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폭력주의자, 그러나 최후의 순간 무기를 들 수 있다”
[인터뷰] 버마학생연합동맹 외무위원회 대변인 쵸쵸테인(Kyaw Kyaw Thein·아래사진)
버마 민주화 운동을 주도해 온 버마 청년학생운동진영은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된다. 영국 식민시절인 1936년 3월 아웅산장군 (아웅산수지 아버지)과 학생운동가들에 의해 결성된 버마학생연합(All Burma Student"s Union)의 후신 버마학생연합동맹(All Burma Federation of Student Unions), 1988년 민중항쟁을 거치며 버마-타이국경에 몰려든 무장학생조직인 버마학생민주전선(All Burma Student"s Democratic Front) 그리고 정당운동을 펼치는 새사회민주정당(Democratic Party of a New Society). 이중 버마학생연합동맹 외무위원회 대변인 쵸쵸데인을 만나 버마민주화에 대한 전망을 들어보았다. <필자 주>
-전국버마학생연합동맹은 어떤 조직인가.
△전국버마학생연합(ABSU)을 모태로 1951년 재 결성된 버마 학생운동의 대표조직이다. 몸통은 버마 내부에서 지하로 활동하고 있고 1996년 12월과 1998년 9월 군사정권의 대대적인 검거열풍속에 빠져나온 활동가들이 버마 타이 국경에서 외무위원회를 구성 "지상" 활동을 하고 있다. 국경을 통해 버마내 몸통과 비선으로 연결되고 있다. 현재 20년째 수감중인 민코나잉(Min Ko Naing)이 여전히 우리의 의장이다.
-비폭력 노선이라고 들었는데.
△그렇다. 우리 조직이름아래 무장투쟁 노선을 채택한 적은 없다. 그러나 1988년 항쟁이후 수많은 학생들이 국경으로 빠져나가 무장 소수민족 세력들과 함께 무장투쟁에 참여했다. 버마학생연합(ABSU) 시절인 1942년에는 일부 학생운동가들이 버마 공산당 (CPB)에 참여, 무장투쟁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무장투쟁노선을 걷고 있는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와 관계는 어떤가?
△우리는 많은 사안을 두고 서로 협력한다. 버마학생민주전선뿐 아니라 새사회민주정당(DPNS), 민주개발네트워크(NDD), 버마여성연합(BWU), 정치범원조위원회(AAPP)등. 우리는 다른 조직의 전술을 비난하지 않는다. 버마 민주화와 민족화해라는 목표가 같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버마민주화를위한포럼"(Forum for Democracy in Burma)이 결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전술의 차이를 넘어선 협력인가.
△바로 그거다. 포럼은 8888 (1988년 항쟁을 말함)세대가 한 자리에 모인 거다. 인터넷을 통해 잦은 대화와 토론을 갖고 있으며 향후 몇 년간의 중단기적인 전망도 세우고 있다. 아직까지는 느슨한 형태다.
-여전히 무장투쟁노선과 비폭력 노선이 협력하는데 한계가 짐작된다.
△실제로 6-7년 전 서로의 노선에 대해 논쟁과 비판이 오고간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소모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연대하고 협력해도 모자랄 판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무장투쟁만으로 버마민주화를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그건 정말 최후의 선택이다. 그러나 다양한 전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 노선을 존중한다.
-태국은 버마 운동의 본고장 같다. 그러나 당신들 모두 불법 신세여서 불안할 것 같은데
△국경을 포함 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 모두 안전하지 않다. 특히 버마난민과 단체가 집중되어 있는 국경도시 매솟(Maesot)에서 우리는 언제든지 체포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태국 정부의 방침이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
-서구권으로 떠난 동지들도 있지 않나?
△여러가지 동기에서 그쪽 나라들을 선택하는 동지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의 투쟁방식을 존중하듯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는 동지를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에게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임무를 주고 그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활동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금 버마의 교육수준과 환경은 정말 열악하다. 그 동지들과 2세가 좀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배운다면 그건 버마의 미래를 위해서 긍정적이지 않겠는가.
-그쪽도 최근 난민정책이나 이민정책이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여전히 나은 편이다. 노르웨이, 미국, 호주... 시민권을 얻는 경우나 난민인정 사례도 그렇고 ... 그런데 한국은 정말 쉽지 않은 나라 중 하나다.
-현재 진행중인 전민족대표자 회의에 대해서는 전해듣는 바는?
△들려오는 정보에 의하면 참여자들 대부분 어떠한 토론과 표현의 자유도 없다고 말했다더라. 다만 소수민족그룹 중 참여한 몬족 일부가 자유롭게 토론했다고 하는데, 별로 신빙성 없는 얘기라 본다. 군부가 자신들의 원칙을 고수하는 한 자유로운 토론은 불가능하다.
-군부의 원칙?
△버마 정치에서 군부가 핵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게 그들이 내세우는 핵심원칙이다.
-버마민주화를 위해 버마학생연합동맹이 가장 중점에 두는 것은?
△국제적 압력이다.
-버마운동진영이 국제사회에 대해 너무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국제사회라면 구체적으로 어느 진영을 말하는 건가?
△오해가 좀 있어 보인다. 우리는 UN의 이름을 통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개별국가에 "개입"하라고 호소하지 않는다. 핵심요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버마안건 상정이다.
-UN은 미적거리고 있지 않은가. 버마군부는 유엔특사도 추방했고.
△안건상정이 주 목표지만, 이를 위한 캠페인 과정을 통해 우리 문제를 국제사회에 버마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지 알리는 효과가 있는 한 소모적이지만은 않다.
-경제제재를 통해 버마민중이 당하는 고통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인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소말리아, 이라크 등 몇 몇 국가에 대한 경제제재가 국민들을 힘들 게 한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 지금 버마 사람들은 군사정부로부터 수십년째 충분한 고통을 받아왔다. 아마 그보다 더한 고통은 없을 거다. 현실론이다. 아울러 우리는 국제사회의 개입이 현실적 대안과 제언을 수반되길 바란다.
-아시아 국가들은 어떤가?
△UN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를 한 축으로 본다면 (물론 중국이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지만), 또 다른 한축이 아세안 국가들을 포함한 아시아다. 사실 버마 주변국인 아시아 축이 더 중요한 외세다. 그중에서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지금 비즈니스에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다. 아님 무관심하거나...
△그렇다. 그들은 언제나 경제적 이익이 먼저다. 그러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아세안과 중국 모두 정치적 안정 없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현재 버마의 불안한 정치상황을 반기지 않고 있다. 청신호다.
-아시아 중 어디가 가장 중요한가. 그리고 한국은 어떤가?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동남아 국가연합 소속 국가들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 국가내에 시민사회가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고, 대안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이 벌이는 각 정부에 대한 압력 등은 긍정적 흐름이다. 정부의 관점에서야 이들 국가들은 버마사태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 다음은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인도인데....정부차원에서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국가들이지만 시민사회의 힘을 받기는 어려운 곳이다. 중국은 아예 그 공간이 없고. 중국정부는 버마정부형태가 군부독재건 뭐건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다만 주변국의 안정적인 정치상황을 바라는 것 같고 그런 측면에서 최근 버마 군사정부에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다소간 변화가 있다면 10년전만 해도 우리는 중국의 어디와도 접촉 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중국 내 야세력과 낮은 단위의 접촉이 가능하다. 인도는 내부 문제로 정신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한국? 버마내 한국 비즈니스가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호주 단체들의 버마 민주화 지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며칠전에도 한국에서 참여연대 활동가가 다녀갔다. 한국내에서 버마민주화에 대한 관심과 행동이 확대될 것이라고 들었다.
-국제연대와 국제적 압력이 지속되면 버마민주화는 청신호인가?
△우리는 한때 무장투쟁을 벌였고 정부 전복을 얘기했다. 그리고 90년 선거를 통해 정권 이양을 기대했다. 사실 1962 군부 쿠데타 이후 우리는 단 한 번도 선거를 한 적이 없다. 투표행위 자체에 대해 모르고 어색했다. 나조차. 그런데 전국민주동맹(NLD)가 80% 이상의 지지를 얻은 건 정말 놀라운 승리였고 정권이양을 요구했다. 그러나 군사정부는 끄덕도 안한다. 급기야 우리는 지금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계속 후진 아닌가?
△당분간 계속 잃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버마의 상황은 너무 절박하다. 아웅산 수지는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고, UN과 국제사회가 모두 나선다면...희망이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게 실질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래도 안되면, 정말 최후의 선택이 필요하다면?
△나는 비폭력주의자이지만 최후의 순간...나는 무기를 들 수 있다.
이유경 통신원 penseur2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