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옮기는 이들

文에게 소문을 전해준 사람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전답 수백 마지기를 노름으로 몽땅 날리고 마누라까지 잡힌 끝에 결국 오갈 데 없는뜨내기 신세가 된 한 나이든 인부였다. 그는 한껏 조심스럽고 완곡하게, 언제나 소문과 함께 장식처럼 따라다니는 변명들을 장황하게 섞어. 예컨대, 자신은 결코 입이 싼 사람이 아니며, 본시 떠도는 소문을믿지도 않을뿐더러, 쓸데없이 이 말 저 말 옮기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싫어하며, 그런 짓은 앉아서 오줌누는 계집이라면 모를까 불알 달린사내로선 차마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못 들은 걸로 하고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당사자를 위하는 것이냐, 아니면 들은 대로 정직하게 알려주는 게 올바른 것이냐 하는 문제로 오랫동안 고민하다. 그래도 혹시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소문이 사실일까 염려되어 만일그렇다면 혼자만 모르고 있는 文이 사람들로부터 웃음거리나 되지 않을까 걱정되어, 다시금 얘기하지만 자신은 그저 오로지 文을 생각하는마음에 털어놓기는 털어놓되, 소문이란 건 어디까지나 믿을 게 못되는데다 나중에 알고 보면 결국 뜬소문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그럴땐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게 상책이니, 구태여 진실을 캐고자 하면 못 캘 것도 없지만, 꼭 그렇게 해서 사달을 일으켸야만 속이 풀리는 건 아니더라도, 이왕지사 말이 나온 김에 한번 확인을 하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한데, 한편 생각하면 그저 술 한잔 먹고 잊어버리는 게 현명한 처신이 아닐까 싶기도 한 게 아닌 게 아니냐며, 병을 주는 동시에 약을 주는 요사스런 화법으로 그 수상한 소문을 전했을 때, 文은 그 자리에서 소문을 전한 인부를 당장에 해고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말을 전한 인부 앞에서 욕을 하며 세 번 침을 뱉은 후 흐르는 계곡 물에 귀를 씻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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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자들

 이때, 긴장을 깨뜨린 것은 다시 뒤에서 터져나온 목소리였다.
-이보시오들! 저 요사스런 년의 주둥이에 더이상 높아나지 말고이 자리에서 당장에 때려죽입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재청이 뒤를 이었다.
-그립시다! 때려죽입시다!
때려죽이지 말고 찢어 죽입시다!
찢어 죽이지 말고 벽돌로 쳐 죽입시다!
처 죽이지 말고 산 채로 묻어 죽입시다!
물어 죽이지 말고 가마에 넣어 태워 죽입시다!
태워 죽이지 말고 미루나무에 목매달아 죽입시다!
여기저기서 거침없이 죽이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물론, 일꾼들을부추기고 충동질해서 그곳까지 끌고 온 자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의 말앤 아무런 근거도 없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그것은 그 어떤 백 마디말보다도 힘이 있었고 그 어떤 논리보다도 설득력이 있었으며 그 어떤선전문구보다도 자극적이었다. 그것은 구호의 법칙이었다. 재청에 뒤이어 봇물이 터지듯 여기저기서 온갖 종류의 구호들이 쏟아져나왔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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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읽지못해 밀어내는 엄마

금복은 분가루를 하얗게 뒤집어쓴 춘희의 불길한모습을 좀처럼 머릿속에서 지워낼 수가 없었다. 그날의 사건은 금복으로 하여금 춘희를 한 걸음 더 밀쳐내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는춘희의 입장에선 더없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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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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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복은 생각이 깊은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감정에 충실한자신의 직관을 어리석을 만큼 턱없이 신뢰했다. 그녀는 고래의 이미에 사로잡혔고 커피에 탐닉했으며 스크린 속에 거침없이 빠져들고사랑에 모든 것을 바쳤다. 그녀에게 ‘적당히‘ 란 단어는 어울리지다. 사랑은 불길처럼 타올라야 사랑이었고 증오는 얼음장보다 더워야 비로소 증오였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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