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나는 지렁이다.
꼬물거리며 조용히 기어다니는데 누가 밟으면 살짝 꿈틀한다.
그런데 정말 세게 나를 밟아대면 독사로 변신한다.
변신한 나는, 나를 밟은 자를 거침없이 세게 물어버린다.

어쩌다 보니
나를 꽉 밟아버린 한참 어린 녀석을 세게 물어뜯어놨고
나중에 정신 차린 그 어린 녀석이 사과를 했는데
받아주지 않았다.

사과를 받아줘도 되었을텐데.. 하고 생각하는 걸 보면
역시 지렁이로 돌아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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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2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너무 너그러우세요...
전 저를 독사로 돌변하게 만든 사람은 갈가리 찢어놔 재기불능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이리스 2007-11-2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늬만 독사인 무능한 지렁인가봐요;; 흐흣..

이리스 2007-11-29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청님 / 아잉.. (이게 무슨 댓글이 이렇지.. --;)
 

솔직함이 꼭 좋은것만은 아니다.. 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가며 솔직함의 미덕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된다.

나이든 능구렁이가 되어 갈수록 대체로 덜 솔직하고

눙치며 헤헤 거리지만 속에는 독사의 혀를 품고 있는 사람들을 숱하게 봐와서 이고

또, 인정하기 싫지만 나 역시 그런 꼴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따금 순수한 솔직함을 만나면 깜짝 놀라고, 어색해 하다가, 고맙게 여긴다.

슬픈 것은,

순수한 솔직함을 가진 이들은 거의다 나보다 어리다는 것. (ㅠㅜ)

이런저런 핑계로 나는 주변의 관계들에서 계속 솔직함과는 거리가 멀어져 간다.

명목은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과연 그게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솔직해지기란, 나이를 먹어갈수록 참 힘든 일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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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10-2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하고 챙겨야할 개인적 사회적 가치(?)들이 많아져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뵈니 좋네요.

다락방 2007-10-2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함이 꼭 좋은것만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저는 아직도 하고있습니다만.

Mephistopheles 2007-10-2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목을 바꿔 너그러워지기는 어떨까요. 너무 나이든 티가 날지도 모르겠군요.=3=3=3=3

이리스 2007-10-2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 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두 뵈니 좋아요. ^^
다락방님 / 근데 순수한 솔직함이 가끔은 그리워요.
메피님 / 으흐흐... ㅡ,ㅜ

전호인 2007-10-2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거짓보다는 떳떳하지 않을까요?
거짓으로 불안해 하는 것보다는 조금 손해보더라도 당당하고 싶습니다. ㅎㅎ
제가 너무 순진한 건가요?

이리스 2007-10-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 아힝... 순진하셔요~ ㅎㅎ ^_^
 

 

기억이 멋대로 머리와 마음 사이를 오가며 굴러다니고 있다.

그것들은 한데 엉켜 분리되지도 않는데

대체 왜 저것들이 뭉쳤는지 도통 이해가 안가는 녀석들끼리 뭉쳐있기도 한다.

 

문득,

쓸데없이 너무 많은걸 기억하게 된건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지나고 보면 이런것 굳이 기억안해도 좋은데 싶은 것들이

뇌의 일정 부분을 잔뜩 점거하고 있어서

정작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것들은 쫓겨난지 오래가 아닌가 싶어진다.

 

날이 추워지고 가을이란 계절을 느끼게 되자

 과도한 감성을 가진 나는

 괴로워 비명을 지르지만

그런것과 상관없이 마감이 시작되었고 해야할 일들이 눈앞에 떡 버티고 섰다.

이럴땐, 바빠서 다행일지도..

 

* 오랜만에 여길 오니 더더더욱 낯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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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0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이미지 사진은 압권입니다 ㅡ_ㅡb 저도 저 대사를 말할 수 있었으면,언젠가.
'미치도록 행복한 그 순간'을 늘 기다리는 외계인 다녀갑니다. (꾸벅)

이리스 2007-10-0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실 저건 뭐랄까.. 심술 같은 겁니다. 저런 대사 나도 할 수 있다.. 하는 식의 심술에서.. ^^;;

2007-10-08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8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07-10-0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쓸데없이 너무 많은 걸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그마저도 기억안하면 남는게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쩝;

Mephistopheles 2007-10-08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이 낯설지 않게 메피스토가 앞에서 재롱 부려 드립니다. 띠리리띠리리~~

이리스 2007-10-0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 에구, 그런가요? -_- 하긴, 저도 요샌 일기를 매일 쓰려고 하고는 있어요.
메피님 / 오호호호.. 역시 메피님 뿐이야요~ 울라울라~ ^_^
 

업무상 메신저로 몇마디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선배의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날뻔 했다.

별로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았던 어떤 일에 대해

선배는 진심을 다해 말해주었다.

아냐, 운이 좋지 않았던거야.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야. 난 네가 다 이뤄놓은 것에서 시작한거라 쉬웠던거야. 고생 많았어.

아, 이 선배는 이래서 내가 마음 깊이 느끼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게 해준다.

겉치레로 토닥이는 말 백마디 보다는 진심이 담긴, 그래서 나 스스로 납득이 갈만한 생각이 담긴 한 마디가 마음을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운, 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어떤 특정한 시기에 나는 지독하게 운이 나빴다.

심난한 마음에 운세를 보았는데, 그랬는데 그만 소름이 끼치고 머리가 쭈뼛거리고 말았다. 다른 운세로 두번을 보았는데 두개가 모두 비슷하게 나왔던 것. 내용 중 발췌하면..

당신에게는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그러한 사태가 연이어 일어나는 경우도 있으며, 그런 일들의 규모는 상당히 크기 때문에 당신은 즐겁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모든 일이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되더라도 너무 놀라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좋은 일에는 예상 밖의 일로 인한 행복감을 잔뜩 누리도록 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일의 경우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꿋꿋히 버텨나가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아마 당신의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 큰 일들이 여러 번 일어나는 해도 드물 것입니다.

실제로 내게는 몇가지 꽤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고 그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멍하니 운세의 내용을 반복해서 읽다가 그만 소름이 돋은 것이다. 연이어, 라니. 그럼 또? 아니면 최근의 그 일인가? 머리속에는 소용돌이가 치고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생각을 닫아버렸다.

아, 정말... 내게.. 그..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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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4-15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치.도.않.은.말.씀...개척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상투적일지도..^^

다락방 2007-04-1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분을 선배로 둔것도 낡은구두님의 운인것 같은데요. 아주 좋은 운.

저도 요즘은 생각을 닫아버렸어요. 휴~

이리스 2007-04-1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음, 아뇨. 상투적이지 않아요. ^^
다락방님 / 그쵸? 선배복이 없다구 투덜거렸는데.. ㅋㅋ 생각, 언젠가 또 열릴날이 올거에요. ^_^
 

후배와 점심 약속이 있어서 강남쪽으로 갔다.

학동역 근처에 새로 오픈한 '단스시'에서 회전 초밥을 먹고 후배가 일하는 사무실 근처 콩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강남 교보로 향했다.

필요한 자료를 찾아 구입하고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찐득한 불편함이 엉겨붙는다.

광화문 교보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건가? 아니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이곳 저곳 책을 둘러보러 움직이면서도 내내 불편함 때문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누가 쫓아다니면서 훼방을 놓는 것도 아닌데 이건 무슨 까닭일까. 공기도 마음에 안들었고 직원들도 심지어 그 곳에서 책을 들춰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다 마음에 안들었다.

결국, 까닭모를 불편함은 나를 밖으로 빨리 나가도록 종용했다.

강남 교보, 이 단어 자체도 어색한 조합 같다.

급하게 꿰어입은 낡은 스웨터의 올이 길게 풀려버렸을 때 드는 그런 당혹스러움이 그곳에서 느껴졌다.

서둘러 발길을 돌려 나오고 나서 앞으로 강남에 올일이 있어도 강남 교보는 오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강남과 서점은 물과 기름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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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04-1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 사는 저한텐 가까운 강남에 큰서점들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데요. 종로쪽은 둘째치고라도 코엑스나 버스터미널쪽은 교통이 불편해서...

다락방 2007-04-1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남에 직장이 있으면서도 아직 강남 교보에는 한번도 안가봤네요. 그나마 진솔문고를 이용했었는데 문닫은지 오래고. 흐음.

역시 서점은 우리동네 '교민문고'가 최고예요. ^^V

이리스 2007-04-12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 으흠, 그러시군요. 제게는 당최 ;;; -_-;
다락방님 / 오, 교민문고! ^^;

네꼬 2007-04-12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남 교보, 이 단어 자체도 어색한 조합 같다." 저도 한 표요.

Koni 2007-04-1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겐 강남 하면 시티문고였는데.^^
강남 교보는 역이랑 멀어서 자주 못 가게 되어요.

이리스 2007-04-1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고양이님 / 으흐.. 감사해요. ^^
냐오님 / 한때 시티문고 자주 갔죠. 강남역에서 약속이 많았을 시절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