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약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인간이다.’라는 신경질적이고 격분한 어투의 시작은 집필 당시 작가의 상황 아버지의 폐병, 자신의 온갖 질병에 대한 시달림-을 대변하는 듯하다.

 

작가가 빈곤한 생활고에서 겪은 모욕감, 수치스러움, 열등의식, 세상을 향한 복수심을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키고, 비탄하며 절규케하는 지하 생활자를 앞세워 세상에 대한 반항, 거부, 자유의 외침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독자를 영악스럽고, 자신의 의지조차 자연의 법칙(세상의 눈)에 의존해 현실에 잘 타협함을 칭하는 신사 양반!”으로 호명, 주인공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일인칭 독백 형식의 수기.

 

유럽화된 지식에 물든 진보적인 몽상가 주인공은 정상적 인간세계는 삶이 아니라 죽음이며, 인간을 모욕하고 인간의 이상을 왜곡하여 사회의 건설적인 일원이 되려는 노력을 육체, 영혼에 대한 약탈자의 노력으로 변형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환상을 합리화시키고 정신세계의 독립을 위해 지하실(뻬쩨르부르크 시를 벗어난)에서의 움츠러들고 외롭고 몽상적인 고통스러운 의식세계를 감내하는 지하 생활자를 고집한다.

 

학창시절의 동창, 직장동료, 이웃으로부터 소외당하고 하인에게조차 무시당하는 절망감, 열등감을 창녀 리자 앞에서 구원자 행세를 함으로써 유일한 세상을 향한 창구이자 사랑을 잃게 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된다.

 

자신의 비정상적이며 비열한 행위에 대해 자신을 해롭지 않은 수다쟁이라고 의도적으로 허튼 소리를 늘어놓는 등 스스로를 고통스러워하고 혐오스러워하며 자신의 처지를 극복해내지 못해 결국 쾌락으로 치부해버리는 선에 대한 결벽성, 자존심에서 작가의 사상도 드러난다.

 

주인공은 수기 말미에 도덕적 타락과 환경 결핍, 소외당함, 지하에서의 과장된 악의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소진한 내용의 이 수기는 독자를 향해서가 아닌 자신을 교화시키기 위한 처벌이었다고 말한다.

 

1부의 황당하고 난해한 주인공의 철학은 터무니없는 억지 논리로 읽을 뿐 이해, 납득할 온정이 없었으나 2부의 진눈깨비로 인한 과거의 회상을 하는 주인공의 살아내기 위한 소심하고, 오기, 편협적 행위에서 치열한 고뇌와 인간적인 투쟁적 삶을 보았다. 결국 괴이한 몽상가는 인간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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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좋아하는 작품을 물어온다면(묻는 사람이 없었지만)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 그리고 레마르크의 <개선문>이라고 말하겠다. 좋아하는 작가는? (역시 궁금해하는 이가 없었다.) 헤르만 헤세였다. 이제 좋아하는 작가로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추가요!

 

헤르만 헤세의 자연친화적, 목가적 성품, 방랑적인 자유로운 정신세계, 고귀한 영혼에 대한 깊은 성찰.

레마르크의 간단명료한 표현으로 긴박감과 인간 심리를 정확히 짚어내는 명쾌한 문체.

 

내가 독일의 원칙주의, 합리주의, 학구적인 견고한 경직성이 내 코드라고는 했으나, 세상 쏠림 현상이 강함을 느끼고 놀랍기도 하다. 나의 극단적인 성격은 개선 .

 

헤르만 헤세가 옮기는 거주지마다 정원을 꾸며 자연에 기대어 평화를 갈망했다면 레마르크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 <귀로> 등의 작품으로 전쟁과 혼란 시대를 폭로하여 나치스 정권 수립 직전 스위스로 망명, 독일 국적 박탈, 미국 시민으로 살아간 세계적인 공통적 테마(전쟁) 작가로 분류할 수 있다.

 

모래와 태양, 바람 속에서 메말라가는 아프리카의 주검과 기름에 절은 끈끈한 악취를 풍기는 러시아의 주검을 러시아에서의 주검은 아프리카에서와 전혀 다른 냄새를 풍긴다로 표현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붕괴 직전의 소련 전선과 연합군의 폭격으로 공포와 폐허의 독일의 하겐시가 배경. 한 병사(그레버)의 사랑의 20일간의 휴가와 전시에서의 죽음을 수채화 그리듯 격하지 않게 세심히 묘사했다.

 

그 시대의 순수한 행복을 누리는 것은 돌멩이뿐이라고 말하는 절망감. 게슈타포의 공포와 폐허의 고향에서 그레버와 엘리자베트의 미래가 없는 20일간의 찰나적 사랑.

사람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따뜻한 물, 지붕, , 조용한, 온전한 신체 등 단순한 행복에 의지하는 두 연인. 밤이 되면 마음껏 불을 밝히고 아무런 공습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 나라에서 살기를 꿈꾸는 두 젊음.

 

휴가시의 그녀와의 만남은 전쟁터를 떠올리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워고, 귀대시 총탄과 공습 사이에서 행복했던 여인과 하겐가는 이미 잊혀진 한 순간에 불과한 흔적이었을 뿐이었다.

 

순수한 희망이었던 스승 폴만은 게슈타포에게 체포되고, 주인공 그레버도 그가 퇴각하면서 풀어준 소련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 허망하고 회의적인 종말이 작가의 절망감과 시대의 고뇌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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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계 아버지와 인디언 혈통의 어머니를 두었던 작가는 가난으로 인해 브라질 리오의 친척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의학 공부에서 하층계급의 생활까지의 경험이 그대로 반영된 자서전적 성장소설로 분류될 수 있다. 3 권으로 되어있으나 원래 어린 시절의 주인공이 48세의 중년 나이에 아버지로 따랐던 일찍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마누엘 아저씨를 회상하며 쓰는 편지를 끝으로 한 권으로 완성된 책이었다. 그 후 소년기, 청소년기를 추가하여 커가는 과정의 궁금증도 풀고, 첫권만큼의 재미도 쏠쏠하다.

 

본명이 바스콘셀로스인 꼬마 주인공은 제키, 슈쉬 등의 애칭을 갖고 있으나 제제(포르투갈어로 모세를 뜻함)로 불린다.

제목인 라임 오렌지 나무는 어려서 새집으로 이사한 제제가 어엿한 나무는 형과 누나에게 빼앗긴 후 뒤뜰의 볼품없는 앙상한 오렌지 나무에 정을 붙이며 밍기뇨, 슈루루까라는 이름으로 마음을 나눈는 분신의 역할을 한다.

 

집에서는 물론 온 동네에서조차 기발한 상상력의 장난과 사고로 받는 따가운 눈총, 가난과 꾸지람으로 인한 상처를 풍부한 상상력과 긍정적인 순수함으로 스스로 치유해가며 맑고, 호기심이 많으며 감정이 풍부한 소년으로 성장해간다.

또 다른 자아를 상징하는 가슴 속의 작은 새, 두꺼비는 거침없는 제제에게 절제와 사유를 제시함으로써 올바른 정체성을 갖고 성장케한다.

마누엘 아저씨, 에드몬드 아저씨, 빠욜레 신부, 상상 속의 좋아하던 배우 모리스 슈발리에는 천방지축의 외로우 소년에게 따뜻한 애정과 사랑을 줌으로써 올바른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청년 제제의 앞날을 예감하듯 지리 과목은 방랑자들의 것이다라는 잦은 독백을 하던 소년은 결국 새로운 세계를 향해 고향을 떠난다.

 

틀에 박힌 사회의 통념 속에서 자신의 꿈을 끝까지 쫓으려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인간권리, 자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려는 욕구 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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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야생에서보다 우아하게 살도록 갖추어진 정원에 비유되는 동물원에 관해 저자가 4년간 밀착 취재한 논픽션.

동물원 내의 동물들, 관리인, 치료사, 사육사들의 생활이 섬세하고 드라마틱하게 묘사되어 있어 동물들을 관람하는 시각과 관점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

동물원의 발전을 위한 CEO의 열정, 동물들을 위한 사육사의 애정이 한낱 자연 조작일뿐, 입장료 수입은 인간이 동물들을 착취하는 행위라는 동물원에 대한 비판과 가뭄, 홍수, 질병 등의 자연의 위력과 인간의 자연환경으로 인한 멸종으로부터 보호하는 정박되어 있는 노아의 방주?- 역할의 동물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동물 애호가들의 엇갈리는 진중한 사고들이 인간, 식물, 동물 등 생명체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되살리게 해주는 많은 에시지를 전하는 진실이 담긴 책.

 

동물들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동물들의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들을 향한 저자의 분노의 감정이 동물들을 인격화하고, 인간을 동종의 피조물로서 동물의 행동에 비유하는 영장류로 표현하는 저자에게는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스와질랜드에서 코끼리의 왕성한 번식이 초목을 초토화시킴으로써 초식동물들의 멸종에 이르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코끼리의 도태(죽이거나, 합법화된 포획, 인위적인 수정 방지)가 논의된다.

이 죽음에서 살아남은 11마리의 코끼리가 미국 캘리포니아 템파의 <로우리 파크>로 옮겨지는 첩보 영화를 방불케하는 긴박하고 험난한 과정으로부터 기록은 시작된다.

 

금발 여성에게 성욕을 느끼는 왕으로서 30년을 군림한 침팬지 허먼(결국 젊은 우두머리를 노리는 침팬지에게 죽임을 당함.)

우아하고 아름답고 옵세션향수를 좋아하는 결코 순응하지않고 타협을 불허하는 여왕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수마트라 호랑이 엔샬라. (작전명 <코드원 타이거>의 사건 중 관리인의 총에 사살됨.)

하마는 수컷이 알을 낳는다.(헤엄치는 알 같이 보이는 새끼, 100여 마리)

두더지는 집단에서 새끼가 출생하면 모든 암수 두더지에게 젖이 분비된다는 점 등의 신기한 그들의 세계도 쓰여있다.

 

동물원에서 인공수정되어 자라난 야성의 후손은 영원히 그들의 종과 분리된다. 호랑이 후손은 몇 세대를 거쳐 온순한 동물로 진화된다면 진정 호랑이 종으로 분리될 수 있는가 등의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야성을 잃어버린 동물들, 야성을 그리워하는 인간들. 두 피조물간의 치열함 속에서 느껴지는 쓸쓸한 도시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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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도 없이 노학자 로저 칠링워드와 결혼한 헤스터 프린은 남편에 앞서 영국을 떠나 신대륙 뉴잉글랜드 보스턴에 이주, 목사와의 사이에서 딸 펄을 낳고 간통죄의 형벌로서 주홍글자 A(간통을 뜻하는 adultery)를 평생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하는 치욕적인 삶에도 불구하고 경멸과 고립을 의연하고 봉사적 삶으로 극복하며 안정된 시민으로 정착한다.

칼비니즘의 신봉자인 신앙이 두터운 청년 목사 아더 딤즈테일은 펄의 아버지임을 밝히지 못한 양심의 가책과 깊은 고뇌 속에서 영혼의 병을 앓는다.

보스턴을 떠나자는 헤스터의 권유에 잠시 죄의식의 굴레를 벗어버리는 자유를 꿈꾸나 결국 세상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죽음을 맞는다.

3년간 토인과 인디언들에게 억류되어 전통적 의술, 민간요법 등을 익혀 명의가 되어 돌아온 헤스터의 남편 로저 칠링워드는 두 남녀에게 비인간적이고 사악한 방법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복수심에 집착하는 생을 살아간다.

 

청교도적인 인습적 도덕이 심했던 17C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임으로써 운명을 극복해내는 강인한 개척정신의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 신대륙에서의 낙원을 꿈꾸는 이상주의와 한 여인과의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적인 면, 신성과 인성의 양면성이 존재하는 아더 딤즈데일 목사, 비열하고 사악한 앙갚음으로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악마성을 상징하는 로저 칠링워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성격이 섬세하고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에필로그 : 목사, 노의사가 죽은 후 (헤스터 남편 로저는 목수의 상대가 죽자 생의 목표를 잃고 곧이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노의사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헤스터와 펄은 한동안 보스턴에서 사라진다. 먼 훗날 목사의 비석에 헤스터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판석이 세워져 있고, 흐릿하고 음침한 검은 바탕에 주홍글씨 A’라고 쓰인 흔적이 발견되다.

 

요즘 새로 편집된 책 제목은 <주홍글자>, 표지도 강렬하고 인쇄 글씨나 지면도 밝아 새 책을 구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내가 요즘 새로이 읽기 시작한 고전은 20년 전의 <학원 한국·세계 문학 전집>인 탓에 뽑아 읽을 때마다 갈등을 느낀다.

세계·한국 고전이 대부분 다루어져 구입 할 명분도 없거니와 새록새록 출간되는 욕심 나는 책들로도 비용이 자유롭지 않으니 사치스런 쇼핑은 접기로 했다.

 

서점에서 나는 늘 돈이 많았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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