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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운 좋게도 코로나 창궐 직전이었다. 여기는 12월이 이랬다.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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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에 흰쌀밥이랑 삼색나물 차려놓고 우리 아기 아프지 말고 건강히 자라게 해달라고 빌었다. 전통풍습을 착실히 따라서 꼭두새벽부터 신령님께 정화수 떠놓고 빌어보긴 난생처음인 일인데 그만큼 내 마음이 절박했던 까닭이다. 요즘은 아프다고 옛날처럼 쉽게 죽지는 않는다. 다만 다같이 망할 뿐.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한달살이 가정에 아픈 이가 생기면 그 날로 그 가정은 모래성처럼 붕괴되고 만다는 두려움에 정말로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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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또 한 번 누리기 어려운 각별한 경험을 했다. 두려움과 고통, 환희와 감사와 기쁨... 병원에 있는 내내 눈물로 뒤범벅된 수만 가지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아기의 탄생은 실로 벅찬 경이와 신비 그 자체였다.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아기를 보면 정말로 신이 여기에 우리와 함께 있다는 걸 알겠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눈부신 신성 속에 있음을, 작은 꽃잎 같은 아기 입에 젖물리며 깨닫는다. 아기는 신이 주신 귀한 선물이란 생각- 상투적인 비유가 아니라 뼛속깊이 사무치는 구체적인 실감으로서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가 처음엔 이처럼 여리고 무구한 아기였다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또한 얼마나 큰 전율로 다가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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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2-1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드디어 출산 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귀한 선물이라는 말씀이 저도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래서 제 아들 이름 지을때에도 귀한 선물이라는 뜻이 들어가게 지었지요.
몸조리 잘 하시고 앞으로도 아기랑 귀한 시간들 되시길 바랍니다.

수양 2017-12-16 18:46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겪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은 거 같아요. 이젠 더 이상 심장이 두근거릴 만한 것도 전율할 만한 것도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없으리란 그간의 염세적인 전망이 얼마나 치기어린 오만이었는지 깨달았던 며칠이었네요. 얼마나 더 겸허해져야 할런지... 갈 길이 머네요. 지금도 옆에서 자고 있는 아들 보면 눈물나요. 너무나 예쁘고 귀하고 감사해서... 기적 같아요.
 

 

아침 7시45분 용산에서 출발해 9시58분 전주 도착. 전동성당 둘러보고 한옥마을 탐방. 전통 기와집들 사이로 간간이 끼어있는 적산가옥이 인상적이었다. 카페로 개조한 곳에 우연히 들러 구석구석 살펴보게 되었는데, 적산가옥이라는 게 참, 일본 애니메이션에선 크게 도드라지지 않지만 실제로 보니 특유의 을씨년스러움이 있었다. 기괴미라고 해야 할까. 묘하게 그로테스크한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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