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멋지다고 생각되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대학 초년병 때에는 왜 남자애들이 술만 벌컥벌컥 마시고 말은 잘 안 하는지 궁금했다. 그런 남자애들이 분위기 있다고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몇 년 후에 깨달았는데 분위기 있다는 남자애들이 술만 마시고 말은 잘 안 하는 이유는 별로 할 말이 없어서였다. 심오한 생각에 빠져 있거나 심각한 걱정이 있거나뭐 그런 게 아니었다. 그리고 또 궁금했던 건 일어나서 눈 뜨자마자 술 마시는 사람들이었다. 문사의 예를 들자면 천상병 시인이라거나. 동네 막노동하는 아저씨들이라거나. 술은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한데 맛있는 걸 사먹지 왜 소주 같은 걸 아침부터 들이키고 있을까나?

근데 요즘에 내가 이런다. 위염이라 자나깨나 속이 쓰린데도 일어나서 담배를 물고 소주는 못 구해서 맥주병나발을 부는 신세가 됐다. 역시 경험만이 이유를 알려주는 행동들이 있다. 그럼 그 이유가 뭐냐 하면? 현실 도피? 도피하지 말고 현실을 마주하라고? 현실이 대처가 안 되니까 도피를 하지!  아, 그래서 한 대 더 피우고 한 병 더 마시고... 그냥 잊으려고. 기억 속 생텍쥐페리의 술주정뱅이의 묘사가 아주 가슴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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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08-07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검둥개님 오랜만이에요!!!!!!!! 너무 오랜만인데 왜 맥주병을 들고 나타나셨어요 ㅠㅠ
위염이라시니 더욱 조심하세요 ㅠㅠ

검둥개 2008-08-07 14:14   좋아요 0 | URL
Kitty님 반가워요. 잘 지내셨지요? 으흐흐 제가 맥주병을 들고 나타나서 놀라셨나요? ^^
글쎄 그 넘의 위염이 잘 안 낫네요. 에고고.

치니 2008-08-0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위 세줄 읽고 막 웃었어요. 저는 그래서 말 없이 폼 잡고 있는 남자가 젤 질색.
(아 근데 뭐 답답하고 힘든 일이 있으신 듯 한데 너무 촐싹대는 댓글을 이리 적다니, 죄송합니더.)

검둥개 2008-08-07 14:15   좋아요 0 | URL
촐싹대는 걸로 치면 또 제가 한 수 하지 않겠어요. ^^
저도 그래서 말없이 폼잡는 남자가 싫어요. 소위 후까시!

2008-08-30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7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8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나 2008-10-2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쁘다. 왜 술 마시는걸 기분좋은데서 못 멈추냐는 소리에 반박할 말을 찾고 있었는데 ㅎㅎㅎ ㅋㅋㅋ
안녕하세용!! >.< 종종 놀러올께요
 

득의양양해서 삼돌이와 나, 아는 사람들에게 공작새 사진을 돌렸더니 위조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다수였다. 음, 그러니까 우리는 공작새 같은 걸 위조 사진으로 만들어서 유포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으로 보였단 말이지...

그렇다면 진실을 고화질 사진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해서...






아, 이거 찍느라고 힘들었다. 어쨌든 동네에 집단서식하는 공작새의 존재를 이렇게 해서 증명! Q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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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8-08-06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지붕에는 왜 올라갔대요? (인터뷰까지는 역시 무리겠지만.)

조선인 2008-08-0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저도 믿을래요. =3=3=3

검둥개 2008-08-06 23:35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잘 지내셨지요? ^^
믿어주세용! 진짜 공작!

BRINY 2008-08-06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쟤들은 야생인가요? 우리나라 비만 비둘기같은 존재?

검둥개 2008-08-06 23:35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아요. 공작새는 원래 몸집이 크니 비만은 아닌 거 같고.
하여간 아기 공작새도 있고 엄마 공작 아빠 공작 다 있는 거 같은데 신기하죠?

nada 2008-08-0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중에 나오잖아요. 기괴한 공작새와 아주아주 못생긴 아기가 나오는데, 제목이 뭐였드라?
그거 읽으면서 공작을 집에서 키우다니 과연 괴상한 부부라고 생각했는데.
포치에 공작새가 앉은 저 장면. 정말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장면 같아요.^^
(그나저나 반가워요. 검둥개님. 오랜 만이어요.)

검둥개 2008-08-06 23:34   좋아요 0 | URL
글쎄 미국이 넓다보니 그런 동네도 있을 것 같아요. 동물원에서나 보던 동물을 동네에서 보니 얼마나 신기한지. 그렇다고 길가에 널린 건 아니지만요 ^^

2008-08-06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7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편의 새 직장 때문에 보스턴에서 마이애미로 이사를 왔다. 길거리엔 열대의 야자수가 무성하고 한낮에 기온은 극성맞게 올라간다. 이사를 오면서 짐을 줄인다고 잔뜩 있던 펜이랑 포스트잇이랑 스카치 테입, 지우개 등속을 전부 버렸다. 담배도 서너 갑 있었는데 진짜로 끊는다고 하면서 라이터까지 다 싸서 버렸다.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담배와 커피가 주로 등장하는 친구 웹사이트의 포토 앨범을 들춰보고 있으니 담배가 피우고 싶어 죽겠다. 어제는 이력서를 보내는데 스카치 테입이 없어서 쩔쩔맸다. 다시는 펜 등속이며 담배를 버리지 않을 테다.

동네 슈퍼를 가려고 해도 차를 몰고 십분쯤 운전을 해야 해서 우리는 주로 집 안에서 소일을 하는데, 어제 참지 못하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로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에서 공작새를 봤다. 칠면조 크기의 엄마 공작새와 중닭 크기의 아기 공작새!

집에 돌아와서 해리를 데리고 삼돌이와 함께 동네의 공작새를 다시 보러 나갔는데 공작새는 온데 간데 없었다. 공작새를 한 번 더 보려고 동네를 돌고 있는데 갑자기 스우쉬쉬 하는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린다. 고개를 들어보니 키큰 나무 위에 거대한 공작새가 앉아 있다. 두 마리 저 가지에 세 마리 다른 가지에. 그리고 매우 경계하는 눈초리의 숫놈이 꼿꼿이 서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꽁지를 펴서 커다란 날개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공작새가 날 수 있는 줄 난 전혀 몰랐다.
아래는 무시시해 보이는 동네 숫놈 공작새.


     



이것은 앞마당 코코넛 나무에서 잘라낸 코코넛. 저 거대한 코코넛이 머리 위로 떨어지면 딱 즉사감이다.
맛있을 줄 알았는데 맛이 수상쩍인 물 같은 쥬스만 안에 조금 있고 영 무용했다.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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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8-0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뜸하셔서 궁금했었는데, 이사 하셨군요.
전 미국에서 담배 피우는 행위가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갈 때마다 느끼고 오는데...그렇지만도 않은가봐요? ^-^;;
아무튼 새 터전에서 자리 잘 잡고 공작새와도 사이좋게 지내실 수 있기를.

검둥개 2008-08-05 01:43   좋아요 0 | URL
담배 값이 너무 비싸잖아요. :-(
이사 너무 괴로웠어요.
담엔 절대로 담배 버리지 않을 테여요. ^^

perky 2008-08-0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마이애미!! 저도 데리고 가세요. ㅠㅠ

검둥개 2008-08-05 01:44   좋아요 0 | URL
공작새 보러 놀러오세요. 여름엔 너무 더우니 날씨 좋은 겨울철에 ^^

비로그인 2008-08-04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스턴에서 마이애미라니.. 이제 지긋지긋한 긴 겨울이여 눈이여 안녕이시겠군요!
앞마당에 코코넛과 동네의 공작새까지 앞으로의 검둥개님의 마이애미 생활이 기대가 됩니다. 오래간만에 님의 소식들으니 좋구만요.

검둥개 2008-08-05 01:45   좋아요 0 | URL
전 사실 눈 좋아하거든요. 여긴 여름에 너무 더워요. 사람들이 냉방시설이 잘 되어 괜찮다고 했는데 전기비가 장난이 아니게 나와요. 허거걱. 서울 생활 이제 많이 적응되셨어요? :-)

melory 2008-08-0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코코넛을 처음 먹어봤을 때 나도 딱 너처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시원한 무언가를 바랐는데 그건 뭐라는 맛인지... ㅡ,.ㅡ

여기에도 글을 쓰는 걸 보니 이제 정리가 꽤 된 모양이고나. 새로운 출발, 축하.

검둥개 2008-08-06 01:06   좋아요 0 | URL
신장에 좋데. 믿거나 말거나. ^^
고냥이들은 잘 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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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5-14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앗 고양이가 불쌍해요. >.<

검둥개 2008-05-22 06:35   좋아요 0 | URL
고양이는 워낙 유연해서 저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요 ;-)
너무 귀엽죠?

2008-05-21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2 0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8-08-06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깽이. ㅋㅋ 고양이가 딱 좋아할만한 장소에, 좋아하는 자세네요. 책버팀은 덤..
저희 말로도 책정리할때, 책장이 조금 빌라치면, 잠시 눈돌린 사이에, 평소완 달리, 적극적으로 자리잡고 집사를 깜놀하게 한답니다. ㅎㅎ

검둥개 2008-08-07 15:26   좋아요 0 | URL
글쎄 고양이들은 저런 포즈로 자면서도 전혀 불편한 것 같지 않아요.
하도 유연성들이 좋은지라!
모든 것만으로도 뿌듯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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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5-0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저 원형은 뭐죠? 그냥 물이었던 거에요?

검둥개 2008-05-08 22:42   좋아요 0 | URL
치니님, 공기랍니다.
돌고래는 비누방울 불듯이 물 속에 공기 고리를 만들 수 있데요. :-)
너무 신기하죠?

치니 2008-05-09 09:04   좋아요 0 | URL
저, 이거 찜해가요 ~ 마음이 텁텁할 때 보면서 맑아지려구요.

2008-05-24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8-05-27 22:5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돌고래가 들으면 웃긴다고 생각하겠지요 ^^
인간이 더 귀엽다고 생각할지도.
그나저나 지루함은 포유류의 공통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