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Between Calm And Passion)

베스트셀러를 영화한 작품이 그러한 것 처럼 스토리의 범주가 정해져 있다는게 그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보여주기 미학을 잘 나타낸 영화입니다. 따라서 책을 읽었던 분들이라면 무리하지 않고 감상할 수 있으나, 영화로 처음 접하는 분에게는 이해가 어렵거나 오해할만한 부분도 있을 듯 합니다.

두 명의 남녀작가가 나누어 쓴 책과 달리 하나의 이어진 이야기로 만들어야 하는 점에서 이 영화는 책이 가진 큰 장점을 잃어버린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전체 줄거리를 두 주인공에 적합하도록 몇 개의 에피소드를 배합함으로써 짜집기를 한 듯 합니다. 책을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다소 산만할 수 밖에 없을 내용을 단편화했다는 것에 위로를 받아야 할 듯 합니다.

거의 자전적 독백처럼 구성된 책이긴 하지만, 주변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변화가 책에서와는 달리 다소 절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오이의 미국인 남자친구는 정말 충실한 애인으로 잘 그려져 있는데 반해, '준세'의 현재 여자친구인 '메미'의 출생기록은 '아오이'에게 넘겨 주었더군요. 그녀가 그렇게 홀로 일 수 밖에 없고, 준세를 오랜 시간 동안 잊지 못한 것에 대한 배경으로 쓰인 듯 합니다. 원래 책에서는 욕조에서 홀로 독서하는 그녀의 모습과 일상에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그러한 장면이 많이 절제되었더군요. 표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런지........그래도 참 멋진 욕조가 나오더군요.

전체적으로 보여주기 측면에서 참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를 아낌없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오래된 골목길과 집들, 아름다운 강과 다리 풍경은 이탈리아에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피렌체의 두오모는 아주 아담한 곳이더군요. 이탈리아를 못가 본 사람에겐 영화가 가진 장점이 아닐런지......
                                                  
P.S. 영화보다는 책을 추천한다. 두 권 중ROSSO부터 읽는게 보다 재미와 이해를 높일 수 있을 듯 하다. 마무리도 BLU가 한발 늦게 끝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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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토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컬러판이랄까?

전쟁씬의 사실감에서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나름대로 신경쓴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죽고 죽이는 전쟁터의 군중씬이나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군함의 포격씬을 촬영하기엔 오우삼 감독의 한계가 느껴지는 듯 하였습니다. 대신 그동안 오우삼식 영웅만들기의 총격씬은 많이 절제된 작품이기도 하였습니다.

작년 말부터 전쟁영웅 만들기 식의 헐리우드 영화가 많이 개봉되었는데 그런 이유였던지 시사회에 참석한 오우삼 감독도 영웅만들기 보다 인간관계를 통한 휴머니티를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해 달라고 하더군요.

니콜라스 케이지는 고뇌하는 전쟁영웅에 잘 어울리는 배우였습니다. 반면 크리스찬 슬레이터는 전체 비중은 적은 편이었지만 니콜라스 케이지의 역할을 돋보이게 하는 양념같은 역할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쟁터의 냉혹한 현실을 감안 할 때 크리스찬 슬레이터는 너무 인간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극중에서 백마의 피리(?) 연주를 듣고 합연하려고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미니 하모니카를 꺼낼 땐
왠지 씁쓸하더군요.

오우삼 감독은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는데 특출난 재주가 있는 듯 합니다.
그저 그럴 법한 전쟁영화임에 불구하고 한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뻔한 전쟁장면을 정말 멋있게 보여주는데 재주가 있는 듯 합니다. 확실한 액션과 음향효과를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좋은 영화입니다. 단, 리얼리티를 배제 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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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윈스턴과 윈드햄 힐

 

지금은 국내에도 유명한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많다. 더구나 클래식이라는 따분한(?) 범주가 아니라 쉽게 듣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세계를 추구하는 음악가들이 많아졌다.

조지 윈스턴의 음악세계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86년 겨울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유명한 피아노 연주곡인 "December" 앨범에 수록된 'Thanksgiving'이라는 곡이었고, 폴 모리아, 제임스 골웨이, 제임스 라스트 등의 경음악에 빠져 있던 나에게 조지 윈스턴의 음악은 새롭게 느껴졌다. 뉴에이지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고, 조지 윈스턴이 속해 있던 윈드햄 힐의 음반을 수집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에 속하던 시절이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그의 음악이 모 CF에 사용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국내에도 여러 번 방문을 하게 되어 이제 그를 대머리 아저씨라고 친근하게 부르기도 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대중적인 음악가가 되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조지 윈스턴 앨범 목록 >>

 Ballads & Blues 1972 (1972)
 Autumn (1980)
 December (1982)
 Winter Into Spring (1982)
 Summer (1991)
 Forest (1994)
 Linus & Lucy/The Music of Vince Guaraldi (1996)
 Seasons In Concert (1996)
 The Velveteen Rabbit
 Sadako and the Thousand Paper Cranes
 Box Set/Complete Solo Piano Recordings 1972-1996
 Selections From Other Recordings By George Winston
 All The Seasons of George Winston (1998)


조지 윈스턴이 속한 음반사는 비교적 작은 음반사라고 봐야 할 듯 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류에서 벗어난 나름대로 독특한 음악가들이 소속된 음반사중에 하나이다. 조지 윈스턴과 같이 솔로 앨범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샘플링이라고 해서 다양한 실험 음악을 내놓기도 한다.

* George Winston 공식 홈페이지(영문) : http://www.georgewinston.com/
* Windham Hill 홈페이지 : http://www.windh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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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Bach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한 첼리스트

 

J.S.BACH, The 6 Cello Suites
Label: MonoPoly GI-2000
Release Date : 01 / 1999
ADD / Mono

 

 

 

 

 

다소 묵직해 보이고 연주하는 폼도 다리 사이에 끼워서 불편한 자세에서 연주해야 하는 이 악기는 다소 둔탁한 저음 탓에 다른 종류의 악기의 도움이나 오케스트라의 한 구성이 아니고서는 편성될 수 없는 듯 보인다. 실제로 18세기 이전까지는 별로 주목받지 못한 악기였다.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그런 시절에 첼로의 역할을 돋보이게 한 곡이었다. 이 곡과 함께 연상되는 인물이 바로 첼로의 대가로 알려진 파블로 카잘스다. 음반 쟈켓에 자욱한 담배 연기와 벗겨진 머리를 한 중년의 노인이 첼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카잘스는 파리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바하의 무반주첼로 모음곡을 발견하고 평생 이 곡과 함께 해 왔다고 한다. 이후에도 수 많은 첼로 연주가들이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했지만 카잘스 만큼 이 곡을 잘 이해하고 연주한 인물도 없는 듯 하다. 실제로 CD가 보편화 되기 이전 파블로 카잘스의 LP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명판이었다. 나도 실제 어느 조그만 레코드점에서 소장하고 있는 LP만을 구경했을 뿐이다. 그 당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LP는 요요마가 연주한 3장의 LP였다. 나 역시 이 LP를 2장을 구매해서 들었지만 늘 파블로 카잘스의 LP를 흠모했었다. 그러다 97년 쯤인가? 모 레코드사에서 파블로 카잘스의 복원CD를 시중에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고 나도 그 CD를 살 수 있었다.

 

첼리스트의 대가 카잘스가 인정한 로스트로포비치도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10대에 모두 연주한바 있다. 그는 카잘스를 이은 가장 재능있는 첼리스트였으며, 카잘스 만큼이나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대한 애착이 있었던 것 같다. 요요마가 82년 20대의 젊은 나이에 과감하게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해 발표했던 것과 달리 로스트로포비치는 90년에 들어서 전 곡을 녹음했다. 그는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다. "제1번은 가볍다. 제2번은 슬픔과 열정이다. 제3번은 빛난다. 제4번은 위엄과 애매함이다. 제5번은 어두움. 제6번은 햇빛이다." 그의 이러한 해석은 카잘스와 그 맥을 같이 하지만 훨씬 개방적이고 자유롭다. 물론 요요마의 연주는 이 두사람의 연주보다 훨씬 템포가 있어 다소 경박하게 까지 들린다. 하지만 젊은 연주자의 경쾌함은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첼로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이외에도 유명한 첼리스트는 많이 있다. 그들 대부분이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했지만 아마 위 세 사람의 음반이 시중에서 가장 찾기 쉬울 것이다.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슬플 때, 외로울 때 그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며 창가를 두드릴 때 방안의 불을 끄고 들으면 깊은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는 연주 음악이다. 아마도 에반겔리온의 주인공 신지가 이 음악을 연주했던 것도 그의 심리적 갈등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 아니었을까?

 

 

* 첼로에 대한 궁금한 것은? http://www.mycello.net

* 파블로 카잘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http://happychron.com/casals/index.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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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 작가주의 감독의 한계성

작가주의 감독의 한계는 깊이 보다 넓이에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곽재용 감독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두가지 부류일 듯 하다. '엽기적인 그녀'의 그 감독, '비 오는 수채화'의 잊혀진 감독. 두 작품의 경계는 너무나 명확하다. 시간적인 갭도 10년이 넘을 뿐만 아니라 지독한 멜로와 엽기 코믹극이라는 극명한 코드로 분류된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감독에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의미를 부여할 만한 작품인 듯 하다. '비 오는...'는 수채화톤의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준 대표적인 멜로물의 하나이며 그 당시 비교적 괜찮은 흥행성적으로 2편 제작까지 이어졌던 작품이며, '엽기적인...'은 오랜만에 메가폰은 잡은 감독의 정상의 자리에 복귀시켜 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클래식'은 '비 오는...'쪽에 가까운 영화이다. 어쩌면 재탕이라고 불러도 뭐라고 하진 않을 듯 하다. 아마도 공백기간 동안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가 아니었나 싶다. 남성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여성으로 하여금 "이것이 정통 멜로가 아닌가?" 라는 의미심장한 화살을 날릴 만큼 감동의 눈물이 주루룩~ 흐르는 작품이다. 1인2역을 맡고 있는 물 오른 배우 손예진의 연기도 무척 좋았고, 몇 편의 작품을 통해 꾸준히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는 조승우의 연기도 괜찮다. 그리고 시트콤 '논스톱'의 히로인인 조인성의 이미지 메이킹은 제작 말미의 불미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썩 어울리는 배역이었다. 조인성의 역할 비중에 대하여 시나리오 준비 미비로 판단하기 보다는 너무나 많은 걸 보여주고 싶은 감독이 관객과 제작자의 힘에 눌려 결국 들어내고만 아쉬운 설정이 아닌가 싶다. 물론 13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조차 적다고 얘기하면 지나친 논리일 것이다. 역시 곽재용 감독은 영화판 보다는 문학쪽이 더 어울리는게 아닌가 싶다.

'클래식'은 그의 첫 작품처럼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와 그 영상에 어울릴 만한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해당 배역에 적합한 산뜻한 신인급 배우들의 연기. '클래식'은 이런 그의 장기를 제대로 담아낸 영화이다. 파헬벨의 "캐논"이 흐르면서 시작 되는 첫 장면은 옛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선율과 파스텔톤의 영상을 담아 내고 있다. 어디서 본 듯 한 그리고 다소 촌스러운 장면은 주인공의 대사처럼 "클래식"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걸 장식해 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예전 처럼 멜로 영화라고 해서 심각함을 강조하기 보다 곳곳에 코믹스러운 장면을 삽입하여 다소 지겨운 감을 없애려고 노력(?)한 것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감독의 행보이다. 10년 전에 '비 오는...'으로 인기를 얻어 2편까지 제작했지만 멜로물의 한계로 당시 힘 없는 감독의 입장에서 수년 동안 조용히 지내야 했던 그가 단 한 편의 영화로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힘입어 2편 제작을 하겠다고 한다. 과거 '비오는...' 1편과 2편 사이에도 실패한 작품(묘하게 3명이 주인공인 이미연, 김민종, 이경영 주연의 '가을여행')이 있었고, 이번에도 '클래식'이라는 작품이 끼여있다. 그렇다고 '클래식'을 '가을여행'에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게다. 다만 걱정스러울 뿐이다.

멜러물을 좋아한다면 연인과 함께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2월말에 개봉하는 '국화꽃 향기'가 한 수 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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