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

[시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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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무 마감 때문에 신체리듬이 완전.. 엉망이다. 두시반 경 귀가 했으나 씻고 움지럭 거리다 보니 어느새 네시가 되었고 누웠으나 잠이 안와서 여적 있다보니 동이 텄다. -_-;;;  아아아... 이런..

그런데 이리저리 돌려보던 텔레비젼 채널에서 남희석과 전원주가 나오는 무슨 가계부 어쩌고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마 재방이었겠지? 케이블이었으니까. 돈을 낭비해대는 한 부부에게 이런저런 코멘트를 해가면서 절약 근검 모드로 변신 시키는 거였다. 뭐, 프로그램이 아주 특출난 아이디어를 내서 나를 놀라게 한건 아닌데 그걸 보며 나는 딱 하나를 느꼈다.

우와.. 저 남자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1. 아내 -  28살 인데 애가 둘이고 큰 애는 5살은 되어 보인다. 만나이로 티비에 나왔을테니 여튼 30살 정도인데 살집은 꽤 있어서 뚱뚱하나 얼굴은 예쁘고 귀티가 난다.

2. 남편 - 31살이고 적당히 제 나이로 보인다. 마른 몸이고 사람이 선해 보인다.

그런데 이 집 상황이 어떤가 하면..애 둘 키우느라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큰애가 딸, 다섯살 전후로 보임. 둘째는 아들 서너살 전후로 보임) 남편이 양말이 없어서 사서 신는게 다반사다. 빨래가 제때 안되어 있고 음식은 대체로 시켜 먹으며 한달 외식비 및 식비로만 4인 가족이 110 만원을 쓸 지경이다.

심지어 세탁기 돌린 빨래를 3일이 지나도록 널지 않아서 그게 그대로 세탁기 안에 구겨진채 쳐박혀 있다. 부엌 한 구석은 거의 쓰레기 장이며 냉장고에서는 과일과 야채가 썩어난다. 사놓고 안쓰는 안마기에 아무도 칠줄 모르는 전자 피아노 베란다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선풍기가 3대.. 아아..

이 여자 된장찌개 끓이고 제육볶음 하는데 두시간 넘게 걸린다. 결혼 5년차 이상된 주부 맞나? 저녁 밥상 차렸더니 남편이 너무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린다. 좋아서 먹긴 하는데 맛이 엉망진창. 간이 안맞아서 인상이 찌푸려지는데도 좋다고 참고 먹는다. >.<

애들이 배고프다고 칭얼대고 보채고 우는데도 엄마 힘들어.. 아퍼.. 하면서 밥 안차려주고 시켜먹으라고 하다가(평소에 잘하다가 이러면 이해나 하지 --;) 애들 성화에 못이겨 건더기 하나도 없는 된장국을 먹으라고 끓여준다. 애들이 맛없다고 안먹으니까 삐져서는 상을 다 치워버린다. 헙...

남편 혼자 버는 살림으로 저축까지 여유있게 하지 못한다고 하여 새벽에 우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여 월 80만 원의 수입을 보태어 그것으로는 모두 아내가 저축을 한다. (며칠 하고는 뻗는다) 이건 애 둘 키우면서 무리라고 봄. 여하간.. 뭐 우유배달 건이야 그렇다 치지만 세상에 딱 보기에 40평형 가까이 되는 아파트인데(비록 남양주지만) 소비 수준은 마치 서울 시내 한 50평대 아파트 거주자들 못지 않았다. 게다가 살림 못하는 주부 탑텐을 한다면 1, 2위를 다툴 모양새의 주부였다.

이 부부가 한달 생활비 54만원(아이들 학원비 및 공과금 제외한 비용, 남편 용돈 포함)을 가지고 버티는 테스트를 통과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보면 볼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커플이었다.

54만원을 가지고 남편 용돈 떼어주고 생활하라고 하고 각자 필요한 돈을 말하라고 한 뒤 협의하라고 하자 남편은 담배도 끊겠다고 하고 계속 아내쪽 생활비에 만원씩 이만원씩 더 주려고 한다. 아내는 29만원이 자기쪽 생활비로 돌아오자 만원만 더주면 30 딱 맞는다고 더달라고 하자 남희석이 눈치줬다. 남편은 정말 더 주려 했던 듯.

남편 출근시간에 늘상 엎어져 자고, 그나마 아침 한다고 달걀 후라이 정도 하면서도 시간 맞춰 못해서 못 먹고 가고.. -_-;;; 남편은 세탁기에 쑤셔 박힌 양말을 다시 꺼내 신고 나가려고 하나 허연 이물질이 검은 양말에 덕지덕지 붙어 있어 초난감.. 그런데도 남편 얼굴에 나타난건 정말...

물론 약간 소리가 높아지고, 짜증스러운 말투가 나오지만 그건 정말 그냥 척만 하는거다. 그 얼굴과 눈에는 뭐 그럴수도 있지.. 정도라고 커다랗게 써있다.

테스트 기간 중 거의 마지막에 아내는 안하던 집안일 하랴 돈 아끼랴, 우유배달도 시도했으니 정말 몸살이 나긴 났는지 아프다고 퍼지고.. (근데 정말 심각하게 아파보이진 않았다 ㅋㅋ)애들이 밥달래도 또 시켜먹으라 하고, 남편의 저녁도 역시 시켜 먹으라 한다. 까딱하면 이 모든 테스트에 쏟은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될 지경임에도.. 남편은.. 아파? 어디가 아파? 으응? 이러면서 애들이 어질러 놓은 과자 부스러기를 닦아 치우는데 폼을 보아하니 이미 숙달된 솜씨다. -_-;; 아내와 애들을 달래가면서 위기까지 넘기시고.

오우, 세상에나~~~~

저런 여자가 저렇게 사랑받고 살다니 -_-;; 하는 질투와 부러움이 밀려오면서 동시에, 아아 저런 남자가 정말 세상에 존재하는 구나 싶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ㅎㅎㅎㅎ

마지막에 또 하나, 이 여자.. 남편한테도 저 지경이니 시집 식구한테는 어떠했으랴. 시부모님 깜짝 놀래킨다고 우렁각시 자청하여 시부모님 댁에 가서 음식 미리 차려놓고 기다리자.. 일 마치고 돌아온 시부모님들이 너무너무 감격하며 예뻐라 하시더라. 헙헙....

부부 어쩌구 뭐.. 이런데 나오는 사람들 보면 그 표정과 말투에 상대에 대한 경멸과 멸시가 깔려 있어서 보는 내내 상당히 불쾌한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이거 너무 극단적이지만 이 부부는 정말 대단하다 싶게 사랑하는 커플이었다. 남편 쪽 사랑이 좀 더 커보이긴 했지만서도.

그동안 본 부부 중에는.. 저따위 남편을 뭐 좋다고 옆에 붙이고 사나? 싶은 이상한 -_-;; 아내들이 많았고 그들의 인내가 당췌 아깝기 그지없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번 건 반대라서 좀 신선했다.

그들이 근검절약을 하거나 말거나 간에.. 여튼.. 간만에 보면서 기분 좋아지는 커플을 봐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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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14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어요. 저도 설걷이 잘 밀리고 외식 자주 하고 세탁기 빨리 한 두시간 후에 널어서 꾸깃구깃해졌지만 그 여자는 정말 놀랍더군요. 저도 님같은 생각했습니다.

Kitty 2006-05-1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교가 많은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뭔가 특별한 매력이?
(그나저나 괜히 찔려서 설겆이하려 갑니다 ^^;;;)

이리스 2006-05-1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ㅋㅋ 그쵸? 그 여자는 도를 넘어선 거죵~
올리브님 / 넵. 맞습니다!!! ^^
키티님 / 그쵸? 뭔가가 있는게 틀림없어요. 아아.. 애교라면 나도 상당한데. ㅠ.ㅜ

sweetrain 2006-05-14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설거지 잘 밀리고 회사 다니면서(휴학중 단기 계약직) 늘 점심은 사먹고...
세탁기 빨래는 밀릴까봐 아예 집근처 셀프빨래방(11kg빨래 세탁, 건조에 4000원)
이용해서 해결해서 남이야기 할 처지는 아니지만 저 여자는 놀라워요.;;
 


뚜껑이 쉴새 없이 열렸다가 닫히고.. 모두들 씩씩대는 마감의 거의 막바지..

최종 회의를 마치고 급히 해결할 일을 처리하고 나서 후배랑 저녁먹으러 나갔다. 아, 우리 좀 나가서 먹을까? 회사 근처 말고 말이지. 그렇게 해서 우린 명동 아웃백에 가서 질러줬다. 포스터스 생맥 두 잔까지 곁들여 줬더니 배가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달까. --;; 무식하게도 많이 먹는다..

그리고 잠시 명동거리 활보하며 부른배 두드리기. 그래놓고 다시 스타벅스 들어가서 아이스 타조 차이 톨 사이즈로 주문. >.< 사무실에 돌아와서 다시 일했고, 내일도 또 나가야 하지만.. 그래도 딴짓 조금 했으니 살 것 같다. 아아.. 자유가 그리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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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5-13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ou really work in same time zone with me. -_-;

하늘바람 2006-05-13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바쁘셔서 더욱 자유가 그리울 거예요

이리스 2006-05-14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 어훙.. 그러면 아니되는데.. ㅠ.ㅜ
하늘바람님 / 그럴거에요. 흑흑..
 

너희가 전에는 어두움이더니

이제는 주안에서 빛이라

빛의자녀들처럼행하라

에베소서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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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님 페이퍼 보다가, 국민연금 생각이 나서 사이트에 들어갔다.

앞으로 받게 될(그냥 가정형이다) 연금 수령 알아보기를 눌렀더니 뭐가 그리 복잡하단 말인가. 하다하다 지쳐서 때려치우고 그냥 가상으로 설정해서 해보니 그것 역시 복잡하기 그지없다. 쳇...

아 한달에 십얼마씩이나 뜯어가면서 내가 65살이 넘어야 받는 돈은 대체 얼마나 될까. 근 40년을 부으라는 이야긴데. 아휴.. 그나마 지역가입자로 될 경우 낼 돈이 참 엄청나더구만.

국적 포기하고 환급받아버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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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05-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연금. 단어만 들어도 속에서 불길이 화악!

라주미힌 2006-05-1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곤하실텐데...
국민연금까지 속 썩이네요. ㅎㅎㅎ

이리스 2006-05-1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 그러게요. 썩을대로 썩은 것이 뭐 한둘이겠습니까마는... --;
라주미힌님 / 으허헝.. 그러게 말이에요. 국민연금 좀 패주세요. >,<

라주미힌 2006-05-1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저 마지막 그림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딱 그 사람의 상태, 글의 척추를 '한 방'에 요약을 한다고나 할까...

울보 2006-05-12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급해주나요,,
저보고는 61세될때까지 기다리라던데,,

비로그인 2006-05-1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 일하던 외국인 과장이 국민연금 내는 게 전 제일 웃겼습니다. 더 웃긴 건, 환급을 못받는다네요. 내야 하는 자격은 되는데 환급받을 자격은 못된다면서 욕하는데, 차마 동조를 안할 수가 있어야지요.

이리스 2006-05-1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 ㅋㅋ 그쵸? 감자도리 너무 귀여워요..
울보님 / --; 국적 포기하면 환급해준다고 하더라구요.. ㅜ.ㅡ
쥬드님 / 어머머., 그래요? 웃기는 짬뽕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