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사람을 만나는 일은, 확실히 편하다.

수첩을 들고 기사거리를 적어두지 않아도 되고 녹음기를 꺼내놓고 틀지 않아도 된다. 순수하게 독자로서 작가를 만나는 일은 역시, 즐거웠다. 토요일 오전 스타벅스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 예상했던 대로 조선희씨는 상당한 달변가였다.

무료로 제공된 치즈 케이크와 스콘, 커피를 마시며 편안한 가운데 진행되었고 사실 거의 조선희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고 오랜 시간 기자로서 일하다가 전업 소설가가 되면서 겪은 일들이 이야기의 주된 것이었다.

눈빛에서는 여전히 대단한 에너지가 뿜어져나왔다. 금요일의 숙취를 달고서 힘겹게 나선 토요일 오전의 두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덕분에 내 보관함에는 한 권의 책이 또 들어갔다. 조선희씨가 추천한 한 권의 책.

 

 

 

 

조선희씨는 자신이 아는 모든 여자 조카 및 후배 등 인생에서 이제 막 힘차게 뛰려고 하는 나이의 지인들에게는 빠짐없이 이 책을 선물한다고 한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저자가 어떻게 엄청난 사회적 성공을 이루었는지가 주를 이루는 이야기지만 그렇고 그런 위인전같은 책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보관함에 냉큼 담아두었다.

즐거웠던 토요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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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2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으셨겠어요

이리스 2006-04-2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

paviana 2006-04-2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네에 계시던 조선희씨인지, 왜관처녀 상경기의 조선희 사진작가인지 궁금했는데 씨네에 계셨던 분이군요. 좋으시간이셨겠어요.

이리스 2006-04-2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 토요일 오전이 즐거웠던적이 별로 없었는데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ㅎㅎ
 

너희의 인내로 너희 영혼을 얻으리라

[누가복음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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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음주 페이퍼...

예정되어 있던대로 업무를 빨리 마치고 홍대로 이동해 삼겹살을 구어 먹고는 블루스 하우스에 갔다. 거기서 와인을 실컷 마시고 웃고 떠들다가 부른 배를 부여잡고 간신히 계단을 올랐다. 이 주체할 수 없는 식탐은 어쩌면 좋지. 거기서 우연히 m 잡지 에디터 k 와 마주치고 더불어 이우일씨와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 어째 갈수록 살이 빠진담. 나처럼 운동 안하고 먹고 싶은것 다 먹는 인간이 부러워하는건 잘못이겠지?

기분 좋게 취해서는 전화기를 붙들고 그 먼곳에 전화를 해서는 마치 바로 옆에 있는 사람한테 말하듯 온갖 조잡스런 이야기를 주워 섬기면서 타박타박 걸어 집에 들어오다.

아, 그렇군. 오늘은 금요일 밤이야.

취하거나 조금 비틀거려도 용서받을 수 있는 밤일거야, 으응..

어차피 내일도 나는 일찍 일어나 내가 부린 욕심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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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2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한 음주가 아니셨나봐요 페이퍼까지 올리시는걸 보면 금요일은그냥 지나치기 힘들죠

이리스 2006-04-22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완전히 곯아떨어졌답니다. ㅋㅋ
 

[세설] ‘다빈치 코드’ 위험한 이유 따로 있다/김정란
[한겨레 2006-04-21 14:27]    

[한겨레] 세설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다빈치코드>의 한국 상영을 한국기독교총연맹이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 이유는 그 영화가 반기독교적이어서 교회를 모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가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이 작품은 그 인문학적 토대가 대단히 빈약하다. 이 작품은, 예수의 피를 담았다는 거룩한 성배를 유사 고고학적 관점에서 다루면서, 페미니즘 코드를 적당히 혼합시켜 놓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뼈대는 성당기사단의 후예들이 매달려 온 예수의 혈통 문제이다. 특히 스코틀랜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생클레르(성당 기사단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프랑스의 탄압을 피해 스코틀랜드로 이주. 생클레르는 “거룩한 광채”라는 뜻) 가문의 혈통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러한 기본 얼개를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헐리웃 스타일의 추리물로 구성한 것이다.

<다빈치코드>는 서구사회가 끊임없이 매달려 왔던 고고학적 성배찾기의 현대적 변용이다. 그것은, 성배가 바로 막달라 마리아의 자궁이라는 대담한 가설을 제시한 것을 빼면, 그 발상에 있어 별로 참신하지 않다. 성배=여성의 자궁이라는 기호적 도식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것이다. 성배의 기원은 기독교와 아무 관련도 없다. 그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풍요의 제의와 만나게 된다. 수천 년 전의 수메르 인장(印章)에는 조그만 물통을 들고 신 앞에 서 있는 천상적 존재들이 등장한다. 이 조그만 물통은 신의 근원에서 흘러나오는 신적 능력,힌두교 식으로 말하면 범아(梵我-브라만)를 신자 각자에게 배분하는 개아(個我-아트만) 역할을 한다. 그것은 그 풍요와 재생의 능력으로 인해 여성의 자궁과 동일시되었다. 기독교의 성배 신화는 이 고대 신화를 기독교적으로 변용시킨 것이다.

게다가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는 그것이 혈통주의를 택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인종주의의 혐의마저 있다. 성배를 둘러싼 이 혈통주의 안에는 서구사회가 그 밑바탕에 지니고 있는 매우 위험한 백인우월주의적 인종주의 싹이 숨어 있다. 성배 신화의 수많은 판본 중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매우 위험한 작품이 13세기 독일 시인 볼프람 폰 에센바흐의 <파르치팔>인데, 바로 이 작품이 바그너 오페라의 원형이 되었고, 나치 인종주의를 치장하는 신화로 사용되었다. 나치는 볼프람의 작품에 나오는 성배의 성 문잘바예세를 ‘정말로’ 찾기 위해 오랫동안 전담 특수요원을 파견해 법석을 떨기도 했다. 그들에게 성배는 혈통에 불과했던 것이다. 댄 브라운은 중세에 성배를 지칭하던 용어 상그레알을 단지 ‘왕의 피’로 해석함으로써, 성배를 다시 혈통주의적 해석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그 가문의 시조가 여성이라고 해서 인종주의적 혐의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다빈치코드는 위험하다기보다는 엉성한 작품이다. 한국 기독교는 다빈치코드가 예수의 결혼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여기는 듯한데, 이 작품이 위험하다면, 그것은 그 작품이 예수의 결혼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인종주의 혐의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언제나 예수의 결혼 문제에 관해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죽음의 문제에 관한 일종의 심리적 강박이다. 성직자의 독신제도는 근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맞닿아 있다. 그것은 고대 농경 신화에서 ‘죽음’의 문제가 반드시 ‘성’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 농경문화권에서 죽음의 출현은 반드시 신의 살해 형태로 출현한다. 살해된 신은 공동체 전체를 먹여 살리는 식용작물로 변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생식기가 출현한다. 즉, 곧 다시 태어나게 될 식물, 그러나 지금은 썩어 죽는 식물의 죽음이라는 관념은 생명을 만들어내는 성의 신비와 짝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아담과 이브의 신화에서도 성의 문제는 죽음의 문제와 함께 있다. 아담과 이브는 ‘지식’을 얻는 순간 즉, 신과의 행복한 합일의 상태에서 쫓겨나 필멸의 존재가 되는 순간, 자신이 성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성직자의 독신제도는 바로 이 고리를 끊어내려는 노력이다. 다시 태어나는 생명을 만들어 다시 죽음의 순환고리 속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기. 그것은 죽음에 대한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반영한다. 그것은 생에 대한 어떤 태도로서 존중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옳은 태도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여러 기록을 참조해 보면, 예수가 결혼했을 확률은 희박한 것 같다. 그러나 예수의 결혼 여부가 예수의 존재 의미(신화적이든 역사적이든)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예수가 성서의 주장대로 독신이었든, 아니면 어떤 사람들의 주장대로 결혼을 했든, 아무 상관도 없다. 그것은 예수의 가르침의 본질과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자신의 영적 건강부터 회복해야 할 것 같다. 다빈치코드의 상영을 막는다고 썩어가는 한국교회가 소생하는 것이 아니다. 성배의 진실한 의미는 댄 브라운이 해석하듯이 예수의 혈통도 아니며, 또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단순히 예수의 피를 담았던 잔도 아니다. 그것의 진정한 의미는 비형태를 담는 형태, 신을 받아들이는 신자의 영혼, 즉 영적 진실을 갈구하는 당신의 존재 그 자체다. 순결한 기사 갈라하드는 성배의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죽는다. 신화는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비형태인 그 무엇을 봄으로써, 형태의 몫, 지상적 육체의 몫의 진도를 끝냈다는 것을 암시할 뿐이다. 성배는 그 신비를 말하는 하나의 상징적 참조물일 뿐이다. 빛이 하늘에도 있듯이 우리 안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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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6-04-2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글입니다.^^ 김정란 선생님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어서 좋아요.

이리스 2006-04-2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오님 / 네, 그렇죠? 그런데 사진속 모습이.. 화장 때문인지 마치 무속인같은 분위기가 나네요. ^^;;
 
워커홀릭 1 - 변호사 사만타, 가정부가 되다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4월
구판절판


나는 시계에 중독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당신도 시간을 6분 단위로 나눠 산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내 근무 시간은 6분 단위로 계산해 의뢰처에 청구하게 되어 있다. 모두 다 전산화된 타임시트로 처리되어 항목별로 정산된다.

처음 카터 스핑크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내가 하는 일을 분 단위로 적어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약간 머쓱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6분 동안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그럼 뭐라고 적지?'

11:00-11:06 멍하니 창밖 응시
11:06-11:12 길거리에서 우연히 조치 클루니와 마주치는 공상
11:12-11:18 내 혀로 코를 핥는 방법에 대한 탐구 -23-24쪽

엄마는 여자가 남편 성을 따르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엄마는 또한 여자가 집에서 요리, 청소, 혹은 타자 연습이나 하며 허송세월하는 것도 용납하지 못하며, 모든 여자들이 남자보다 천성적으로 머리가 좋으므로 당연히 남편들보다 훨씬 많이 벌어야 한다는 것이 엄마의 지론이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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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2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알라딘에서 주문해서 오늘 받기로 되어있는데, 묘하게 기대됩니다. 소피 킨셀라의 글은 언뜻 허무맹랑해 보이고 비어있지만 반박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제게는 그랬습니다.

하늘바람 2006-04-2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그런다고 자기 삶이 그렇게 되는 건 아닌데 우리 시대 수많은 솔로 들이 워커 홀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리스 2006-04-22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 가볍고도 꽤 괜찮은 글이죠.
하늘바람님 /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