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비와 애착이론
제레미 홈즈 지음, 이경숙 옮김 / 학지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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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 애착유형, 중에서도 특히 회피애착유형에 해당하는 내 안의 어린이를 객관화시켜 이해하고자 <애착장애의 이해와 치료>에 이어서 읽었다. 읽고서 든 생각은, 살아가면서 앞으로 반드시, 어머니의 존재감에 육박하는 심리적 중심축을 어떻게든 내 안에 스스로 마련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내면세계 안에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아이가 있다면 보살핌을 베풀어줄 어머니도 있을 것 아닌가? 나를 위한 성숙한 어머니 정체성을 스스로 구축해야 할 일이다. 내면의 안전기저를 스스로 만들어 내어야만 비로소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고 독립적이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탐색하는, 바로 내가 간절히 원하는, 그런 인간이 될 수 있을 듯. 안 그러면 외상적 사건에 취약하고, (타인을 거부하면서 또한 동시에 타인을 열렬히 갈구하는 모순된 방식으로 혹은 열렬히 갈구했던 타인을 거부하는 신경증적 방식으로) 타인의존적이고, (세계와의 안정애착이 형성되지 못한 채) 만성적으로 허무감을 느끼는 인간이 될 듯. 새로운 정체성 구축의 한 가지 수단으로 신앙을 가져도 좋겠지만 그것이 노력으로 불가능하다면 신앙에 견줄 만한, 정신의 불안한 표류를 멈출 수 있는, 말뚝으로 삼을 만한 단단한 무언가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걸 과연 어디서 어떻게 찾느냐. 아직은 모른다. 어쩌면 평생토록 그걸 찾아 헤매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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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장애의 이해와 치료
콜비 피어스 지음, 이민희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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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은 자기 자신을 내심 보살핌 받아야 할 어린아이라고 여기는 것도 이상한 퇴행적 나르시시즘이 아닐까 부끄럽고 민망하면서도 이 책에 기대어 판단을 해보면 확실히 내 심리적 기질은 회피애착 장애아동의 그것에 가까워 보인다. “애착장애아를 (...) 칭찬하는 것은 아동의 입장에서 보면 당신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당신의 이런 반응에 아동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며, 심지어 아동은 적극적으로 저항할 것입니다(예: 당신이 나를 좋은 아이로 생각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내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보여줄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아동은 당신의 긍정적 관점을 수용할 것이며, 이는 아동 스스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라는 마지막 문구는 씁쓸하다. 아동의 심리가 너무나 잘 이해되므로. 책을 다 읽고 나서 책표지의 아이 손에 가만히 내 손을 포개어 봤다. 세 살 아기 쯤 되려나.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 참 조그마한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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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남자와 사랑하라 - 국내 최초 여성 픽업아티스트의 현명한 유혹의 기술
나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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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의 한국여성용 버전이라고 해야 하나. 거의 표절에 가깝게 옮겨온 부분도 보이기는 하지만 나름 현지화(?)된 유혹의 기술이 흥미롭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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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2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수양님의 별 다섯‥
궁금해지는 책이네요.

수양 2015-07-28 18:48   좋아요 0 | URL
앗 저는 거의 모든 책에 별다섯이라...;;; 사실 서점에서 서서 읽고 올 만한 책입니다...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검정색 표지) - 내 안의 광기가 때로는 인생에 도움이 된다
케빈 더튼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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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소시오패스>(M.E.토머스, 푸른숲, 2014)에 이어 읽었다. 이 책의 말대로 사이코패스라는 것이 '성격'이 아니라 '상태'에 가까운 것이라면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내 안에 잠든 사이코패스성을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 적극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마키아벨리식 자기중심성, 비순응성, 비난 외재화, 태평한 무계획성, 겁 없음, 자신감과 매력, 스트레스 내성, 낮은 불안감과 냉정함(평정심), 고도의 집중력, 성과와 자극 추구 경향 등 살아가는데 여러 모로 유용한 점이 많은 기질이 아닌가. 특히 후반부에 사이코패스적 경향을 동양의 명상 수행이 도달하려는 마음 상태에 견주는 대목이 인상적인데, 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적 충동이라든가 위버멘쉬의 경지 이런 것도 실상은 대단히 사이코패스적인 상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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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소시오패스 - 차가운 심장과 치밀한 수완으로 세상을 지배한다
M. E. 토머스 지음, 김학영 옮김 / 푸른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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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읽고 있다. 소시오패스야말로 정확히 내가 직장에서 추구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내 모습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내가 유능한가 하면 (아쉽게도) 그건 전혀 아니다. 의식적으로 소시오패스적 인간형이 되고자 함은, 오히려 타인에게 나의 직업적 무능 내지는 직업적 능력에 대한 확신 없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반동 심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나는 선천적으로 소시오패스하고는 거리가 멀다. 나는 자신감이 부족한 편이고, 성취욕이 낮으며, 논리보다 감성이 발달한 사람이다. 감정의 기복 역시 심하다. 공감 능력도 넘쳐 흐른다. 초자아에 짓눌려있어서 양심에 거스르는 일을 할때는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신속 정확한 일처리가 요구되는 대부분의 직종이 그렇겠지만 이 모든 인간적 자질들은 현실적으로 업무에 커다란 방해가 된다. 자연히 나는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서 유약하다고 판단되는 혹은 거추장스럽다고 여겨지는 나의 어떤 면을 의식적으로 억누르게 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괜한 얘기가 아니다. 업무 현장에서 상호간에 만족도를 높이려면 자본사회에 특화된 인간 유형으로 인격의 셀프튜닝을 해나갈 수밖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자신은 그저 공무원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했듯이 나도 업무에 충실을 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시오패스 유형으로 변모해가고 있을 뿐이다. 내가 나를 봐도 확실히, 악은 평범한 것 같다.

 

그러나 내 안의 욕망을 최대치로 실현시키려면, 그리고 때로 모순되기도 하는 여러 욕망들을 동시에 성취하려면, 즉 초자아의 요구와 이드의 요구를 두루 만족시키려면, 또한 일터든 사회든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강건하게 살아남으려면, 아니 생존을 넘어 강한 살아있음을 느끼려면- 소시오패스적 삶의 태도가 꽤나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즉흥적으로 떠올려보면 아마도 레니 리펜슈탈, 니체, 돈 후안, 마키아벨리, 괴벨스, 박정희 등이 강한 소시오패스 기질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도덕적 옳고 그름에 대한 논의를 차치하자면, 다들 자신이 가진 생명력을 극도로 분출하며 살다 간 사람들인 점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실상 업무효율성과 노동생산성을 우선시하는 이 사회야말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소시오패스적 인격을 적극 계발시킨 장본인이리라. 어쩌면 이런 생각도 든다.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자기유지 및 증식을 위해 소시오패스적 개체들을 양성해나가고 게 아닐까 하는. 나처럼 소시오패스하고는 거리가 먼 (자칭) 식물성 인간들까지도 소시오패스화(化)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아이히만도 가정에서는 다정한 아버지였다질 않나. 나 역시 직장에서 스스로를 단련시켜 후천적 소시오패스로 거듭나느라 소외된 내 자아의 연약한 한쪽 면을 어떻게든 숨쉬게 만들어줘야 한다. 내가 아무런 경제적 보상도 없는 알라딘 리뷰쓰기를 끊지 못하는 이유다.

 

책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최대 4%가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여담이지만 사주명리학에서는 사주원국에 삼형살이 있는 경우 소시오패스 유형으로 본다. 형살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예컨대 축술미 삼형의 경우 무은지형이라고 하여 성질이 냉혹하고 은인을 해치며 적과 내통을 잘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사신 삼형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 성격으로 형액을 만난다고 하며, 자묘형의 경우 무례지형으로 성품이 포악하고 남을 무시한다고. 흔히 사주원국에 삼형살이 자리잡은 경우 그 사주의 격이 높으면 군인, 경찰, 판검사 등 권력을 휘두르는 직업을 갖게 되지만 격이 떨어지면 옥살이를 하게 되거나 각종 배신, 사고, 수술을 당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똑같은 사주를 가지고도 깡패가 되어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느냐 아니면 깡패를 철창에 잡아 가두는 권력자가 되느냐, 다시 말해 천라지망을 펼치느냐 아니면 천라지망에 갇히느냐 하는 것은 각자 알아서 살아가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극과 극을 달리기로는 이 책에 나오는 소시오패스의 운명 역시 마찬가지다. 형살이라는 것이 하나의 통계학적 경향성으로 전해지는 고서(古書)의 이야기에 불과하며 괜한 편견만 낳을 뿐 실상 별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의견도 상당하므로 맹신할 것은 아니다. 다만 동양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사이코패스 유형이 태생적 기질로서 학문적으로 유형화되어 이해되고 있다는 점만큼은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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