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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늦된 아이에 속하였고 특히나 숫자에 둔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나눗셈 쪽지시험을 보았을 때 물론 결과는 처참했고 틀린 수대로 손바닥을 맞고는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수학, 물리학, 화학 등에서는 꾸준히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영영 숫자, 과학과는 멀어질 줄 알고 기뻐했지만

 

소위 문과 속의 이과라 통칭되는 전공과 관련된(그러니까 나의 전공과는 무관한) 회사에 취업을 해서 울며불며 또 회계 공부를 해야 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니 나는 이런 책을 읽고 좌절할 수밖에. 솔직히 청소년 권장도서라는데도 불구하고 화학에 관련된 내용의 태반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분명 중고등학교 수준이었을 텐데.

 

 

 저자 올리버 색스는 이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신경정신과 교수로 로버트 드니로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사랑의 기적>의 원작자로도 유명하다. 2004년 출간된 <엉클 텅스텐>의 개정판이다. 일종의 올리버 색스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꼬마 소년의 화학에 대한 열정의 기록이라고나 할까. 중간 중간 과학과 의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장착하고 태어난 듯한 대가족에 대한 아련한 시간들에 대한 회고도 있다.

 

엉클 텅스텐은 텅스텐으로 백열 전구의 필라멘트를 만드는 일을 했던 올리버의 데이브 외삼촌을 일컫는 용어다. 18남매 중 열여섯 째로 태어난 어머니 덕분에 올리버는 이모와 삼촌 풍년을 맞는다. 삼촌들은 올리브의 화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이모들은 숫자와 자연, 애정에 대한 갈구를 충족시켜 준다. 그러나 주로 그가 하는 이야기는 역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직선적, 논리적인 순서가 아니라 도약, 분열, 수렴, 일탈, 반복, 궁지로 점철된 화학사에 대한 것이다. 돌턴의 원자론으로부터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양자의 발견까지 화학 교과서에서 줄기차게 거론되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기억의 지형에서 사라져 버린 것들이 정말 낯설게 그러나 때로는 낯익게 튀어 나온다. 물론 그의 입을 빌려 나오면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각색된다. 한창 화학 교과서 주기율표에서 원소들의 위치와 특성을 암기해야 하는 현역에 있는 학생들이 읽는다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 같다. 화학을 단순히 여러 교과 중 골치 아프고 실생활과 동떨어진 것으로 박제한 상태에서 암기하고 끝내버린 나로서는 너무 뒤늦게 발견한 책이라 아쉬울 뿐이다. 꼬마 올리버가 이렇게 화학에 열중한 이유는

 

내가 화학을  사랑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화학이 '전환의 과학'이기 때문이었다. 성질 자체는 고정되어 변함없고 영원한 몇십 가지의 원소가 수많은 화합물을 탄생시키기 때문이엇다. 원소의 고정불변성은 나에게 심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불안한 세상에서 한 자리를 지키는 일종의 닻과 같았다.

-p.323

 

라듐에 대한 장에서 그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선물받아 읽었던 퀴리부인의 전기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기억과 겹친다. 시간이 훌쩍 흘러 그가 수많은 청중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되었을 때 그의 추억은 한 명의 청중을 미소짓게 한다. 바로 퀴리 부인의 딸이자 그 전기의 저자였던 에브 퀴리였다. 나도 언젠가였는 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제일 처음으로 읽은 전기가 바로 마담 퀴리에 관한 것이었다. 삽화가 아주 아름다워서 퀴리 부인이 소녀 시절에 마호가니 책상(아, 마호가니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앞에서 아버지와 나누던 교감, 다락방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던 모습, 남편의 죽음 등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장에는 흑백 사진으로 퀴리 부인과 남편이 자전거를 타고 떠났던 허니문의 기록도 있었다. 그 책을 몇 번이고 읽고 나도 퀴리 부인처럼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기억이 난다. 올리버 색스도 그런 식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하며 아련한 잔상에 잠겼다 퀴리 부인의 딸과 조우한 대목에서 나도 마치 그런 상황에 맞닥뜨린 것처럼 반가웠다. 원자물리학, 핵물리학은 순수하고 태평했던 퀴리 부부의 시대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다,는 그의 슬픈 증언은 인간의 지적인 호기심, 사물의 진리를 파헤지고자 하는 연구욕이 지배욕과 타인을 짓밟고 올라서려는 욕망으로 변질되어 버릴 때 얼마나 비극적인 파국으로 치닫는 지를 보여준다.

 

자 이 정도까지 왔으면 이 책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다. 솔직히 끝까지 못 읽었다. 주기율표의 원소 하나 하나마다 자신의 삶을 대응시킨 프리모 레비의 간이 자서전 같은 이야기. 아마 나는 우라늄부터 인내심과의 사투를 벌이다 포기해 버렸던 것같다. 올리버 색스의 책과 함께 읽었으면 완독에 성공할 수도 있었을 것같다.

 

 

 

 

 

 

 

 

 

 

 

 

 

 

 

 

 

가을에는 이 세상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은 냄새가 난다. 낙엽, 휴식하는 대지, 불타는 나뭇가지 더미, 즉 '영원'하리라고 생각했지만 끝나가는 것들에게서 나는 냄새 말이다.
- <주기율표> p.133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 시절의 상상과 감성을 잊고 워즈워드도 말했다시피 '찬란했던 영광이 평범한 일상의 빛으로 바래가는 과정'인 걸까?

-<이상하거나 멍청하거나 천재이거나>p.354 

 

 

올리버 색스는 열네 살 때 '화학에 대한 열정이 죽었다'고 느낀다. 끝나가는 것들. 유년기의 끝과 청소년기의 시작이 맞물려 있는 지점에서 올리버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하지만 그는 당시 아버지보다 훨씬 나이 든 할아버지가 되어 그 시간들을 다시 복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미소짓기도 하며 '영원'하리라고 생각했지만 끝나가는 것들에서 나는 냄새를 다시 찬찬히 맡는다. 그리고 그 향기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염된다. 관심분야는 달랐지만 무언가에 대한 계산되지 않은 열정으로 하루가 짦았던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오는 책. 다 읽고 나면 태반이 화학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절반을 넘는 삶에 대한 아련한 아름다움으로 마음이 뭉클해진다. 좋은 책. 아이가 크면 화학이 지겹다고 얘기하기 시작하면 꼭 읽히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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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1-1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학과목을 싫어했던 저도 이 책을 학생때 읽었더라면 좋았겠어요. 주기율표도 전 완독 못한 상태인데 저런 구절이 있군요! 블랑카님 여긴 제법 바람이 쌀쌀해요. 행복한 오후 보내세요.^^

blanca 2012-11-14 10:21   좋아요 0 | URL
아, 프레이야님, 여긴 정말 너무 너무 추워용. 따악 감기 걸리기 좋은 날씨. 전 겨울을 안 좋아해서 벌써 봄을 기다린답니다.

다크아이즈 2012-11-1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딴 건 모르겠고, 지금 같은 가을에는 블랑카님의 글을 읽는 게 제격이란 생각밖에는...
이런 화학스런(!) 책을 어떻게 감질맛나는 블랑카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지 시샘 어린 존경만...
앗, 위에는 제가 의지하는 프레이야님 등장하셨다~~ 늦가을 오후 저, 대박났어요.

blanca 2012-11-14 10:23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솔직히 제가 책을 제대로 읽었는 지도 모르겠어요^^;; 여하튼 이제 좀 말랑말랑한 책들로 가려고 한답니다.

댈러웨이 2012-11-14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퀴리부인을 저도 읽은 것 같은데 왜 마호가니 책상 같은 건 기억이 안날까요? --;

블랑카님, 사실 좀 일찍 댓글을 달고 싶었어요. 근데, 저도 심하게 문과였는데... 이런 책을 읽으셨네요. --; 밑에 인용하신 두 부분은 문학책 같습니다. --; 뭐에요, 이 책? 왜 이렇게 헷갈리게 하는 거에요? --; (땀만 삐질삐질 --; 그렇지만, 나중에 아이에게 읽히면 정말 좋을 것 같긴 하네요. ^^)

blanca 2012-11-15 09:59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책상이 너무 강렬해서^^;; 뭔가 찾아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저에겐 역시나 무리수였던 것 같아요. 좋은 책들이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더라고요. 딱 화학 시간에 수업 받을 때 함께 읽으면, 특히나 주기율표 배울 때 너무 좋을 것 같아요.^^

Jeanne_Hebuterne 2012-11-2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주기율표를 외우고, 화학과 생물의 그 무서운 결과 값에 감동했던 사람 중 1인으로서 주기율표를 아직 못 읽은 것이 늘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보면 칼슘 같기도 하고 저렇게 보면 칼륨 같기도 한데 철이 아닐까? 라는 대화는 화학에서는 불가능했어요. Ca는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칼슘이 될 수밖에 없는 그 명징함. 나올 수 없는 무엇이 나오면 돌연변이라 일컫는 희극을 사랑했어요. 어쩌면 너무 많은 기준에 자신을 스스로 맞출 수 없어 한탄하다 겨우겨우 찾아낸 원칙에 기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블랑카 님의 글을 읽으니 뒤늦게 듭니다. 깨달음은 너무 늦거나 이르지 않게 찾아와야 하는 것을.

blanca 2012-11-29 10:05   좋아요 0 | URL
저는 이과와는 담쌓고 지낸 사람이라 이런 명료한 학문에 열중하고 빠질 수 있는 사람들은 또다른 세계에서 사는 것 같아 한편 부럽답니다. 다음 생에는 좀더 명료하고 용감하게 태어나고 싶어요.쥬드님.

다락방 2012-11-3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기율표]의 티타늄편이요, 블랑카님. 이 책은 티타늄에서 압권이에요!!

blanca 2012-12-02 14:3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다시 한번 <티타늄>편 차근차근 읽어볼게요!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이지 피아노를 치기 싫어했다. 시골에서 넉넉하지 못한 집의 장녀로 태어난 엄마는 피아노를 그렇게나 배우고 싶었는데 그 꿈은 한참이나 어린 막내 동생 때에나 가서야 이루어질 만한 것이었다. 그러니 엄마가 스물 다섯 구월에 낳은 나는 여섯 살이 되자마자 피아노 의자에 앉게 되었다. 어쩌면 가장 안 좋은 예체능 교육의 동기였는 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 당시로 여유 있는 집도 아니었는데 조기 음악 교육의 세례를 받게 되었다.

 

이사를 가면 동네의 가정식 피아노집에 등록하는 일이 엄마에게는 가장 급선무였다. 당시 방음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텐데 이십 평도 안 되는 아파트의 방방마다 피아노를 넣고 뚱땅거려도 주민들은 용케 참아 주었나 보다. 친구도 이웃들과의 안면도 갈등도 분란도 다 그런 피아노 학원 안방에서 비롯되었다. 의자에 앉으면 페달에 발도 닿지 않는 체구의 여자아이가 피아노를 치는 사진은 대견해 보이기보다 좀 안쓰러워 보인다. 고달프고 지루했던 기억들이다. 어찌 어찌 콩쿨까지 나가 예선에서 보란듯이 김칫국을 마시고 나서야 엄마는 나에게 피아노에 대한 소질도 열정도 없음을 어느 정도 수긍했나 보다. 그 이후 1년을 못 채우고 그만두어 버렸으니.

 

중학교 때 음악 실기 시험에 긴요하게 써 먹고서는 언제나 꼬부랑 할머니였던 나의 할머니가 쌈짓돈을 모으고 모아 사 주신 피아노도 좁은 집에 짐이 된다는 이유로 팔아 버리고는

 

이제서야 다시 피아노를 치고 있다. 이제는 하농의 그 단조롭고도 규칙적인 선율의 중독성도 체르니의 연습곡이 때로는 그럴 듯한 작품처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것임도 소곡집의 그 유치하지만 아이에게 꼭 들려 주고 싶은 동요 연주의 즐거움도 알겠는데 말이다.

 

이미 빈약한 대우를 받으며 멀리 떠나가 버린 나의 그 피아노도 다시 들여놓고 싶고 옆에서 매의 눈으로 나의 연습 상황을 감시했던 그 엄격한 피아노 선생님도 곁에서 나를 다시 채근해 주었으면 싶고 좋은 성적표보다 이선희의 'J에게'를 안 틀리고 치면 더 감격해 했던 엄마의 그 음악 교육에 대한 열정도 다시 찾고 싶다. 자식에게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것, 되고 싶었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은 언제나 시행 착오를 거쳐야 교정될 수밖에 없는 실수이고 자식은 또 그 엄마 나이가 되면 엄마의 실수가 이기심과 착각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그것도 또 하나의 성장의 과정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같다.

 

 

이 영화를 제대로 처음부터 보았는 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아이들이 이 영화 속 미소년들에 열광했고 키팅 선생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학교를 떠나게 되었을 때 학생들이 시위하듯 책상 위에 모두 올라갔던 장면만은 무언가 뭉클하고 아련한 그리움과 함께 남아 있다.

 

원작이 소설이 아니라 이 작품 자체가 아마 영화를 기반으로 다시 소설 형식으로 쓰여진 것 같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영화 대본을 읽는 현장감이 있다. 풍경이나 인간의 내면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없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다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내내 나는 다시 그 자그맙고 추운 교실로 다시 돌아가 아이들과 끊임없이 흥분하고 이야기하고 졸던 나날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만 같은 느낌. 소설이란, 영화란 참 대단한 것같다. 과거를 소환한다. 그 내용과 크게 관련이 없어도 그것을 처음 만났던 당시의 정경들이 뚜벅뚜벅 걸어들어온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키팅 선생이 지금의 나보다 젊었다는 것. 모든 것을 깨닫고 인생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보이는 그가 삼십 대 초반에 불과했다는 것. 키팅 선생도 아니고 여전히 난 죽은 시인의 사회 서클의 회원들 정도의 정신 연령인 것 같은데 이제 삼십 대 중반에서도 밀려나려고 준비중이라는 것.

 

그. 리. 고. 저도 모르게 벌써 아이에게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것들의 청사진을 그려 보이려 한다는 것.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벌써 제명당하고도 남을 만큼 이 만큼 와 버렸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을, 꿈을,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소비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또다시 하고 있다는 것.

 

설거지를 하는데 요새 한창 '나가수'에 흠뻑 빠져 있는 딸아이가 "엄마, 난 가수가 될래"라고 한다. 나는 "음...그것보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하며 멈칫한다. 닐은 연극을 하고 싶어했다. 아버지는 그러한 닐의 꿈을 폄하하고 짓밟는다. 그러한 아버지에게도 키팅 선생의 얘기처럼 꿈을 꾸던 닐과 비슷한 나날들을 보냈던 소년기가 있었을 터이다. 나이가 들고 사는 데에 부대끼게 되면서 우리는 절대 저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모습을 닮아간다.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러나고 닐은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아버지 말을 처음으로 거역했던 닐이 자신의 열정이 단순한 치기에 불과하다는 아버지의 얘기와 아버지가 차곡차곡 그려 놓은 소위 엘리트 코스의 청사진을 보고는 절망했던 모습. 열일곱. 그 영향받기 쉬운 나이. 폄하되기 쉬운 열정, 소망.

 

아이는 어른의 훈육과 말로 자라지 않는다. 모든 깨달음은 결국 몸으로 부딪혀야 공명한다. 서른 다섯이 넘어서야 비로소 피아노를 치는 즐거움을 알았듯이 여섯 살 때에는 열 여섯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까먹지 말아야겠다. 이것은 나에게 하는 전언이다. 언젠가는 사춘기가 될 아이에게 실수하고 싶지 않다. 아이의 꿈을 내가 재단하지 않으려면 이 페이퍼를 꼭 기록해 두어야 한다. 그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나이듦은 반드시 성장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너에겐 나에겐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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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난감 피아노
    from 처녀자리의 책방 2012-10-25 19:20 
    그때는 미처 몰랐던 걸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우연한 기회에 깨닫게 되다니. 블랑카님의 피아노와 어머니에 얽힌 기억를 쓴 페이퍼를 읽고 나의 엄마가 떠올랐다. 아직도 다 못 헤아린 엄마의 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디까지였을까. 내가 11살 때 엄마는 오르간을 사들이셨다. 딱히 내가 원했던 것도 아닌데 어느 날 뜻밖의 선물이었다. 알뜰살뜰한 엄마가 중고도 아닌 새 것으로 오르간을 들이시다니 놀랍고도 설렜다. 내가 오르간을 치기를 원하신 것 같은데 나는 애
 
 
다락방 2012-10-2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그렇듯이 멋진 글이네요, 블랑카님. 9월달에 한창 피아노학원을 알아봤거든요. 저도 다시 배우고 싶어서요. 그런데 알아보기만 하고 역시나 실행에 옮기진 않는 게으른 영혼이에요, 저는.

하농의 단조롭고 규칙적인게, 이제는 즐겁나요, 블랑카님? 저는 어릴적에 피아노 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녀서 피아노 학원에 다니게 됐거든요. 그리고 하농을 배우기 전까지는 피아노 치는게 몹시도 즐거웠고 피아니스트가 될 거라는 꿈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농을 배우면서부터 학원을 빠지고 연습도 안하고 결국은 피아니스트가 될 거란 꿈조차도 사라져버리고 말았죠. 그런 하농이, 이제와 다시 배우게 된다면, 즐거워질까요? 피아노는 제게 풀지 못할 숙제 같은 거라서 언젠가는 다시 배우리라,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되리라, 매번 생각만 하고 있는데 블랑카님의 이 페이퍼는 제게 그걸 당장 실행에 옮기라고 말해주는 듯해요.

이 페이퍼는 블랑카님에게도 꼭 기록해두어야 할 것이었지만, 제게도 꼭 읽어야할 것이었네요.

blanca 2012-10-25 09:2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도 하농 정말 싫어했어요. 울면서 쳤던 기억이 ㅋㅋ 그 다라라라 라라라라 트라우마까지 남아 있답니다. 그런데요. 다시 치니까 너무 달라요. 그 순간 만큼은 온갖 스트레스 잡념 다 없어지더라고요. 꼭 다시 시작하세요. 저는 1주일에 고작 두 번 하는데도 제가 막 달라지는 것 같아요. 피아노 연주가 들어간 음악을 들으면 불끈 저것 꼭 나중에 쳐야지, 이렇게 자극도 되고요. 저도 시작하기 전에는 정말 망설였어요. 그냥 한번 해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농밀한 한 시간이 가능할까 싶더라고요. 성인은 아이들과 달라서 진도가 확 확 나갑니다.^^;;

2012-10-24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5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12-10-2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키우다보니 내가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인간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런 면에서 블랑카님이 피아노 연주를 다시 시작하신 일은 부럽고도 멋진 일이네요.

제가 엄마라는 사실이, 교사라는 사실이, 가슴 한켠에 엄청난 부담으로 밀려올 때가 많아요.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부끄럽지 않게 살고픈데 때로는 부끄러운 짓을 하게 될 때도 있고. 첩첩산중이에요. 몸으로 부딪혀 공명하기 전에 먼저 지혜로워지고 싶은데 잘 안되겠지요? ^^

blanca 2012-10-25 09:30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저도 그런 생각해요. 한참 그런 생각에 빠져 있었던 때도 있고요. 엄마 되는 것은 엄마가 되어 가는 것인 것 같아요. 영원한 시행착오와 후회. 조금씩 나아져 가고 있다고 그렇게 믿어요, 우리.

oren 2012-10-2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의 글을 읽어보니 예전에 제 딸아이도 피아노 레슨을 받을 때마다 힘들어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심지어 레슨을 받을 때조차도 피아노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도 봤었는데, 결국 제 오빠보다 훨씬 일찍 피아노 배우기를 그만두게 되었었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토록 배우기 싫어하던 피아노를 그때 왜 그리 가르치려 들었나 싶은 생각도 들긴 합니다.

저는 어릴 때 피아노 레슨은 커녕 피아노를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살았는데(시골의 자그마한 분교의 교실 안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낡은 풍금'을 보고 자랐지요), 나이 오십을 넘기다 보니 피아노 연주도 정말 좋아하게 되더라구요. 어제도 밤늦게까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각각 두번씩 듣고 잤는데, 사실은 오늘 저녁 8시에 고양 아람누리에서 '모스크바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을 예습 차원에서 들은 거랍니다. blanca님의 이 글 제목대로 저 역시 늘 '지금 이 순간'을 정말 절실하게 느끼며 살고 싶은데, 오늘 저녁 공연이 또다른 '멋진 순간'이길 고대하고 있답니다.(마침 KBS 제1FM에서도 실황 생중계를 한다고 하니 시간 되시면 blanca님께서도 직접 들어보셔요~)

blanca 2012-10-25 09:33   좋아요 0 | URL
oren님, 저도 여섯 살 꼬맹이 수영 시키면서 싫다 얘기에도 끝까지 시키려고 무던히 구슬리고 그랬어요. 이제 부모들의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저도 어지간히 피아노 치는 것 싫어했어요.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일명 '눈물의 피아노'라고 울면서 피아노 많이 쳤답니다. 고양 아람누리의 문화적 혜택을 누리실 수 있어서 참 부럽습니다. 한 발 늦게 댓글을 달게 됐는데 어젯밤은 정말 행복하셨겠어요!

감은빛 2012-10-2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당시 남자아이 치고는 드물고 피아노를 잠깐(아주 잠깐) 배웠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귀찮고, 지겹고, 싫어했던 일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 우리 큰 아이는 피아노 학원을 다닙니다.
그 녀석에게는 어떨까 궁금해서 물어보면,
어떤 날은 가기 싫다고 하고, 또 어떤 날은 재미있다고 하네요.
그 당시의 저도 어쩌면 칭찬을 듣거나,
스스로 생각해도 좋았던 날에는 재미있어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훌륭한 글,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12-10-25 09:35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큰 아이가 몇 살이에요? 아, 그래요. 저도 분명 좋았더 날이 있었을 거예요. 기억하지 못하는 것뿐이겠지요? 악기 하나를 제대로 배우고 연주한다는 것은 평생의 자산이 될 거예요. 그 땐 정말 몰랐거든요.

프레이야 2012-10-24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이 페이퍼 읽다가 제 엄마가 사주신 장난감 피아노 생각이 나서 울컥합니다.
악기를 하나쯤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보통사람보다 풍요한 삶을 살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해요.
전 끈기 부족이라 못한답니다.^^ 그렇다고 제 딸들에게 그런 걸 강요한 적은 없는데 다행이 아이들이
알아서 배우려하고 잘 하더라구요. 작은딸은 특히 더 그래요. 뭐든 누구의 권유나 강요로 억지로 되는 건 아니겠죠.^^
먼댓글로 페이퍼 쓸게요^^

blanca 2012-10-25 09:3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어머니가 사주신 장난감 피아노에 어떤 추억이 얽혀 있을까요? 아, 맞아요. 저는 이제야 알았어요. 악기를 다룬다는 것의 의미. 조금 더 즐겁게 열심히 했어도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이제는 솔직히 손목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2012-10-25 0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5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댈러웨이 2012-10-25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저도 먼댓글 달고 싶어져서 어젯밤 몇 자 써보다가 포기했어요. 발랄하게 톤을 잡아야하는데 자꾸 축축 쳐져서요. ㅠㅠ 그래도 혹 갑자기 먼댓글이 달릴지도. '이제서야' 우리가 무엇에 대한 진가를, 즐거움을 깨닫기 시작했듯이, 다 제 각각의 시기라는 게 있듯이... 그나저나 아이가 이쁜 6살이군요. ^^ (오타 지금 봤어요. 죄송. 고쳤어요. ^^;;)

blanca 2012-10-25 09:41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먼댓글 기다리겠습니다. ^^ 말대꾸 많이 하는 여섯 살이랍니다.--;;

라로 2012-10-2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프레이야님 글을 읽고 프님의 먼댓글을 따라와서 읽었어요!!
저도 먼댓글 달고 싶어요. 그런데 두 기라성의 글에 제 초라한 먼댓글을 단다는게,,,ㅎㅎㅎㅎㅎㅎㅎ
암튼 우리 모두 다른 경험들이 만나 비슷한 느낌을 느끼게 한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블랑카님,,,,갑자기 둘째는 언제???가 묻고 싶어지다니~~~^^;;

blanca 2012-10-28 12:46   좋아요 0 | URL
나비님, 저 먼댓글 받고 싶어요! 둘째를 저도 기다립니다 ㅋㅋ 나이차가 벌써 얼마나 벌어지는지 흑흑.

잘잘라 2012-10-2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 피아노 치는 블라카님~~~ ^^♪

blanca 2012-10-28 12:47   좋아요 0 | URL
요새 같이 연습 열심히 했으면 전공도 가능했을 것 같아요--;;

2012-10-27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28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년 80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박완서 선생님의 부고를 핸드폰으로 확인했던 그 날 아침이 또렷이 기억난다. 그 날은 2011년 1월 21일, 아이를 가지고 낳고 이제 누군가에게 맡겨도 울며 엄마를 찾지 않아도 될 만큼 키워냈던 집을 마음의 준비없이 떠나야 했던 날이었다. 당연히 내 소유의 집이 아니니 여러가지로 사정이 안 맞으면 자연스럽게 떠나야 하는 집이었지만 추운 겨울 급하게 이사를 해야 하는 마음은 참 시렸다. 아침부터 눈이 흩날렸고 이삿짐을 열심히 옮기는 인부들 옆에서 왠지 내가 걸리적거리는 것만 같아서 괜히 어슬렁거리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써낸 전부를 읽고 싶었던 마치 나의 지인 같았던 작가의 부고를 들었다. 바깥에 흩날리는 눈발과 아이가 기어다녔던 방이 휑뎅그렁하게 비어 있는 모습, 그리고 그 분과의 작별. 작가와 독자의 이별은 만남만큼 큰 파란이다. 읽어내는 이야기들은 일종의 만남이다. 그 만남은 텍스트 안에서 읽는 이들의 삶 속으로 물처럼 흘러간다. 그러니 작가의 죽음만큼 슬픈 작별은 없다.

 

전쟁이 남긴 상흔, 소소한 일상, 지인들과의 추억담이 역시나 소담한 그 분의 손 안에 담긴 따뜻한 밥처럼 다가온다. 예전에 들은 것도 같고 내가 짐작하기도 했던 이야기들도 언제나 새롭고 다감하게 들리는 것도 그 분만의 저력이리라.

 

아무리 어두운 기억도 세월이 연마한 고통에는 광채가 따르는 법이다. 또한 행복의 절정처럼 빛나는 순간도 그걸 예비한 건 불길한 운명이었다는 게 빤히 보여 소스라치게 되는 것도 묵은 사진첩을 이르집기 두려운 까닭이다.

-<내 기억의 창고> 중

나이가 듦은 기억과 화해하는 과정 속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어떤 어두운 기억도 세월은 그 날카로운 모서리를 원만하게 깎아 버린다. 찬란한 환희의 그 빛나던 모습도 세월의 무게 속에서는 적절하게 빛이 바랜다. 그러고 보면 오늘 밑에 가라앉는 어제들은 다 하향 평준화되어버린다. 그래서 인간은 내일을 기다리게 되나 보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찬란하기를 고대하면서.

 

 

 

 솔직히 무엇에 관한 어떤 이야기인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는 유명한 초입부에 역시 감탄하며 줄을 긋고 과연 다 읽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지며 출발했다.

 

프랑스 혁명기, 런던과 파리 두 도시를 진자처럼 왕복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기막히게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결코 손을 놓을 수 없는 기묘한 흡인력을 자랑했다.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찰스 디킨스의 다른 작품이라고는 그 지독한 스쿠르지 영감 얘기 정도를 접해 본 나로서는 이래서 위대한 작가의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에 절로 고개를 주억거리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프랑스 혁명이라면 고등학교 때 지엽적인 연대기 정도로 달달 외우고 마감했던 기억이 전부였다. 혁명이라니 용기 있는 것이고 시민들의 손에 권력이 이양되었으니 바람직한 역사의 격변이었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하늘과 땅만큼 먼 간극 속에 대치한 두 인간 군상은 찰스 디킨스 앞에서 가차없이 발가벗겨진다. 어느 누구도 절대적으로 옳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절대적으로 이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식을 낳아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 이렇게 무서울 수 있느냐. 그러니까 우리 같은 사람은 여자들이 임신을 못하게 해서 우리처럼 비참한 생명이 아예 멸족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절규했던 아버지를 둔 사람들, 단지 귀족의 태생이라는 것만으로 기요틴에 무자비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은 결국 다 같은 고뇌에 찬 인간들이다. 복수심에 불타 이미 혁명 자체의 명분도 취지도 망각한 채 집단 살육에 이성을 잃은 '애국시민'들의 모습 속에서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거친 사내의 희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찰스 디킨스의 펜은 오히려 가혹하게 느껴진다. 결국 그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희망 그 자체를 조롱하고 싶었던 것일까. 무언가 미진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제대로 <두 도시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방증일런지도 모른다. 이야기만을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시대의 여명이 아니라 어두운 시대의 가차없는 뒷골목을 헤매다 결국 집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 아니라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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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0-03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촌의 팔촌 소식 듣는 마냥 지나쳤던 박완서 작가님의 부고 소식, 일 년이 훌쩍 넘어서 저는 다시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답니다. 제 친구가 박완서 작가님을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 친구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물어보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못한 게 내심 걸리네요. 이 글을 읽으니 내일이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되는 걸요. 걱정도 앞서고, 괜시리 불안해지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내일이니까! :)

blanca 2012-10-04 09:39   좋아요 0 | URL
아, 수다쟁이님, 그 친구를 오늘 만나시는 건가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그런 순간들이 있어요. 그러니 괜찮을 겁니다. 저도 박완서 작가를 정말 좋아해서 여동생과 서로 책을 바꾸어 읽으며 전작주의를 시도했었답니다.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이 있지만요.

순오기 2012-10-0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잘 지내셨죠?
박완서 선생님 책 사두고 쓰다듬기만 하다가 이번 추석에 읽었어요.
전날 큰집에서 음식 해놓고 잠이 안와서 읽다가 다음날 집에 돌아와 다 읽었어요.
나도 그분의 책은 다 읽고 싶은 독자거든요.^^


blanca 2012-10-04 09:4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한가위 잘 보내셨지요? 저도 무언가 숙제를 마친 기분으로 이제 밀린 일들을 하려고요. 올해는 철 들어서 큰집 며느리인 저희 친정 엄마께 "엄마, 고생 많다."며 설겆이도 도와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너무 늦게 철이 들어서 아쉽지만요--;; 일교차가 심해지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프레이야 2012-10-0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예쁜 박완서 님 미소^^ 블랑카님, 전 저 책은 담아만 두고 아직이고 친절한복희씨 이후 멈춰있어요. 그 소설집이 너무좋았어요. 디킨슨도 그렇고 세상엔 읽을책이 이리 많으니 해피한거죠ㅎㅎ

blanca 2012-10-04 09:4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 다시 책의 지름신이 강림하여 오늘 택배가 두 건이--;; 대기 중입니다. 갑자기 또 책이 너무 막 좋아져서 있는 책들도 이고 있을 지경인데 말이에요. 그래도 제가 사는 건 책의 힘덕분이랍니다 ㅋㅋ

2012-10-2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작을 읽자고 결심할 만큼의 박완서 샘의 팬이 생각보다 많군요. 저는 이 책의 리뷰들을 통해 박완서 샘의 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책에 반해서,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두어 권 더 산, 초보독자..^^
앞으로 더 많이 시도하게 될 것 같아요. 박완서 선생님 책읽기. 읽다 보면 거의 전작을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할만큼 반하기도 했어요.^^

<두 도시 이야기>. 저는 이 책을 고등학교 때 넘 재밌게 읽었었지요. 아직도 많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물론 주니어 세계문학,이라는 축약판으로 경험했으니, 원작을 제대로 감상하지는 못했지만요.)

blanca 2012-10-23 17:34   좋아요 0 | URL
섬님, 정말 신기해요. 제가 아이 임신 중에 어떤 식당에 박완서 선생님 책을 들고 갔는데 낯선 아주머니가 말 걸어오더라고요. 박완서 작가 좋아한다면서요. 그 만큼 고정 독자가 많은 것 같아요. 일단 재미있어서 흠뻑 빠지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아, <두 도시 이야기>를 고등학교 때 읽으셨군요! 그 시절 읽은 책들은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감성으로 녹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가 목욕탕에 가지 않게 되었다. 샤워로 대신하다 보니 때를 미는 일도 하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살이 벌겋게 될 때까지 때를 밀어야 제대로 된 목욕을 했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그러고도 살 수 있냐고 신기해한다. 물론 살 수는 있다. 하지만 때때로 그 뜨거운 김이 자욱한 목욕탕, 지우개 가루처럼 나오는 때를 무슨 전리품인 마냥 보람을 느끼며 씻어내는 맛, 무언가 정화된 느낌으로 먹으며 나오는 요쿠르트나 초코우유의 맛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동네에서 가까운 목욕탕을 찾아보면 대형스파나 찜질방과 연계되지 않은 그 옛날식의 아기자기한 목욕탕은 찾기 힘들다.

 

 

 

그러한 목욕탕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얘기다. 샤워만 해본 아이는 이해하지 못할 것 투성이다. 냉탕에 몸을 던지는 맛이며 죽은 듯 누워 엄마에게 고문당하듯 때를 미는 그 고통이며 그러한 고통을 값진 것으로 만들어 주는 포상품으로서의 시원한 야쿠르트 맛도 아이에게는 와닿지 않음에도 연거푸 계속 읽어달란다. 엄마는 항상 최소 두 번 이상 전신을 밀어야 밀린 숙제를 완수했다고 생각해서인지 나, 여동생, 엄마까지 도합 여섯 번의 강도 높은 때밀이 노동을 했다. 그 정도 되면 세 여자의 몸은 벌겋게 익어버린다. 이 때밀이 문화가 피부의 유익한 각질층까지 제거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래도 도망다니며 울며 불며 때를 밀리고 나서는 이리 저리 뛰어 다니며 야쿠르트를 하나 달고 겨울의 차가운 바람에 언 머리카락을 헤쳐 푸는 재미가 쏠쏠했다.

 

목욕탕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조금 멀어도 조만간 목욕탕 원정을 갈 것이다. 내 몸을 두 번 밀 힘도 없는 저질체력이라 나도 엄마처럼 아이를 데리고 가서 가열차게 때를 밀어주고 잡으러 다닐 자신은 서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아줌마의 힘'이 엄마 세대에는 육아의 원동력이자 가정을 지키는 근원적인 힘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김이 풀풀 나는 온탕에 다리 하나를 걸치고 몸 전체를 막 넣었을 때의 그 화한 느낌을 감수할 용기를 내기 직전 그 찰나가 두렵기도 하고 기다려지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다시 아이가 되고 싶어진다. 죽은 듯 엎드려 엄마에게 때를 다 밀리고 타 낸 요쿠르트를 몰래 건네줄 장수탕 선녀님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서양의 요정보다 좀 엽기적이기도 하고 촌스럽기도 하지만 이러한 나이든 할머니 선녀님을 만나는 목욕탕은 언제고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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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2-09-2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아 시절 단테의 지옥도를 떠올렸더랬습니다(그 나이에 왜 단테를 알고 있었는지는..그냥 지나쳐 주셔요)
하지만 블랑카님은 분홍공주님과 함께 장수탕 선녀님을 만나뵙기를 바랍니다. 요쿠르트도 같이!

blanca 2012-09-28 09:02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유아 시절에 벌써 단테를! 쥬드님은 어렸을 때부터 성숙하고 진지했을 것 같아요. 이 그림책의 할머니가 은근 엽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들춰볼수록 중독이 되더라고요^^;;

프레이야 2012-09-2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엄마가 때밀어주시는데 전 왜그렇게 울고짜면서 엄마를 힘들게 했는지요ᆢ 아프고 답답하고 막 그랬던 기억이ㅠ 아마 선녀님이 주는 야쿠르트가 없어서였는지도ᆢㅎㅎ 이 그림책 그림 참 좋아보여요. 구름빵의 그 작가죠. 상상력도 놀라워요.

blanca 2012-09-28 09:04   좋아요 0 | URL
저도요! 프레이야님, 저는 저희 엄마가 유독 심하게 때를 민다고 생각했는데 프레이야님 어머님도 ㅋㅋ 그러셨군요. 이 작가는 여기까지가 전부인가 싶으면 또다른 상상력의 지평을 열어요. 정말 대단해요. 그리고 유독 아이가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하더라고요. 어른이 읽어도 웃음이 빵 터진답니다.
 

이 책은 대학 시절 가장 친했던 동기의 결혼식장으로 향하던 지하철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이 날을 위하여 내가 주인공이 아님을 번연히 알면서도 까만 나비 날개 같은 원피스를 구입하여 입고 평소 같으면 질끈 동여맬 머리를 풀고 귀찮아서 안 하던 귀걸이, 목걸이를 다 동원하였다.

 

우리는 스무 살, 스물한 살, 스물두 살, 때로 스물세 살 정도였다. 어떤 날은 기분이 너무 좋아 세상이 한없이 친절해 보이고 어떤 날은 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세상처럼 냉혹한 게 없어 보였다. 어떤 날은 세상 모든 이치를 알 것 같았고, 또 어떤 날은 세상에서 아는 게,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자학하였다. 시간이 한정없이 있으면 돈이 없었다. 동기와 모든 것을 공유하고 모든 것을 함께 아파할 수 있는 것도 같았고 때로 무심코 들은 한 마디에 큰 의미와 해석을 부여하여 끙끙 앓기도 했다. 그게 바로 청춘이었을까?

 

해 질 녘, 초록색의 황혼 녘, 바닷가에 서면, 눈을 감아야 참으로 보이는 나의 별. 잘 익은 과일. 하루에 한 번 익은 지구가 비로소 내 가슴에 깊이깊이 들어앉는다. 내가 그 별 속에 살고, 그 별이 나의 속에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전을 시작한다.

 

당신은 혹시 보았는가?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라나는 그 잘 익은 별을. 혹은 그 넘실거리는 바다를. 그때 나지막이 발음해 보라. "청춘." 그 말 속에 부는 바람 소리가 당신의 영혼에 폭풍을 몰고 올 때까지.

-김화영 <행복의 충격> 중

 

 

 

이젠 중년들의 티가 완연히 났다. 사내 아이들은 이제 한 집안의 가장이었고 이미 초등학생 학부형이 된 녀석은 아이 둘을 쫓아다니느라 대화의 맥이 자꾸 끊겼다. 여기 저기에서 익숙하지만 십여 년을 만나지 않고 나니 대학 시절처럼 무람없이 대할 수 없는 얼굴들도 있었다. 예전 같으면 나는 백팩을 매고 마구 그 아이들을 향해 달려가 깡통매점에서 청량음료를 하나씩 나누어 들고 퍼더 앉아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들었던 얘기를 또 듣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젠 어제 같았다고밖에 그런 진부한 표현을 빌릴 수밖에 없는 느낌을 가지고 내 앞에 포박해 들어온 그 아이들의 시간의 무게에 아연해졌다.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나를 둘러싼 녀석들을 보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그 시간을 뒤로 밀어내며 왔던 것이다. 내 가슴 속의 별. 그 별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찬연하게 때로는 서럽게 빛나고 있다. 아무리 비하하고 아무리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해도 그것만큼 찬란한 별은 없을 것이다. 젊음. 청춘. 지금의 깨달음을 가지고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 나이는 또 그 만큼의 어리석음과 치기를 들쳐업고 나타날 것이다. 청춘은 그런 것같다.

 

해질 녘이 되면 프로방스에서는 항상 우주가 보인다는 저자 김화영의 얘기는 그 젊음을 고스란히 집과 학교에 누려야 했던 좁은 공간 출신의 나로서는 더없이 샘이 나게 한다. 사실 나는 문학평론가서로도 유명한 번역가로서도 그를 온전히 알지 못한다. 내가 알게 된 그는 청춘을 우주가 보이는 지중해에서 보내고 그것을 적당한 거리에서 관조하며 복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다. 이러한 세계.

 

그 꿈은 어느 여름 오후를 보낸 쿠르 미라보의 까페, 그늘지고 조용한 구시가의 작은 골목으로의 산책, 벤치 위에 내리는 햇빛의 반점들, 서점에서 만난 초록빛 눈의 처녀, 부활절 무렵부터 늦봄까지 피는 코클리코 붉은 야생화, 자동차로 십오 분이면 항상 눈앞에 출렁거리는 지중해, 근교의 푸른 하늘을 물들일 듯한 보랏빛 라벤더의 광활한 고랑들, 언덕배기의 자욱한 텡(타임)의 그윽한 냄새, 토르네 성으로 넘어가는 언덕길, 양옆의 숲 속에 드문드문 자리잡은 하얀 별장들, 작열하는 태양에 빛이 바랜 붉은 기와, 시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학생들이 이 소도시를 가득히 채우는 영원한 청춘의 설렘, (중략)

- 김화영 <행복의 충격> p.37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흔쾌히 그렇다,고 얘기하는 대신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더 행복해하며 그 자체로 충만해하며 젊음을 누리고 싶다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가지고 덧붙일 것같다. 그때는 미처 몰랐으니까. 너무 아파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나를 너무 아프게 했던 일들. 그 자체로 웃어도 되었던 일들을 왠지 망설이며 유보했던 일들. 청춘은 덜 익은 차가운 과일 같다. 싱그럽지만 처음 베어 먹을 때의 그 아릿한 차가움은 피할 수 없다.

 

누군가를 붙자고 이야기해도 그 자체로 용인되던 그 날들 같지는 않았다. 주고받는 안부 인사. 자꾸 끊기는 화제들. 우리는 그렇게 삶의 가장 바쁘고 과업이 많은 시기를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면 충분히 나이들고 나면 그 때는 우리 다시 모일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들 얘기했다. 지금은 아직인 것 같았다.

 

우리는 그 어떤 목적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바로 모든 것을 향해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언제든 느낄 태세를 갖추고 있는 오관과 살을 가지는 그 순간에 모든 목적은 달성되었다. 날들은 과일과 같다. 우리들의 역할은 그 과일들을 먹는 일이다.

- 김화영 <행복의 충격> p,80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나는 어딘가를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어딘가를 지향하며 직선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도 없다는 것을. 나이 드는 일도 또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사실도 두렵고 때로 이제는 온전히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과업들 앞에서 망연해지기도 하지만 삶이라는 게 죽음이라는 게 나이든다는 게 그 자체로 가치롭고 의미를 품고 있다는 가르침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중이다. 죽을 때까지 가장 찬란하고 가장 어리석고 가장 슬펐던 시간들은 제가끔 끊임없이 돌아올 것이다. 각기 다른 버전으로 다른 가르침으로.

 

공강 시간 결혼식의 신부와 나는 벤치에 앉아 세상에서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고민을 껴안고 있는 것처럼 느끼며 점심 때에 과연 명동까지 가서 틈새 라면을 먹을 수 있을까 시간과 거리를 가늠해 본다. 가능할 것도 같다. 우리 둘은 일어나서 명동까지 가기로 한다. 젊으니까 젊었으니까 가능한 일들. 그 빨갛고 강렬한 맛을 적절하게 중화시켜 줄 밥알이 탱탱한 김밥은 필수다. 나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꼭 껴안았다. 구태여 말하여지지 않아도 신부와 나는 눈을 맞추며 순간 눈물을 재빠르게 숨긴다. 이제 행복해할 일만 남기기로. 우리들의 역할은 잘 반죽된 빵 같은 지구에서 과일 같은 하루 하루를 맛있게 음미하며 먹는 일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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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8-30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blanca님!
나도 '잘 반죽된 빵 같은 지구에서 과일 같은 하루 하루를 맛있게 음미하며 먹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정신없이 분주한 나날들이라 하루 세끼 챙겨먹기도 어려워요, 더구나 책은 몇날 며칠 손놓기 일쑤고요.ㅠ

blanca 2012-08-30 13:0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요즘은 바쁜 것도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선가 나를 찾아주고 내가 필요한 일들이 많다는 거잖아요. 그래도 세 끼는 꼭 챙겨 드세요. 저는 며칠 점심을 건너뛰곤 했었는데 몸이 지치더라고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프레이야 2012-08-30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잘 익은 나날들,이란 제목이 책제목보다 더 좋아요. 요즘 포도알이 달달해요. 태풍에 과일들이 떨어져 안타까워요. 수확만 기다리고 있던 잘 익은 것들이요. 오늘하루도 맛나게 먹어야겠어요!^^

blanca 2012-08-30 13:07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그렇네요. 행복의 충격보다 이게 낫겠어요! 오늘 또 태풍이 올라온다네요. 창문에 붙인 테이프를 뜯자 마자요. 농민들도 어민들도 피해 안 보고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어제 전복 폐사했다고 막 우는 모습 보니 안타깝더라고요. 저도 요새 거봉이 넘 맛나서 하루 걸러 한 송이씩 해치우는 것 같아요^^

다크아이즈 2012-08-3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봐도 감각적으로 글 잘 쓰는 블랑카님. 이 책 산다면 거의 전부가 님 글 덕분이지요. 나머지 10퍼센트가 김화영 브랜드 값. 크~

blanca 2012-08-31 18:17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이 댓글 읽고 배시시 웃음이^^;; 나요. 좋아서요.

굿바이 2012-08-3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글을 읽으며 잠시 저도 이십대의 어느 날로 불려갔어요~! 좋은데요, 이렇게 추억할 것들이 있어서 말이죠.
그나저나 언제 읽어도 글이 참 따뜻하고 좋아요.

blanca 2012-08-31 18:19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도 그러셨다니 반갑네요. 저는 그런데 너무 옛날 생각을 많이 해서 할머니가 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할머니가 되면 또 지금을 추억할 텐데. 지금도 어떻게든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 놓고 싶은데 아무래도 이십 대의 그 풋풋하고 강렬한 싱그러운 추억과는 좀 성질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2-08-3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는 오고, 블랑카님 글 읽으며 난 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어요.^^ 잘 살아야겠다....남은 날들은 더 열심히~ 이러고 있어요.^^

blanca 2012-08-31 18:21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잘 지내고 계시죠? 이미 그러고 계신 것 같아요. 현준이 학교 생활 적응기 읽고 참 부러웠어요. 저는 배우는 입장인 걸요. 아이 키우는 일에서도 참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반성도 많이 하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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