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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그의 첫 장편 소설을 펼쳐들게 되었다. 

호세이니는 영화화 하기 좋은 작품을 쓰는 것 같다. 스케일이 크고 심리묘사보다는 스토리전개 위주이고 또 전개가 시원하다. 내가 감독이라도 판권을 절로 사고 싶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듯....다만 사람들 평과는 달리 '연을 쫓는 아이'는 너무 영화 같아서 좀 김이 빠졌다. 반전을 위한 반전 부분... 구태여 하산과 아미르의 관계를 이복형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 수록 호흡이 늘어지고 감동을 쥐어짜는 듯한 약간의 어거지가 노출되는 부분이 있어서 자꾸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그리워지게 된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은 충분히 아주 대단히 훌륭하고 삽입되어 있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다 그자체만으로 완결된 예술 같다. 아미르가 하산에게 도둑 누명을 쒸워서 그가 아버지가 알리와 함께 떠나는 장면에서 나는 눈물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뚝 뚝 떨어짐을 경험했다. 마치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그 어떤 항변도 없이 아버지와 떠나는 그의 모습에서 사랑의 절정을 경험한 아미르가 그러나 잊고 또 살아가게 될 것임을 인정하는 부분에서 인생의 고통스러운 아이러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은 그렇듯 언제나 잊고 또 앞으로 나아간다. 또 소라야의 불임을 인정하면서 아미르 부부 사이의 사랑 속 공허함이 갓 태어난 아기처럼 자리잡았다는 표현은 너무나 사실적이면서도 또 너무나 문학적이어서 소름이 끼쳤다. 호세이니만이 이런 표현을 만들어 독자를 전율케 할 수 있으리라... 그의 재능이 다시금 사무치게 부러워진다. 

호세이니 작품의 초반은 항상 천천히 전개되는 유년시절의 아름다움의 휘장이 지긋이 이끌린다. 그 휘장을 밟고 갑자기 호흡이 빨라지다 후반부는 무언가 그래도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이 지배하는 한계가 떠오르는 것 같다. 주제넘게 줄거리를 마구 재단해 봤지만 그가 너무나 훌륭한 작가라는 사실에는 결코 반론을 제기할 자격이 못됨은 당연하다. 그리고 두권째 그의 작품을 접하면서 그에게 아픈 연민을 느낀다. 개인이 아무리 성공해도 그가 유년의 웃음을 점점이 박아 놓은 모국에서 멀리 떨어져 그 슬픈 참상을 지켜봐야 하고, 또 어린 시절을 박제처럼 추억해야 하는 이의 천형의 아픔이 전해졌기에...아프가니스탄...아랍권....갑자기 사람들이 서로를 이념의 철창에 가두고 미워하고 반목하기 시작하며 끝을 내달리는 비극...인간의 힘으로는 멈출 수 없는 그 감정분출의 총구를 과연 누가 막아줘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머리를 맴돌면서 우리 사회 만큼은 제발 그런 방향으로 내닫지 않기를 기도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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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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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펑펑 울어 버렸다.... 픽션이 나를 오열하게 했다. 살아서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아니 살아서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헤라트에서 부유한 아버지의 적법하지 못한 딸로 태어난 마리암. 그러나 아버지 잘릴과 그녀의 관계는 슬프지만 너무 아름답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딸...그리고 사회적 편견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딸과의 슬픈 경계를 두면서 조금은 비겁하게 자신의 사랑을 배고프게 표현하는 아버지...잘릴은 유약하게 자신의 법적인 아내들과 더불어 마리암을 늙은 라시드에게 시집보내버린다. 

그리고 그녀의 후처로 들어오게 된 라일라..처음에 둘은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지만 결국 라시드를 향항 공동 투쟁 전선을 형성하고^^, 마치 모녀 관계처럼 발전해 가게 된다. 여러 번의 유산으로 자식을 갖지 못한 마리암은 라일라가 사랑하는 타리크에게서 얻게 된 딸 아지자를 통해 모성애의 발현을 경험하게 된다.  더이상의 스토리 발설은 엄연한 스포일러이기에 이만...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상황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계속 등장하는 여러 명의 탈레반과 빈번하게 바뀌는 정권 주체들로 약간 멀미가 날 뻔 했다. 너무 모르니 이건 장님이 길 더듬듯 배경 속을 헤쳐 나가야 하는 한계...그러나 그럼에도 줄거리 따라가는 것에 무리는 없었고, 개인의 삶이 어떻게 외부적 상황에 의하여 파괴될 수 있는 지에 대하여 충분히 통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종교적 틀에 의하여 해석된다기 보다는 정권주체가 어떻게 종교를 악의적으로 도구화하는 지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슬람교 자체가 악의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인 것 같다. 사실 그 원리 그 자체로 들어가다 보면 종교라는 것이 결국 '사랑'일진대...심판과 판단의 주체에 인간을 올려 놓다 보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 마련인 듯 하다. 여하튼 때로 아랍의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나의 태도가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임을 두 여인이 항변해 주는 듯하다. 

그녀들도 사랑을 하고...자식을 낳고....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도 하고....물론 그 기반이 유리처럼 약할지라도...때로는 행복한 순간에 가슴으로부터 웃기도 하는 똑같은 여인네인 것을... 그 행복이 비록 쉬운 것이 아닐지라도...

정확한 스포일러 지점이지만 미리암이 처형되는 장면에서 나는 가슴 깊이 울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리암은 대부분의 삶이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라는 대목...그녀의 삶을 이렇게나 잘 묘사할 수가 있을까? 과장하지도 줄이지도 않은 현실을 그대로 문장화할 수 있다는 데에 작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친절하지 않은 삶' 나도 때로는 이런 감정을 인생에 대하여 느끼지만 '대부분'이라는 대목,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대목...그리고 사후에 라일라가 읽게 되는 잘릴의 편지...딸이 오래오래 아들딸 많이 낳고 신의 축복 속에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실제로는 자식도 가지지 못하고 살인자가 되어 처형당하고 마는 딸의 슬픈 말로를 그가 목도하지 않게 된 것이 슬픈 다행임을... 

천 개의 태양의 눈부신 광채는 라일라 마음 속의 마리암이다. 아버지 잘릴이 손을 흔들며 나타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고파하며 기다렸던 마리암의 적법해지 못했던 출발은 라일라 속에서 너무나 적법하게 너무나 아름답게 너무나 처연하게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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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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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의 '그들의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추천된 책이 이 작품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서점에서 몇 번의 조우 끝에 함 읽어봐야 겠다는 막연한 기약의 유효기간도 다 되어 가기에... 

이 작가는 분명 올리버 색스의 책들에서 코르사코프 증후군의 영감과 수학천재들의 소수 사랑을 어느 정도 차용해 온 듯하다. 수학 박사의 기억의 한계는 1시간 20분까지...그리고 나머지의 것들은 메모로 양복에 남게 된다. 가사도우미로 취업한 10살 아들을 둔 미혼모인 '나', 그리고 박사에게서 '루트'라는 이름을 하사받은 나의 아들, 예순네 살의 전 대학교수인 박사.. 이 셋은 '수'를 매개로 완전한 진실을 향해 동행하게 된다. 

이 책에는 빈번하게 수학 개념이 등장한다. 물론 고등학교 정도의 수준인데 절망하고 만다. 기억도 안나고 이해도 안되는 대목들과 조우할 때는 수시로 기억이 단절되는 박사의 뇌질환보다는 나의 치매가 더 걱정된다고나 할까? 

여하튼 수와 수학에는 관심없었던 '나'와 아들은 박사와의 교류로 수에 대한 재미있는 관심과 애정과 더불어 독특한 박사와의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게 된다. 특히 야구는 셋의 공통분모가 된다. 역시 야구 관련 베이스 지식이 없는 나는 헤매게 된다.  

그러나 박사가 병세의 악화로 요양원으로 가고도 계속되는 '나'와 아들 '루트'와의 비감어린 교류들...그리고 박사의 죽음...'루트'는 수학교사가 된다..'후두득' 눈물이 떨어진다. 작가는 그 어떤 과장도 청승도 신파도 지양하고 있건만...아니 어쩌면 철저히 무미건조해 지려고 하건만 독자의 무릎을 속절없이 풀리게 하는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이 눈물은 어떤 예고도 이유도 없이 그냥 막 떨어지게 된다. 정말 정말 훌륭한 책이다. 줄거리 자체만으로는 단순함에도 문체 자체만으로는 단순하고 건조한 면이 있는데도 결론은 독자의 가슴 속으로 아름다운 흔들림을 쓰윽 밀어넣은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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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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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이 언급했던 소설이라 언젠가는 읽어야 겠다고 미루어 두었던 것이 30대 중반이 초읽기에 이르러서야 읽게 되었다. 또 제멋대로의 상상력으로 제목만으로 '좀머씨 이야기' 정도 되는 소설일 것이라 마음대로 결론 내리고 풍경도 시골의 목가적인 것으로 윤색해 내고 있었다. 사실 이런 청소년 대상 소설(선입견)을 지금에 이르러서야 펼치게 되는 데에는 반드시 어떤 강렬한 동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티티마' 그룹 출신의 소이가 어떤 프로에 나와 눈을 반짝이며 이 주인공을 마치 살아 있는 사람으로 가장 매력적인 친구로 묘사하며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또 가장 친한 친구가 이 책을 극찬했던 기억 등이 결국 읽어야 겠다는 결심의 도화선이 된 셈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정말 홀든 콜필드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든다. 소설적 허구가 가지는 한계, 으레히 사고나 상상력의 경직된 경계 철책이 너무나 유연하게 물렁물렁한 스펀지처럼 변모하고, 내가 한 때 빠져있던 유치한 사고의 편린들이 이렇게나 사실적으로 묘사된 부분에서는 오랫만에 책보다 큰 소리로 미친 듯이 웃게 되고 또 그 모습을 보고 아기가 웃고 이런 식이다. 

못생긴 여자들은 세상살기 힘들다는 대목,동생의 죽음에 정형화되고 진부한 표현을 지독한 입냄새를 풍기며 숙모가 형에게 되풀이했었다는 대목 등에서는 어린 시절 연년생 동생과 까불까불하며 밤새도록 나누었던 원초적이고 유치한 10대 특유의 사연들이 떠올라 웃음이 삐죽 삐죽 삐여져 나오고 만다. 생긴 것으로 가차없이 존재의 무게를 평가하고, 냄새에 관련된 유치한 묘사만으로도 몇 날 며칠의 사연은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사춘기 아이들이다.

홀든의 여동생 피비(고흐의 동생 테오처럼 유일하게 그와 소통되는 가족)는 정말 지금이라도 똑같은 여동생을 복제해서 가지고 싶을 만큼 상큼하고 귀여운 존재이다. 결국 콜필드가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제공하기도 한다. 나이답지 않게 오빠의 얘기를 경청하고 이해해 주기도 하지만 뜬금없이 어린 아이다운 기발한 행동으로 더없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가장 기대했던 대목은 역시나 제목에 관련된 홀든의 고백이다.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는 내용, 자신은 유일한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어쩌면 이것은 사춘기 아이들이 바라는 어른들의 역할일 듯 싶다. 그저 행복하게 자유스럽게 지내는 자신들을 지켜보다 길을 잃게 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해주는 것... 

역시 명작은 명작이다.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지는 소설이다. 더 일찍 읽었더라면 더 많이 웃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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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0-1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정말 좋아요. 홀든의 여동생 피비,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이고 싶다는 홀든의 고백. 휴머니즘이 넘치는 귀엽고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blanca 2016-10-15 10:40   좋아요 1 | URL
제가 2009년에 이런 리뷰도 썼군요. ^^ 누구나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결정적인 시기가 있고 그 시기는 홀든이 경험한 시간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다시는 돌아갈 수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는 시간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16-10-15 11:39   좋아요 0 | URL
인생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홀든에게도 그 시기가 결정적 시기였군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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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보다 얇고 글씨가 커서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면서 또 아쉬웠다. 그런데 그렇게 가독력이 좋은 책은 아닌 듯...1부에서 미하일과 한나의 만남부터 그들의 관계를 그린 부분이 번역본의 한계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썩 재미있지 않았다. 그러나 2부에 들어서면서부터 이 소설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자칫 자극적인 로맨스 소설로 그칠 뻔한 작품이 독일 전후 세대들의 해결되지 않는 미진한 감정의 편린들의 원류와 가해자와 피해자,또 방조자들이 형성해 내는 역사의 구도가 가지는 의미와 그 의미를 내면화해내야 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을 여실히 그려내고 있다. 

스토리라인이 굉장히 파격적이고 진부하지 않은 점이 훌륭하다. 그러나 자꾸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육체적인 관계에서 시작된 허무로 종결되야 할 것 같은 관계가 결국 인간 대 인간의 애정이었다는 깨달음..그리고 눈물이라는 도식이 골격이어서 그런 것일까 싶다.  

이제 소설을 읽고 온전히  빠지고 온전히 느끼기에는 넘 내 마음이 노쇠했나 보다. 예전 소설 한 권을 손에 쥐면 밤을 새어 울고 웃던 시간들의 잔상이 아프다. 독일 소설은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강추한다. 재미와 감동이 어떻게 함께 녹아들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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