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이훈구 지음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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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동학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부모를 살해한 어느 반인륜 범죄자에 대한 심오한 심리학적 접근을 기대했으나 다소 아쉽다. 이 책이 피상적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근본적으로 '자기'가 해야 할 이야기를 '남'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명한 심리학자라는 권위도 결코 '남'을 넘어설 순 없어 보인다. 이 책에 실망해서인지- 심리학(객관성)보다 차라리 문학(주관성)을 좇아야 하는 게 아닌가, 어쩌면 허구 위에 펼쳐지는 문학이 오히려 인간사의 진실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훨씬 더 정밀하고 정교한 통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다시금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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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키라 밴 겔더 지음, 서민아 옮김 / 필로소픽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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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장황하고 호들갑스럽고 극단적이다. (내 평가가 가혹하다면 아마도 '투사'가 일어났기 때문이리라. 거울 보고 화내는 꼴. 그러나 달리 어찌 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가 받은 심리치료의 내용도 실망스럽다.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는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저자의 표현대로 딱 '영양제' 수준이 아닌가. 영양제도 자꾸 맛보면 (저자의 경우처럼) 중독된다. 사실 성격장애를 대체 본인 외에 그 누가 감히 '치료'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다만 마침내 불교에 귀의하는 저자의 행로는 인상깊다. 이런 성격 유형이 최후에 안착할 만한 이상적인 지점이 거기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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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2020-06-26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프네요

수양 2020-09-27 02:57   좋아요 0 | URL
슬프죠. 그런데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필히 자기연민의 늪에서 벗어나 자기객관화의 길로 나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부의 강력한 유일신에게 닻을 내리는 손쉬운 방법이 아닌, 불교와 같은 자력종교가 이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잡았다, 네가 술래야 - 경계성 성격장애로부터 내 삶 지키기
폴 T. 메이슨 외 지음, 김명권.정유리 옮김 / 모멘토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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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학적 자가진단은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함부로 할 것이 못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나 자신에게 다소간 경계성 성격장애의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의심해왔다. 비록 20대 초중반 무렵만큼 그 빈도와 강도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도 감정이 폭발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런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을 가족이나 친구로 둔 주변인에게 도움될 만한 조언과 지침들을 담고 있지만, 경계성 성격장애를 지닌 당사자(혹은 나처럼 그 가능성이 심히 의심되는 자)에게도 유용하겠다. 내 안의 분노와 폭력성에 대해 나 스스로 어떻게 이해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안고 읽어보면 한시적이나마 자기분석 혹은 자아성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이 책이 자기분석이나 자아성찰의 기회 못지않게 제공하는 것은 당혹감이다. 나 자신이 낱낱이 해부당하는 기분이다.)

2 경계성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은 늘 정신적 버팀목이 될 만한 무언가를 갈구하지만 이런 사람일수록 유일 신앙은 차라리 독이 아닐까 싶다. 근원적인 허무감을 절대자의 옷자락으로 덮어 씌워버리는 짓은 편리하고 달콤한 도피 행위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것이다. 경계성 성격장애 유형이 스스로 구제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호하고도 진부한 얘기지만 부단히 수행하는 길 밖엔 없을 듯하다. 직면과 응시와 수용이야말로 이들에겐 일생토록 연습해야 할 과제가 아닐지. 다행히도 호르몬의 효과인지 뭔지 통계적으로 사십대 이후에는 대체로 증상이 호전된다고 하니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고 해야 하려나.

 

3 눈길 가는 대목은 정체성 장애(현저하게 불안정한 자아상이나 자아감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음)와 만성적인 공허감이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부분. 만성적인 공허감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 정체성 혼미의 문제에 대해 로버트 월딩어가 한 말을 재인용하면 “정체성 혼미란 경계성 인격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서 보이는 증상으로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는 느낌, 뿌리 깊으며 종종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느낌을 의미한다. 보통 우리는 다른 환경 속이나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신을 일관성 있게 경험하는데,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런 자기의 연속성을 경험하지 못한다. 대신,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통합시킬 수 없을 만큼 서로 모순되는 자기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 그들의 내적 공허함과 혼미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존재할지를 결정하는 데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에 의지하게 된다. 누군가가 옆에 없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인식 못하거나, 아예 자신이 존재한다는 느낌조차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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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의 시작은 자기 치유다
비벌리 엔젤 지음, 조수진 옮김 / 책으로여는세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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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존 브레드쇼, 학지사)와 함께 읽음. 이런 류의 책들은 자주 읽으면 안 되겠다. 읽을 수록 괴롭고 슬프고 기분이 안 좋아진다. 사실 내 부모가 특별히 문제적이었다기보다 시공을 막론한 세상 모든 방식의 양육, 훈육, 문명화, 사회화 과정 자체가 자연상태의 인간에겐 끔찍한 억압과 강제와 폭력이 아닐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든 초자아는 언제나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 존재만으로도 부담스러운 게 초자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제는 나 역시 또 다른 중생의 초자아가 되려고 하는구나.

 

이 책 2장에는 아이에게 나쁜 거울이 되는 7가지 부모 유형이 소개되어있다. ①방치하는 부모 ②자녀를 유기하거나 거부하는 부모 ③정서적으로 숨막히게 하거나 소유하려 들거나 매사에 간섭하는 부모 ④지나치게 통제하거나 폭군 같은 부모 ⑤완벽주의적인 부모 ⑥지나치게 비판하거나 수치심을 주는 부모 ⑦자기중심적이거나 자아도취적인 부모. 나도 분명히 아이 키우다 보면 언젠가는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하게 될 날이 오겠지. 과연 이 중에서 내가 그 어떤 항목에도 해당 사항 없으리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두고두고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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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존 브래드쇼 지음, 오제은 옮김 / 학지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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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부모가 될 만한 자격이 있는가. 부모 노릇 할 만큼 나 자신이 심리적으로 건강한가. 아이를 키워야 할 입장이 되고 보니 뒤늦게 내 안의 내면아이부터 정성껏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처 해결되지 못한 유년시절 억눌린 감정의 응어리들이 육아 과정에서 내 무고한 아이한테 고스란히 대물림될까봐, 전형적인 무시형 불안정 애착 (회피애착) 패턴을 보이는 내 심리적 기질이 부지불식간에 아기한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봐 걱정된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지속적인 실천이 관건이지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개인사의 몇몇 지점에서 여전히 오래된 상처를 안고 잠복해 있는 내 안의 내면아이를 현재로 불러내어 쓰다듬고 어루만져주고 그때 그 아이가 그토록 간절히 듣고 싶었으나 끝내 듣지 못했던 위로와 지지의 말들을 성인자아가 다정하게 들려주는 것. 그러니까 자기 자신에게 따뜻한 말 걸어주기가 핵심이다. 사랑이 부족했던 과거의 자기 자신부터 챙기고 스스로 사랑해주는 연습을 해나가는 것이다.

이 책은 읽기가 꽤 고통스럽다. 애써 단단하게 묻어놓은 쓰린 과거를 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리되지 못한 과거의 심리적 상흔들이 대낮의 유령처럼 혹은 말실수처럼 현재의 삶에 불시에 반복해 출현한다면, 행여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용기있는 직면과 함께 뒤늦은 보살핌을 통한 애도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겠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시간내서 내면아이 치유 워크샵에도 참여해보고 싶다. 템플스테이 못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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