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참나물을 데쳤는데 기대했던 쌉싸래한 고소함 대신 씁쓸한 첫맛만 남고. 늦은 낮잠을 잘못 잔 아이는 옆에서 울며 아우성이고. 옆지기님은 '나. 가. 수' 볼륨을 이십 이상 올려 놓고 정작 보지는 않고 화장실 들어가 나올 생각은 않고. 탱탱하게 찔려고 했던 가지는 열어 보니 완전 물컹하니 진이 나오고 있고 베어 물 때마다 아예 "난 가지였던 거지. 지금 가지는 아니야."라듯이 그대로 바스라져 차마 먹을 수 없고. 

두 시간의 사투는 고작 병어 조림 하나에 자기 먹을 건 없다고 징징대는 아이와 배탈 나서 밥 먹기 힘들다는 옆지기. 참으로 진뜩진뜩한 일요일밤. 우리는 교보로 갔다. 

행선지를 말하지 않고 교보에 와버리는 센스. 나는 언제나 서점에 나를 데리고 오는 사람앞에서 무장해제된다. 이순신장군 앞 밤에 색색깔로 피어 오르는 바닥분수. 아이들은 그 밤에 옷을 적시며 물놀이를 한다. 아. 름. 답. 다. 

1년은 금방 가겠지? 
아니. 행복한 1년은 금방 가지만 내가 예전에 괴롭게 경험했던 1년은 진짜 하루가 천년 같더라. 

항상 이게 지나고 나면 더 좋은 다음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또 이게 지나가야 하는 '다음'으로 목을 내밀고 기다리게 한다.  

 

너무 재미있는 것도 아닌데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축지법 같다. 정말 독특한 문체들. 과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눈에 보일 것 같은, 귀에 들리는 것 같은, 손으로 닿을 듯한 묘사들. 그래서 되도록 천천히 읽는다. '초콜릿처럼 검고 잘 다져진 땅'이라는 문구에 줄을 긋고 그런 땅을 상상해 본다. 엉뚱하다. 갑자기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읽지 않은 걸 기억해 내고 읽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분수를 바라보는 나에게 한 아주머니가 물었다. 어젯밤. 

"이거 매일 이렇게 틀어줘요?" 

"잘 모르겠는데요. 저도 오늘밤 처음 봐서..." 

"오늘 다들 처음 왔구나. 나처럼." 

아주머니는 괜히 막 웃는다. 어렸을 때는 낯선 사람이 쳐다 보는 것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낯선 사람들과 한 마디, 두 마디씩 나누고 기분좋게 뒤돌아 서는 게 좋다. 끈끈한 게 나쁘지 만은 않다. 쿨한 게 항상 미덕이 아닌 것처럼.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1-05-3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웃님들 글에서 유난히 '무장해제'라는 말을 많이 읽었어요.
나는 평소에 무엇으로 무장하고 살고 있나, 생각하다가 금방 생각이 안나서
너무 무방비상태로 사는거 아닌가도 싶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참 어이없게도, 온통 '나는 옳다'로 무장하고 있네요.
이렇게 바보같을 수가 없네요.

blanca 2011-05-30 22:35   좋아요 0 | URL
무장해제. 그런데 메리포핀스님, 저는 너무 자주 무장해제를 해서 문제랍니다.^^;; '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일까요? 그런데 또 들여다 보면 저도 항상 '나는 옳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마녀고양이 2011-05-3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러운걸........
물어보지도 않고 교보로 와버리는 센스있는 남자와 사는 누가. ^^
난 같이 가자고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가는데염. 크크.

나이들수록 약간은 끈끈한게 나쁘지 않아요, 그죠? 오늘 과하게 공감하고 가염~

blanca 2011-05-30 22:36   좋아요 0 | URL
ㅋㅋ 어제 안그래도 너무 덥고 이래저래 짜증 나 있었는데 그냥 책냄새 맡으니 다 사그라들더라구요. 맞아요. 한동안 쿨한 게 최고인 줄 알고 살았는데 이제는 좀 적당히 엉겨 붙는 맛이 좋아져요. 진짜 '아줌마'처럼 되가나 봐요^^;;

세실 2011-05-3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참나물의 독특한 향이 아직은 싫어요. 희한하죠?
광화문에 분수도 있군요. 밤에 가면 시원해서 좋겠어요.
맞아 짜증날때 서점가면 좋을꺼 같아요. 왜 그생각 못했지? ㅋ

blanca 2011-05-30 22:38   좋아요 0 | URL
세실님, 저도 예전에는 그 쓴 뒷맛이 참 싫었는데 요새는 중독 증상이 오더라구요. 그런데 어제 참나물은 참 너무하더라구요. 완전 쓴...한동안 들여다 보지 않게 될 것 같아요.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려 다 버리니 어찌나 기분이 우울하던지요. 맞아요. 세실님은 특히나 더 잘 어울리십니다. 서점에 고운 사서분이 가시면 근사한 그림이 나올 것 같은데요^^

카스피 2011-05-3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날씨가 후덥지근하니,이젠 정말 분수를 찾을 시기가 온것 같네요^^

blanca 2011-05-30 22:39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정말 오늘도 역시나 어찌나 더운지. 선풍기를 껴안았네요. 오월 말에 선풍기를 벌써 꺼내 보기는 또 처음인 것 같아요. 커피도 이젠 다 아이스만 먹게 되네요.

비로그인 2011-05-31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구멍가게 처럼 골목 모퉁이마다 작은 서점이 있었죠. 크시옹스카, 하고 살짝 부를 때면, 입 속에 민트가 있는 기분. 겨울 숲 속에서 봄바람을 꿈꾸는 민족.전 무조건 사랑해요.

blanca 2011-06-01 21:44   좋아요 0 | URL
골목 모퉁이마다 서점이 있는 나라. 크시옹스카가 무슨 뜻일까요? 독일인가요? 전 무조건 사랑해요,라는말이 참 달콤하게 들리네요. 곳곳에 서점이 있고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이 있는 곳이 그리워져요.

like 2011-05-3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종문화회관의 야외커피테이블에서 분수 내려봐도 좋더라구요.^^

blanca 2011-06-01 21:45   좋아요 0 | URL
아! 안 그래도 딱 그 전망이 되는 곳을 봤어요. 아마 제가 본 곳이 like님 가셨던 곳일 것 같아요. 당장 실천해 보고 싶어지네요....

like 2011-06-03 22:54   좋아요 0 | URL
오늘 교보앞을 지나쳤는데, 작년에 없던 이상한 tv가 전망을 막고 있더라구요. 서울시의 예술적감각은 정말,,,

cyrus 2011-05-3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 있을 때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가지 않은데,, 여기서는 시간이 금방 가는거 같아요,
무더운 날씨의 여름이 다가오고 있고 2학년 1학기도 이제 끝나가네요 -_-;;
옆지기님과 함께 교보에 들리는 모습, 글에너사마 화목한 두 분의 모습이 보이네요 ^^

blanca 2011-06-01 21:47   좋아요 0 | URL
cyrus님 예전 회사 남자 동기들이 힘들면 무조건 군대에 있는 걸로 치자,고 서로들 얘기하면서 격려하는 모습에 제가 군대를 다녀 온 듯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정도로 힘들었단 얘기였겠지요. 아, 벌써 그렇게 되네요. 아, 2학년으로 복학하신 거군요. 그럼 아직도 유예기간이 좀 있으니 이번 여름방학 때는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도 가시고 좋은 추억도 만드시기를... 그 젊음이 시간들이 가능성들이 참 부럽게 느껴집니다.

꿈꾸는섬 2011-05-3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물을 데쳤다는 글에 얼른 들어왔어요.ㅎㅎ
전 참나물은 그냥 무쳐 먹는게 더 맛있더라구요.^^ 특히 고기 먹을때 먹으면 정말 좋던걸요.ㅎㅎ
근데 블랑카님 멋진 남자랑 살고 있었군요. 부러워요.^^ 근데 애는 감기 안 걸렸어요?

blanca 2011-06-01 21:47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그냥 무쳐 먹을 수도 있어요? 오, 그런 거군요. 흑, 벌써 공주님은 수족구가 왕림하사 며칠 집에서 저랑 칩거했답니다.

하늘바람 2011-06-0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물
음 저도 뭔가 오늘 나물 거리를 데쳐야겠어요
너무 반찬이 없어서리

blanca 2011-06-01 21:4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저도 이 세상 최대 고민이 무엇을 해 먹을까 랍니다. ㅋㅋㅋ 반찬은 항상 없어요--;;

하늘바람 2011-06-0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언제나 서점에 나를 데리고 오는 사람앞에서 무장해제된다
그런데 그분이 옆지기라는 거지요?
흥 샘나서 흑흑

blanca 2011-06-01 21:48   좋아요 0 | URL
ㅋㅋ 어쩌다예요.

비로그인 2011-06-0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저도 오늘 또 다음을 외치게 될 것 같습니다. 일요일 일곱시. 그 시간을 보낸 다음에 말이지욥 ^^
blanca님 여름이 더 다가오기전에 즐거운 하루 되세용 ~

blanca 2011-06-07 21:23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오랜만이에요. 요즘 초여름 날씨가 끈끈하지 않은 청량감이 있어 참 좋네요. 어디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항상 '다음'을 기대하기 때문에 삶도 지속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자체로서 일체적인 완전함을 갖춘 섬과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 본체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다른 사람의 죽음은 나를 축소시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에 속해 있는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조종이 누구를 위해 울리는지 알려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당신을 위해 울리는 겁니다. 

- 존 던, <묵상록>에서('필경사 바틀비' 옮긴이의 말 중 재인용) 

 

유달리 서러운 날이 있다. 세상 사람들에 너무 지나치게 공감해 버려 그냥 존재 자체로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깡총한 바지를 입고 주차장을 배회하는 내 남동생보다 어린 주차요원 남자애들. 내 어머니뻘인데 연신 굽신거리며 시식을 권하는 마트 아주머니들. 관리실을 비워버려 하염없이 집채만한 택배 상자를 이고 끌고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는 택배 기사들.  

꽤 오랜 단골임에도 여전히 나의 커피 취향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매번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물어보는 점원이 서러움 하나를 더 얹어 주었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도 영영 떨어져 저마다 허우적 대고 있다는 자각도 매번 쓰리기는 마찬가지다.  

씹을 수 없는 왼쪽 어금니가 우연처럼 맞닿아 몸을 뚫고 지나가는 그 예리한 전율감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살아 있다고 느끼고 사는 게 참 전쟁이구나, 싶기도 하다.


댓글(35) 먼댓글(1)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blanca님께 - John Donne
    from 유리동물원 2011-04-26 22:59 
    John Donne을 제가 무지하게 좋아하긴 하는데 John Donne 단독 선집이라기 보다는 여러 시들이 한꺼번에 들어있는 데에서만 주로 봤네요. 헤밍웨이 소설의 제목이 된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니 (Meditation XVII)' 랑 '죽음이여, 뽐내지 말아라 (Holy Sonnet X)'이 나오는 부분은 볼 때마다 좋아요. 하지만, John Donne 시가 들어있는 아주 유명한 사이트를 알고
 
 
마녀고양이 2011-04-2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신 말이죠, 소소한 기쁨으로 즐거워지는 날도 있죠.
미술 치료 수업 기관 근처 토스트 샵에서 일주일에 한번 토스트를 산지 어언, 3달.
얼마 전부터 인사드리고 이야기 걸구, 가게 앞 벚꽃 좋다 하고 했더니
토스트 할머니가 저를 보면 알아보고 웃으세요. 그러니 블랑카님, 커피 샵 가서 한번 깽판을 부리면..
아마.............. 잘 기억해줄 것임을.. ==3333333 부웅~ 도망가기 전에 뽀뽀 날려요, 쪽~

blanca 2011-04-26 21: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마고님 때문에 웃습니다. 사실 알 것도 같은데 컨셉인지도 모르겠어요. 가격도 싸고 커피도 너무 맛나서 기분이 우울해질 때 가게 되는 곳인데 참, 매번 모든 것을 다시 물어 보네요. 그럴 때마다 기분이 괜시리 별로 안 좋아지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穀雨(곡우) 2011-04-26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와 아무래도 관계가 있을까요. 그루미한 날, 조금 더 나가면 지독한 우울에 빠집니다.
한 숨 크게.....소녀시대의 훗훗이라도...ㅋㅋㅋ

blanca 2011-04-26 21:52   좋아요 0 | URL
곡우님, 소녀시대는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듭니다. ㅋㅋ 너무 이쁘고 어리잖아요.

穀雨(곡우) 2011-04-27 09:0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두 어쩔 수 없는 삼촌팬인가 봅니다..^^
그럴 뜻은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그래도 힘, 내세요....ㅎㅎㅎ

다락방 2011-04-2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토미 씨, 나요......, 서툴러서, 미안해요.
다키오가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서툴다니, 뭐가?
뭐든지.
그렇지도 않아. 나도 마찬가진 걸, 뭐.
그래요? 음...... 저기.
웬일로 다케오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히토미 씨도, 세상사는 거라든가 그런 거, 서툴러요? -'가와카마 히로미'의 [나카노네 고만물상] 中 에서


저도 그렇고 블랑카님도 그렇고 커피점의 점원도 그렇고, 우리는 모두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잖아요. 늘 해오던 일은 익숙하게 해낼수도 있지만, 늘 해오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실수를 하기도 해요. 유달리 서러운 오늘 같은 날에, 커피점의 점원은 오늘 좀 서툴렀는가 봐요. 다음날은 마법처럼 블랑카님의 커피 취향을 기억할런지도 몰라요. 서투른 날이었어요, 오늘은 유독. 늘 살아오던 세상이고 늘 보아오던 환경인데 오늘 블랑카님은 서투른 블랑카님 본인과 만난거에요. 다른날과는 달리. 그래서 유독 서럽게 느껴졌던 거에요. 그리고 우리는 언제든 서투른 타인과 또 서투른 내 자신과 만나요.

비는 내리다 멈출거고, 눈물도 흐르다 멈출거고, 서투름도 결국 지나갈 거에요. 매번 쓰리다는 자각도 곧 잊혀질 거에요. 물론, 또다시 그 쓰림이 바깥으로 삐져나오는 날도 있겠지만요. (횡설수설..제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잘 안전해지지만, 아무쪼록 잘 캐치해주세요, 블랑카님 ㅠㅠ)

blanca 2011-04-26 21:5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렇게 소중한 글도 인용해 주시고 참 고맙네요. 그런 날인 것 같아요. 정말 울고 싶은 날. 몸까지 안 좋고. 게다가 날씨도 멋지게 협조해 주시고. 다락방님의 댓글이 참 따뜻하네요.

... 2011-04-2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의 서러움에 공감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 전 존 던을 무지 좋아해요!

이번엔 공감하며 (끄덕끄덕) 그런 날이 있어요.

blanca 2011-04-26 21:5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그러면요. 존 던 책 추천 좀 해주세요. 저도 이 글이 너무 좋아서 찾아 봤는데 거의 절판이고 대체 갈피를 못 잡겠더라구요. 꼬옥 좀요.

하이드 2011-04-2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러울 때.. 읽기 싫었던 책, 평소 안 읽었던 책 읽으면 잘(?) 읽혀요. 좀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위안이지만요..

blanca 2011-04-26 21:56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ㅋㅋㅋ 오늘도 꽃집을 지나다 하이드님 생각 했었는데요. 정말 그래 볼까요? 어떤 책이 있을까요? 지금은 참고로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시작했답니다. 저 요새 열린책의 그 사철 방식에 완전 빠져 있잖아요. 이제서야 하이드님 말씀이 이해가 갑니다. 맨날 배 갈라보고 놀아요 ㅋㅋㅋ

2011-04-26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4-2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 2011-04-2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빗소리랑 창가의 차 지나가는 소리랑 너무 잘 어울리네요. 찾아 보니 슈베르트의 즉흥곡이네요. 바람결님, 고마워요.

비로그인 2011-04-27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게 생각하세요. 점원이 혹시 남자라면 블랑카님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든지 아니면 대화를 더 나누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고, 여자라면 왠지 묘한 매력을 풍기는 블랑카님에게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 건지도 모르니까요ㅋㅋ(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 또한 블랑카님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터라 남일 같지 않아 위로차 적어봤습니다. 용서하세요)^^

blanca 2011-04-27 21:35   좋아요 0 | URL
후와님, 위로가 되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착각해야겠어요^^;; 유쾌해지는걸요.

양철나무꾼 2011-04-2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깡총바지 입은 주차요원은 제가 못가진 , 그 무엇보다 귀한 젊음을 가지고 있으니 패쓰하고요~
전 파지 줍는 할머니, 우유배달 하는 할아버지, 음~ 또 주차요원 할아버지들의 '아이고~'소리를 듣는 게 일상입니다.
(어째 쓰고보니 '그대를 사랑합니다' 필이...^^)
사는 게 전쟁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 전쟁 같은 삶을 부러워 하잖아요~
비가 언제 내렸었나 싶게, 날씨가 쾌청이예요~

blanca 2011-04-27 21:37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오늘 갠 날씨로 기분이 많이 좋아졌답니다. 저는 유독 그런 날이 있어요. 그냥 사람들 모두가 (저를 포함) 너무 가엾은 날이요. 연민과 공감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해도 결국 저의 유약함과 오만일런지로 모르지요. 예, 앞으로 열심히 전진해 나가겠습니다.

비로그인 2011-04-27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몰래 흐르는 눈물
때때로 난 고아처럼 느껴요.
이런 오페라 레파토리의 제목이 생각나는 나날들이었어요.

한오백년 살자는데.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발자국을 떼기가 힘들 때엔, 그저 자리를 지키는 것만 해도 숨이 차요. 타인의 생각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 것. 형용사와 부사를 빼고 생각할 것. 그런데 이 두가지를 내가 아무리 지키려 노력해도 누군가는 자신의 잣대로 나를 난도질하고, 형용사 부사를 빼고 명사와 동사만 남겨도 분통터지는 날들이 있습니다. 지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려요. 그런데, 막상 지나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요. 난 그게 더 두렵습니다.

blanca 2011-04-27 21:40   좋아요 0 | URL
쥬드님, 아. 제가 어떤 위로를 드릴 수 있을까요. 형용사와 부사를 빼고 생각한다는 게 저는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나머지로도 힘드신 나날이라면 시간이라는 치유제와 상황의 변화라는 흐름을 기다리고 견디시고 나중에 돌아보면 그래도 가장 그 상황에서는 최선의 것들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쥬드님이 눈물 흘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로그인 2011-04-28 11:05   좋아요 0 | URL
으허헝 나 이 댓글, 블랑카님을 위로한답시고 쓴 글이었단 말입니다. 울어버릴테요. 저의 개떡같은 글솜씨 때문에요ㅠㅠ

blanca 2011-04-28 13:2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쥬드님 너무 귀여우시네요, 백 프로 저의 오독일 겁니다. 제가 좀 형광등이라서요^^;; 오늘 하늘 보셨어요? 너무 이쁘죠!

2011-04-27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8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9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4-2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날이 있잖아요.
괜시리 서럽고, 괜히 아무것도 아닌 일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그냥 이유없이 슬퍼지면, 더 슬픈 생각을 짜내어 눈물을 쏙 뽑아내 버리고 싶어져요.

그러고 나면 또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blanca 2011-04-28 13:20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오늘 푸른 하늘을 보고 기분이 참 맑아졌답니다. 하늘 너무 이쁘네요. 뭉게구름도. 그리고 선거결과도요^^;;

잘잘라 2011-04-2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서러운 날」이 너무 오래 가는거 같아요.
얼른 새글 올려주삼!!!

blanca 2011-04-30 23:02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ㅋㅋ 그래야 할 텐데요. 사실 그 기분도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나 봅니다. 오늘 이 괴괴한 날씨도 그렇고. 빨래에서는 냄새가 진동하고. 빨리 활짝 개었으면 좋겠어요.

세실 2011-04-30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커피숍 점원 사업하면 안되겠네요. ㅎㅎ
나이 들수록 단골가게 찾게 되요. 편안함, 위로와 휴식을 얻고 싶은거겠죠.

blanca 2011-04-30 23:03   좋아요 0 | URL
근데 점원을 가장한 주인인 것 같다는 문제가--;; 나이가 꽤 있어 보이고 알바생을 부리는 것 같더라구요. 오늘도 단골 칼국숫집 갔다가 아주머니의 냉랭한 분위기로 괜히 죄지은듯 먹고 왔네요. 요새들 날씨도 그렇고 다들 기분이 안 좋으신지 왜 그러시나 모르겠어요. 그냥 한 번 웃고 따스한 말 한 마디만 건내도 서로들 더 행복해질텐데 참 아쉽습니다.

후애(厚愛) 2011-05-01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많이 서러워요..
울고 싶은데 울 수가 없어요...

blanca 2011-05-02 10:26   좋아요 0 | URL
후애님.....어떤 위로를 드릴 수 있을까요. 힘들 때 억지로 웃거나 담담하려 애쓰기보다 가끔은 크게 목 놓아 우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는데 우실 수도 없다니 걱정이 됩니다.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더 나아지기를 그래서 후애님이 슬퍼하지 않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너는 사는 게 재밌냐? 

냉장고에서 썩기 직전의 무로도 시원한 뭇국을 끓일 수 있는 엄마는 갑자기 재우쳐 묻는다. 

나 : 엄마, 난 지금 사는 게 재미있는지 물을 수 있는 여유도 없어. 당장 한 시간 뒤에 사랑니를 빼야 하고 그곳에 완전 초보인 내가 운전을 해서 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생략했다. 비는 내리고. 나는 와이퍼 작동법을 모른다. 물론 만져보면 기억은 나겠지만 헤드라이터를 켜 본 적도 없다. 병원은 걸어서 이십 분, 대중교통은 없다. 나는 완전 초보 운전에 감각도 제로다. 게다가 사랑니를 뽑으러 가야 하는데 너무 심한 감기에 걸려 코는 꽉 막혀 있다.  

나 : 이를 뽑고 운전해서 올 수 있을까? 

엄마 :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정말 반가웠다. 나는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얻었다. 대체 운전을 해서 가야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아니면 발치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감기 때문인지 지금 이 순간은 사는 게 재미없는 정도가 아니라 참혹하게 느껴진다. 

우산을 받치고 타박 타박 걸어갔다. 봄비가 으슬으슬하다. 벚꽃은 비 사이로 막 날린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심정이다. 아이도 낳아 봤는데. 왜 갈수록 더 대범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것들의 목록만 늘려 가는 것인지. 치과 대기실에 손님들이 즐비하다. 왠지 다들 반갑다. 휑했다면 더 떨렸을 것 같다. 기다리라는 간호사의 말이 정겹다. 그러나 너무 빨리 내 이름은 호명된다. 아주 젊은 의사다. 정말 물어보고 싶었다. 많이 아픈지. 그래서 아줌마는 물었다. 

저.... 저 많이 아픈가요?
 

마취할 때만 따끔하고 그리 아프진 않을 겁니다.
의사는 기분이 좋다. 대체로 친절하다. 그 이유는 후에 나온다.
마취. 이 마취부터가 충치치료 마취와 차원이 다르다고 웬수들은 겁을 줬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안 아프다. 아, 제발 빨리.
마취가 안 되면 어떡하지? 라고 자문하는 순간 통증이 온다.
이빨을 뽑는 느낌이 온다.
순간이다. 생각보다 안 아팠다.
그러나 거즈를 문 순간 구역질이 나온다.
의사가 당황한다.
왜 그러시죠?
저 이 거 못 물고 있겠는데 빼면 안 될까요?
안도하다 그럼 지혈이 안 된다고 한장 만이라도 물란다. 

간호사가 안내해 준다.
아주 이쁘다. ㅋㅋ
거즈를 물고 마취가 깰 그 순간을 고대하며 
타박타박 또 걸어온다.
순대를 샀다. 집에 와서 왼편에 거즈를 물고 오른편으로 순대를 씹었다.
자신감이 생긴다. 하나 더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누구나 제 손톱의 거스러미가 제일 아픈 법.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난 너무 단순하다.


댓글(2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잘잘라 2011-04-1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앓던 이 뽑은 기분, 이란 말이 절로 생각나고
제 마음이 다 홀가분해집니다. ㅎㅎ

blanca 2011-04-19 21:20   좋아요 0 | URL
아, 안그래도 오늘 딱 그 생각했어요. 옛말은 그른 것이 없더라구요.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앓던 이 뽑은 기분^^

감은빛 2011-04-1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를 뽑았군요.
생각보다 견딜만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blanca 2011-04-19 21:21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정말 견딜만 하더라구요. 사실 예약하고나서 뽑기 전까지가 어찌나 후달리던지. 그냥 한 번씩 우울해지더라구요. 아, 맞지, 사랑니 뽑아야지-- 하면서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1-04-19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면 내시경 하고 용감무쌍하게 운전했던 거 생각나네요.
뭇국의 시원함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사는게 재밌다에 한표요~^^

blanca 2011-04-19 21:21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그러니까 저는 어떻게든 운전대를 안 잡을 구실을 찾는 거였어요 ㅋㅋㅋ 자신이 없으니까요.

후애(厚愛) 2011-04-19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에 할머니가 썩은 이빨를 실로 묻고 방문 밖에서 실을 잡아 댕겨서 이를 뽑아 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정말 많이 아팠어요.ㅜㅜ

blanca 2011-04-19 21:22   좋아요 0 | URL
후애님! 저도 그랬어요. 아랫니 두 개. 지금도 그 생각 나요. 할머니가 이쁘게 뽑아 주셔서 그런지 아랫니만 고르게 나왔답니다.^^

비로그인 2011-04-19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블랑카님, 다소 몸을 떨며 읽었는데, 뽑으셨군요! 해내셨어요! 얼마나 스스로가 대견할까요! 전 소시적 MRI를 자주 찍은 적이 있는데(대체 이런 건 왜 자주 찍고 난리), MRI를 찍고나서, 그리고 열 몇 시간의 비행을 하고 나서는 제가 진정 대견했더랬어요. 괴롭고 힘들고 끔찍한 일들의 리스트 내에서도 상위에 근접한 그것들을 해냈다는 느낌이었는데, 오늘 블랑카 님의 페이퍼는 그런 목록들의 총체를 보여주시는군요.

그러한 단순함이 좋다가, 어느 순간 늪에 빠질까봐 공무도하가의 백수광부 아내의 마음이 되기도 하지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라고 말하는 그 아내.

blanca 2011-04-19 21:23   좋아요 0 | URL
쥬드님, MRI를 찍으셨었군요. 사랑니 뽑는 거야 엄살이지요. 요새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아픈 게 너무 싫더라구요. 예전에는 잘 견뎠는데.. 그래서 사람이 결국 아파 죽을 것이라는 사실도 너무 무섭고 슬퍼요. 때로 단순해서 견딜 수 있는 것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사랑니 뽑는 문제에 집착하니 더 난해하고 풀기 힘든 문제들은 수면 밑에 가라앉더라구요.

프레이야 2011-04-19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고생하셨어요.
근데 왜이케 귀여운 거에요.ㅎㅎ
사랑니를 전 26년 전에 뽑았어요. 지금도 치과는 제일 끔찍한데ㅠ

blanca 2011-04-19 21:2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도 정말 치과가 제일 무서워요. 과장 안 보태서 아이 낳으러 들어갈 때도 이렇게 떨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실제 출산시보다 더 고생했다는 얘기도 들어서요. 이십 대에 사랑니를 다 뽑아 버리지 않은 걸 정말 후회합니다.^^;;

2011-04-19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9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구름 2011-04-1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어금니를 손대고 있답니다.. 남 일이 아니네요...ㅋ

blanca 2011-04-19 21:27   좋아요 0 | URL
와우, 안녕하세요. 사진이 너무 귀여우시네요^^ 제 고통을 십분 공감하시겠네요. 이제 신경치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새는 강박적으로 양치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건강할 때 잘 관리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마무리님도 어금니 치료 무사히 잘 마치세요.

꿈꾸는섬 2011-04-1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비 맞으며 걷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전 오늘 화창한 거리를 걸었지만요.^^
아이 낳는 것에 비하면 뭐가 무서워..라고 말하지만 전 아직도 주사바늘이 엄청나게 무서워요.ㅎㅎ
운전은 하면 할수록 느는 것 같아요.^^ 주차도 마찬가지구요.^^ 힘내세요.^^

blanca 2011-04-20 22:11   좋아요 0 | URL
그죠, 저는 아이 낳고 나면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줄 알았는데 더 소심하게 되어가네요. 아, 조금씩 느는 것 같긴 한데 여전히 떨리네요.

순오기 2011-04-20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 빼는 것보다 공포감이 더 무서운데,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됐군요. 고생하셨어요~ ^^
근데 이를 빼고 오면서 순대를 사와서 바로 먹어도 괜찮은가요?

blanca 2011-04-20 22:1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 되는 줄 알면서 속이 허해서 먹었어요^^;; 제가 또 순대 킬러랍니다.

2011-04-21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1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4-2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그러니까 말이죠, 지금 초보로서 차를 운전 가능하다고 하시는거죠?
어쩜 좋아, 흑....... 나두 해야 하는뎅! 아 부러워!

그리고 사랑니를 한방에 뽑았다 하시는거죠? 으, 이것 역시 부러워 미치겠네! 흑흑.

blanca 2011-04-25 11:0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동네 반경 오킬로 내외예요. 그리고 주차시 민폐를 끼칩니다. 사랑니도 매복된 아래 어금니가 대기중이랍니다. 윗니 뽑고 뽑았다고 얘기하기도 그래요^^;;

노이에자이트 2011-04-2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기나 생선을 자주 안 먹는데 일단 먹었다 하면 웬만한 뼈나 가시는 다 씹어먹습니다.쓰레기가 거의 안 나올 정도.거의 맹수이빨 수준이죠.치통 없는 것도 복이라고 하더군요.

blanca 2011-04-25 11:07   좋아요 0 | URL
노자님 ㅋㅋㅋ 그럼요. 튼튼한 치아는 오복 중 하나인 걸요. 맹수이빨 수준이시라니 좀 섬뜩합니다.^^;;

비로그인 2011-04-2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전, 사랑니, 사진, 바이올린..

점점 진행중이신가 봅니다. ^^
좀 있으면 골목 사진이랑, 바욜린 연습기가 등장하겠네요. 헙 기대하겠습니다. ㅋ

blanca 2011-04-25 11:0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바이올린은 아직 여유가 안 나네요. 여러가지로요. 일단 민폐 수준이 운전 실력을 좀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 같아요. 적어도 타인에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요. 사랑니는 하나만 뽑고 나머지는 아껴 두기로 했어요^^;;
 

산고보다 더한 것이 충치 네 개를 한꺼번에 때우는 고통이다. 한 시간여에 걸쳐 그 소름끼치는 시린 기운에 다 커서 이제 늙어가는 성인이 차마 이제 그만 하자,고 말하지도 못하고 참고 또 참았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저씨의 "아, 아!"하는 신음소리는 치과 분위기를 더 괴괴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제 고작 네 살짜리 딸아이도 충치 치료를 말없이 마쳤다는 사실을 자꾸 기억해 내려 애썼지만 당장 밀려오는 그 고통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거의 몇 대 두들겨 맞은 기분으로 풀린 다리를 추스리며 다음 예약 날짜를 잡는데 이제 사랑니 발치 날짜를 잡잔다.--;; 네 개 다 뽑으셔야 합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피검사도 하셔야 하구요. 

한 시간의 고통과 그 고통의 댓가로 내가 하루 일했다 해도 벌지 못할 거금을 지불하고 다음의 더한 고통을 예비하고 꾸무럭한 하늘을 올려다 봤다. 

전국에서 방사능 성분이 검출되었고 일본의 원전 사태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방금이라도 펑펑 울것 같은 하늘. 얼얼한 내 턱.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쳐 고쳐가며 살아 나가고 영원히 살것처럼 행동하는 건지. 

아파트 주차장에 와서 주차 연습을 시작했다. 지난 주 연수를 한 성격 좋은 강사는 마지막 주차 연수날 다혈질로 변신했다. 지당한 일이다. 암, 나도 미친듯이 차를 원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꾸준히 밀어 넣으려는 내가 짜증이 나서 견딜 수 없는데 그 정도 새된 목소리를 내고 그친 것만도 감사한 일이다. 일단 차를 빼고 다른 곳에 넣는 것에 성공하여 지하로 한 층 더 내려가 의도하지 않았던 공간에 차를 넣어 버리는 쾌거를 이룩했다. 문제는 의도하지 않았던 곳이라는 데에 있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차를 주차하고 시동을 끄고 나오니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 보였다. 

문자가 왔다. 택배가 왔단다.  

 

 

 

 

 

 

지금은 그렇다. 충치 치료를 다 마치고 어디든 주차를 무난하게 할 수 있고 정리 정돈을 잘하고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눈 앞의 일들이 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나머지의 일들은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더 이기적으로 속물적으로 변해가려는 치우침을 핸들을 풀어 제자리로 자꾸 돌려 놓으려고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사랑니 발치가 너무 무섭다........청춘에 끝냈어야 할 일들이 결국 이렇게 발목을 잡는구나.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1-03-2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빨을 네 개나 뽑으셨군요,, 저는 한꺼번에 두 개를 뺀 적이 있었는데 블랑카님의 고통 충분히 이해합니다, ^^;;

blanca 2011-03-29 21:00   좋아요 0 | URL
아직 뽑진 않았구요. 뽑아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좀 의아해서요. 충치 안 먹은 사랑니도 예방 차원에서 깡그리 다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 윽, 사실은 아플까봐서요.--;;

양철나무꾼 2011-03-29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하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꾸준히 밀어넣으려 하셨다구요?^^
그럼 원하는 반대방향을 상상하시면 원하는 방향으로 넣을 수 있으시겠군요?^^

요즘은 차에 '후진지시등'이 있어서 사각지대까지 프리뷰 해주더라구요.
저는 주차는 무한한 연습으로 금방해결 됐었는데, 끼어들기 좌회전 우회전 등을 못해서 마냥 직진만 하다가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해결봤던 기억이 있어요.
벌써 20년전 일이네요~

blanca 2011-03-29 21:01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저 직진만 하다 부산까지 갔다는 얘기 이제 맘껏 웃으며 못 들어요 ㅋㅋㅋ 길 감각이 없으니 그저 직진하다 같이 탄 사람이 가르쳐 줘야 정신차리는 수준이니까요. 오늘 주차 두 번 다 아주 길게 걸려 성공은 시켰는데 보통 평범한 상황에서는 아주 주변차들이 난리칠 것 같아요. 완전 느리거든요.

반딧불이 2011-03-2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만하시면 사랑니를 그대로 두시지요. 나중에 요긴하게 쓰입디다. 의치보다 안정적이라고해서 제 남편은 그거 뽑아서 썼어요. 그리고 뽑아도 한꺼번에 네 개씩 뽑는건 위험하지 않나요?

blanca 2011-03-29 21:02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맞아요. 제가 자꾸 생각이 안 났는데 사랑니 발치가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가 떠올랐거든요. 저도 네 개는 담 번에 가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려구요. 좀 주제넘어 보일지라도요. 위험할 것 같아요. 하나 뽑고 교보문고에서 쓰러진 친구도 있어요--;;

2011-03-29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9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3-2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랑니 잘 모르겠더라구요.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고 살아요.
그래서 나이 먹어도 철이 없나봐요.ㅠ
그리고 블랑카님 아직도 젊거든요. 지금 그러는 거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거예요.
진짜 나이들면 어쩔려구...ㅋㅋ

blanca 2011-03-29 21:04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시는 상황이라면 스텔라님 치아가 아주 건강하신 상태일거예요. 저는 아팠어요--;; 저 벌써 이러니 조금더 나이들면 진짜 어떡하죠? ㅋㅋ 오도방정이죠?

마녀고양이 2011-03-2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사랑니 발치라. 내가 작년에 겪은 그거.
경험담을 이야기해줄까 했더니 오늘 페이퍼네요. 그건 내일 이를 뽑는다는 이야기?
음..... 그럼 우리 내일 이야기합시다, 서로의 경험담에 대해서. 하기사 나 아주 쉽게 뽑은 사랑니도 있어요.

차 운전 연습 나두 해야 하는뎅. 아흑. 우리 둘이 차 몰고 어디서 만날 날이 올까요?

blanca 2011-03-29 21:05   좋아요 0 | URL
마고님 작년에 뽑으신 거예요? 근데 경험담 들으면 더 고통스러워지는 거 아니예요?--;; 발치 예약은 담달 둘째 두나 되어 있어요. 완전 고문이지요--;; 마고님도 연수 받으실 거에요? 저는 일단 몰 수는 있어요. 주차를 못할 뿐이죠 ㅋㅋㅋ

마녀고양이 2011-03-31 09:13   좋아요 0 | URL
나두 연수 받았어요, 시내도 끌구 나가고 주차도 가끔 제대로 해요.
다만 차선을 못 바꿔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1-03-29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차는 잘 집어넣어야 하고 치아는 잘 뽑아내야 하는군요. 이 엄연한 사실을 정확히 깨닫는 데 그토록 비싼 수업료가 필요하다는 것, 오늘 또 배웠습니다. 그나저나 별일 없이 둘 다 거뜬히 해내셔야 할 텐데요... 화이팅!!^^

blanca 2011-03-29 21:06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 한 달 후에 자랑질 페이퍼 올리겠습니다. 제가 운동신경도 둔하고 길감각도 없어서 운전하고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들 놀랄 거예요.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너무 무섭네요--;; 다른 차 긁을까봐 얼마나 떨리는지 몰라요. 감사합니다.

穀雨(곡우) 2011-03-2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니는 사랑을 알기 시작하는 나이에 난다는 속설이 있더군요.
블랑카님은 아직 사랑이 설레는 순수함이 남았나 봅니다.^^
아프겠지만 그것 또한 청춘이 주는 시간의 흔적 아닐까요?

아, 너무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봄입니다.
기분 좋은 봄날 되시기를....^^ 운전은 할수록 익숙해 질겁니다. 화이팅~~

blanca 2011-03-29 21:08   좋아요 0 | URL
참참! 곡우님게 셋째 탄생 글을 남기려 한다는 게 또 깜빡했어요. 정말 정말 축하드리구요. 완전 부럽습니다. 곡우님 내외를 닮은 이쁜 아이들이 셋이나 있으니 밥을 안 드셔도 배부르시지요? 다만 옆지기님이 지금 한창 힘드실 기간이네요. 곡우님은 잘 도와주시고 계시겠지만요. 아이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기원합니다.

꿈꾸는섬 2011-03-29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랑니 중 한개만 뺐어요. 워낙 무섭기도 하거니와 썩지 않은 사랑니를 일부러 뺀다는 사실이 싫었거든요. 그거 한개 빼고도 엄청 힘들어했어요.ㅎㅎ
드디어 운전연수를 받으셨군요. 처음엔 도로주행이 어렵다가 현재까지 주차가 쉽지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저의 경우엔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남편에게 매일 혼나면서 주차했어요. 3년차인 지금도 주차때문에 버벅거려요.ㅜㅜ
블랑카님 힘내세요.^^

blanca 2011-03-30 23:09   좋아요 0 | URL
저도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어찌할까 고민중입니다. 누가 자연분만으로 아이 낳는 것보다도 더 힘들다고 겁을 줘서 완전 얼었잖아요--;; 아, 꿈꾸는 섬님 3년차세요? 공간지각능력은 여자들이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저는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지 않나 싶네요. ㅋㅋ 그래도 오늘은 몇 번 버벅거리다 주차해서 스스로가 어찌나 대견했던지요. 꿈꾸는 섬님의 응원이 힘이 되네요. 우리 주차의 달인이 되어 보아요!

2011-03-30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9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0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3-3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차는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가끔 힘들때가 있습니다.
저는 가끔 사무실 차를 끌고 나가면 주차할 때 애를 먹곤 했습니다.
내 차는 이젠 한번에 넣고 빼는데, 차가 바뀌니까, 또 쉽지 않더라구요.

치과는 돈도 많이 들고, 고통도 따르는 곳이죠.
저는 되도록이면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입니다.
사랑니는 굳이 뽑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만약 평소에 계속 아프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놔두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blanca 2011-03-30 23:1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거예요!! 저는 운전 좀 하시는 남자들은 다 주차의 배테랑이라 걱정없이 아무 데나 다 잘하는 건 줄 알고 엄청 겁먹었거든요. 감은빛님 댓글 읽으니 힘이 납니다. 저 많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자꾸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걱정 되어서요. 사랑니는 문제가 되는 이빨만 뽑고 싶다고 얘기해 보려고 해요. 그다지 아프지도 않거든요.

pjy 2011-03-3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사랑니 잇몸안에서 썩어서 뽑았는데 째고 썩어서 바스라진 조각난 이빨을 1시간 반동안 꺼내고 다 꺼냈는지 엑스레이찍고 입계속 벌리고 있는라 침질질~ 턱아프고 병원문을 나서는데 완죤 빈혈오고 널부러진 상태가 되었었죠~
괜히 일 키우지 마시고~ 의사가 다 뽑자고 할때는 이유가 있을듯 합니다^^;

blanca 2011-03-31 23:02   좋아요 0 | URL
아, 무서버요. 흑흑. 안그래도 간호사가 겁 왕창 주더라구요. 담주 충치 치료할 때 결단을 내려야 할듯합니다.
 

톨스토이는 덮어놓고 인정해 버리고 싶은 작가인데 단편과 중편에서는 매번 어그러진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존경하는 할아버지의 봉인된 불륜을 목격한 기분.  네 편의 소설이 하나 같이 성적인 욕망과 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서머싯 몸의 말마따나 톨스토이는 스스로가 말한 메시지에 갇힌 것 같다. 젊은 시절 한때 방탕한 생활을 경험하기도 했다지만 궁극적으로 마치 욕망을 비우고 이성과 고결함만으로 그득찬 모습을 연기해야 했던 그 고단함을 예고하고 고백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조금쯤 저열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용인받는 것인데 톨스토이에게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가혹한 기준을 들이댔던 것 같다. 욕망을 악과 혼동하는 지경에까지 가는 모습은 안타깝기조차하다. <안나 카레니나>와 <전쟁과 평화>에서의 일면이 집중적으로 조명되다 만 것 같은 분량의 이야기들이 아쉬움을 남긴다. 전체를 알기 위해 그 사람과 내도록 함께 할 필요는 없지만 톨스토이는 조금 길게 함께 할 시간을 가져야만 더 좋아하게 될 유형의 사람인 것 같다. 완전함을 지향하며 가진 것들을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겸손함을 단 몇 시간만의 자기비하적인 소개로 뭉개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다.

일본에 가야 할 가족이 있어 일본 원전사태에 촉각이 곤두선다. 현지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의 언론이 너무 과격하고 선정적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뉴스에 미국에서 일본측 얘기를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다며 후쿠시마 원전에 무인 정찰기를 띄웠다는 얘기를 들으니 심히 걱정이 된다. 위험등급도 체르노빌 사태 정도로 보는 외부시각이 있다 하니 경악스럽다. 여러가지 추측과 최악의 사태에 대한 얘기들도 나오는 모양인데 인체에 해가 갈 정도는 아니라는 보도만 믿고 평범한 일상 속 여러가지 일들에 어제처럼 오늘처럼 끄달려도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 그냥 신경 끄고 살자니 아이들 눈만 보면 가슴 한켠이 욱신거린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난지 25년이 지났지만 그 지역에서는 여전히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고 방사성 폐기물들이 방치된 채 버려져 있다고 한다. 원전에 대한 논란이 일면 항상 듣는 얘기가 있다. 대안이 있느냐, 너는 전기 쓰지 마라. 그런데 정말 그런 걸까. 대체 에너지 개발에 드는 그 노력과 이미 틀어버린 수돗물을 잠그는 수고가 싫고 그 수돗물로 은근히 할 수 있는 다른 일에 대한 유혹과 관련된 얘기는 아닐까.  

 체르노빌 관련된 이야기들을 검색하다 이 책을 발견했다. <제1권력>의 저자인 히로세 다카시의 소설이다. 논픽션을 주로 다룬 저자가 어떤 식으로 체르노빌의 무고한 희생양이 된 아이들 얘기를 풀어갔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읽고 나서 더 힘들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된다. 원전을 반대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방사성 폐기물들을 후손들에게 떠넘기는 그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행태에 대한 분노와  방사능 누출에 있어 가장 큰 피해를 즉각적으로 보게 되는 어린 몸들에 대한 미안함과 닿아 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미약하나마 어떻게 할 수 있다고 믿고 동참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원전 관련 논란에서 그렇게 원전에 거부감이 들면 지금 컴퓨터부터 끄라는 얘기를 들으니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그래, 내가 누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온 그 진원지를 부정해 가며 핏대를 세우는 것도 모순이구나. 방방 불을 미친듯이 끄고 다닌다. 전기세부터 일단 줄일 수 있는 데까지 한번 줄여볼까 생각중이다.  

 

누구나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중적이다. 누릴 것 다 누리면서 내가 마시는 공기, 물, 먹는 음식까지 신선하고 오염되지 않기를 바랐던 나도 톨스토이만큼 이중적이다. 최대한 그 간극을 줄여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죽기 전까지는 조금이나마 닿아 있겠지, 싶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3-21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3-21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trotzdem)'를 온전히 배제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사고는 멈추지 않을까요. 늘 우리는,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그렇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건너편을 봐야겠다, 고 말하는 혹은 말해야 하는 존재이니까요....
좋은 글을 읽어서 저로서는 만족스러운데, 가족 중에 일본에 가야 할 분이 계시다니 블랑카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군요...

blanca 2011-03-21 21:13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이 말 너무 좋은데요. 그렇죠. 죽을 때까지 인간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계속 싸워 나가고 욕하기도 하고 하면서 불편하게 살아야 사는 거겠죠. 예. 마음 한 켠이 참 무겁네요.

cyrus 2011-03-2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일본 대참사 때문에 발생한 방사능 때문에 언론들이 설레발치고 있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어제는 요즘 우리나라도 들어오고 있는 황사 바람에 방사능 물질이 들어온다는 소식도 우연히 본 적도 있었는데,,
정부가 확실히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데 말이죠,, 구제역처럼 늑장 대응하는 식이 없기를 바랄 뿐이네요.

그리고 지진 발생하고나서 처음에는 일본 시민들은 안정된 질서 의식을 지켰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되니 조금씩 이기적인 모습이 드러나더군요. 블랑카님 말씀대로 인간은 어떤 상황에 처하느냐에
따라서 이중적으로 쉽게 변하는거 같아요.

blanca 2011-03-21 21:15   좋아요 0 | URL
cyrus님 생존의지가 참 이기적이기도 하고 때로 이타적으로 발현되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언론도 저는 대체 어느 쪽이 맞는 건지 영 판단이 안 서네요. 어쨌든 지도자층의 그 심오한 심중이야 알 수 없고 항상 그들의 입으로 말해진 가공된 사실을 진실인 양 받아들이고 살다 죽는 게 저를 포함한 다수의 대중이라는 게 참 서글픕니다.

2011-03-21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3-2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나의 반성을 부르는 페이퍼에요.
구드룬 파우제방의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에는 핵 폭발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고 남겨진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묘사되었어요. '천벌 받을 어른들'이라고 휘갈겨 쓴 아이의 글이 모든 걸 말해주기도 하고요.ㅠ

blanca 2011-03-21 21:1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그래도 이런 책 추천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당장 장바구니에 담을게요. 감사합니다. 오늘부로 읽을 책이 똑 떨어져서 고민 중이었답니다.

2011-03-23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3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3-2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오락가락하는 일본의 원전소식을 들을 때마다 현재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쉬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지요.

그나저나 정말로 일본에 가셔야 할 가족이 있으시다니 좀 안타깝습니다. 언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말이죠..

blanca 2011-03-29 14:0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정말 빨리 해결되어야 제 맘이 좀 편해지지 않을런지. 하늘의 흐림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고 말이예요. 바람결님은 잘 지내고 계시죠?

2011-03-29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0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1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