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이의 몸을 뒤집어보는데, 푸른 얼굴에 두 개 박혀 열린 동공은 그리로 들어가면 언젠가 세상 끝을 만날 수 있을 것처럼 깊은 어둠으로 조밀하게 차 있는 터널 같다.- P17

그녀는 모로 쓰러진 몸을 툭 걷어차서 똑바로 뉘었다. 브로커의 눈은 그녀가 다음 할 일을 이미 아는 듯, 그녀의 바지자락에 매달리기라도 할 것처럼 손을 뻗었다.- P67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러첨 무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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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따. 동생에게 엄마 때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날 이전까지 내가 느꼈던 슬픔은 어느 것이나 스스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슬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지경이 되었을 때라도 나는 내가 슬퍼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느끼는 그 절망감을 도저히 제어할 수가 없었다. 나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내 속에서 울고 있었다.

(죽음과의 경주 中)
- P54

나는 사르트르에게 엄마의 입에 대해서, 그날 아침에 보았던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내가 거기서 읽을 수 있었떤 것들을 빼놓지 않고 이야기했다. 거절당한 탐욕, 비굴할 정도의 겸손, 희망, 참담함, 결코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던 고독을. 그 고독은 죽음 앞에 혼자서야 하는 고독이자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고독이었다.
사르트르는 내 입 모양 또한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있다는 걸 말해주었다.

(죽음과의 경주 中)
- P55

죽음과 고통 사이에 일종의 경주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처럼 불쌍히 여겨달라고 애원했을 때에도 어떻게 모른 체하고 그의 고통을 더 연장시킬 수 있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그리고 죽음이 승리를 거두는 때에도 왜 그리 가증스럽게 천국을 들먹이며 신비화시키는지!

(죽음을 응시하며 中)
- P112

엄마는 우리가 자신의 곁에 있다고 믿고 있었따. 하지만 우리는 이미 엄마가 서 있는 세계와는 다른 쪽에 서 있었다. (...) 엄마는 저 멀리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홀로 허우적거리고 있었지만 회복되고 싶은 집념과 인내와 용기 그 모든 것이 속임수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엄마의 그 어떤 고통도 전혀 보상받지 못할 것이다.

(죽음을 응시하며 中)
- P113

무엇보다도 우리가 고통스러워한 것은 엄마가 겪는 임종의 고통을 보다가 다시 또 의식을 되찾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느꼈던 모순된 감정이었다. 고통과 죽음이 경주를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차라리 죽음이 먼저 와 닿기를 열렬히 바라고 있었다.

(촛불이 꺼지듯 中)
- P150

친구인 보테에 아주머니가 그 날 심할 정도로 흥분하여 가정부 이야기를 했다. (...) 내가 돌아왔을 때 엄마가 말했다.
"환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아픈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는 아무런 관심이 없거든."

(촛불이 꺼지듯 中)
- P160

굼요일은 별일 없이 지나갔다. 토요일에는 내낸 잠을 잤다.
:그게 좋은 거예요. 푹 쉴 수 있으니까요."
푸페트의 말에 엄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잠만 자느라고 오늘은 살아가지 못한 셈이야."
삶을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음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촛불이 꺼지듯 中)
- P160

엄마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엄마의 숨결이 얼마나 가늘었던지 나는 ‘아무 일 없이 그대로 숨이 멈출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검정 색깔 끈은 여전히 조금씩 오르내리고 있었다.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문턱을 넘는 건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촛불이 꺼지듯 中)
- P174

우리는 엄마의 유물들을 엄마와 가까웠던 분들에게 나눠드리고 싶었다. 털실 뭉치와 짜다가 그만둔 뜨개질 조각들이 든 반짇고리, 압지, 가위, 골무 등을 앞에 놓은 채 우리는 북받치는 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사물이 지닌 힘인가 보다. 엄마의 삶이 그 물건들 속에 응축되어 있다. 그 어떤 순간에서보다도 더 분명히 현존하여 있는 모습으로.

(산 자와 죽은 자 中)
- P200

자연사란 없다. 인간에게 닥쳐오는 어떤 일도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세상에 그들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족는다. 그러나 개인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돌발 사건이다. 죽음은, 그가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무엇으로든 정당화 할 수 없는 폭력이다.

(실존, 혹은 공허 中)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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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를 뿌리치고 나가버렸다. 나도 밖으로 나왔다. 그짐에서 나올 때의 심정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다. 나는 그런 심정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내 생애에 한번도 그런 감정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나는 자신을 불행하게 여겼을 것이다.- P109

"어쨌든, 좋아." 루쉰이 말을 이었다. "기죽지는 말게. 중요한 건, 연정에 몸을 내맡기지 말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거지. 열정에 휩쓸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믈결에 휩쓸리면 어디로 가든지 늘 안 좋아. 인간이란 비록 바위 위에 서 있어도, 역시 자기 두 다리로 서 있어야 하는 거지.(...)"- P110

무심한 사람의 입에서 나는 죽음의 소식을 들었노라.
그리고 나는 무심히 그 소식에 귀를 기울였노라.......-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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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제복을 입고 나타나던 날, 엘리아스는 나를 때리려고 했다.
"네 어머니가 무슨 수를 썼길래 그 자리를 얻었지?" 그가 소리쳤다. 내가 그에게 달려들고 있을 때 에도스가 싸움을 말렸다.
에도스는 말했다. "저 앤 그저 서러워서 시기하고 있을 뿐이야.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 게 아냐."
그때 엘리아스는 이른바 거리의 귀족들 중의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청소차를 몰고 있었다.
"이 일을 하는 데는 아무 이론도 필요가 없어." 엘리아스는 늘 말하곤 했다. " 이 일은 실용적이야. 나는 이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니까."

(4장. 그가 선택한 직업 中)
- P56

그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오,너도 그것을 볼 수 있구나. 나는 늘 네가 시인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는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나로 하여금 엉엉 울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그는 나를 그의 가냘픈 가슴으로 끌어당긴 후에 말했다. "너 우스운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련?" 그는 내 기분을 돌리기 위해 미소를 지었다.
(...) "내가 이 이야기를 마치거든 너는 돌아가서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하기 바란다. 약속하겠니?"
(...) "좋다. 그렇다면 들어봐. 소년 시인과 소녀 시인에 대해서 네게 들려준 그 이야기 말이야. 너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니? 그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었어. 그건 내가 꾸며낸 이야기였거든. 또 시라든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시에 대해 내가 지껄인 말 또한 모두 진실이 아니었어. 그거야말로 네가 들어본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우스꽝 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니?"- P80

해트가 말했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자기 스스로 쟁취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비웃음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다면, 우리로서는 그것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8장 꽃불 전문가 中)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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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서점, 출판사, 주인장 이야기로 나뉩니다. 서점 카테고리는 ‘서점 안의 책‘으로 서점의 책들을 표지로 보여주고 네이버 책 서비스와 연결했어요. ‘이달의 책‘을 선정 이유와 함께 적고 있어요. ‘책 한 줄‘은 책에서 소개하고 싶은 구절을 적습니다. ‘바람길 소식란‘에는 서점 이벤트(책맥의 밤, 독서모임, 궁궐연구모임)를 알리고 신청을 받습니다. ‘독자의 서재‘는 서점을 자주 찾는 분들을 인터뷰하고 그분이 읽은 책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오늘 서점‘은 일종의 서점 일기인데요. 블로그에 들어온 분들이 서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주인장 이야기‘는 주인장의 마음 상태와 여행 사진을 올립니다. 다른 카테고리는 존댓말로 소통하지만, 이곳만큼은 자유로운 어투로 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람길 책방‘ 中) - P50

단골손님에겐 멤버십을 제안하여 회원 가입을 받기도 했어요. 구매 금액의 5%를 적립해드리고(회원카드 역시 타자기로 타이핑하여 만듭니다.), 적립 포인트별로 혜택도 만들었어요. 예를 들면 3만 포인트를 모으면 맞춤 책 선물 서비스, 5만 포인트를 모으면 (혜택인듯 혜택 아닌 혜택 같은) 책방지기 일일 체험 기회 제공 등이에요. 생각나는 대로 재미있을 법한 내용으로 만들었는데 많이 가입해주시더라고요. 회원 가입을 받으니 단골손님의 성함과 책 취향을 잘 알게 되었고요. 회원분들도 포인트를 써서 혜택을 누린다는 마음보다 아마도책방에서 어떤 책을 샀는지 기억하고 소속감을 느끼는데 방점을 찍는 듯해요.

(‘아마도 책방‘ 中)-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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