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년 전의 나는 수 십년 후의 나를 기억해낸 적이 없다. 

뭐라도 내밀어 봤던가.

너는 어디쯤 있지, 무엇을 하고 있지, 왜 그래야만 했지... 

지금의 나는 아직도 지난 나에게 대화를 걸고 있는데,

시간의 방향성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후회 어쩌면 미련, 벌어진 시간의 틈에서의 혼란을 

다른 세계의 것으로 만드는 일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절절한 가족애와 인류에 대한 숭고한 구원은 단지 영화적 요소일뿐, 

좀 더 나은 삶, 관계, 안위로 나아가고자 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흔해빠진 욕망때문에 

과거와 미래의 연결고리가 물리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영화의 인력으로 작용한다. 


극적인 화해, 과거의 유물과 미래의 나와 마주치지만,

이미 우리는 먼 곳을 돌아와 버린 후이다. 

내 것이 내것이 아닌 것은 이미 오래전...  이 세계는 그 세계가 아니다. 

물리학으로 풀어내 보이려 한 감독의 시도는

영원히 풀지 못하는 문제를 오히려 내놓는다. 

어쩌면 단순한 문제일려나... 

저기와 여기는 맞닿아 있다고... 이렇게. 


차원에 대한 영화적 상상과 비쥬얼을 CG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감독...

늘 놀라움을 듬뿍 주는 놀란이 참 좋다. 



점수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동물의 왕국을 보다가 딸이 던진 질문이었다.. 

"왜 하마는 고기가 되었어?"


하마가 죽어버리자 그 살점을 먹기 위해 사자가 쭈삣거리며 기어오는 장면에서였다.

40cm의 이빨로 악어의 허리를 두동강 낼 수 있는 하마도 살아있을 때나 하마다.


"죽었으니까" 딸에게 해준 옆사람의 설명은 "그냥 그런거야"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설명은 우리 둘이 하기 힘들다. 


죽었으니까. 더 이상 사자따위에 먹힐 포악한 하마가 아니니까. 

사자는 육식동물이고 하마는 먹을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에 불과하니까. 

하마는 사자 입장에서 고기인 것이야. 라고 하기엔 너무나 낯익은 장면 아닌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보니 동물들의 서열은 좀 복잡해 보인다.

악어가 톰슨 가젤를 물어뜯고, 악어는 하마의 입에서 축 늘어지고, 사자가 하마를 물고, 하마가 사자의 머리를 부수고, 코끼리가 하마를 밟고, 보아뱀이 사자를 돌돌 말고, 악어가 보아뱀을 물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 사진들 속에서 고기는 누구의 이름이 아닌 모두의 이름이 된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이름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고기를 먹으며 잠시나마 우리가 고기임을 잊으며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죽음으로 어설프게 매듭지어지는 일들이 빈번하게 뉴스를 장식한다. 

'그냥 그런거야'라고 하기엔 우리 생활 속 깊히 파고든 권력과 관계의 등식이 

정답을 알 수없는 난제가 되어가고 있다. 

정의도 없고, 법치도 없고, 차라리 우리도 유체이탈 화법으로 살아간다면 편해지려나.. 싶지만.

이건 현실인걸.. 

 

노무현 6주기.. 

요즘 다시 드는 생각은 그의 죽음은 이 시대의 모든 이의 죽음에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한체 그들의 살점으로 끝을 맺은 그의 비극은

세월호까지 이어지고 다음 세대에도 고스란히 넘기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민주적이라는 선거가 우리를 구원해 줄것인가?... 

이 선거가 정말 우리들 손에 의해서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하마는 왜....  고기가 되었을까.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제 좀 대화가 통하는 세 살...

가끔 다른 세상에 왔다갔다 하지만 대체로 통하는 나이....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은빛 2014-11-09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3살이군요!
아유~~ 예쁘네요!!

벌써 대화가 통하다니!!
우리 작은 녀석은 5살인데, 아직 대화가 잘 안 통해요.


라주미힌 2014-11-09 18:21   좋아요 0 | URL
통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지도 몰라요 ㅎㅎ
정말 무슨 뚱딴지가 같은 얘기를 해도, 아 그렇고나 하면서 내 얘기를하면 수긍하기도 하고 그러네용 -_-;;

Alicia 2014-11-0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예뻐라! 지금도 이쁘지만 크면 더 이쁘겠어요. 부럽부럽...^^

라주미힌 2014-11-09 18:22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도 분발하세용.. 샤방샤방할거 같은뎅..

readersu 2014-11-2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렇게 둘을 반반씩 닮았죠?? 벌써 이렇게 자랐다뉘!!

라주미힌 2014-12-07 16:11   좋아요 0 | URL
혼자서 크고 있는거 같아용 ㅎㅎ.
 

기존에 정리하신 리스트나 아이에게 읽히니까 눈망울이 방글방글했던 것들 좀 저에게 알려주시면

고마울거 같아용 ㅎ


책 쓸어담는 분위기에 편승하여...........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은빛 2014-11-09 0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idolovepink/7197980

이 글 보고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먼댓글로 달긴 귀찮아서
그냥 주소 남겨요.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자주, 여러번, 계속 읽어달라고 졸랐던 책들 위주로 담았어요.

큰 아이는 초등학교 들어간 이후로는 주로 혼자 책을 읽고,
요즘은 학습만화에 푹 빠져서 그것만 읽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렸을 땐 권정생 선생님 책들과 하야시 아키코 책들을 참 좋아했어요.

작은 아이는 이것저것 다 읽어달라고 조르는데,
문학수첩 리틀북스의 다중지능 스킨십 그림동화 시리즈를 좋아하고,
요새는 공룡 책에 푹 빠졌는데, 그건 검색해도 안 나오네요.
또 백미숙 작가님의 [코 자고 봄에 놀자]를 무척 좋아하는데,
요것도 검색해도 안 나와요.
아마 전집에 포함된 책이 아닌가 싶네요.

라주미힌 2014-11-09 18:18   좋아요 0 | URL
와... 감사합니다... 책 많이 읽어주셨나봐용... 멋지시네용

조선인 2014-11-1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쭉 쓰다가 결국 저도 리스트를 만들었네요. 특히 종이봉지공주랑 긴 머리 공주는 강추입니다.
http://blog.aladin.co.kr/koreaisone/7199016

라주미힌 2014-11-10 18:08   좋아요 0 | URL
꼭 딸한테 읽어줄게용... 감사합니다.. 보물단지 얻은거 같네용.
 



"네 젊음이 네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니,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


회춘의 명약을 발견한 박해일의 어색한 연기에 눈이 오그라들다가도,

(감독의 명!연출로)김고운의 온 몸 구석구석 보며 눈이 만개한다.

소설보다 더 명확하게 욕망을 그려낸건지 

숫컷들의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의 우수성을 잘 아는 건지..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잘 살린 감독의 연출은 빼어났다.... 므흣. 


이렇게 노골적일 수 있나... 

벼량 끝에서 거울을 가져오고, 사다리를 타고 엿보는 노시인이라던가 

들었다 놨다 하는 은교의 성향을 알 수 있는 담을 타는 모습 등에서 보여지는 

클리세 같은 장면들은 배치가 적절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유연하게 했다. 


이런 영화는 원작을 얼마나 잘 '구현'했나 하고 실눈뜨고 보게 되는데,

회고로 시작하는 소설보다는 뒤로 갈 수록 절정에 이르는 식의 구성을 영화에 잘 적용한거 같다.

인물의 심리와 갈등의 지점을 잘 포착한 것을 보면 감독도 소설을 엄청 좋아했나보다. 

오히려 원작의 감성을 더 보완해주고 영화만의 재미를 따로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장면이나

연출이 곳곳에 보였다 . 


사제지간, 세대간, 남녀간의 은밀하면서 치명적인 그릇.

그것은 깨지기 쉬웠기 때문에 더욱 깊숙한 곳에 내재되어 있었지 않았나 싶다.

엿보기는 그래서 위험하다. 


왜? 자신의 욕망이 서려있으니까. 그것으로 바라보는 순간 서로 헐~

나중에 서로 할~ (割 : 베다 할)



점수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