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이 추리소설답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공포감도 느끼게 해주어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듯 히가시노 게이코의 내가 읽은 9권의 책 중 재미도 ★★★★

 

적막하고 괴이한 공기가 감도는 폐가를 배경으로 주인공 화자인 가 옛 애인 사야카의 잃어버린 어릴 적 기억을 되찾아가는 하루 동안의 과정을 묘사한 글. 등장인물이 단 2.

 

모기가 내게 접근하기를 기다리며 밤사이에 읽어버린 책.

 

서서히 속내를 드러내는 과거의 시간적 공간적 표현이 생생하게 표현되었다. 밝혀지는 비밀 앞에서의 조심스러운 두려움, 문제해결을 위해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을 되찾기 위한) 은밀하듯 차분한 두 젊은이의 언행이 흉악한 장면이나 악인의 등장 없이도 독자를 긴장시킨다.

 

사회적으로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 아동학대의 원인을 되짚어보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가해자인 부모조차 피해자인, 피해의 악순환을 분석해 본 소설.

 

원만한 모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던 주인공 사야키는 원인을 자신의 사라져버린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비롯된다고 여겨 7년 만에 만난 헤어진 남자친구(화자)에게 도움을 청하여 아버지 유품에서 발견된 지도와 열쇠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길을 나선다.

 

잿빛 먼지와 음습함에 휩싸인 저택을 탐색하며 일기장, 편지, 동물원 입장권 등의 조각들을 짜 맞추어 7살 전의 자신은 그 집에서 불에 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택의 주인집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를 부모로 둔 사야키.

법대 교수인 아버지에게 불신과 무시를 당하던 유스케, 히사미 남매의 아버지, 그 화풀이로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를 증오하던 유스케는 동생 히사미를 동물원에 보낸 후 화재를 위장해 자살을 한다. 때마침 그 집에 놀러와 평소대로 벽장에 숨어들어가 놀던 사야키는 목숨을 잃게 된다.

은인으로 여기던 주인집의 손녀딸 히사미를 자신의 딸(사유키)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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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 닉 캐러웨이는 신탁회사 근무 관계로 서부에서 동부 뉴욕 근교 롱아일랜드로 이주하게 된다. 이웃에 사는 요란한 파티로 매일 떠들썩한 거부 개츠비의 저택에 초대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제공황을 겪는 미국은 경제 성자의 그늘에서 움트는 부정, 부패, 무질서, 음모를 키워내고 가치 혼란의 젊은이들은 부를 쫓으며 타락해간다.

 

가난한 중서부 출신 제이 개츠비는 장교시절 매혹적인 데이지 페이에게 연정을 느끼나 부유한 톰 뷰캐넌과의 결혼을 선택한 그녀에게 가난한 자로서의 깊은 상처를 입고 복수를 다짐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를 축적해가는 동시에 좋은 습관 키우기 등 자기 계발의 노력을 쌓으며 연인의 집이 내려다보이는 부촌으로 이사와 매일 밤 성대한 파티를 열어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 그녀 스스로 이별을 후회하게 할 날을 꿈꾼다.

파티의 참석자인 이웃들에게 의혹과 질퉅 대상인 개츠비는 살인자, 밀주업자, 독일첩자 등의 모호한 소문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녀를 되찾을 의지를 화자에게 밝힌다.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고요? 아뇨, 그럴 수 있고 말고요.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차 있어요.”

 

바로 전에 읽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51년의 인내로서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면 위대한 개츠비의 5년의 노력과 기다림은 연인에게조차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모함 속에 쓸쓸하고 아주 고독하게(문상객 없는) 죽음을 맞는다.

 

동부 엘리트 집단의 우월성에 가려진 냉정한, 뒤틀린 개인주의를 비판, 풍자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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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7월에 읽었던 콜롬비아 작가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재미나 감동과는 달리 인상적(등장인물, 특정 장소에 신경이 쏠리는?)이었다는 기억을 남긴 책이다. 또 자신있게 권하는 책.

 

내용 전체적 바탕으로 느껴지는 고독함과 음습한 기운, 운명적, 거부할 수 없는 삶들, 가문의 저주, 초인간적인 주인공의 강인함 등이 황당무계하고 마술적 표현으로 그려져있어 난해한 느낌도 있다.

 

번역가 송병선 씨가 후기에 소개한 4편의 영화 내용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있는 셈이다. 운명의 힘을 믿는 사라와 인연의 끈을 잡고있는 조나단의 낭만적 사랑을 그린 피터 첼섬의 <세렌디피티>

노인들의 추잡한 사랑이라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사랑의 설렘과 열정이 노인에게도 다분히 존재함을 밝힌 박진표의 <죽어도 좋아>

마리아가 연인 후안에게 받은 연애편지가 사실은 대필자 페드로의 자신을 향한 사랑 고백이었음을 알고 감동한 영화 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의 <공원에서 온 편지>는 플로레티노 아리사가 자신과 페르미나의 사랑과 교감을 ᄇᆞᆼ으로 연인의 편지를 대필해주는 소재의 모태가 된 셈이다.

양조회사 사장 오레스테스와 사랑을 맺은 하얀 비둘기를 키우는 혼혈 여인 유부녀 폴비아는 자신의 몸에 쓰인 너는 나의 것이라는 장난 글귀를 깜박 잊은 채 남편 앞에서 옷을 벗다가 남편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루이 게라의 <비둘기를 키우는 아름다운 여인의 우화>. 플로레니노 아리사 역시 올림피아 술리타와의 관계에서 똑같은 상황을 겪는다.

 

어린 나이에 아름답고 우아한 거만함을 지닌 페르미나 다사와 열렬한 사랑에 빠진 가난하고 소박한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그녀의 돌발적인 심적인 변화로 사랑을 놓치고 방황한 세월을 보내며 그녀와의 지속적 사랑을 꿈꾼다.

그녀의 남편인 명망 있고 부유한 가문의 의사 후베날 우르비노의 죽음으로 519개월 4일 만에 그들은 재회하게 된다.

운명적 만남을 믿고 기다린 플로렌티노 아리사, 조용하고 성실한 결혼 생활 속에 잠재워져 있던 사랑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페르미나 다사.

세월의 흐름, 늙음, 죽음을 인정하며 친숙하고 안정감 있는 부부애로 완전한 사랑을 이룬다. 537개월 11일 만에.

제목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배경인 남아메리카와 유럽 각지에서 떠돌던 공포의 전염병 콜레라를 콜롬비아 내전의 어두운 사회적 상황에 비유했다.

 

남녀의 자유로운 에로티시즘을 바탕으로 한 단순한 스토리나 인내, 헌신, 늙어감에 따른 변화의 인정, 죽음의 공포 등이 사랑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이 힘있게 그려진 소설.

 

7년 만에 다시 읽은 그의 작품. 실망하지 않았고, 헤세, 루이저 린제, 성석제 등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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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김성훈은 21세때 남파되어 북으로부터 지령이나 특별한 활동 없이 이십여년 간을 영화수입업자 김기영으로 살아간다. 차영업을 하는 아내 장미란, 영리한 딸 현미와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북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남겨진 하루 동안 자수와 미래가 불분명한 귀환의 갈등이 긴박한 속도로 그려져 있다.

 

자연스럽고 무심한듯한 문체로 결정의 순간을 향한 시각으로의 주인공의 냉정한 판단과 다급한 행적을 쫓는 필체가 돋보이는 글.

 

저자는 책의 제목을 주인공 김기영이 읽은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에서 빌려왔다고 말한다. 책의 내용을 모르겠고 나는 이런 해석으로 이해한다.

내 존재의 한 치 앞을 밝히는 그 밝음이 빛의 전부라고 여기나 빛 건너의 어두운 그림자(가정을 위해 북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아내의 냉정함, 그런 아내가 20대 대학생들과 벌이는 난교, 모범딸 현미가 남자친구 생일파티에 초대 받아 쇼파에서 벌이는 딥키스, 동료들의 변절, 자신의 감시자였던 어눌하고 부실했던 부하직원.)조차 빛이 세계라고 말하고 싶었나?

 

결국 주인공은 자신을 주시하고있던 남한 정부의 설득으로 북으로 돌아가는 몸짓으로 북의 의심을 잠재우고선, 남한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남한에 정착한다.

 

현 시대의 역사성과 현실성을 무겁지 않게 다룬 소설로 그의 글 <검은 꽃> 만큼 즐겁고 깊이 있게 읽은 책.

 

북으로 돌아간다는 신호로 약속장소에서 북의 연락선에 탑승한다는 불빛을 교환한다. 북의 연락선은 변절하지 않았음만을 확인하고 그냥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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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내게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끼게 하며,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다.

인도인들의 큼직하고 명상과 철학이 담겨있을 듯한 깊은 눈, 오똑한 코, 이마에 박힌 보석(?), 여성들의 화려한 옷...... 선남선녀라도 과언이 아니다.

갠지스와 히말라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신들은 그들이 선을 지향하고자 함이 아닐까. 또 역사, 종교, 철학, 사상, 과거가 현재와 현실에 읽혀 복잡하나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삶이 신기하다.

 

이 책은 법정스님이 (40대의)198911월부터 3개월간 조선일보에 연재한 불자로서 불교성지를 중심으로 여행한 기행문을 연재했던 글들의 모음집이다.

 

마더 데레사가 활동했던 죽음의 집으로 불리는 캘거타의 사랑의 집, ‘날마다 죽으면서 다시 태어난다고 말하는 크라슈나무르티의 생가 남인도 마르타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곳, 첫 설교지(네팔), 간디의 생가 등이 사진과 함께 실려있다.

 

곳곳에서 자주 언급한 인도의 후진성, 비위생적 무지, 무질서, 가난, 밤기차의 고달픔, 성찬의 반가움, 특히 더운물 샤워에 대한 갈망의 글을 읽게 될 때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15년을 혼자 고독과 청빈의 삶을 살았던 스님과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젊었던 탓이었겠지?

 

여행 안내서 <론리 플래닛>에 실린 서문(책 서문에 실려있음)을 되짚어 보며 신비한 인도를 떠올려 본다.

한 발은 전통에 굳건히 디디고, 다른 한 발은 인터넷 시대로 맹렬히 뻗어 나가는 나라.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다양성을 껴안는다.

10억도 모자라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인도는 혼잡스러울만큼 광할하고, 비천한 만큼 숭고하다. 평야는 밋밋하지만 히말라야 산맥은 우뚝 솟아 장관을 이룬다. 종교 문헌들은 난해하지만 사람들은 느긋하면서도 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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