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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크라임 - An American Crim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아동학대사건을 다룬 영화. 이 영화에서 아동학대의 주범으로 나오는 거트루드라는 여자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여섯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과부인데, 양육비를 받고 잠시 돌보게 된 남의 집 딸을 지하실에 감금하여 상습적으로 학대하다 결국에는 죽여버린다. 그녀의 아이들 역시 집단 광기에 사로잡혀 엄마를 따라 적극적으로 폭력과 살인에 가담한다.
거투르드와 그녀의 아이들이 벌이는 잔혹극은 야만과 광기로 충만한 원시 사회의 모습을 빼닮았다. 관능미와 카리스마와 특유의 몽롱한 분위기까지 두루 갖춘 거트루드는 흡사 원시 부족의 여사제 같고,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이 벌이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는 인간을 제물로 바치던 시절의 신나는 축제를 연상케 한다. 거트루드의 가족에게서는 인간의 잔혹성이 극도로 천진하고 솔직하고 무구하게 발휘될 때의 어떤, 끔찍한 원시적 건강성이 읽힌다. 단순히 윤리적 비분강개로만은 끝낼 수 없는 이상야릇한 영화다.
이 사건으로 거트루드는 징역 몇 십년을 구형받았고, 살인에 가담한 몇몇 아이들 역시 소년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 점 역시 도덕의 잣대를 떠나 현대사회의 처벌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거트루드의 아이들은 그저 지극히 동물 본연의 자세에 충실했을 뿐인데, 어쩌면 너무나 동물적이었던 나머지 현대 사회의 규율을 미처 습득하지 못한 점이야말로 그들이 저지른 유일한 죄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