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고 자주의 새 역사를 여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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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자유주의에 대항하여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차베스 정권을 우호적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뭔가 석연찮은 부분들이 혁명의 과정 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대통령의 임기를 늘이고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의 제정이라든가 군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라든가 하는 점은 어쩔 수 없이 이 정권의 독재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참여민주주의를 표방하며 볼리비안 서클과 같은 자발적 민중 조직을 적극적으로 정치 과정에 개입시키려는 정책 역시 위의 수상한 구석이 해소되지 않는 한 포퓰리즘의 혐의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차베스는 의심을 품는 나 같은 이들을 향해 이렇게 답한다: 당신은 이런 것을 뭐라고 부릅니까? 사회주의? 공산주의? 포퓰리즘? 당신이 뭐라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그러한 과정이 잘 이루어지는 한 이름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볼리바리안 사상이라고 부릅니다.(p.168) 혁명가다운 일갈이다. 이 책이 출판 된 때가 06년도인데 09년도의 베네수엘라는 현재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하다.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혁명은 여전히 계속 진행 중에 있을까.     

한편으로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이 반미-반신자유주의의 선봉에 서서 새로운 사회 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것도 어찌보면 이 나라가 세계 제일의 산유국이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책에서 보면 차베스가 석유 자원을 국유화해서 그것을 굉장히 능란하게 정치외교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런 걸 보면 '미국과 맞짱뜨는 것'도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로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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率路 2009-06-2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혁명인지 쿠데타인지, 민주주의인지 포퓰리즘인지, 사회주의인지 석유를 배경으로 한 네셔널리즘의 색체를 강하게 띤 자본주의의 한 유형인지,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자국내 보수파에 공격당하며 위기를 맞던 시절 개인적으로는 후자쪽에 좀더 혐의를 두고 있었는데, 관련해서 정운영 선생이 살아계시던 시절의 칼럼을 보고 조금은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칼럼의 내용이란게 결국 유럽에서 비슷한 정책을 펼치면 사민주의네 복지국가네 민주주의의 승리네 운운하면서 왜 남미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냐는 식의 이야기였는데, 아닌게 아니라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그런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아서 걍 모르는 것에 대해선 입다물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럼에도 차베스에 너무 '올인'해주시는 좌파를 보면 솔직히 조금 걱정되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는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사실 혁명이라고 명칭을 붙히는 것마저도, 저는 차베스가 펼치는 정책이란게 결국 한 국가가 선택한 개혁작업의 일종으로 보는게 온당하다고 보기 때문에 혁명으로서 의미를 부여한다는게 과연 온당한 일일지 그것도 의문이고, 민노당에서 집권하면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이런 것들인지, 그렇다면 그것이 우리 현실에 온당한 일일지에 대해서도 우려섞인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고. 허기사 뭐 저보다야 남미를 알아도 훨 많이 아시는 분들이 하시는 이야기니 이유가 없진 않겠습니다만.

수양 2012-10-0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같은 정책을 펴도 남미쪽에 포퓰리즘의 혐의를 두지 않을 수 없는 게... 애초에 오랜 이념적 제도적 전통을 갖춘 서구국가와 개발도상국인 남미국가를 동일선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는 문제 아닐까요... 음 그리고 사실 이 책이야말로 '차베스에 너무 올인한 좌파'들이 쓴 책 같기도 하고요... 그야말로 신념에 가득차서 한없이 희망찬 논조로 씌어져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 딴지 걸기가 다 민망한.. 신념을 가지고 정말로 열심히 연구하고 조사한 흔적들이 다 보이깐요...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다케나카 치하루 지음, 노재명 옮김 / 갈라파고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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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전쟁'이란, 인명을 해치는 수위의 사회 갈등 전반을 지칭한다. 그러니까 저자의 관점으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의미의 전쟁 뿐만 아니라 폭동, 테러, 무장세력이나 정부에 의한 숙청과 탄압까지도 폭넓은 범주에서 모두 전쟁인 것. 책에 따르면, 세계는 안전하고 풍요로운 사회와 위험하고 가난한 사회로 나뉘며, 대개 전쟁은 후자의 사회를 끼고 일어난다. 전쟁의 배후에는 반드시 군대, 경찰, 반정부 무장조직, 국제테러조직, 마피아조직 등의 폭력전문집단이 존재하며, 특히 가난한 사회의 폭력집단이 활용하는 폭력의 도구(무기, 자금, 정보, 네트워크)는 주로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가 생산하고 수출한 것에 의존한다. 전쟁은 이런 식으로 양 사회 간에 자본과 자원이 순환하는 하나의 거대한 장(場)으로서 기능한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사회의 대표격은 미국이다. 이 책은 전쟁이라고 하는 장(場)에서 미국이 보여주는 패턴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1)미국은 자신의 '적'을 봉쇄하기 위해 자신을 대신하여 전쟁을 벌일 국가나 무장세력을 지원한다. (2)미국의 군사원조를 받은 국가의 군대나 무장조직이 성장한다. 이들이 벌이는 전쟁이나 내전이 장기간 지속된다. 많은 무기가 유입되자 현지사회는 폭력화된다. (3)'적'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미국은 동맹국에 대한 지원을 멈추고 손을 뗀다. 때로는 지원을 멈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 어제의 동맹국을 오늘의 새로운 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토사구팽식 외교정책의 대상으로 이슬람 세력이 많이 이용된다. 이슬람 무장단체가 미국에 테러하는 게 이런 까닭. (4)미국이 지원을 멈추고 나면 분쟁지역은 내전 상태로 방치되어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가 된다.  

한편, 이 책에서는 현대세계의 폭력이 주로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를 끼고 일어난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의 주민들은 국제적 규모의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을 마치 외부로부터 흘러들어온 재앙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는 그들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방어체계를 강화하고, 때로는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에 선제공격을 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를 개조해야 한다는 사고방식마저 품게 된다고.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행태들이 현대세계의 폭력을 극복하려는 인류의 자세 치고는 대단히 이기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란 본디 자기 안의 '위험하고 더러운 요소'를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에 전가함으로써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저자는 국제사회의 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에 국제기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1)무력충돌을 막고 (2)치안과 정치 제도를 정비하며 (3)점진적으로 군축을 감행하고 (4)사회기반을 재건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이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 내부에 만연한 '폭력의 문화'가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폭력을 만들어 내는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외부 세력의 개입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지구 저편 어느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이 오늘 내가 안전하고 평화롭게 하루를 보낸 데 대한 필연적인 반대급부일 수 있다는 것, 국제사회의 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폭력에 찌든 사회구조의 내부적인 변혁이 궁극의 과제일 수밖에 없으며 여기에 시민운동이 중요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 너무나 당연해서 간과하게 되는 명제들을 절실하게 곱씹어보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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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비틀스 살림지식총서 255
고영탁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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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후반 영국의 소도시 리버풀에서는 십대 청소년들의 밴드활동이 성행했는데, 비틀즈 역시 여기서 탄생한다. 초반에 산전수전을 겪긴 하지만 결국 히트곡 제조기가 되어 엄청난 인기와 명성을 누리게 된 비틀즈. 그러나 이들도 나이를 먹고 에고가 성숙해감에 따라 저마다의 색채를 띠기 시작한다. 멤버들마다 예술적 지향이 제각각이 된 것. 폴 매카트니의 음악 취향은 감상적이고 대중적인 반면, 존 레넌은 점점 거칠고 전위적인 음악을 추구하게 된다. 한편, 조지 해리슨은 인도 문화에 심취한다. (확실하진 않지만) 음악적 기량에 있어 멤버들에게 늘 무시당하던 링고 스타는 결국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하고 반항하기 시작한다. 비틀즈는 결국, 머리 넷 달린 괴물이 되어 해체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른다. 그룹 해체 후 멤버들은 저마다 추구하는 음악의 길을 걷게 되지만, 비틀즈는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만인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는다, 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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率路 2009-05-23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링고스타가 녹음해 놓은 드러밍이 도저히 못들을 지경이라 폴이 밤늦게 녹음실에서 다시 연주해서 음반내고 뭐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근데 비틀즈 해체의 주된 원인은 역시 폴과 존의 불화때문 아닌가요? 제가 링고였다면, 어떻게건 해체는 막아보려고 난리를 쳤을 것 같은데 말이죠..(링고옹을 너무 무시하는 발언인진 모르겠습니다만ㅋㅎ)

수양 2012-10-0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의 불화도 불화였지만 다른 멤버들 각각의 상황도 이 불화를 봉합할 만한 처지가 못되었던 듯해요. 링고스타는 해체를 막아볼려고 난리라도 쳤더라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그는 자기가 다른 비틀즈 멤버들한테 묻혀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착각한게 아닌지 싶어요...
 
The Beatles 비틀즈
헌터 데이비스 지음, 이형주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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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와 주위 인물들이 모두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그들의 인터뷰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씌여진 (게다가 출판하기 전에 인터뷰이의 검열까지 다 거친) 책이다보니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공인 전기라기보다는 인터뷰집에 가까운책이지만, 저자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벽에 붙은 파리의 심정으로 최대한 비틀즈를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비틀즈의 모든 것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인터뷰어의 정성이 느껴지는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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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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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하기는 하지만 일본 고유의 특성이라기보다는 동양권 문화의 공통된 성향 같다. 뒷부분 해설을 읽어보니 뜨끔하게도 나같이 말하는 사람은 이 책을 한 번밖에 안 읽은 사람이라면서 책을 두 번 이상 읽어야만 베네딕트가 분석한 일본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난감하다. 언제 이 책을 또 읽게 될지 모르겠다. 

한편으로 과거사 청산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독일의 경우와 단순 비교해서 뻔뻔하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독일의 경우에는 전쟁 도발에 대한 사과가 곧 회개 후 '리셋'을 의미한다. 조상의 모든 과오와 깨끗이 결별하고 다시 새출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무와 기리의 정서를 가진 일본으로서는 사과가 리셋이 될 수는 없다. 그들에게는 사과가 독일의 경우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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