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모형의 밤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2월
품절


다리를 쭉 뻗고 몸을 데우고 있자니 달콤한 행복감이 차 올랐다.

'혼자니까 행복한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고독은 청결하고 상쾌하다.
고독은 아무도 상처주지 않는다.
고독은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에 비하면 고독은 얼마나 따뜻한지.-47쪽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일종의 광기에 가까운 것을 가지고 있다.
무찔러도 무찔러도 살아나서 절벽에서 기어 올라오는
호러 영화의 괴물과 같은 집념, 그것이 필요하다.-94쪽

분명 나는 툭하면 싸워서 성격이 거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가 공격적인 것은 뒤집어 보면
아픔에 대해 민감하고 상처받기 쉬운 성격이기 때문이다.
상처받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나를 지키려고 먼저 공격한다.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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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동경 - 김경주 시인, 문봉섭 감독의 도쿄 에세이
김경주.문봉섭 지음 / 넥서스 / 2008년 7월
절판


햇빛이 이렇게 좋은 오후 한때 당신, 지금 어디 사세요? 조금 야위었고 요즘은 퇴근 후 마임을 배우러 하늘에 떠 있는 섬에 다녀오곤 합니다. 당신을 향한 시간은 내내 짐승이거나 식물이거나 나는 내 안의 생태계에 오염되고 있습니다. 당신은 야만이고 나는 시간에 길들여지는 무수한 가면입니다. - 손님인 당신 어서오세요-201p쪽

시인의 피는 무엇인가요? 파스칼 키냐르는 '시는 단어 하나를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 때문에 평생 혀 끝에서 맴도는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증기'라고 했습니다. 끊임없이 육체의 내부로 떨어지는 그림자들, 육체 내부의 심연 속으로 목구멍의 심연 속으로 다시 떨어지고 마는 그림자, 단어 하나가 소실되어 생긴 거리 때문에 생긴 혼령들, 그것을 카냐르는 시라고 불렀습니다. - 카페 시인의 피-171~172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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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월
절판


오월의 노래 부르는 하늘 아래서 연인들은 한때
방황을 했다. 꽃잎에 떨어진 이슬처럼 아름답게.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다가오는 세월에 있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은 묻혀 버린 과거를 동경했다. 이어
그들은 서로에게 치명적인 칼을 들이댔다.
한없는 슬픔으로 이어지는 깊숙한 질문들.
이 세상에서 확실성을 추구하는 영혼들은
먼지 같은 대답만 얻는구나! - 조지 메러디스 -130쪽

사랑은 금지된 불길의 제단을 발견한다.
나는 슬퍼해야 마땅하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나는 애인 잃은 것을 슬퍼하고, 오류를 자책하지 않는다.
나는 내 죄를 살피나 그 죄를 보면 오히려 불타오르고
과거의 쾌락을 후회하면서 새로운 쾌락을 원한다. - 알렉산더 포프 -238쪽

우리가 이 세상에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 나쁘게 구축되어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기능을 잘 발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주와 그 속의 부품들은 계속 엉터리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이란 이 엉터리 우주와 이종동형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 그 자체도 엉터리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서 그에 굴복하여 절망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런 엉터리 기능을 가진 시스템으 일부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서도 계속 그것을 고쳐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 필립K.딕 -4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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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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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지지 않은, 미완의 사랑만큼 완벽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 

진실과의 대면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일까. 

 

재미난 연애소설, 이라는 소문에 말랑해질 필요가 생길때 읽어두려고 사뒀던 책이다. 

비행기에 싣고 여행길에 들고 나갔으나 사정상 읽지 못하고 돌아오다 보니 

어쩐지 손이 가지 않아 한참을 그냥 책꽂이에서 쉬게했었다. 

그러다  말랑해질 필요가 있는 것을 넘어서  

그냥 있다가는  마음이 죄다 뻣뻣하게 굳고 말라서  

씹어 먹기도 곤란한 무말랭이가 될 것 같은 위기감에 책을 집어 들었다. 

반전도 있고, 전개 속도도 빨랐다. 주인공 남녀의 캐릭터 설정이나 심리 묘사도 흥미로웠다. 

손발이 척척 맞는 연출가와 배우가 여봐란듯이 내놓은 드라마 같은 느낌.  

 

나에게는 북풍이 불어와 잠이 오지 않는다며 칭얼거릴, 

당장 나에게 달려와달라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그 누군가가 없다. 

다만 책 제목에 그만 홀려, 책을 읽다 말고 새벽 세 시 무렵,  

전화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랑에 대해 갖는 판타지, 그 귀결은 미완에 있다. 

이루어져서 그후로 오랫동안... 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애틋한 엇갈림, 사무치는 그리움.. 끝내 닿을 수 없는 비켜가는 인연.. 

그것이야 말로 아름답고 고결한 사랑에 걸맞는 판타지다.   

 

새벽 세시, 연결되지 않았던 전화 한통이 나에게  미완의 판타지를 선택하는게 어떻겠느냐고 물어온다. 

선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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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 수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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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러 먼저 인사하지는 않더라도 누가 알은척을 할 땐 허리 굽혀 답례할 수 있는 아량.
2)전쟁이 일어나 핵폭풍이 눈앞에 불어닥치더라도 내 여자만큼은 솜털 하나 그을리게 하지 않겠다는, 미칠 듯 고색창연한 책임감.
3)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취했을 때 자빠져 자든지 집에 가든지 적확한 선택의 시점을 놓치지 않는 기민함.-104쪽

4)천박한 것이란 가장하는 것이고 솔직한 것이란 화장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확연히 구별할 수 있는 지혜로움.
5)형 동생을 계급이 아니라 시간을 공유해 마음 섞을 친구로서 인식하는 공정함.
6)아무리 큰 실연의 공포와 아픔이라도 꿋꿋하게 버티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다음 인연에게까지 영향을 드러내 보이지 않을 강인함.
7)그것이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매 상황의 이해득실을 떠나 또렷하게 고수할 수 있는 자기 논리를 갖는 꼿꼿함.-105쪽

8)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고 다만 분노해야 하는 순간에 분노할 줄 아는 화끈함.
9)남의 가치관과 나의 가치관이 대립하더라도 그 두가지를 정확히 평등한 시점에서 바라보며 따뜻하게 감싸주고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체온 실린 객관성.
10)호돌이 티셔츠와 파란색 반바지, 하얀색 긴 양말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청담동을 활보하더라도 주위 시선 아랑곳없이 의연할 수 있는 여유로움.-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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