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등 뒤 주방 입구에 베로가 나타났다. 그녀는 팔을 내밀어 그의 손에서 열쇠 뭉치를 빼앗더니 우리 집 열쇠를 빼내기 시작했다. 입을 떡 벌린 스티븐 앞에서 그녀는 보란 듯이 열쇠를 뽑아 들었다. 그러더니 화장실로 다가가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열쇠를 기저귀 휴지통에 떨어뜨렸다. 베로가 손잡이를 돌려 스티븐이 가진 하나뿐인 열쇠를 똥 기저귀 틈에 묻어버리자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나한테 맡겨요." 베로가 내 코앞에서 애런의 열쇠 꾸러미를 흔들었다. "어디서 났어요?" "조금 전에 저 사람 벨트에서 빠졌어요. 눈치 못 챈 거 같아요." 그녀가 재크를 내 품에 안겼다. "휴게실 앞에서 만나요." "언제요?" "두고 보면 알아요."
돈다발을 바라보던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편집자가 나를 자른다 쳐도 출판사에 빚진 계약금은 갚을 길이 생긴 셈이다.
베로에게 중간고사를 준비할 시간을 주느라, 카펫에 묻은 케이크 얼룩을 닦아내고 해리스의 피해자들을 조사하고 밀린 집안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무게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청구서 더미에 코를 박고 있을 필요가 없도록 정산하고 정리해줄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