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천둥과 번개가 치는 주말 오후가 되어버렸다.
대학로, 종로에서의 각각의 약속은 모두 나가지 않기로 한 채 집 밖에는 한발짝도 나가지 않는 가택연금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런 날에 아무데도 나가지 않는게 행복하달까. ㅎㅎ 게다가 때맞춰 찾아온 손님 덕분에 그닥 몸도 좋지가 않다.
AFKN을 틀어둔채, 옅은 블랙 커피 한잔 곁들여 문학동네 봄호를 꺼내들어 신수정과 배수아의 대담을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컴퓨터에서는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이 차곡차곡 시디에 구워지고 있다.
비가 세차게 오면 들이치기 때문에 수시로 창문을 닫아줘야 하지만 이런 날일수록에 비냄새가 맡고 싶어 유독 고집스럽게 창을 열곤 한다. 8층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딱히 아름다울 것도 없지만.
일 때문에 걸려오는, 안받을 수 없는 전화 몇통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모든 일은 가급적 내일로 미루려고 하고 있다. 머리를 비우면서 단 하루라도 좀 지내보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랄까. 하지만 심심풀이로 해본 게임에서 마저 기록을 갱신하려고 눈이 벌개지도록 집착하는 나 자신을 보면 스스로 혀를 끌끌 차게 된다.
지금 굽는 드라마 시리즈가 다 구워지면 저녁을 먹고 간단히 씻은 뒤, 새로운 시리즈를 구워야 겠다. 굽고, 또 굽고.. 계속 구워야 겠다. 그게, 오늘의 할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