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추방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드로 결제하실 건가요, 아니면 현금으로?"
엄중한 순간에 던져지는 이런 사소한 질문에 대해, 그 기묘한 효과에 대해, 직업적 호기심으로 생각해보곤 한다. 예를 들어 형장에 들어서는 사형수에게 계단으로 올라갈 건지,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건지를 물을 수 있다. 인간은 질문을받으면 답을 하도록 훈련되어 있다. 예정된 죽음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인간은 약간의 고심을할 수 있고 눈앞에 닥쳐온 진짜 문제를 잠시 망각할 수 있다.

<추방과 멀미 中>

- P9

한 연구에 따르면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은 뇌에서 고통을 느끼는 영역을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아무리 자의로 주는 돈이라 해도 빼앗긴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리라. 신용카드는 내 지갑에서 나와 잠깐 상대방에게 건너가지만 곧 되돌아온다. 현금은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추방과 멀미 中>
- P10

우리는 명확한, 외면적인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떠난다. (...) 그러나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추방과 멀미 中>
- P22

이 이야기는 그러므로 이렇게 읽을 수 있다. 만약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 즉, 그림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신경쓰지 않는 것들, 그러나 잃고 나면 매우 고통스러워지는 것들. 그 그림자를 소중히 여겨라. 하지만 그것을 잃었다면, 그리고 회복하기 위해 영혼까지 팔아야 한다면, 남은 운명은 방랑자가 되는 것뿐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가 되면 굳이 그림자가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中>

- P129

이주자는 일상을 살아가는 반면 여행자는 정제된 환상을 경험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여행으로 돌아가다 中>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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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다 알차게 다 읽었다.

<대통령 보고서> 는 기대 이상이었다. 매우 도움이 많이 되고, 구매해서 손 닿는 곳에 두고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여자 둘이 살고있습니다>는 나의 결혼 생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거의 후회로 점철된 것들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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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한 나를 두고 무슨 결격 사유가 있다는 양 비아냥거리거나 내가 너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 둘 말고도 많았다. 백번 양보해서 그게 사실이라 쳐도 그런 얘기를 사람 앞에다 두고 할 수 있는 무례함이 놀랍고, 그렇게 무례한 사람들도 결혼을 했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내가 결혼을 안 해봐서 아는데 中>

- P81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렇게 바꾸어도 말이 될 것 같다. "사람은 멀리서 보면 멋있기 쉽고, 가까이에서 보면 우습기 쉽다."

<상당히 가까운 거리 中>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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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80년대생은 기존의 사고방식과 현재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사이에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방황하는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 P188

부모가 된 80년대생들은 혼란스러워졌다. 자식에에 온전히 바친 인생을 아쉬워하는 부모를 바라보며 짐짓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부모의 인생이 희생당한 것치고는 ‘나‘라는 결과물은 좀 약하지 않나 싶은 것이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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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스는 티보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가르쳐 주었다. "테보가 없었을 때 우리가 한 재밌는 놀이. 동물원 소풍 갔을 때 아주아주 재미있었다고 얘기했어."
"함께 못 갔다고 슬퍼했어?"
"아니. 티보는 그게 아니라고 했어. 티보는 동물원 아니고 쇼핑몰로 소풍 갔대. 하지만 그건 지나달에 갔던 소풍."
"그건 여기 안 왔던 동안에 티보가 정지되어 있었기 때문이야." 애나는 설명했다. "그래서 지난달 소풍이 어제였다고 생각했던 거지."
"나도 그렇게 말했어." 이런 대답을 듣고 애나는 잭스의 이해력에 놀랐다. "하지만 안 믿어. 마르코하고 롤리가 얘기할 때까지 안 믿었어. 그리고 슬퍼했어."
"흐음, 나중에 다시 동물원으로 소풍갈 거야."
"동물원 못 봐서 그런 거 아냐. 한 달 없어져서 슬프대."
"아."
"난 정지되는 거 싫어. 한 달 없어지는 거 싫어."
애나는 잭스를 최대한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 "넌 걱정 안 해도 돼, 잭스"
"나 정지 안 시킬 거지. 그렇지?"
"그래."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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