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뭐 언제까지 엄마한테 손을 벌리겠어.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그게 동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만 딸애의 상황을 헤아리려고 최선을 다할뿐이다. 그래서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해 보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오래전 내 부모가 내게 했던 것처럼 열심히, 더 열심히노력하라는 말을 딸애에게는 할 수 없다.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어 버렸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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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젠이 여기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하긴 이떤 의미에서 그들이 만나러 온 젠은 이곳에 없다. 그러면 여기 있는 젠은 젠이 아닌가? 이들은 젠에게 벌을 주러 온 것인까? 존경받아 마땅한 젊은 날에 비해 얼마나 초라하고 볼품없어졌는지, 지금 네 꼴이 어떤지 보라는 말을 에둘러 하고있는 걸까?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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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는 노동. 아무도 날 이런 고된 노동에서 구해 줄 수없구나 하는 깨달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러니까 내가 염려하는 건 언제나 죽음이아니라 삶이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는 동안엔 끝나지 않는이런 막막함을 견뎌 내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어쩌면 이건 늙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시대의 문제일지도 모르지.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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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별 호응이 없자 교수 부인은 새로 들어온 젊은 새댁에게 그렇게 이른 다음 보란 듯 혀를 찬다. 이런 순간 더 이상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없는처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과 말을 섞고 생각을 나누고 어쩔 수 없이 동의하면서 나도 젊은애들이 말하는 앞뒤가 꽉 막히고 편견으로 가득 찬, 세금만축내는 부류의 노인이 되는 걸까.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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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발사하지않고 꾹꾹 참기

운동화의 뒤축이 비스듬하게 닳아 있다. 올이 풀어진 청바지 밑단도 지저분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인상을 결정한다는 것을애는 정말 모르는 걸까. 곤궁한 처지, 게으른 성격, 무신경하고 둔한 품성 같은, 남들이 알 필요 없는 너무나 사적인 것들을 왜 이토록 쉽게 드러내 보이는 걸까. 왜 남들이 자신을 오해하도록 내버려 두는 걸까. 고상함과 단정함. 말끔함과 청결함. 누구나 최고로 치는 그런 가치들을 왜 깡그리 무시하기만하는 걸까. 나는 간신히 하고 싶은 말을 참는다.
엄마, 내 말 듣고 있어?
딸애가 나를 채근한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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