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라니족에게 묻고 싶다. 자신들을 거의 일본원숭이처럼 그려놓은 이런 영화에 도대체 뭔 생각으로 출연한 것인지? 사기라도 당했나.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번엔 희극으로 역사는 반복된다더니만 과연 이 영화의 참을 수 없이 얄팍한 휴머니즘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또 한 번 능욕하고 있다.
"인간은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는 너무도 푸릅니다." 원작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묘에 새겨져 있다는 비문이 이 영화의 내용을 압축한다. 도저한 침묵 앞에서 신의 행방을 물을 때 신은 오로지 믿는 자의 마음속에만 은거할 뿐이다. 무엇이 신을 증명하는가. 내 믿음이 신을 증명한다. 있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라 믿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에게는 희망이자 절망이고 비극이자 희극인 유일한 진실 아닐까. 순교의 또 다른 형태로서의 배교의 삶을 살다 간, 예수의 마지막 제자였던 세상 모든 가룟 유다들에게 바치는 애가 같은 영화.
현실을 극복하고자 분투하는 인간의 의지는 결국 부처님 손바닥을 헤메는 원숭이의 지략만도 못한 것이고 끝내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야 만다는 운명론의 승리인가. 브래드 피트의 정신병자 연기는 놀랍다. 미모에 가려 연기력을 몰라봤네. 이런 영화를 아직도 리메이크 안 하고 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