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남편을 잃은 로즈 할머니는 존 브라운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가진 개와 함께 행복하고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로즈 할머니는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까맣고 늘씬한 몸매의 도도해 보이는 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고양이에게 자꾸만 관심을 보이는 로즈 할머니 때문에, 존 브라운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로즈 할머니와 둘이서 너무나 행복했는데... 침입자가 생기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그래서 존 브라운은 자기에겐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딱 잡아 뗍니다. 그리고는 한밤중에 조용히 집 밖으로 나가 고양이에게 한마디 해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고양이도 만만치는 않네요. 아무 대꾸도 없이 그대로 집 주위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존 브라운의 눈치를 살피던 할머니는 침대에 드러누워 버립니다. '몸이 좀 안 좋구나. 이대로 누워 있어야겠어.''하루종일요?''응, 내일도 모래도 계속 누워만 있을거야.'아침 밥도 안 주고 누워있던 할머니의 대답이 참 야속합니다.존 브라운은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얻어먹은 채 할머니의 분홍색 덧신에 코를 박고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최후의 한마디를 할머니에게 던집니다....사랑에 가득찬 그 말을 읽으며 눈물이 나올 것 같았어요. 음.. 사랑은 정말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슬프지 않으면서도 마음 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그림을 읽는 재미도 제법 쏠쏠한 책입니다. 사시사철 신는듯한 할머니의 분홍빛 덧신이랑, 집안 곳곳에 자리잡은 할아버지의 사진, 그리고 거실 안락의자 옆에 내내 놓여있는 스텐드형의 재떨이.. 아마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거겠지요? 처음엔 뭔가 했는데.. 담배를 놓는 자리인듯한 움푹패인 곳을 발견하고서 어렸을 때 외가에서 볼 수 있었던 그 재떨이라고 결론 지어 버렸어요. 할머니가 얼마나 정이 깊은 사람인가...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흰 쥐도 세 마리 함께 살고 있어요. 로즈 할머니네 가족이 내내 행복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