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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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시절의 마키아벨리가 통과했던 정치적 격변의 현장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교활하고 냉소적인 인물이 아닌, 자기 일을 사랑하고 우국충정은 뜨거웠던, 어느 평범한 피렌체 시민이었던 마키아벨리의 모습도. 대단한 시오노 나나미 여사. 어쨌든 이 분한테 굉장한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비르투(재능•역량•능력), 포르투나(운•행운), 네체시타(시대의 요구에 합치하는 것=시대성). 지도자에게 필요한 조건으로 마키아벨리가 꼽은 세 가지. 마지막 항목에 관해서라면 철학자로서의 마키아벨리는 시대성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그는 르네상스인이 아니다. 근대인도 아니다. 어떤 의미로는 사실상 현대인이다. 더 이상 의미와 가치를 논하지 않고, 아니 애당초 그 어떤 형이상학을 옹립하고자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다만 게임의 방법과 기술에 관하여 천착했다는 점에서.

그런데 왜 마키아벨리가 시오노 나나미의 친구인가. 관념론을 배격하는 현실주의라는 점에 있어서의 사상적 친연성과는 별개로 그녀가 마키아벨리에 대해 동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처지상의 직접적인 이유 한 가지가 뒷부분에 나온다. 마키아벨리가 썼던 단편 역사소설이 있었고 시오노 나나미의 경우와 같은 이유로 주변의 질타를 받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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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탈리아 - 김영석의 인문기행
김영석 지음 / 열화당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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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한 문체로 문화 역사 예술을 망라하며 이탈리아 곳곳을 깊이 있게 짚고 있다. 고열량의 내실에 비해 지나치게 검박한 이 책의 물리적 외양이 모처럼 귀한 책을 접한 독자로서는 차라리 안타깝다. 컬러 도판에 양장본으로 나와야 마땅하련만. 곳곳에 밑줄치고 색칠하고 여백마다 이것저것 더 찾아 적어넣고 수시로 이미지 검색해보고 그렇게 부산을 떨어가며 읽었다. 언젠가 이탈리아에 가볼 수 있을까. 가게 된다면 일순위로 가방에 챙겨 넣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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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 뉴요커의 페이소스 마음산책 영화감독 인터뷰집
우디 앨런 외 지음, 로버트 E. 카프시스.캐시 코블렌츠 엮음, 오세인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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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기와 작품들을 나란히 놓고 보니 영화만 봤을 때는 미처 몰랐던 또 다른 것들이 보인다. 무자비하리만치 자기충족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던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는 사실은 그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스스로 고통을 잊고자 만들었던 고용량 마약성 진통제 같은 작품이고, 전작 '스타더스트 메모리스'에 비하면 치열함이나 진정성이 부족해 보이던 <해리 파괴하기>는 말하자면 '그래 너희들이 비난하다시피 난 이런 놈이다 어쩔테냐 그래도 난 계속 쓴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던 것. 내가 너무 야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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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감동 휴먼 다큐 '울지마 톤즈' 주인공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 이야기, 증보판
이태석 지음 / 생활성서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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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님이 유일하게 남긴 저서. 기독교도의 세계관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아무래도 나로서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럼에도 우리 곁에 한때 살아계셨던 성인의 삶과 생각의 자취를 활자로나마 좇는 일은 그 자체로 뭉클하고 숙연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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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여인들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7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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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세계관이랄까 철학이랄까 이런 걸 생각해보면 뭐랄까 이름을 지어서 갖다 붙이자면 이건 참 일본식 실존주의다. 일본식이라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딱히 뭐라 얘기하기도 이상하고 사실 그런 게 있는 지도 잘 모르겠지만. 얇고 현세적인 실존주의랄까. 시오노 나나미의 애정을 얻은 인물들은 고뇌하지도 성찰하지도 회의하지도 않는다. 현실은 그런 사치스런 내적 침잠의 겨를을 허용치도 않을 만큼 언제나 치열한 격전의 현장이기 때문에. 황소처럼 날뛰는 성난 파도 위에 올라타 먼곳을 응시하며 매섭게 질주하는 서핑 선수처럼, 온 힘을 다해 기민하게 시시각각을 살아가는 것- 시오노 나나미는 아마도 이런 걸 '관능'이라고 말하겠지. 매혹적이다. 분명 매혹적인데, 글쎄, 이 일본식 실존주의가 품은 묘한 불편의 정체는 무엇일까. "비좁은 정신주의의 껍데기 속에 틀어박히지 않는 대담한 영혼과 냉철한 합리적 정신"(70)을 미처 내면화하지 못한, "감상적인 휴머니즘" 따위의 "값싼 사고방식"(311)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애송이의 군소리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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