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 앤 본
자크 오디아르 감독, 아르망 베르뒤르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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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세포는 고갈되고 이제는 옥시토신만 흘러넘치는 지경이 되었나. 남녀가 저렇게 썸을 타는데 도무지 설렘도 뭣도 없고 심드렁한 눈으로 구경하다가 갑자기 둔기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딛고 있던 얼음이 깨지면서 조연으로 나오는 다섯 살짜리 남자애가 차가운 호수에 빠진 것. 이런 이야기는 아무리 영화라지만 제발... 보는 것만으로도 괴롭다. 아이가 죽는 줄 알고 경악했다가 다행히 기적적으로 살아나자 이 영화의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울고 싶더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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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랍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레이첼 와이즈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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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교묘하다. 전혀 다른 쪽으로 해석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감독은 어쩌면 관객을 향해 너는 어떤 결단을 내리겠느냐고 칼끝을 겨누며 묻고 있는 지도 모른다. 비정하고 비참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극단적인 자기포기를 통해 끝내 사랑과 낭만을 사수할 것인가? 후자는 사실 옛시대의 전설이고 현실을 초월한 신화다. 그러나 일말의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우리에게 최종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여전히 미몽에 잠겨있는 순진한 자들을 측은하게 여기는 감독의 마지막 신사적 배려일는지도.

미장셴과 배경음악 모두 더없이 고상하고 우아하고 고전적이다. 의도된 고전미가 오히려 작중의 모든 고전적 행위 양식을 조롱하는 가운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기괴미는 일품이다.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기괴하고 잔혹한 디스토피아를 미학적으로 너무도 빼어나게 구현해 놓았다. 기발하고 영특하고 통렬하고 짓궂고 잔혹하고(영화 자체가 잔혹하다기보다 현실의 잔혹성을 그에 부합하는 잔혹한 방식으로 폭로하고 있다고 해야겠지만) 매혹적이고 황홀하고 비장하고 처연한 영화. 블랙코미디를 넘어선 영화. 번뜩이는 섬광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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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0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0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루레이] 말레나 : 일반판 - 무삭제 버전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모니카 벨루치 외 출연 / 그린나래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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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솔리니가 선전포고를 하던 야만의 시절, 말레나라고 하는 어떤 하나의 고귀하고 무결한 대상이 참혹하게 유린되고 파멸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소년은 어른이 된다. (말레나를 닮은 여자와의 성매매를 통해 그 역시 집단 유린의 현장에 상징적이고 간접적으로 가담함으로써) 무자비한 야만 사회의 일원이 되는 셈... 방종한 죄로 추방당했던 말레나는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다. 불구가 되어버린 남편과 함께. 돌아온 말레나를 받아주는 사회. 천연덕스럽게 다시 부인으로 호명되는 말레나. 영화는 반문한다. 뻔뻔한 쪽은 누구인가. 부덕과 몰염치는 과연 누구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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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13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양님 이 영화 저도 좋아해요.
모니카 벨루치는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가 ^^
마지막 장면 정말 서늘하죠.
야만의 세상에서 어쩌면 가장 도덕적이었던 말레나.

수양 2021-11-13 21:06   좋아요 0 | URL
이 영화를 이제야 봤어요. 모니카 벨루치도 첨봤어요 헛살아온듯요.

프레이야 2021-11-13 21:50   좋아요 0 | URL
아 ^^. 모니카는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이랑 부부에요. 모니카는 지금 나이 들어서도 미모가 와우 평범하지 않아요 정말.
 
우디가 말하는 앨런 한나래 시네마 11
스티그 비에르크만 지음, 이남 옮김 / 한나래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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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69년부터 1993년 사이에 만들었던 영화 스물세 편과 연극 한 편에 대한 우디 앨런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89년작 <범죄와 비행>에 관한 인터뷰인데, 앨런이 이 영화에 대해 술회한 것들은 사실 내가 영화를 봤으면서도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도덕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우디 앨런의 세계관 속에서 규정되는 승자와 패자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한 소묘이기도 했던 것. 그가 보기에 우리네 삶에서는 과연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 이 영화에는 총 세 명의 승자와 두 명의 패자가 나온다. '주다', '레스터', '벤'이 전자이고, 우디 앨런이 연기한 '클리프'라는 인물과 '레비'라는 이름의 철학자가 후자에 해당한다.


가장 문제적인 인물인 주다는 부와 명예를 갖춘, 능력 있는 외과 의사인 동시에 완전 범죄에 성공한 살인자다. “주다는 필요가 닥치면 자신에게 편리하게 일을 처리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는 무사히 빠져나가지 않습니까! 그리고는 아마도 멋진 삶을 살아가겠지요. (…) 그에게 긴장되는 순간들, 나쁜 순간들이 있긴 했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 모든 것이 그에게 완벽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고자 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를 벌하지 않을 것입니다. 악은 붙잡힐 때만 벌을 받습니다. 그는 끔찍한 사람이지만 그 자신은 괜찮습니다.” 주다는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해 역경을 헤쳐나갈 뿐.


레스터 역시 세상을 잘 헤쳐나가는 승자 가운데 하나다. 레스터는 특히 연애 분야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직업적으로 유능한 데다가 지적이기까지 한 그는 식사 자리에서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완벽하게 읊조리며 클리프가 흠모해온 여자를 가로채 버린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래서 당신이 이따금씩 만나게 되는 이들 레스터들은 복권 같은 것에 당첨된 멍청한 선사시대인이 아닙니다. 그들은 교육을 받았고 지적이지만 가치관이 얕습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들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죠. 영화의 슬픈 부분은 모든 사람이 레스터를 진지하게 대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그저 잘난 체하는 바보일 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마지막 승자, 아마도 가장 막강한 승자는 벤일 것이다. 랍비인 그는 독실한 신앙인이다. “그는 진정한 종교적인 믿음을 가진 겁니다. (…) 그것은 그들로 하여금 모든 역경을 이겨 나가도록 해줍니다. (...) 난 삶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유일한 것혹은 최고의 것은 종교적인 믿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작가로서 난 벤이 실제로 장님이 되기 훨씬 전부터 장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세상에서 무엇이 진짜 현실인지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순진하기 때문에 행운아입니다. (…) 벤은 삶을 이겨내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가 삶의 현실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삶을 훨씬 깊이 있게 이해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나 자신은 그가 그러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난 그가 삶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점이 내가 그를 장님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유입니다. 난 그의 믿음이 맹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통하긴 하지만 현실에 눈 감을 것을 요구합니다.” 


내지는 신과 같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어떤 이데올로기- 철학 사상이든 정치 이념이든 그런 절대적인 초자아에게 영혼을 전적으로 헌납해버린 자는 실제로 현실에서 믿을 수 없는 괴력을 발휘한다. 이런 자는 뜻을 관철하기 위해 순교도 불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주다 같은 부류의 사이코패스 못지 않게 성공을 거둔다. 신을 전적으로 따르는 자와 신을 전적으로 모독하는 자, 철저히 도덕적인 자와 철저히 부도덕한 자, 광신도와 악한. 우디 앨런이 이 두 유형 모두를 똑같이 현실의 삶에서 실질적인 승자로 분류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중요한 것은, 우디 앨런이 보기에 삶에서의 성공이란 주체의 의도와는 하등 상관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객관적인 성과가 말해줄 뿐이다. 결론만이 평가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다, 레스터, 벤 이 세 인물은 성공한다. 완전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 어떤 딜레마나 가책을 느끼지 않은 채 일상에 완벽하게 복귀함으로써, 깊이 없는 정신 세계를 가졌음에도 능란한 수완을 발휘하여 여심을 사로잡아 수컷끼리의 경쟁에서 이김으로써, 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일체의 고통을 극복해버림으로써- 현실의 삶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저마다 승자가 되고, 행복을 누린다.


반면, 그렇지 못한 자들은 나가떨어진다.” 불행은 그들의 몫이다. 사이코패스적 자질도 전무하고 남성적인 매력도 별로인 데다가 신에 대한 믿음도 언감생심인, 되는 일이라곤 하나 없는 클리프가 그렇고, 사랑과 긍정을 설파하다 돌연 자살해버리는 레비라는 이름의 철학자가 그렇다. 이들에게 우주는 꽤나 차가운 곳이다난 우주는 잘해 봐야 무관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의 상태에서 말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진부함을 이야기했습니다. 우주 역시 진부합니다. 그리고 진부하기 때문에 악입니다. 악마적인 악이 아니라 진부함 때문에 악인 겁니다.” 


이토록 무심하고 냉담한 우주에서 패자들은, 레비는 자살이라도 했건만 감히 그런 걸 감행하지도 못하는 패자들은, 도대체 어찌 해야 하나. 어떻게 삶을 헤쳐나가야 하나. 앨런은 현실의 삶 외에 사람들이 도피하고 또 그것으로 버티고 사는 환상의 삶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가짜 세계를 창조해 내죠. 그리고 그 가짜 세계 속에 존재합니다. (…) 당신은 그 세계 속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의미 없는 일들에 대해 신경을 씁니다. (…) 하지만 사실, 당신이 잠깐 한 발짝만 물러선다면 (…)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세계를 만들어 내지만 한 발짝만 물러서서 보면 전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세계인 거죠.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내는 일은 중요합니다. 누구에게도 인지 가능한 의미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우디 앨런의 작품들을 빠짐없이 챙겨본 이들에게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정보들로 넘쳐난다. <애니 홀>의 천문관 데이트 장면 일부는 직접 박물관 세트를 지어서 촬영했다거나, <한여름 밤의 섹스 코미디>에서 작품의 시기적 배경이 되는 여름의 정취를 잃지 않기 위해 시들어가는 나뭇잎에 일일이 페인트를 칠했다거나, 우디 앨런이 미아 패로와 <한여름 밤의 섹스 코미디>를 찍으면서 사귀었던 게 아니라 <스타더스트 메모리스> 촬영 때부터 이미 만나고 있었다거나 등등. 특히 <한여름 밤의 섹스 코미디>가 흥행에는 완전히 참패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 영화는 참으로 사랑스럽고 유쾌한 영화였는데. 그야말로 달콤한 사탕 다발 같은 영화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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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2disc)
김성수 감독, 정우성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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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에 기반한 출발은 좋았으나 욕심이 과했다. 중반부 쯤에서 적당히 자제했어야 했는데. 법조계, 정계 인물들을 데려다가 <아저씨>를 찍어버리면 어떡하나. 피칠갑을 해서 한꺼번에 몰살을 시켜버리다니 클라이막스를 향한 의지는 알겠지만 이건 뭐랄까 너무 초현실적이잖아. 비록 욕심을 주체를 못하고 산으로 올라가다 못해 승천해버리긴 했지만 여러모로 저평가된 영화이긴 한 듯. 성지순례 다녀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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