님의 찐 팬심(?)과 흠모의 마음에는 비하기 어렵겠지만, 제게도 활자로 느꼈던 가장 매력덩어리인 인간 개체가 올리버 색스였던지라 이 글 넘 좋아요.
올리버 색스를 백델의 자전적 그래픽노블과 엮어 써주시다니,와우~^^ 연결이 되네요. 생각 못해봤는데..

올리버 색스가, 커밍하던 날 어머니의 반응이 깊고 깊은 내상을 아들에게 입혔던 것 같아요....앨리슨의 아버지는 솔직히, 호감 들지 않더라고요. 가족을 너무 힘들게 해서

blanca 2022-10-06 13:58   좋아요 1 | URL
앨리슨 아버지는 정말 제가 이때까지 봤던 모든 픽션의 캐릭터들을 다 떠올려봐도 능가할 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특이한 캐릭터인 것 같아요. 나쁜 것 같은데 또 나쁘지만은 않은, 그렇다고 좋은 아빠라기엔 너무 결격 사유가 많은...올리버 색스가 커밍 아웃하는 대목은 정말 눈물 나더라고요. 지금 나는 무척 떨린다, 아마 제 기억으로 이렇게 시작했던 것 같은데...정말 용기를 막 그러모은 느낌.

coolcat329 2022-10-06 1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도 앨리슨 백델의 책 모두 읽어보고 싶네요. 가족...‘진정한 내가 되기 가장 어려운 공간‘ 너무 공감이 갑니다.

blanca 2022-10-06 13:59   좋아요 1 | URL
가족이란...아직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 가족만의 특수한 폐쇄성이 그 가족만의 아늑한 안식처가 되기도 하지만 그게 역설적으로 어마무시한 위협의 공간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책읽는나무 2022-10-06 1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의 <온더무브> 앞부분 조금 읽다 중단했었는데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앨리슨 백델의 이 책도 보관함에 담아 둔지가 오래구요...^^

blanca 2022-10-06 14:00   좋아요 2 | URL
<온더부므> 꼭 다 읽어 보세요. 저는 정말 마지막 장 덮고 뭐라 형언하기 힘든 감동이 몰려오더라고요. 올리버 색스가 정말 작심하고 자기 인생을 언어로 적나라하게 형상화하기로 결심하고 만든 고백서 같았어요. 약물 중독 경험도 정말 놀랐어요. 누구나 자기 인생을 미화하고 합리화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걸 뛰어넘었더라고요.

다락방 2022-10-06 14:36   좋아요 1 | URL
저 올리버 색스 아내 모자.. 그 책만 사두고 안읽었는데 온더무브 읽어봐야겠어요. 불끈.
 

그런 날이 있다. 이 세상 사람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불행한 것 같은,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빈번한 것만 같은...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나온 그 '초콜릿 상자' 같은 인생에서 달콤한 것이 아닌 씁쓸한 맛의 초콜릿만 하필 내가 뽑은 것 같은...


물론 그럴 리 없다. 지금 거리를 걷는 사람들 중 누구라도 한 명 지목하여 그 사람이 '분투하는 것'에 대하여 묻는다면 다들 나름대로의 처절한 대답을 가질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내가 겪는 이 일들이 타인들에 비해 유달리 쉽고 나는 행운아라고 바로 응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진 사람이 있다. 그가 얻어낸 응답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인생의 전장에서 장렬하게 전투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어떤 사람의 짧은 대답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행간에 응축하고 있어 여러 번 곱씹게 된다. 꼭 인류 역사에 대단한 업적을 이루지 못해도 우리가 저마다 살아내는 인생에서는 저마다 고난의 주인공이자 유의미한 승리자다. 




















표지를 장식한 이 화사한 노란 원피스의 할머니는 언뜻 프랑스 파리의 귀부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사진의 주인공은 전쟁의 참화가 벌어지기 전의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할머니다. 처음에는 사진 요청을 거절했다 다른 행인의 열성적인 설득으로 다시 저자 브랜던 스텐턴의 카메라 앞으로 왔단다. 그 설득의 내용이 뭉클하다.


"당신은 이 나라 여자들을 대표해야 하니까 사진 찍는 걸 거절하면 안 돼요'라고 했어요.

'이제 영원으로 가는 거예요!'라고요."

-브랜던 스탠턴 <휴먼스>


아늑하고 아기자기해 보이는 오데사 거리의 저 귀엽고 우아한 할머니는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사진은 물성을 가진 무한체다. 생명이 늙고 꺼져도 사진은 남는다. 전쟁이 벌어지기 전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풍경은 저러했다. 평화, 기대, 사랑, 자유, 우아함을 한데 담은 것 같은 할머니의 표정과 포즈가 지금의 절망적인 상황가 맞물려 한없이 먹먹하다. 


전세계 40여 개국에서 5년 넘게 만난 1만여 명의 사람들은 이 낯선 이방인의 무작위적인 사진과 인터뷰 요청에 의외로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짧은 시간동안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여정과 깨달음을 쏟아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어쩌면 가족과 친구한테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야기들과 표정들이 지면을 뚫고 나와 닿는다. 


내가 겪는 고통과 통과하고 있다고 믿는 어려움이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른 모습과 강도로 나타나고 있다는 앎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떤 남자는 자기 생에서 절대적이었던 아버지의 임종을 어떻게 자신이 감당할지 몰라 헤매고 어떤 아버지는 약물 중독으로 생모와 헤어진 아이에게 잔뜩 기대감을 고취시켜 설레게 만들었다 소개하려던 여자친구과의 뒤늦은 실연을 고백해야 하는 고통으로 고뇌하고 있었다. 중년의 열정적인 커플은 한 사람의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녀가 떠나고 난 후의 삶을 그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겉으로만 보면 그저 평범한 산책자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입을 열자 이런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벤치에 앉아 있던 턱수염이 수북한 중노년의 남자는 현자의 조언을 남겨준다.


"난 모든 걸 깨달았습니다. 그냥 시간이 흐르게 놔두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그럴 일이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잘 되는 일은 없다. 생각을 하는 것보다 우선 살고 볼 일이다.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닐 수 없어 교복 입은 아이들을 부러워했던 파키스탄의 아버지는 딸아이가 하교하기만을 기다린다. 딸아이는 학교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기억해내어 미주알고주알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젊은 아빠에게 이야기해준다. 아버지는 오늘도 그 딸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자신이 살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딸의 존재만으로 그 아버지의 하루는 빛난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 버텨낸 사람들의 눈빛이 아름답다. 젊은이들의 거리인 뉴욕에서 저자가 평생 해로한 아내가 떠난 후 셰익스피의 소네트를 읽던 할아버지의 사진을 찍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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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0-04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싶었는데 블랑카님의 리뷰를 보니까 당장 읽고 싶어져요!!^^

blanca 2022-10-04 18:20   좋아요 0 | URL
너무 좋아서 <휴먼스인뉴욕>도 주문했어요. 사진만 좋은게 아니라 테마별 도입부마다 쓴 저자 글이 어마무시 좋아요. 이 사진작가 뭐지? 하며 찾아보니 삼십 대에 만든 책이라 더 놀랐어요.

scott 2022-10-04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내마음대로 그어 버릴 수 있는 일직선이 아닌 곡선!^^

blanca 2022-10-04 18:21   좋아요 1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위로가 필요합니다. 임윤찬 직관 및 하루키 신간이 큰 위로가 될듯한데 두 가능성 다 요원해 보입니다.

바람돌이 2022-10-04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 노란 옷의 할머니는 이번 전쟁에서 무사하실까하는 생각부터 먼저 드네요.
사실 모든 사람은 다들 자기 삶만큼의 걱정을 다 안고 살아가는거고, 그건 누군가의 고통이나 고민과 비교 불가이지 싶어요. 결국 내가 타인의 고통을 다 알수는 없는거고, 나의 고통은 나에게는 절대적인 것이니까요.
그런 와중에도 또 가끔은 달콤한 초콜릿이 문득 내 앞에 나타나는 날도 있으니 아 이래서 또 사는구나하기도 하잖아요. ^^

blanca 2022-10-05 10:21   좋아요 0 | URL
저도 할머니의 안부가 궁금하더라고요. 오늘 하늘이 눈이 부시네요. 또 이런 하늘을 보며 힘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11-09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blanca 2022-11-09 20:09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덕분에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11-09 1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blanca 2022-11-09 20:09   좋아요 1 | URL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thkang1001님도 행복한 나날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형의 것들 이판사판
고이케 마리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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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게 된 고이케 마리코의 <이형의 것들>은 뚜렷한 색채가 있는 단편집이다. 공포 장르 소설이라기에는 순문학적으로 아름다운 문장들과 더불어 사유의 깊이가 있고 또 순문학으로만 보기에는 죽음의 세계, 영혼, 미스터리적 요소가 수시로 들고 난다. 과학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이 이야기가 가능한가, 의심하며 읽기 시작하면 몰입이 어려운 이야기들이고 그냥 긴장을 풀고 작가가 만든 이야기로 들어가면 몽환적 분위기에 흠뻑 젖어 아름답고 신비롭고 약간 으스스한 고이케 마리코의 세계에 입장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얼굴>은 어머니의 고독사로 뒷정리를 위해 귀향한 화자가 우연히 이형의 가면을 쓴 얼굴을 만나게 됨으로써 과거 그의 가족 내의 갈등, 지금 아내에게 저지른 실수를 환기하게 되는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게 되는 자애로운 어머니 대신 남편의 외도로 인한 고통이 남긴 상흔, 분노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장성한 아들의 현실의 결혼생활에까지 드리우는 그림자는 짙고 중층적이다. 밖으로는 평범하게 보이는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인 일들, 그리고 그것을 겪으며 서로를 때로 타인보다 더 미워하게 되는 일, 거기에 따르는 죄책감은 짧은 <얼굴>에 농축되어 많은 질문거리를 남긴다. 


이계, 죽음의 세계로 넘어간 사람들과의 우연한 스침에 대한 이야기는 <히카게 치과 의원>에서도 계속된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사촌의 집 근처로 잠시 가게 된 화자는 우연히 치과를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치료뿐만이 아닌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과거의 아픔, 상실이 아물게 되고 주인공이 뒤늦게 그 치과에 관련해 알게 된 사연은 사실 예견된 것이었지만 단순히 작가가 이계의 것들과 주인공들과의 조우를 흥미거리가 아니라 이 생을 살아나가는데 어떤 위로, 치유의 역할로 불러왔음을 깨닫게 된다. 삶과 죽음, 현실과 과거는 공존하고 한데 섞인다. 그 모호하고 흐릿한 경계에서 작가는 공력을 발휘해서 독자를 초대한다. 


마지막 작품 <붉은 창>은 마무리로 맞춤한 작품으로 잔영이 길다. 언니의 집에 묵게 된 주인공이 건너편 집에서 누군가의 내연녀로 살다 죽은 젊은 여인의 유령을 본 건 그리고 그녀가 가지는 의미를 깨닫게 된 건 자기 자신의 그림자 같은 삶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안의 그림자, 내 삶의 어두운 절망 지대는 그렇게 내 눈 앞에 하나의 이형의 것들로 화하여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져 간다. 우리는 사랑하는 혹은 미워했던 사람들과 작별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 선을 우리 자신도 넘어가야 한다. <이형의 것들>이 작가가 공포를 의도하고 만든 이야기가 아니듯 우리의 저 너머도 마냥 두렵고 어두운 곳만은 아닐 것이다,라는 믿음을 주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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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9-24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혹적인 단편집 같아요.
블랑카 님 리뷰로 더욱 그런 느낌이 듭니다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이고 정말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살포시 데려갈게요 ~^^

blanca 2022-09-25 08:45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오랜만에 흠뻑 빠져 읽은 단편집이에요.

stella.K 2022-09-24 2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보면서 뭔가 끌린다 싶었는데 블랑카님 이리 쓰시니
정말 읽어보고 싶네요.
아름다운 문장과 사유의 깊이라니. 딱 내 스타일입니다.ㅠ

blanca 2022-09-25 08:46   좋아요 2 | URL
몇 편 안 실려 있어 아쉽더라고요. 너무 아쉬워서 이 작가들 다른 책 찾아보니 대부분 절판...북스피어에서 신간을 낼 예정이라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의집 2022-09-24 2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포라 해서 읽기 주저했는데 블랑카님 말씀대로 문장이 아름다워서 좋았어요. 공포도 이렇게 서정적으로 쓸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blanca 2022-09-25 08:47   좋아요 1 | URL
기억의집님, 저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북스피어 ‘이판사판‘ 시리즈 다 읽어보려고요.

2022-09-30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30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2-10-07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이달상 추카!

장바구니 털러 ~@@@

blanca 2022-10-07 15:03   좋아요 2 | URL
ㅋㅋ 책 구입의 정당화. 어제 민음사 티비 보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10월달 나온다는군요.!

새파랑 2022-10-07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역시나 입니다~!!

blanca 2022-10-07 17:2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thkang1001 2022-10-07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blanca 2022-10-07 17:22   좋아요 1 | URL
thkang1001님도 가을의 멋진 휴가 보내시기를~

mini74 2022-10-07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이 책 재미있겠어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

blanca 2022-10-08 09:45   좋아요 1 | URL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10-07 2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blanca 2022-10-08 09:45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연휴 보내시기를...
 

며칠 전 메일로 내가 원하지도 않은 미국 신용 카드 갱신 소식을 받았다. 역시 어떤 확인 절차도 없이 미국의 옛주소지로 이미 발송했다는 소식.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미국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내가 타국에 있으니 자기 확인 절차도 번거롭고 잘 되지도 않았다. 해지 부서 연결만 거의 몇 번을 실패하고 가까스로 연결되어 내 이름을 묻는 직원들 목소리에는 인사부터 피곤이 가득했다. 거기다 내 이름을 듣는 순간 거의 모두가 잘 안 들린다, 다른 번호로 걸으라며 바로 끊어버리는 것이다. 외국에서 걸려온 어려운 발음의 이름을 가진 사람이 퇴근 시간 가까워서 그것도 안 좋은 발음, 서툰 영어로 카드 해지를 요구하니 그들 입장에서 반가운 전화일 리 없다. 그래도...난 요새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이고 그런 그들의 대처에 충분히 상처 받는다. 


밤 늦게까지 깨어 있다 다시 시도하니 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내가 너무 여러 번 전화해서 이상 움직임이 느껴져 일처리를 해줄 수 없단다....24시간 지나 시도하란다. 이건 또 무슨. 뭐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마침 <콜센터의 말>을 읽고 있던 터라 그냥 조용히 따르기로 했다. 그들도 매뉴얼에 따른 것일 테니. 그걸 두고 내가 뭐라 한다고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미국의 서비스는 대체로 느리고 차갑다. 여기엔 장단이 있다. 고객 입장이 되면 괴롭고 힘들지만, 노동자 입장이 되면 누리는 지위가 있고 이것은 사소한 것이 아니다. 한 마디로 단순히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는 입장이라 해서 직원을 상대로 고객이 쉽게 갑질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왕이다,는 어쩌면 폭력적인 슬로건일 수 있다. 이 표어는 우리를 고객의 위치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지만 많은 경우 누구나 그런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노동자의 입장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 

















일본 여행사의 콜센터에서 일한 한국인 저자의 경험담이다. 일본 콜센터라지만 결국 동양적인 정서를 공유하는 만큼 우리나라 콜센터에서 일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나라 콜센터 직원들은 과도하게 친절하다. 아마 미국의 콜센터처럼 응대했으면 고객들의 민원이 빗발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과연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도한 요구, 때로는 감정의 배설구로 콜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들은 무방비다. 콜센터의 직원도 감정과 인격을 가진 노동자다. 그러나 현실은 조직의 부속품으로 고객의 버퍼존으로 치부되며 끊임없이 붕괴된다. 


이런 이유들로, 무례함을 견디는 일은 상담원의 숙명이다. 다행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경험이 쌓이면 어떤 말을 들어도 침착히 업무를 완수할 내공이 길러진다. 상처에 무디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괜찮다고 착각하는 순간에도 몸과 마음은 착실히 병든다. 작은 물방울이 축적되면 거대한 바위도 뚫듯, 매일 시퍼렇게 날 선 말을 들으면서 멀쩡하기는 힘들다.

-<콜센터의 말> 이예은


우리는 익명의 이들과 하루에도 여러 번 만난다. 무심코 그들에게 하는 행동들, 말들이 작은 물방울들이 되어 서로에게 떨어진다. 이건 사소한 것 같지만 그건 피부를 뚫고 마음을 뚫고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상처는 아물지만 다른 힘든 일이 겹치면 그 상처는 다시 열린다. 그러면 멀쩡하기는 힘들다. 서로가 감정과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의식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다시 돌아와서 그럼에도 여러 겹의 층위가 있는 미국의 콜센터를 상대하는 일은 부담스럽고 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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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9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미쿡 콜센타 직원들 대부분 인도 출신들인데,,,

블랑카님 클 날 뻔했습니다
그쪽 서비스가 울 나라 같이 빠르거나 소비자를 위한게 없거든요

요즘 콜센타 음성은 AI가 ^^

blanca 2022-09-29 15:38   좋아요 1 | URL
진짜 불친절하더라고요. 대부분 인도 출신인지 몰랐어요. 우리나라 서비스가 세계 최고죠. 그런데 그러기 위해 또 서비스노동자들의 감정 노동이 당연시되니 이것 또한 문제고요. 여튼 해결 못했어요. 미국에 와서 해결하라는 식이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