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불과 물로빚어낸 벽돌은 공간을 가르고 비바람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온기를 보존하고 공기를 정화해주는 훌륭한 건축자재였지만 그런 실용적인 쓰임새는 춘희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녀에게 벽돌은 떠나간 사람들을 향한 비밀스런 신호이자 잃어버린 과거를 불러오는 영험한 주술이었던 것이다.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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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발안과 대비되는 세상
357 그녀에게 있어서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무질서와 부조리로 가득찬 낯선 세계였으며 끔찍한 증오와 광포함이 넘치는 야만의 세계였다.



기실, 겨울만 아니라면 온갖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머루와 다래. 으름과 개복숭아 등 갖가지 열매들과 버섯이 풍부한남발안의 계곡은 한 생명을 품어주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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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의 고통을 피해 행복했던 시간, 그리워하던 이들을 떠올리는 춘희
351 증오 복수심으로 환치하지 않고 상처를 화석처럼 둔

넌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춘희는 점보에게 물었다.
난 어디에도 없어. 이미 난 오래 전에 사라졌으니까.
점보는 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지금 내 앞에 보이는건 뭐지?
후후. 꼬마아가씨. 그건 바로 너의 기억 속에 있는 거야.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넌 이미 사라졌는데그러니까 기억이란 신비로운 것이지.
그런데 왜 난 사라지지 않지?
당연하지 넌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나도 빨리 사라지고 싶어. 여긴 너무 힘들거든. 그리고 너무 외롭꼬마 아가씨, 너무 엄살부리지 말라고. 그래도 살아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다른사람들도 나처럼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죽음보다 못한 삶은 없어.
춘희와 점보의 문답은 끝이 없었다. 그리고 광막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냈다. 그녀는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남으로써 끔찍한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칠흑같이 어둡고 좁은 징벌방안에서 마침내 자유를 찾아냈던 것이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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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란 부류는 대개 음험한 속셈을 감추고 있어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것은 한편으론 자신의 약점이 드러날까봐 두려워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론 아무하고도 적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대화는 언제나 수박 겉핥기 식일 수밖에 없었으며약장수는 그 점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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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란 바로 부조리한 인생에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아니다. 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만이 세상을 쉽게 설명하려고한다. 그들은 한 줄 또는 두 줄로 세상을 정의하고자 한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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