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풍덩! - 남자 비룡소 아기 그림책 1
알로나 프랑켈 글 그림, 김세희 옮김 / 비룡소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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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가 선물 받은 변기에 똥누는 이야기, 라고 하면 별 이야기도 아닌 것 같은가. 변기에 한 인간의 똥이 최초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숱한 좌절과 심기일전으로 점철된 구절양장의 드라마라는 걸 나도 미처 몰랐다. 아이가 이 책을 아주 좋아하고 '용이처럼 용이처럼' 하면서도 끝내 변기에 앉는 게 부담스러워 똥을 참는다.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광막한지 궁금하다면 세 살 아이의 배변 훈련 실태를 관찰해볼 일이다. 똥오줌을 가린다는 것이 인간에게 이토록 절절한 숙원사업이며 위대한 도약이었다니. <시원한 응가>(시공주니어), <응가하자, 끙끙>(보리)도 보여줬는데 이 책을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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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꼬마 기관차 웅진 세계그림책 10
와티 파이퍼 지음, 로렌 롱 그림,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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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 차례나 반복되는 부탁과 거절, 그리고 끝없는 절망. 용기 낸 마지막 부탁이 드디어 관철되고 마침내 성공하기까지- 아기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기승전결의 짜임새가 탄탄하다. 갖가지 이유로 부탁을 퇴짜 놓는 여러 캐릭터들 덕분에 아무리 영혼 없이 대충 읽어도 불가피하게 구연의 맛이 상당할 수밖에 없으므로 아이가 좋아한다. 대신에 난 이거 한 번씩 읽어줄 때마다 제대로 기 빨리는 기분. 밝고 명랑하고 낙관적인 한편으로 단순하기 짝이 없는 미국풍 스토리와 어딘가 모르게 디즈니스러운 삽화가 참 재미도 없구만 자꾸 읽어달라니까... 영혼 없이 읽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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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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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의 굴레에서 벗어나 큰 사랑을 알게 되면 비로소 억겁의 윤회를 끝마칠 수 있다는,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더워지는, 백만 송이 장미 같은 이야기. 나는 몇만 번을 더 살아야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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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의 끝없는 모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
장 드 브루노프 지음, 김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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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밑도끝도 없는 사건의 연속인데 기가 막혀 피식거리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다. 셰헤라자드의 요설 못지않다. 문학성이나 예술성으로만 따지자면 손색이 없는 작품이지만 거의 백년 전 책이다 보니 제국주의 사고관의 잔향이 여전히 짙고 제3세계 문화, 인종문제, 동물권 등 여러 방면에서 윤리 감각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 현대의 아이들에게 더 이상 자신있게 권할 만한 책은 아닌 듯 하다. 아름답지만 퀴퀴한 이런 종류의 책들이 네버랜드 시리즈에 은근히 많던데 시대성에 맞지 않는 책들은 이제는 과감히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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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침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2
존 버닝햄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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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유명하다니까, 대중으로부터 검증된 작가려니 안심하고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여러 권 사들였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실망했다. 그림체가 도무지 기력이라곤 없고 너무 대충 그린 것 같아서. 게다가 전개되는 이야기는 종종 뜬금없을 때가 있고 뭔가 좀 전반적으로 허술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책을 몇 번 들여다보고나서는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보면 볼수록 이 사람 그림책에서는 다른 작가들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이고 비범한 개성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그림책들이 독자가 미개하다(?)는 확고한 전제하에 '수준에 맞추려는/배려하는/지혜를 주려는/보살피는' 자로서의 의젓한 태도가 아무리 천진무구한 척해도 어쩔 수 없이 배후의 기류처럼 깔려있다면, 그래서 때론 어른이 애써 아이 흉내를 내려고 하는 것 같다면, 이 사람 책은 정말이지 아이가 직접 만든 그림책 같다. 수준을 맞추려는, 지혜를 주려는, 흉내를 내려는 대상이 없다. 대상을 의식하지 않은 자족적 유희의 자유로움. 그런 게 주는 해방감, 진정성, 예술적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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