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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Bubble - 아트버블, 거품이 꺼진 현대미술의 민낯
심상용 지음 / 리슨투더시티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한때는 열심히 서울 곳곳의 갤러리와 미술관을 구경다녔었는데 언제부터 나는 이 방면에 흥미가 시들해져버렸을까. 자극이 반복되면 피곤이 몰려온다. 자극적인 하지만 알 수 없는 의미들로 가득한 감동 없는 현대미술보다 모두의 삶을 이롭고 기쁘고 풍요롭게 만드는 산업/공공 디자인 쪽으로 보다 관심이 가게 된 것은 현대미술이 아무래도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 같단 생각이 든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이 책은 금융자본 논리에 잠식되어 언젠가부터 대규모 집단사기극이 되어버린 현대미술에 대한 통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미술품의 고가 지불을 정당화하는 시장체계의 요인들, 아트 스타 마케팅을 둘러싼 공허한 열기, 미디어의 우려스러운 개입, 비평적 저널리즘의 무능, 미적 감식안의 타자화와 취향의 획일화 등 현대미술을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로 만드는 구체적 사정들이 가슴 아프도록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미술은 이제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내일의 미술은 어디 있을까. “먼 과거 한때 예술은 주술사의 주술이었고, 다른 때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멋진 결과물이었지만, 지금은 (...) 고가의 사치품”이 되어버렸다. 예술이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주식투자의 일종으로 기능하는 현상이 21세기 금융자본주의사회 시대정신의 반영이라면, “지금이야말로 가난한 이 시대의 성찰의 한 가운데서 다음 단계의 예술을 상상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현대미술은 가슴 뛰는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새로운 미학정신은 도래할 수 있을까. 인식과 사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진리와 자유에 한 발 더 다가서도록 이끄는 진정한 전위의 등장을 기대해도 좋을까. 물론이다. 왜냐하면 미술사는 늘 그래왔으므로. 바로 그래왔던 사건들의 역사이므로. 염증을 느끼지만 비관은 이르다. 현대미술에 흥미를 잃었다고 하면서도 이 책을 정독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