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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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 같은 악기나 사진 찍는 기술은 좀 다룰 줄 알거나 다루고 싶어 하면서도, 자기 언어는 형편없이 다루며 살아가고, 그러면서도 그것에 대해서는 고민조차 하지 않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언어를 지나치게 거칠게 혹은 안일하게 혹은 편의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그만큼 거칠거나 삭막하거나 조악한 사유나 신념이나 인간관계에 스스로 시달리며 살고 있는지, 언어의 발견을 인류사의 가장 놀라운 사건이라 한다면, 언어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야말로 인류사의 가장 놀라운 두번째 사건이라 일컬을 만하다. -8쪽

도둑질을 할 때에는 경찰을 견제해야 하고, 사진을 찍을 때에는 얼굴이 작은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다. 문학이론가들의 주장을 글쓰기의 잣대로 삼는 사람들, 그리고 '재능이나 천재성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113쪽

결국 자신의 전 감각을 동원하여 온몸으로, 온몸으로, 온몸으로 자신의 중심 혹은 바깥까지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오로지 자신이 가장 쓰고 싶은 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혹은 자신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결국 자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 고민과 관련되어 있는 것을 글로 쓰는 길밖에 없다.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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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 다이어리 - 이탈리아 로베르토 아저씨네 집에서 보낸 33일, 길 위에서 만난 세계 5
허은경 지음 / 지성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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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류의 말처럼 새우잡이 배에 팔려가는 건 아닐까 하고 주저했다면, 지금의 벅차오르는 따스함은 평생 느끼지 못했을것이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시실리에 우리가 갈 일은 생전 없었겠지...
난 그곳에서 여유롭게 삶을 누리는 법을 배웠고,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가슴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캐나다의 대자연을 가슴에 담기 위해 떠났던 여행도, 그림을 보기 위해 유럽 미술관으로 떠났던 여행도 내게 이만큼 잔잔한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어쩌면 나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여행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찾아 나선 그런 여행 말이다.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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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달래는 순서 창비시선 296
김경미 지음 / 창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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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녁 무렵 때론 전생의 사랑이 묽게 떠오르고
지금의 내개 수련꽃 주소를 옮겨놓은 누군가가 자꾸
울먹이고

내가 들어갈 때 나가나는 당신 뒷모습이 보이고
여름 내내 소식 없던 당신, 창 없는 내 방에서 날마다
기다렸다 하고

2
위 페이지만 오려내려 했는데 아래 페이지까지 함께
베이고

나뭇잎과 뱀그물, 뱀그물과 거미줄, 거미줄과 눈동자,
혹은 구름과 모래들, 서로 무늬를 빚지거나 기대듯
지독한 배신밖에는 때로 사랑 지킬 방법이 없고

3
그러므로 당신을 버린 나와
나를 버린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청순하고 가련하고

늘 죽어 있는 세상을 흔드는 인기척에 놀라 저만치
달아나는 백일홍의 저녁과
아주 많이 다시 태어나도 죽은 척 내게로 와 겨치는
당신의 무릎이 또한 그러하고 -22,23쪽

눈물의 횟수

내 집 낡은 뻐꾸기시계는 제 울음의 횟수가 따로 있다
밤 한시에 갓난애처럼 열 번 스무 번 깨어 울거나
아홉시에 달랑 한번만 탁, 침 뱉고 들어가거나
다음날 정오엔 절마당 동백꽃 속에 빠진 채 아예 잠잠하거나

나 또한 나만의 눈물의 횟수가 따로 있으니

안심할 때만 골라서 뒷머리에 돌을 맞거나
시작하려 하자마자 떠나거나
애절하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거나
한밤중에 깨어 일어나 찬밥을 먹거나
한낮의 버스에서 쇼핑백 터지듯 울음이 터지거나

스무살에는 서른을 대고
서른엔 스무살인 척했거나

첫눈에 눈물의 횟수를 알아맞힌 그 새와 나,

번번이 땅에 떨어지는 얼굴이며, 다음날 야속을
전날에 나가 자처하는 이별 통첩이며, 내일의 줄거리를
다 발설하고 마는 어제 따위까지

다른 시간들은 다 아무래도 좋았다
-54,55쪽

문 밖의 문

당신들에게 있든 내게도 있고
내게 있듯이 당신들에게도 있는 것

문밖 강물과 물고기들 어룽대는 소리
어깨보다 큰 귀에 잡히는 바람의 무늬
물푸레나무 밑의 나무의자
촘촘한 그물과 십자방아쇠
숨기고 싶다가도 슬쩍 들켜버리고 싶은 사진
슬프므로 떳떳한 흉터 끌고 가다가다 버릴 이름
흰구름의 유랑의 전설

세상에 없듯
당신들에게도 없고 당신들에게
없듯 내게도 없는

-80,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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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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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나라의 국민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아십니까?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 앉아 거기서 흘러나오는 정보나 오락을 끝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뿐입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 그런식으로 멍청하게 사는 거죠. 밥 먹는 것도 목욕도 일도 연애도, 생각 없이 그냥 할 뿐이에요. 그렇게 자각 없이 무위도식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주제에 인생은 짧다고 한탄합니다. 나는 ㄱ르런 것들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47쪽

사회에는 곱게 자라서 콧대만 높아진 젊은이와, 오직 자신한테만 관심이 있는 인간들만 등장했어. 인터넷을 통하지 않으면 사회와 접촉하지 못하는 녀석들뿐이야. 정보로 머릿속을 마비시키고 있어. -132쪽

헌법은 개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도 각오를 해줘야겠습니다. 어찌 도든 관심 없다거나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중에 후회하게 됩니다. 후회하다가 도망치겠지요. 무책임하게 의견을 번복하겠지요. 정치인이나 주변 사람들의 교묘한 말에 혹해서 투표를 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297쪽

훨씬 더 골치 아픈건..
대중이야. 그것도 대중으로서 제 할 일을 망각한 대중이지. 말하자면 대중의 재능이 없는 대중이야. 머리가 좋고 제 잘난 맛에 사는 그런 사람들이 가장 골치 아파. -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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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3-1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번째 문단을 보니 저도 딱, 하고 생각 나는 사람이 있네요 ㅎㅎ

이리스 2009-03-15 23:20   좋아요 0 | URL
으하으하으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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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날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날, 건달의 세월을 견딜 줄 알았고
그 어떤 것도 함부로 계획하지 않았고
낯선 곳에서 문득 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새삼 깨닫고
놀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애써 외면해왔을지도 모른다.

정말 젊은 사람들은 젊은이의 옷을 입는 사람이 아니라
젊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젊게 생각한다는 것은 늙은이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늙은이들은 걱정이 많고 신중하여 어디로든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육신과 정신을 이제는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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