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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 아웃케이스 없음
이수진 감독, 정인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영화는 주로 사건 이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끔찍한 사건을 겪고 난 주인공이 어떻게 정상적 일상을 회복해 나가고 또 그것이 어떻게 좌절을 겪는가 하는. 그러나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더라도 정말 기묘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이 영화가 실화라면 응당 엄정한 사법 판단에 따라 시민적 윤리와 상식에 맞게 처벌되었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살인, 성, 가학과 피학의 권력 관계, 독자적 규율을 갖는 폐쇄적인 집단 내부에서 융성하는 기이한 문화와 풍습, 그 안에서만 통용되는 독자적 논리들과 그 안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집단 심리 등등 이런 데서 발견되는 진실이란 인간 이성과 합리성, 법과 제도, 상식, 윤리, 도덕의 기준을 초월해 있는 경우가 많고 어쩌면 이 사건에서도 그런 지점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법과 도덕, 휴머니즘, 시민적 상식이 추스르지 못하는 잉여적 진실, 그러니까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옳음도 그름도 아닌, 함부로 힐난하거나 처단하기 애매한, 기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과 생각과 실천들은 사회 도처에 언제나 널려있기 마련이고, 어쩌면 그런 모호하고 야릇한, 즉 인식에 있어서의 타자적인 지점들은 오로지 문학과 예술만이 포착해낼 수 있는 시적 영역 같기도 하다. 문득 이 사건 깊숙한 곳에서도 그런 걸 읽어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