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파 한심도 못 잤는데 목욕하고 나니까 또 안 아퍼. 이상해. 정말 아파야 된다는데. 

재수할 때 나의 생일날 선물로 빨간 장우산을 들고
맞은 편에서 환하게 웃으며 걸어 왔던 친구는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긴가민가했다.  

나는 은근 경험자로서 되도 않는 잘난 척을 시작한다.
규칙적으로 아프냐? 파도처럼 밀려오냐? 

친구는 이것저것 대답하다 갑자기
무서워.... 그런다. 

괜찮다. 너는 내가 볼 때 별로 안 아플 것이다. 

돌아서서 생각하니 이런 궤변도 없다.
기준도 없이 그저 너는 순산할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려 준다. 

그리고 연락이 끊기고 전화를 안 받더니
온 세상이 은세계가 된 오늘
친구는 사내아이를 낳았다. 

정말 아프더라. 둘째는 생각해봐야겠어. 

사락사락 눈 내리는 날 미술 문화센터를 가며
눈덩이 속에서 이리저리 구르며 즐거워하다
아예 자리잡고 눈덩이를 굴리던 나의 아이는
정작 너무 늑장을 부려 목적지는 가지도 못하고
슈퍼에서 사탕 하나를 빨며 다시 귀가했던 분홍공주는 

오늘 잠을 재우는데 "엄마 이거 모가 나와. "
해서 뒤돌아보니 좁쌀 베개를 다 뜯어 좁쌀을 사방에 흩어 놓았다. 

인내를 시험하는 순간. "엄마, 미안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해 놓고는 다시 "엄마, 이거 봐봐. 어떡하지?"해서 돌아보니
화장실 문짝 경첩의 나사를 풀어 놓으셨다. 

온 세상이 하얗게 지워지고 정이는 아이를 낳고
공주님은 좁쌀을 사방에 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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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2-2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친구분 순산 축하드리고요, 오늘과 같은 눈이 많이 내린 날에서 태어나서
그 분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출산이 될거 같네요^^;;
마지막에는 웃었습니다.ㅎㅎ 잘못을 저질러놓고 벌을 면하기위해서
블랑카님에게 온정의(?) 눈빛을 보내는 분홍공주님의 모습을 생각하니 귀여울거 같습니다.^^

blanca 2010-12-29 21:42   좋아요 0 | URL
cyrus님, 감사합니다. 그냥 눈이 펑펑 내리는데 친한 친구가 아이를 낳으니 괜히 기분이 더 좋더라구요. 바로 사과하며 치고 들어오니 야단도 못치고 요새는 그냥 웃고 맙니다.

비로그인 2010-12-2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여자에게 출산은, 비가 오는 날이든, 눈이 내리는 날이든, 아무렇지도 않은 날이든 잊기 힘든 기억일 것입니다. 저는 다 기억해요. 잊는 방법을 잊어버렸습니다. 그 날 걸렸던 붉은색 신호등, 한밤중, 텅 빈 병원 로비, 뒷수습을 하며 간호사들이 하던 이야기까지요.

그렇게 아픈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도중에 했어요. 아프지 않으면, 도저히 창피해서, 알량한 사회적 체면과 위신 때문에 아이를 나는 낳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픈 것이 전부라면 나는 한 다스의 아이를 낳아, 첫째부터 막내까지 줄지어 놓고 도레미 송을 부르게 한 다음 남는 네 명은 방의 사각 네 귀퉁이에 앉히겠습니다. 나는 이제서야 아이를 낳았던 것이, 낳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조금씩 알아가려고 해요. 나의 일상의 틀이 너무나도 단단하고 견고해서, 나는 이것을 애당초에 부술 마음조차 없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 모든 것과는 별개로, 블랑카 님의 아이의 이야기는 참 좋습니다.

blanca 2010-12-29 21:44   좋아요 0 | URL
잊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쥬드님은 밤에 낳으셨군요. 그죠. 솔직히 저는 정말 이렇게 아줌마가 되는 거구나, 싶을 정도로 최소한의 매무새도 챙기도 못하겠더라구요. 너무 아파서 그냥 말도 못하고 벽만 긁었어요. 그럼요. 저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어요. 낳는 건 껌이었구나. 시작도 아니구나. 쥬드님의 댓글을 읽으며 저의 출산 기억과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대하여 다시 진지하게 돌아보게 됩니다. 고마워요.

깐따삐야 2010-12-2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한 생명이 태어났군요. 날이 추운데 엄마도 아가도 모두 건강히 겨울을 나길 바랍니다.

아이는 온종일 엄마의 일거리를 만들면서 배우는 것 같아요. 귀여워라.^^

blanca 2010-12-29 21:46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아기가 정말 한창 귀여울 때였던 것 같은데 저는 그 때도 힘들어서 이쁜지를 모르고 흘려보낸 것들이 많아 참 아쉬워요. 일거리는 정말 탑을 쌓을 만큼 엽기적인 것들이 많답니다. 깐따삐야님 아기보다 조금 더 커서 제 액상 아이라이너로 온 몸과 제 화장대에 그로테스크한 문양을 칠갑해 저를 경악시켰던 기억이 납니다. 본건 있어가지고--;; 눈두덩이가 시커멓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ㅋㅋ

마녀고양이 2010-12-2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분홍공주 이쁘다, 말썽쟁이 이쁜둥이네요.
그리고 친구의 순산 축하드려요.

벌써 10년 전 기억이지만, 다시 아이 낳기 무서워요. 으으... 하두 고생하고 낳아서.

blanca 2010-12-29 21:47   좋아요 0 | URL
마고님 고생 많이 하셨군요. 무섭죠. 정말. 으스스한 그 고통을 어떻게 잊겠어요. 둘째 낳기 전에는 한 달 전부터 잠이 안 왔다던 조리원 엄마 생각이 나네요. 모르고 무서워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고.감사해요. 자꾸 유치워 가면 혼난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그럼 안된다고 원장샘이 미리 경고하시더라구요 ㅋㅋㅋ 엄마들이 다들 그 수법을 쓰는지.

L.SHIN 2010-12-2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여워요. 좁쌀을 사방에 뿌리고,라니.^^
친구분의 출산을 축하드립니다.

blanca 2010-12-29 21:48   좋아요 0 | URL
우아, L.SHIN님이다. 고마워요. 좁쌀을 치울 때는 가슴에서 치미는 게 많답니다.--;;

비로그인 2010-12-31 14:55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좁쌀을 치울 때는 가슴에서 치미는 게 많다는 이 댓글이 난 왜 이렇게 좋은 걸까요? 이상스럽게 운이 맞고, 하필이면 그 대상이 콩도, 쌀도 아닌 좁쌀이라는 게 의미심장하고. 내가 우디 알렌이었으면 이 댓글 하나로도 영화를 찍었을 것을, 너무 평범한 사람이어서 죄송스러울 지경이어요!

순오기 2010-12-30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출산의 고통과 희열.... 하지만 둘쩨 셋째 낳다보니 것도 이력이 붙어요.
셋째는 정말 두 시간만에 퐁~~~~하고 나왔어요.^^
분홍공주가 엄마를 성인의 반열에 들게 하는군요.ㅋㅋ

blanca 2011-01-02 16:30   좋아요 0 | URL
두 시간이라구요? ^^ 이제 정말 힘든 (육체적으로) 시기들은 다 간 것 같아요. 그 만큼 아기였을 때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니 참 모순이지요. 순오기님처럼 어엿하게 다 키우려면 한 참 멀었지만요. 순오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후애(厚愛) 2010-12-3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구분의 출산을 축하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해피 뉴 이어~~~

blanca 2011-01-02 16:31   좋아요 0 | URL
후애님 안그래도 페이퍼 글을 시간이 없어 읽고 댓글을 못 달았는데 몸이 아프셔서 어떡하지요? 새해에는 후애님이 몸과 마음이 다 편안하기를 기원합니다. 멀리서나마 항상 응원할게요.

노이에자이트 2010-12-3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이 가고 있습니다.너무 아쉬워말고 보내줍시다.

blanca 2011-01-02 16:31   좋아요 0 | URL
노자님은 저보다 열 살은 더 먹은 것 같아요 ㅋㅋㅋ 알겠습니다. 명심할게요.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올해부터가 유독 그래요. 노자님 새해에는 건승하세요!

비로그인 2011-01-0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해 제 서재를 자주 찾아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셔서
최소한 혼자 중얼거리는 신세는 면할 수 있었습니다ㅋㅋ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고 평안한 하루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블랑카님의 아름다운 문체도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blanca 2011-01-02 16:33   좋아요 0 | URL
후와님, 에이, 겸손의 말씀을요. 많은 분들이 추천도 하시고 읽기도 하시고 댓글도 다는 후와님의 서재인걸요. 새해의 덕담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기운을 받아 행복하도록 할게요. 후와님도 모든 면에서 다 원하는 성취와 건강, 행복을 맛보시기를 기원합니다.

2011-01-04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4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래저래 계획에 없던 이사를 하느라 각종 문제들이 엉켜 의기소침하다.  

서툴고 만만해 보여 그러는지 다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원칙을 지키지 않고
두루뭉술 넘어가려고 하는 모습들도 화가 난다.
아직도 나는 배우고 무장해야 할 것이 많은 것 같다.
팀원으로 그저 실무적인 문제만 처리하고
의사결정은 모조리 팀장님이 책임지고 해주셨던 과거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있다.
나의 실생활에서의 자잘한 문제들도 자꾸 그런 식으로 결정을 미루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나는 이제 중년이 되어가는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차악을 택하는 것과 연결되는 지점과는 되도록 맞닥뜨리고 싶지 않다. 
체념과도 그만 만나고 싶다.
나이가 들어 정말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이 툭툭 튀어 나왔으면 좋겠다.
살수록 삶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아이의 백설공주 발레복이 너무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산타 할아버지가 조기 택배 발송한 것으로 되버리고 말았다. 
입고 자다 불편한지 울먹여서 벗겨 주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또 사주어야 하는 것인지, 산타할아버지 약발을
이것으로 끝내야 하는지 갈등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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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0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12-21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각해야 하는 글이 이렇게 멋지면 어떡하라구요~
나이가 들어 정말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이 툭툭 튀어 나왔으면 좋겠다.
살수록 삶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근데,우리의 그 부족한 부분들을 우리의 아이들이 채워주니까요.
아직까지 산타할아버지가 있는 걸 믿는 공주님까지 말이죠~^^

blanca 2010-12-21 21:4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제가 좀 올해가 과도기인 것 같아요. 자꾸 나이먹는다는 것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도 결국 미성숙한 일인 것 같아요. 저 요즘에 자꾸 산타할아버지를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 믿었던 제 모습과는 달리 아이가 올해가 마지막으로 산타 할아버지를 믿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 자꾸 말 안 들으면 할아버지 선물 안 주신다,를 남발하니까 그 얘기 할 때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더라구요 ㅋㅋ

섬사이 2010-12-2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저희 꼬맹이도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시면 어쩌지?'하면서
걱정하다 어린이집에 갔어요.
요즘 자기가 좀 울었다나요?
크리스마스마다 아이 선물 때문에 007작전 버금가게 선물 준비를 하게 되죠?
택배가 아이 없을 때 눈치껏 도착해야 하는데 어긋나면 참 난감해요.
산타할아버지의 조기 택배 발송이라, 순발력 있게 잘 대처하셨네요.

저도 살수록 삶이 더 좋아지고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이 툭툭 튀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제발...^^

blanca 2010-12-21 21:45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꼬맹이 넘 귀여워요. 좀 울었다구요^^;;; 완전 어긋났어요. 눈치도 없이 바로 뛰어 나와서 내 꺼야? 이러는데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기도 뭣하고. 사실 제가 찔려서 그냥 풀러 줬어요 ㅋㅋㅋ 섬사이님 꼬맹이는 어떤 선물을 기대하고 있을지 또 받을지 궁금하네요^^

마녀고양이 2010-12-2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코알라에게 말하길,
요즘 산타 할버지는 택배 아찌를 닮았어~ 라고 했어염. ^^
바빠서 일찍도 오네.. 이렇게도 얘기해줘뜸. 으하하.

blanca 2010-12-21 21:45   좋아요 0 | URL
마고님 ㅋㅋㅋㅋ 코알라 아가씨는 이제 산타 안 믿죠? 크리스마스 선물은 준비하셨나요?

꿈꾸는섬 2010-12-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설공주 발레복, 너무 예쁘겠어요. 핑크 공주님 정말 많이 좋아했겠네요.
전 어제 토이저러스가서 큰애 로봇이랑 작은애 악세사리 패션가방 사왔어요.

blanca 2010-12-21 21:46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토이저러스 가셨어요? 로봇이랑 가방. 따악 맞춤하게 잘 사셨네요. 발레복은 나비 날개처럼 이쁘긴 한데 커서 어깨가 자꾸 내려가 버리네요. 유치원 가면 발레도 못 다닐 것 같아서 좀 아깝기는 해요^^;;

꿈꾸는섬 2010-12-24 01:25   좋아요 0 | URL
유치원에서 특기 수업으로 발레 하지 않나요? 우리 애들 다니는 유치원은 일주일에 한번 해요. 여자 아이들도 바글바글하대요. 그래서 두번으로 늘었다죠.

blanca 2010-12-24 22:49   좋아요 0 | URL
안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쉬워요--;; 두 번이라니 참 부러워요!

cyrus 2010-12-2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만약에 제가 아이를 가진 부모였으면 블랑카님처럼
난감했었을 겁니다. 발레복을 입은 채 잠을 자는 아이 모습이 상상되니
귀여울거 같습니다.^^

blanca 2010-12-21 21:47   좋아요 0 | URL
cyrus님 ㅋㅋ 진짜 완전 난감해요. 자는 모습만큼은 진짜 이쁘답니다. 낮에 맘에 드는 것들은 꼬옥 걸치고 입고 들고 불편하게 잔답니다.

비로그인 2010-12-2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사가셔야 하는 blanca님 생각하면 좀 서글픈데, 따님 말투랑 동작들 상상하니 막 재밌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1달, 좀 내 보이기 부끄러운 것들도 있지만 뭔가 blanca님이 같이 걸어주신 계단의 기록을 마무리 할 시점과 비슷할 것 같네요 ~ 오늘은 좀 나긋한 저녁 되시길 빌겠습니다.

blanca 2010-12-21 21:5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안그래도 그 문제는 항상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그러네요. 어떤 마무리일까요? 노트일까요? ^^ 오늘은 정말 좀 나긋해졌어요. 고마워요^^

후애(厚愛) 2010-12-23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는 정말 싫어요.
이곳으로 이사올 때 정말 좋았는데... 조용하고.. 그랬는데 전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다른 사람들이 이사를 왔는데 아래층과 옆집 너무 시끄럽게 해서 속상해 죽겠어요.
그런데 이사는 정말 못하겠어요..

blanca 2010-12-23 23:03   좋아요 0 | URL
후애님, 저도 그 번거로움, 추위를 생각하면 정말 걱정이랍니다. 그래도 지금 사는 곳은 언덕이라 다리가 너무 아파서 갈 곳이 평지라는 데에 위안을 얻고 있답니다.
 

07년 12월생을 낳은 죄과를 치르고 있다.  

일단 07년은 황금돼지의 해라고 해서 엄청난 베이비붐이 일었던 해였다.
게다가 12월생이라니.
아이를 가지고 낳는 일은 키우는 일만큼이나 계획과 무관하게 벌어진다.
나의 노력은 너무나 늦은 결실을 맺었기에 황금돼지띠의 아이를 낳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제 그 전장에 발을 들여놓는다.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다 줄을 서야 한다.
보내고 싶었던 몬테소리 교육 유치원(공부를 거의 안시킴)은
로또 번호 추첨처럼 엄마들이 공을 가지고 추첨을 한단다.
12월 1일, 침상에서 미역국 먹고
아이를 낳았음에도 꺼지지 않은 배(낳으면 바로 홀쭉해지는 줄 알았다)를 보고
놀라워했던 바로 그 날
나는 집근처 언덕 위에 그곳으로 공을 잡으러 간다. 제발. 

올 한 해 원했던 일들은 거개가 좌절되었드랬다. 
그러니 행운의 공이라도 연말에 움켜쥘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손씻는 물을 마시는 물인줄 알고 들이켰던 거지 소년 얘기와
들이붓는 믹스를 제발 끊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주문한 커피원두를 기다리며
남자들이 다 영의정 신발이라고 왜 신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는 어그 부츠를 검색질하며  

그 유치원의 재가를 기다린다. 들어옵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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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11-22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유치원 추첨일이 얼마남지 않았군요. 올해는 부디 성공하시길~~~~~~~~~
어그부츠 정말 따뜻하더라구요. 전 어그부추에 어울리는 스키니진을 사려고 합니다. 쿄쿄쿄

blanca 2010-11-23 22:56   좋아요 0 | URL
세실님, 제 어그가 오는 중입니다. ㅋㅋㅋ 괜시리 설레네요. 어그에는 스키니진이 최고지요. 오늘 탐방을 갔는데 경쟁률이 엽기적이던걸요. 아이는 유치원 맘에 든다고 벌써 갈 준비하고...제 대입때보다 더 떨릴 것 같아요.

하이드 2010-11-22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77년 엄청 베이비붐이었던 시절을 살았고, 살고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에 의하면, 77년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이미 손해.. 라는 거겠죠.

그나저나 유치원 줄세우기..같은건 드라마에나 나오는 줄 아는 주변에 어린이라고는 없는 환경에 사는 저인데,그게 요즘 어린이(..라는 말을 쓰면서 복잡한 마음이 드네요;;) 들의 현실(..여기서도 또 한 번 복잡한 마음..) 인거죠?

blanca 2010-11-23 22:58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77년에 태어나 07년생을 낳은 저를 두 번 좌절시키는 얘기이군요--;; 맞아요, 생각났어요.우리 초등학교 1학년 때 이부제였잖아요. 오전반, 오후반. 지금 생각하니 희극이네요. 아웃라이어 안 읽어 봤는데 생각난 김에 주문하고 읽어보며 자학좀 해봐야 겠습니다.^^;; 저도 제가 이런 어린이의 보호자가 될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인생은 반전 투성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난 김에 이쁜 꽃집 언니 될 수 있어요!!! 그럼요, 하이드님 정도면...

프레이야 2010-11-2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하시는 유치원 당첨 잘 되길 빌어요.
꺼지지 않는 배,에서 그만 ㅋㅋㅋㅋㅋ
저도 첫애 낳고 한동안 그렇더라구요. ㅎㅎㅎ

blanca 2010-11-23 23:00   좋아요 0 | URL
프야님, 저 애 낳은 당일날 아직 애 하나 더 배에 있냐는 말 들었잖아요. 산모한테 너무 가혹한 얘기 아닌가요?==;; 유치원은 오늘 구경 가보니 더 초조합니다. 남들이 가고 싶어하니 저도 부화뇌동하여 그 자유롭고 이쁜 분위기가 참 맘에 들더라구요. 천주교 재단의 자유롭게 뛰어노는 그런 곳이거든요..

후애(厚愛) 2010-11-23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심히 빌어 드릴께요.^^

blanca 2010-11-23 23:00   좋아요 0 | URL
후애님 너무 감사해요. 왠지 좋은 예감이 드는걸요^^

양철나무꾼 2010-11-2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가를 기다린다,전 사직서 쓸 때 나오는 단어인 줄 알았어요,ㅋ~.

전 커피 당분간 끊었어요.믹스고 원두고...
대신 보리차 끓어 보온병에 담아갔고 나왔는데...아무 맛 없어요~ㅠ.ㅠ


blanca 2010-11-23 23:0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커피를 끊으셨다구요? 제가 세상 제일 대단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바로 커피를 끊었다는 이들이랍니다. 저는 아이를 가진 한 아홉 달 동안만 참았다가 모유수유할때도 열폭하여 두 잔씩 마셨더랬어요. 보리차도 뜨겁게 마시면 구수하긴 한데 커피만 하지는 않은데..(염장모드입니다.ㅋㅋㅋ) 그래도 저도 또 시도해 보려고 해요...재가를 기다린다,,사직서에 쓰는 용어군요 ㅋㅋ

stella.K 2010-11-2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다 원하는대로 된 건 없네요.
우리네 인생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 안 되는 것 중에 하나 어쩌다 돼면 기분 좋아 어깨를 으쓱이곤 하죠.
12월부터 시작해서 블랑카님 좋은 일 많이 생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blanca 2010-11-23 23:03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저는 사실 인생 전체로 봐서 원하는 고대로 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지나서 돌아보면 다 납득할 만한 결과였지만...스텔라님이랑 저랑 내년에는 소망한 바 다 이루자구요!

비로그인 2010-11-2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 인생은 완벽하게 제 뒷통수를 후려칩니다. 이정도면 한때 유행했던 빡치기 수준이에요. 그런 다음 살랑살랑, `그래도 이거 하나 보고 살아, 응?' 하는 꼴이라니!
모쪼록 꼭 운명의 수레바퀴를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행운이라니요, 그런 건 없습니다. 단지 운명이 있을 뿐이죠. 그리고 저는, 그 운명이 blanca님이 원하는 그것이기를 간절히 함께 바랍니다. 행운보다 운명이 강할 테니까요!

blanca 2010-11-23 23:05   좋아요 0 | URL
쥬드님, 운명....그런 걸까요? 저는 아직도 행운을 포기 못하나 봐요. 저한테 행운이 너무 인색해서요. 운명의 수레바퀴. 쥬드님의 언어들은 어떻게 하나 하나가 이렇게도 의미심장할까요...인생에 있어서는 저보다 선배이신 것 같아요.

저의 운명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반딧불이 2010-11-2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시대 책을 읽다보니 저는 '재가'를 재혼하는 의미로 읽어버렸네요.~
'행운의 공'을 위해 '올 한해 원했던 일들이 좌절'되었던거라 믿습니다. 좋은 결과가 블라카님에게 환한 미소를 전해주기를....

blanca 2010-11-23 23:07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재혼^^;;저의 재가라는 표현이 적절하게 쓰인 것 같진 않아요. 임금님의 허락을 유치원 입소에 비유하는 건 아귀가 꼭 맞는 비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덕분에 사전도 찾아보고 감사합니다. 행운의 공을 위한 좌절들, 이 표현 너무 좋고 가슴에 코옥 박히네요. 그럴래요. 그렇게 생각할래요.^^

루체오페르 2010-11-24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에게 좋은 결과 원하는 결과 있길 바랍니다!

저는 어그가 따뜻할거 같아 호기심은 가는데 남자는 어그 안신는거야...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도전 못하고 있습니다ㅋㅋ;

blanca 2010-11-24 22:28   좋아요 0 | URL
루체오페르님, 감사합니다. 요새 남자도 어그 신는 경우가 있다곤 하더라구요 ㅋㅋㅋ 용기가 필요하긴 할 것 같아요^^;; 사실 인식이 그런 거지 남자분들이 더 잘 어울릴 것도 같아요.

비로그인 2010-11-2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꺼지지 않는 배를 계속 유지하며 셋째까정 낳고나니까...이것이 없어지진 않고 중력을 못이겨 밑으로 쳐집디다~~ㅠ
엄마는 슬퍼요~~
유치원의 재가를 기다리는 그 마음...
블랑카님에게 꼭 좋은 소식이 올거라고 믿씨미다~~!!!!

blanca 2010-11-24 22:29   좋아요 0 | URL
마기님, 저도 꺼지고 다시 부르고 꺼지고 다시 부르고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완전히 꺼지기 전에 다 불려서(이게 무슨 소리인지) 끝내고 난 다음 화끈하게 꺼지게 하는 플랜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벌써 쳐지고 있답니다.--;; 쓰다 보니 또 슬퍼지네요.

2010-11-24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4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4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4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0-11-24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대한민국 어린이의 수가 적어서 유치원이 문 닫을 정도로 인구 문제가 심각했다고 들었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군요. 좋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들어가려고 수많은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줄을 서고 있었군요. 몬테소리,, 이름만 들어도 참 좋은 곳이죠. 어렸을 때 몬테소리 장난감 가지고
논게 생각이 나네요. 정말 블랑카님과 애기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랍니다.^^

blanca 2010-11-24 22:33   좋아요 0 | URL
cyrus님, 2007년에 반짝 출산붐이 일어서 아이들이 대박으로 많아졌답니다. 유치원도 놀랠 정도로 아이들이 갑자기 늘어나서...몬테소리 장난감 가지고 노셨어요? 저는 미술학원 잠깐 다니다 초등학교 입학해서 참 서운했던 기억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10-11-28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따님 유치원에 가면 사진도 찍고, 바욜린도 배우시고, 등등..
뭔가 blanca님만의 시간이 "그래도" 쪼끔 더 생기지 않으실까요? ㅎ

얼마전 퇴근길, 2호선에서 제 나이 또래의 어떤 분이 4-5세 되는 딸과 함께 나들이를 나왔더라고요. 유모차를 끌고 나왔는데 호기심 많은 소녀께서 이리저리 정신없게 하느라 유모차가 뒹굴. 앞에 있던 제가 잡아 드렸죠 ㅋ

그때 blanca님 생각나면서 왜그리 웃음이 나던지욥 ^^

blanca 2010-11-29 22:0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같은 배려와 도움이 아기 엄마들한테는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재작년인가 낑낑대며 유모차를 둔덕 위로 못 넘겨기고 있는데 저 멀리서 달려와 도와주신 분 생각이 나네요. 바람결님은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아요^^

날씨는 춥고 하늘은 너무 파랗고 나이는 또 한 살 더 먹고 이래저래 싱숭생숭한 하루입니다...바람결님은 어떻게 한 주를 출발하셨는지 궁금하네요...

2010-11-30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30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터치폰의 최대 단점은 한 방에 훅간다는 것이다,라고 쓰고 싶었다. '한 방에 훅간다'는 표현을 정말이지 써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예기치 않게 전화를 걸면 안되는 사람(오 년동안 연락 한 번 없었던 사람, 전직장의 상사 같은)의 전화번호에 살짝 집게 손가락이 닿아 그 사람과 수인사를 나누고 되게 말아버리는 상황 같은 것이 생긴다. 통화음이 가기 시작하면 더욱더 정신이 없어져 종료 버튼을 어떻게 활성화시켜야하는 지 같은단순한 매뉴얼도 머얼리 떠나 버린다. 다른 사람이 구경좀 하자고 가져갔다 벌어지는 사단도 꼭 이런 것들이다. 왜 나쁜 예감은 틀리지를 않나. 그 사람은 이리저리 구경하다 또 통화 버튼을 스치고 만다. 이 정도면 가히 미칠 지경이다. 화도 못 내고. 발신음이 두 번 가는 동안 상대의 기지국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읽고 마음대로 종료시켜 버린다. 설마 부재중 통화가 뜨지는 않았을 거야,라고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알 도리는 없다.  

이래저래 화가 나서 끓여 먹은 라면 세 젓가락에 가열차에 깨서 울어대는 아이 소리. 가까스로 다독여 놓고 나오니 밤 열 시 반에 갑자기 벨 눌러 주시는 택배 기사님. 이 책을 가지고.  괜시리 겁나 양 다리를 쫘악 늘여 여차하면 튈 기세로(아이를 나두고?)  받아들고 제목을 읽으니 더욱더 우울해진다.

김훈도 공지영도 신간을 내고 께작께작 읽는 하루키의 <먼 북소리>도 나쁘지 않은데 갑자기 책이 너무 많고 건성으로 너무 많이 읽었다,는 우울한 자각이 엄습한다. 11월인 게다. 올해도 나는 누구 엄마로 그것도 그다지 최선을 다하지 못한 엄마로 한 해를 보내고 만다. 잘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오리무중이다. 열심히 정성스럽게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고 싶은데 방법도 방향도 모르겠다. 되지 않을 꿈을 꾸는 일도 피곤하고 그렇다고 다 포기하고 손 놓자니 사는 것 같잖고 정작 가장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소소한 재미들도 다 값없게 느껴지고 다만 카푸치노에 계피가루 뿌려 먹는 게 맛있다는 것만 알았고. 포도농사와 사과농사가 풍작이라 맛있다는 것밖에 모르겠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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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0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제 고민을 소소하게 들어주고, 꼭 해야 할 말, 내가 꼭 기다리는 말을 잘 표현해 주는 진중한 사람이요.

새벽 세 시에 전화가 오지 뭡니까. 받아봤더니 어떤 낯선 나라의 지하철 소리가 들렸어요. 아무리 귀를 쫑긋, 해봐도 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지하철 소리요. 낯선 나라에 삽니다. 그래서 그 아름다운 지하철 소리를 감상했어요. 네가 모르는 일 분간, 나는 너와 함께 있다, 라고 살짝 이야기하면서요.

새벽 세 시에 깬 잠은 다시 쉽게 들지 않는 법이지요.

blanca 2010-11-03 13:28   좋아요 0 | URL
지하철소리...쥬드님 그 전환 실수가 아닌 표현일 것 같아요. 너 듣고 있지? 나 여기 있어. 널 생각하며...

마녀고양이 2010-11-0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웃느라. 미안.

1. 한방에 훅간다는 표현 너무 잼나죠? 이리저리 쓸 수 있는 정~말 쓸모있는 표현!
2.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샀어요? 나두 사놨는뎅, 아직 못 읽었어요.
지금 충분히 블랑카님 잘 하고 계시는데요, 분홍공주님 아직 어린데, 그 시간을 타서
많은 책들을 읽으시잖아요. 안 그래도 어제 지인과 블랑카님 리뷰는 나이(?)보다 더욱
깊이가 느껴져서 좋다, 그런 글 표현 재능은 타고나야 한다 부럽다.. 이런 얘기했는걸!

오늘 좋은 일 가득 생길거예요!

blanca 2010-11-03 13:30   좋아요 0 | URL
마고님 따라한거잖아요 ㅋㅋ 고마워요. 정말.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프레이야 2010-11-0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블랑카님이 무지하게 화가 났군요.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어요.
화를 안 내는 것보다 내는 게 좋대요. 그러나 5분이상 화를 내고 있으면 내탓이라네요.
화를 내고 다스릴 줄 알아라는 말인데 블랑카님은 이런 멋지고 귀여운 글로 이미 잘 다스리고 있네요.
역시 사랑스러운 블랑카님.^^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에게 우리 이렇게 말해주자구요, 정말.
너 그러다 한방에 훅 간다!! ㅎㅎㅎ

근데 왜 이런 글에 추천 세 번 안 눌러지는거얌 ㅋㅋ
화풀리라고 기합 대신 세 번 누르고 싶은데..
아니 이미 풀리신 거죠?^^

blanca 2010-11-03 13:32   좋아요 0 | URL
프야님이 주신. 에너지가 왔어요. 기분이 나아진 이유가 있었군요! 화도 나구 자학도 하고 그랬거든요--;;

like 2010-11-0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들수록 시간이 빨리간다는 내용 졸업학기 교양 심리학 강의에서 들었는데, 아예 책 한권으로 나오는 군요.(살 날도 줄어가는데 시간마저 빨리 가는것처럼 인식된다며 씁쓸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원인은 잊어버렸네요~)

아직 계피가루 뿌려먹는 카푸치노맛은 잘 모르겠지만,오늘 우유거품 잘내는 비법을 조금 알게됬다는...

blanca 2010-11-03 20:45   좋아요 0 | URL
아, 이런 강의를 들으셨어요? 카푸치노는 사먹는 카푸치노요^^;; 집에서 핸드드립해 먹다 넘 맛이 없어서 어쩌다 한 번씩 사먹고 있어요. like님은 우유거품까지 내실 수 있어요? 우아!

비로그인 2010-11-0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에는 매일이 새로운데, 나이가 먹으면 매일이 똑같아서.
그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는 내가 마치 시계의 톱니, 아니 톱니를 잘 돌아가게 하는 흔해빠진 윤활유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들때가 종종 있습니다.

blanca님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적당한 온도의 빈 방에, 약간의 먹을거리와 함께 나 홀로 있을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잠시 책등이 다 휘어진 버지니아 울프의 자서전을 손에 들어 봅니다. 좁은 방이지만 방을 거닐고 있는 시간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않는, 딱 적당한 속도와 적당한 걸음걸이의 문장들이네요.

일상에서 blanca님의 속도에 맞는 뭔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시길요 ^^

blanca 2010-11-04 12:58   좋아요 0 | URL
아, 바람결님! 저 안그래도 버지니아 울프의 자서전에 관심이 있었어요. 나이가 먹으면 매일이 똑같다 는 말 동감가면서도 참 서글퍼져요. 저는 중년 이후에 더 재미있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너무 큰 꿈일까요? 바람결님, 그럼요. 무언가를 원할 때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는 그 평범한 여건이 때로는 참 큰 행복이자 사치일 수 있어요. 아이를 낳고 정말 여실히 느꼈답니다...

2010-11-03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4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1-0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좋아요. 삼년 전쯤 읽고 정말 좋아했던 책입니다.
그런데요, 전 지금 시간이 안가서 미칠 지경이에요. 그러면서 시간 가는 게 또 너무 아까워요.
상대적으로 젊은 내 시간이 가는 게 슬퍼요.

blanca 2010-11-04 13:02   좋아요 0 | URL
쥬드님....저는요. 시간이 안가서 미친다,는 말 너무 슬퍼요. 그 느낌을 알아요. 경우도 달랐지만. 쥬드님 맞아요. 소중하고 이쁜 시간들이 흐르면서 정말 가야 하는 시간은 고여 있는 느낌. 쥬드님을 안아드리고 싶네요....

비로그인 2010-11-05 15:28   좋아요 0 | URL
조금이라도 젊을 때, 일도 더 많이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사랑도 더 하고 싶어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이런 일들 없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다리는 일들은 더디게 드문드문 찾아오죠.
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알아 주시는 블랑카 님. 고마워요. 이런 종류의 의사소통은, 어긋나면 그걸로 끝이고 어긋남의 유무를 바로 알아챌 수 있는데 블랑카 님은 늘 제가 앞뒤를 뭉텅 잘라먹고 말해도 귀신같이 알아내어 주시곤 해요.
 

저 이거 통화음이 너무 안들리는데... 아무래도 이상해요.

오후 일곱 시 안에 하자가 발견될 경우 대리점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 나는 핸드폰을 들고 숨이 턱에 받치게 뛰어 들어갔다. 남편과 바꿔가며 통화하면서 역시 너무 안들린다고 무언가 심히 이상하다고 결론내리고 근처 중국집에서 뛰어 나온 참이었다. 

... 

대리점 안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었다. 행여 기스라도 날까 보호비닐을 하나도 안 걷어내고 들고 있는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며 얘기한다. 그걸 띠셔야지요, 당연히 안들리죠. 하하하. 안녕히 가세요. 

참으로 무안하게 다시 그 분을 모시고 나왔다.   

얼리 어답터인 척 하고 싶은 욕망과 때맞춰 꼴딱꼴딱 용케도 사망해 주신 핸드폰 덕에 아이폰4를 맞춤하게 손에 넣게 되었다. 기계를 나의 손가락의 지문으로 흔들어 깨우고 함께 속살거리고 내킬 때는 재워 버리고 하는 이 짓에 심하게 중독되고 있다. 딱딱하고 차가운 액정을 나의 체온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 모순과 이 부조화가 왜 사람들을 그렇게 열광시키는 지 알것 같다. 터치 입력에 익숙치 않아 교보문고 도서검색대에서 몇 번이나 말도 안되는 오타를 내다 좌절하고 물러섰던 기억들은 저만치 쫓아 보내고 걸핏하면 꺼내 들고 흔들고 터치한다. 물신주의라는 말을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아이폰은 마치 욕망의 가장 집적된 현현 같다. 눈 앞에 내 욕망을 꺼내 놓고 만지는 이 기괴하고 음란한 행위라니. 

  

 

 

 

 

 

 

  

탁 트인 거칠 것 없는 무엇 하나 거리낄 것 없는 구름을 마구 휘저허 풀어 헤친 것 같은 성곽이 담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나는 바보처럼 끈질기게 아이폰을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슬펐다. 저 하늘을, 저 구름을, 그리고 그것들을 담아 낸 성곽만으로 충분해야 했다. 무엇 하나에 온전하게 몸을 담글 수 없고 어딘가 한 구석에는 꼭 물려 있어야 하는 나의 결핍과 열등감이 느껴졌다. 무언가에 쉽게 빠져들고 중독된다는 것은 그 만큼 허한 구석이 많다는 얘기다. 충만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에든 쉽게 젖어들어 버린다. 

손가락으로는 돌을 만지고 하늘을 가리키는 것이 낫다. 차갑고 딱딱한 기계에 하염없이 나의 지문을 부비며 뭐라도 되는 냥 착각하고 집착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신기하면서도 조금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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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9-2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구는 기구일뿐이죠. ... 돈은 돈일뿐이지만, 목적과 수단이 헷갈리는 세상이다보니

blanca 2010-09-26 23:27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근데 이게 한시적 현상일 것은 같은데 지금 가치가 완전히 전도되었어요. 구입한 당일 눈이 벌개져서 종일토록 보고 이튿날인 오늘은 좀 낫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무언가 몽롱하게 끌려 다니고 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9-2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아이폰 장만하셨군요?
어짜피 아이 때문에 바깥 생활이나 컴터 생활도 만만치 않으니,
당분간 손바닥 위안을 갖는 것도 괜찮을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블랑카님이 거기에 폐인이 될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을 뿐더러
한동안 즐길만큼 즐기시면, 다시 하늘 보기로 돌아오실거라 믿어여~ ^^

아이폰 익숙해지면, 나중에 저도 갈켜주세여.

blanca 2010-09-26 23:28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 폐인 되었어요.--;; 이게 바깥 생활이 자유롭지 못하니 그 중독성이 더 심하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긴 한데. 손바닥 위안 정말 맞아요^^

비로그인 2010-09-26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폰..장만하셨군요.

요즘 밖을 나가보면 빠르게 널리 널리 퍼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또 그만큼 뭔가 경계가 생기는 것 같아서 좀 섧기도 해요. 저는요.


blanca 2010-09-26 23:29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저도 섧어서 또 핸드폰이 아주 맞춤하게 고장이 나 주는 바람에 이래저래. 근데 말이에요. 이것을 손에 넣으면 사람 간의 관계는 더욱더 멀어져만 가는 것 같아요. 심지어 두 사람이 마주보고 각자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풍경도 흔하더라구요.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러니 서러워 마세요.

비로그인 2010-09-2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슉슉 넘어가는 그 맛이 죽이던데...
블랑카님이 그러기야 하겠어요?
푸히히~~난 부러울 따름~~

blanca 2010-09-26 23:30   좋아요 0 | URL
슉슉 ㅋㅋㅋ 마기님 메텔 모습 넘 잘 어울려요. 아이도 터치 시작하면서 슉슉 자기 사진 넘기더라구요 ㅋㅋㅋ

세실 2010-09-2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폰에 중독될 수 있는 열정이 부러운걸요.
나도 아이폰에 중독될 수 있을까?
전 그저 문자를 보낼 수 있는것으로 만족하는 슬픈 40대.
잠시 그럴거예요^*^

blanca 2010-09-26 23:31   좋아요 0 | URL
에이. 세실님, 저도 기계치여요. 얼리어답터와 완전 거리 멀구요. 그런데 그런 유형이 더 위험하답니다. 완전 중독되요. 잠시 그래야 할텐데요. 그러리라 믿어요^^

2010-09-26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6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0-09-2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호비닐과 통화불량, 그거 무슨 말인지 알아요, 하핫 --;; 저는 케이스랑 새로 보호비닐사느라 거금을 지출한 데다가 어플도 몇 개... (학생들이 덥썩 살 것은 못 된다고 봐요)
저는 막 책까지 사서 공부중이랍니다. 실내에서 너무 데이터를 많이 쓰게 되서 아이밸류요금제로 바꿨구요, 아이폰이랑 노는 것은 재미있는데, 생각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 군요. 충전도 아주 자주해야 되고, 어플값도 이것저것 하면 꽤 비싸고 통화품질이 더 좋은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재미있는 놀이기계 하나 장만했다고 (돈을 많이 잡아먹는) 생각중이예요.

blanca 2010-09-26 23:33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도 ㅋㅋㅋ 저도 핑크 케이스 주문중입니다.^^;; 어플은 무료로만. 와이파이 안뜨면 절대 안쓰려고 하는데 그게 참 뜻대로 안되더라구요. 저도 장난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순오기 2010-09-27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일이든 열정을 갖는 나이라는 건 좋지요~
그런 열정조차 시들어버리는 나이대도 있으니까요.
고급 장난감 장만을 축하해요!!

blanca 2010-09-27 13:4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감사합니다. 장난감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열정을 갖는 나이. 잠깐 생각하게 되어요.

양철나무꾼 2010-09-27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가을 하늘이 참 좋군요.
아이폰으로 누구나 저정도 담아낼 수 있는 하늘이라면,
저도 아이폰을 함 장만해 볼까요?

blanca 2010-09-27 13:43   좋아요 0 | URL
양청나무꾼님! 저 사진은 제 디카로^^;; 아이폰 사진 찍는 기능은 원래 가지고 있던 폰보다야 훨 낫지만 그래도 아직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함 장만해 보세요. 업무가 당분간은 마비될지도 몰라요^^;;

기억의집 2010-09-2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폰 장만했군요. 좋겠다. 저는 연아폰인데..거의 바보폰 수준이라서 상대하고 싶지 않지만 1년 더 가지고 있어야해요. 1년 후에 저도 스~~마트폰 장만할 거에요.손안의 놀이터라고 하던데...님도 그렇군요.

blanca 2010-09-29 22:29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꽤 재미있어요. 또다른 중독의 세계가 열린답니다. 다만 눈이 너무 피로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