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한살 더 먹을때마다 확신이라는 이 단어 하나에 한없이 작아진다. 

어릴때는 무수히 많은 확신을 품고 있었다. 

난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 나라면 이러지 않아(심지어 절대!)  

이런 말들을 한 건 몰라서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니까. 

확신이 하나 둘 처참하게 부서져 내리는 걸  인생을 통해 경험하고 난 뒤부터는 감히 절대라는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졌다. 어이없는 황당한 상황을 겪고 나서도 그저 그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하며 미루어 짐작하고 덮어줄 아량도 아주 조금은 생겨났다. 그게 다 나 역시 그렇고 그런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또 딜레마에 빠져 있다. 

꽤 오랫동안 끌어온, 이제는 정말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 당당하게 결론을 내렸는데 그 확신이 흔들리고 있음을 감지했다. 순간 현기증이 났다. 또? 다시? 

이건 온전히 나 자신과의 독대를 통해 답을 내야만 하는 일인데 좀처럼 그 망할,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이건 단지 부츠 컬러를 선택하는 수준의 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어쩌면 좋을꼬. 

상황이 이러니 속에선 차라리 무식한게 나을거 같다는 푸념도 들린다. 무식해서 용감했을 시절에 벌려놓은, 그 엄청난 확신에 찬 결정으로 인생이 만싱창이 비슷하게 망가졌었는데도 여전히 이러는 걸 보면 아직 멀긴 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째깍째깍.. 내가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날이 다가온다.  

나는 여전히 혼돈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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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11-3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 문제라면 아마도....답은 없을 듯...합니다만....(아님 말고)

이리스 2010-12-04 03:32   좋아요 0 | URL
답은 있어요 ^__^
 
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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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인기척 없는 적막한 밤길에 막대기를 든 수상한 남자와 스쳐 지났다고 가정하죠. 실제로는 키 162cm의 마르고 볼품없는 남자였고, 들고 있던 막대기도 절굿공이 정도라고 하죠. 그것이 팩트입니다. 그런데 스쳐가는 순간 실감한 것을 말하자면 상대가 180cm 정도의 덩치 큰 남자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손에 들고 있던 물건도 쇠방망이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심장이 쿵쿵 뜁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이냐? 진실은 후자가 아닐까요? 실은 양쪽 진실을 나란히 늘어놓고 비교해야겠지만 둘 중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다면, 저는 어디까지나 양해를 구한다는 조건하에 팩트보다는 진실을 택하고 싶습니다.

세계란 결국 각자의 눈에 비친 형상이라는 생각에서죠. 그런 것들을 많이 모아 종합해나감으로써 드러나는 진실도 있지 않을 까 합니다.-280,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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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계속 서재가 열리지 않더니 

오늘은 또 상품넣기가 오류나는구나. 

간만에 리뷰 좀 올릴랬더니 거 참 안도와주네. 

흥... 

 

서재야, 정신 좀 차려줄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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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떤면에서 세상은 공평하다. 돈을 얻는 순간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잃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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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10-11-21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은 밝혀질 수도 안밝혀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내용이 절반 가량은 맞는다는 전제하에...
 

 

 

 

 

 

 

 

 

반가운 우편물이 도착!! 

다락방님, 고마워요. 잘 읽겠습니다앙~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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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1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 유쾌한 책은 아니지만(;;) 즐겁게 읽으세요. 아니 '즐거운' 책도 아니긴 하지만..( '')

이리스 2010-11-21 18: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보내주신 거니 행복하게 읽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