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
최광현 지음 / 부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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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해 작정하고 고백할라치면 누구든 능히 책 몇 권씩은 나오지 않을까. (최승자 시인의 문장을 빌리면) 그러나 가족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무슨 말도 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무슨 할 말도 없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해도 가족은 여하튼 존재한다는 배짱 혹은 체념 혹은 위안에서가 아니라, 그러나 가족에 대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책의 부제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의 비결은 특별한 게 아니다. 상대를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의 결핍과 상처부터 직시하고 보살필 것. 가족 사이의 갈등 역시 회피하지 말고 직면할 것.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늘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할 것. 요는, 부단히 수행하라는 얘기였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가족도, 문제 같은 건 없다고 믿는 가족도,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홀로 지내는 사람도, 새로운 가족을 이제 막 꾸려보려는 사람도 읽어볼 만한 책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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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은 언제든지 현실로 돌아올 수 있을 때에만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환상으로부터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가족의 인정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 즉 블라인드 스폿(blind spot)을 알고 있어야 한다. 블라인드 스폿은 원래 자동차의 사이드미러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족 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즉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고 인정해야 한다. -p.58

 

어린 시절 불행한 가족관계를 재현하려는 귀향증후군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어린 시절의 가족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경험한 감정에 용기 있게 직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 먼저 자신의 가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자신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고 힘들었는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 이렇게 자신과 가족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나면 배우자의 선택과 만남 속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긴장에 좀 더 초연할 수 있다. -p.85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노력할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자신의 삶이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착각인 경우가 종종 있다. 평온함 이면에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가족관계가 적지 않다. 분명히 무언가 있고 그 때문에 불안과 긴장이 항상 느껴지지만 함부로 표현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어떤 일이 가족 내에 존재할 때,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가족 비밀'이라고 말한다. (...) 왜 이런 가족의 비밀이 존재하는가? 가족 비밀은 현재의 가족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즉자적 대응이다.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 언제 닥칠지 모를 가정의 변화를 두려워하여 가족으로 하여금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문제를 부인하게 만든다. 가족은 변화에 저항한다. 가족 시스템에는 일종의 관성이 있어서,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이러한 가족 시스템의 경향을 '항상성'이라고 부른다. 가족의 붕괴를 두려워하고 변화에 저항하려는 항상성 때문에 가족 비밀이 만들어지지만 그로 인해 가족 사이의 갈등은 증폭된다. (...) 가족 비밀은 결코 우회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족의 비밀을 인정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그 진실을 마주할 때에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p.125

 

부부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고스란히 결혼생활에 가지고 온다. [억압, 투사, 동일시 등과 같은] 방어기제들은 우리가 어린 시절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사용한 아주 오래된 습관이다. 방어기제는 우리의 고통스런 감정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닌 무뎌지게 하는 임시 수단에 불과하다. 그 사실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관계에서 이뤄지는 일정한 행동 패턴을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족은 언제나 일정한 틀 속에서 관계를 맺고 소통한다. 가족 사이에 만들어져 있는 패턴을 찾아내 그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방어기제에 이름을 붙이면 그 부작용을 해소할 길도 열린다. 사물이나 현상을 구분 짓고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구별하는 것은 가족심리학에서 매우 주효한 해결책 중 하나이다. -p.191

 

정신분석적 개념인 '자아 분화'는 자녀가 얼마나 엄마로부터 분리와 독립을 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 자아분화는 감정, 특히 그 중에서 불안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능력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가족은 복합적인 감정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서로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먼저 자신의 지적 능력, 즉 이성의 힘을 사용해야 한다. 이성의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자아분화 능력이다. (...)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누가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가보다는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다루는가에 있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스트레스와 불안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사람이다. 스트레스를 잘 해결하지 못하고 불안에 쉽게 넘어가는 사람은 자아분화가 낮은 사람이다. 반면 스트레스에 잘 대응하고 엄습해 오는 불안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자아분화가 높은 사람이다. 결국 자아분화라는 것은 외부 환경이 아닌 자기 내면 상태이다. 똑같은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고 해도 자아분화가 어떠한가에 따라 반응과 대응 방식이 다르며 그 결과도 달라진다.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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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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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느끼던 건데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 분의 글맛은 참 고루한 것 같다. 왜일까. 그럴 일은 전혀 없겠지만 설령 사석에서 만나더라도 별로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요리로 치면 식초를 좀 쳐야 할 거 같은 분이라고 해야 하나. 뭐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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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5 0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5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 엄마와 남자아이가 함께 행복해지는 관계의 심리학
루신다 닐 지음, 우진하 옮김 / 카시오페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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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인 ‘엄마와 남자아이가 모두 행복해지는 관계의 심리학’까지 통달하기에는 내용이 전반적으로 부실하지만 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요령만큼은 숙지해둘 필요가 있겠다. 물론 인간의 탈을 쓰고 도저히 시도해볼 수 없을 것 같은 요령도 있다. 가령 집안이 초토화되어 있는데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하지 않고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 있었던 것 같구나.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애로운 부모는 흔치 않을 듯. 나 같으면 확. 말을 말자. 내 수준에서 시도해볼 수 있을 만한 난이도의 요령들만 옮겨본다.

 

*

 

구체적인 칭찬: “착하구나.” 대신 “다 먹은 그릇들을 싱크대에 치워줘서 고맙구나.”, “정말 대단하구나!” 대신 “네가 쓴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아주 흥미진진했어.”
구체적인 부탁: “식탁 좀 치워라.” 대신 “저 유리잔들을 식기 세척기 제일 위 칸에 좀 넣어줄래?”, “일단 바닥에 있는 물건부터 치워보자.” ('너'가 아닌 '우리'를 주어로 하는 제안)

타인의 감정에 대해 설명해주기: “네가 ~해서 우리가 정말 당황했다.”, “네가 ~하게 행동하면 나는 진짜 고통스럽다.”, “네가 ~하면 나는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감정을 헤아려주기: “밖에서 아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처럼 보이네.”,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뽑히지 못했으니 기분이 정말 안 좋겠다.”,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속상한 모양이로구나.”, “혼자 여기 있다니 외로워 보이네.”
행동을 제한할 때도 감정을 먼저 헤아려주기: “네가 지금 아주 흥분해 있는 건 알겠다. 그렇지만 욕을 섞어서 말하면 안 돼.”, “네가 정말 상처를 받아서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알겠다. 그렇지만 ~해서는 안 돼. 왜냐하면~”
비난보다는 실망: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지?” 대신 “그런 일을 하다니 너답지 않구나.”
이해시키기: “그만 해.” 대신 “사람들 머리를 잡아당기면 아파하니까 그만 해라.”
호응하며 들어주기: “샘이 나를 때렸어요.”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는 그냥 지난주에 배웠던 태권도 동작을 보여주었을 뿐인데 그 자식이 나를 갑자기 때렸다고요!” “아니 이런!” “아마 내가 자기를 먼저 때린 거로 생각했나 봐요.” “흠” “그러면 샘에게 가서 나는 그저 동작만 보여주려 했고 발길질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말할래요.” “그게 좋겠구나.”
긍정형으로 말하기: “이거 다 치울 때까지는 꼼짝 못할 줄 알아!” 대신 “이것만 다 치우면 마음대로 가도 좋다.”, “아직도 방 안 치웠니?” 대신 “어느 정도 되어가니?”
금지하는 명령 피하기: “늦지 마라.” 대신 “6시까지 돌아와라.”, “이야기 좀 그만 해라.” 대신 “우리 이제 좀 조용히 쉴까?”, “점심 도시락 가지고 가는 거 잊지 마라.” 대신 “점심 도시락 꼭 챙겨가라.”
명예를 지켜주기: “아주 잘한 짓이다. 그래, 몽땅 다 망쳐놨구나!” 대신 “뭔가 해보려다 그렇게 된 것 같구나. 다시 정리하려면 꽤 힘이 들 것 같은데 좀 도와줄까?”
과거에 잘 한 일 일깨워주기: (학교 숙제를 하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너 옛날에 구구단 외우려고 애쓰던 거 기억나? 몇 주 동안 고생하면서 연습했잖아. 그러다 갑자기 눈이 뜨인 것처럼 구구단을 다 외우고는 그 다음부터는 한 번도 잊어버리질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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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를 위한 사랑의 기술
존 가트맨 외 지음, 정준희 옮김 / 해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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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실수, 오해와 엇갈림, 예측 불허의 사건사고 속에서 불협화음을 연발하며 이성으로는 좀처럼 납득할 수 없는 혼돈의 도가니탕으로 흘러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비극적이고도 남루한 양상일지언정 미국식 낙관주의와 합리주의가 진하게 배어있는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된다. 그러니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빛나는 이성과 의지로 우리 앞에 닥친 험난한 상황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정리하고 통제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바로 그런 희망을 심어주는 데 있는 게 아닐까. 화목한 부부 관계를 위한 구체적이고도 실용적인 지침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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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DR 마음의 상처 치유하기 - 어린 시절 외상을 경험한 어른을 위한 EMDR 치료
로렐 파널 지음, 김준기 옮김 / 문이당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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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을 떠올리며 좌우로 눈동자를 굴려주면 막혀있던 기억의 회로가 통합되어 현재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 증상들이 사라진단다. 이렇게 간단하고도 심지어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치료방법이 다 있다니. 그렇다면 집에서 손쉽게 실행해볼 수 있는 EMDR 자가치료요법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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