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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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녁 늦게 외할머니 댁에 도착하면 할머니의 환대를 받고는 피곤한 몸을 누인다. 도시에서 전혀 들을 수 없던 풀벌레 소리에 처음엔 잠이 안 오더라도 어느새 금방 곯아 떨어지곤 했다. 다음날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나기 싫어서 꿈지럭 꿈지럭거리며 6시 반에 겨우 일어나는 나도 이곳에서라면 6시가 안되어서 눈이 떠지기 마련이다. 햇살은 창문 가득 비추고 전혀 잠이 모자란다거나 짜증나는 느낌 없이 개운함으로 잠에서 깨어난다. 귀를 기울이면 부엌에서 또각또각 도마질 소리 코를 킁킁거리면 구수한 찌개 내음…… 할머니께서는 언제나 일찍 일어나신다. 시골에서의 하루는 이래서 길어진다.

아침을 먹고는 바리바리 이것저것을 싸서 집 앞 강가로 나간다. (집 앞 강가라니…… 이 글을 쓰면서도 설렌다.) 수영을 못하는 관계로 튜브를 끼고 물에 동동 떠서 산을 구경한다. 강원도의 산은 높고 울창하다. 꼭 그려놓은 것만 같아서 한 참을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강도 수심이 깊고 맑다. (어렸을 적에 빠져서 큰일 날뻔한 적이 있었구나) 간식으로 강원도 찰 옥수수도 삶아먹고 라면도 끓여먹고 그리고 돌판에 삼겹살도 구워 먹었더랬다.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면 또 할머니의 하나 가득 고봉 밥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외할머니 댁에 가면 TV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다. 두둑한 배를 두드리며 밤 산책을 나선다. 별이 정말 촘촘히 박혀있어 마치 만져질 듯한 하늘. 그리고 책을 읽다가 10시에 취침.

다음날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서며 마지막으로 재래 장에 들러서 더덕이며 나물 옥수수를 잔뜩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산 것만큼의 덤과 함께. 고추장 찍은 더덕과 삶은 옥수수는 아주머니들이 어찌나 입에 넣어주는지 ……

이 책을 읽고 난 이런 생각이 마구마구 스쳐지나 갔더랬다. 마구마구 시골로 달려가고 싶었다. 가슴이 따듯하고 저려왔다. 외할머니 할아버지가 뵙고 싶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도시로 떠나자 몇 명 남지 않은 청년회 멤버들이 그들 말로 하자면 ‘마을 맹글기’ 를 하기 위해 거의 다 망해가는 유니버셜 광고회사에 일을 의뢰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의 시골 같은 친근함이 있는 ‘우시아나’마을……

하지만 변변히 내세울게 없는 마을이라 유니버셜 광고회사는 엉뚱한 제안을 하게 된다. 정말 대 폭소가 터져 나왔다. ‘우시아나사우르스’라니 원……ㅋㅋㅋ 그들의 ‘마을 맹글기’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게 될지...... 어수룩하지만 정직하고 순수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입가에 웃음이 번져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 모두 시골로 떠나고 싶지 않을까? 마지막에 상큼달콤한 귀여운 반전;;도 숨어있는 요 귀여운 책 한번 읽어보시라고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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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 외 옮김 / 달궁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셰익스피어가 좋다. 그의 희곡 대본들이 좋고 연극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요즘 나오는 자극적인 소설들에 비하면 밋밋하기도 하고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왜 셰익스피어는 끊임없는 재미를 주는 것인지……

영문학을 배운다고 실제로 쓸모가 있을까 싶은 음성학, 영문법, 영어의 역사를 배우면서 그나마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따로 배정되어있던 셰익스피어 수업이었다. (셰익스피어 교수님들은 왜 다 할아버지셨던지)

할아버지 교수님들의 수업방식은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자필로 몽땅 베껴 써오기, 외워오기, 제대로 해석하기 (전부다 고어였기 때문에), 그리고 연극 할 때 마다 보고 입장권과 감상문 찝어서 내기였다.

할 때는 힘들기도 했고 (자필로 희곡들을 베껴 쓰는 건 정말 고역이었다.) 짜증도 냈지만 연극을 볼 때는 또 희희낙락 하기도 했고. 그렇게 4년 동안 주구장창 봤어도 새로운 버전 새로운 번역이 나오면 손이 간다.

이윤기 님이 옮긴 겨울이야기……

너무 재미있게 주루룩 읽어 나갔는데..일단 마음에 안 드는 점이라면 일러스트가 이게 뭔가;;; 편안하게 다가가겠다는 것은 알겠는데 너무 초등학생 동화책 그림;;;

휴우~~ 그것만 아니라면 앞뒤로 상세설명과 배경설명 같은 것도 좋았고 물론 본문도 아주 좋았다. 이윤기 님의 ‘지금 펴 내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더 정비를 해서 더 완벽한 번역본을 내고 싶다.”는 말도 좋았고;;

희극 보다는 비극을 좋아하지만 가끔 ‘겨울이야기’ 같은 달콤한 사랑이야기도 읽기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 그들의 멘트에 닭살이 돋기도 하지만 말이다……ㅋㅋㅋ

희곡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아니 진짜 재미있다. 희곡을 읽다 보면 내가 플로리젤이 되기도 페르디타가 되기도 한다.이런 흥미로운 경험 해 볼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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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ght 2007-09-1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서프라이즈를 봤는데 셰익스피어 가짜라며~
예전에도 가짜라는 기사 본 적 있는데 정말 가짜야??

오차원도로시 2007-09-17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야아니야 그건 거짓말..모함이야..
우리 셰익스피어 아자씨를...ㅠ.ㅠ

tonight 2007-09-17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근데 뭐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니까 파내는거겠지.
진짜 셰익스피어가 썼든 아님 얼굴만이든
어쨌든 당신은 글들이 좋은거잖아. 그럼 됐어. ㅋㅋ

오차원도로시 2007-09-1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야 천재에 대한 모함이라굿...!!! 방방방~~~
 
사랑의 신드롬
이안 맥완 지음, 승영조 옮김 / 현대문학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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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죽어야만 벗어날 수 있는 심각한 사랑의 병 ……

‘드 클레랑보 신드롬’…… 그냥 듣기에는 굉장히 멋있고 그럴 듯 해 보이는 병명이다. 솔직히 픽션이고 병 이름도 지어낸 것 인줄 알았더니 진짜 있는 병명이다. 세상에 별 신기한 병도 다 있구나.

이 정신병에 대해서 처음 발견자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프랑스였던가 자신의 여 환자가 왕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으며 그가 먼저 사랑을 시작했으나 자신을 고통주기 위해 모른 척 거부하는 척 한다고 생각하고 그를 원망하는 것을 보고 정의를 내렸다 하는데 그 후에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그리고 동성간에 더 많이 발병 (?)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드 클레랑보 신드롬’을 겪는 환자는 눈빛만 마주쳐도 (운 안 좋으면 이 심각한 상황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 먼저 사랑을 고백했으며 그가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여기에 신앙적인 요소가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다) 또는 신이 자신의 사랑을 시험하기 위해 자신을 받아 들이지 않는 척 한다고 생각한다. 소극적이고 사회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났으며 자살이나 자해의 소지도 많다고 한다. 참 흥미로운 병이 아닐 수 없다.

이 ‘ 드 클레랑보 신드롬’ 그리고 그 실제 사례를 이완 매큐언이 써내려 갔으므로 재미는 확실히 보장한다. 거기다 좀처럼 보기 힘든 주제 아닌가……

신앙 때문에 민감한 이 시기에 이 책을 읽게 되니 느끼는 바가 참 많다.

‘드 클레랑보 신드롬’을 앓고 있는 ‘페리’는 기구 추락 사건의 목격자인 주인공 ‘조’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신앙을 강요한다. 자신도 ‘조’를 사랑하고 신도 ‘조’를 사랑하는데 왜 그 사랑을 거부하며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같이 기도하자고 기도에 길이 있을 뿐이라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우와 이건 당해본 사람은 알 거다, 이런 멘트 굉장히 무섭다, 나도 무서운데 그 나라 사람들은 갑자기 이렇게 들이대는 그들이 무섭지 않았을라고;;; 옆집아줌마가 매번 볼 때마다 ‘그 분 안에서 축복받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니?’ 라고 할 때마다 소름이 도돌도돌 올라오는데;;)

게다가 매번 성령 충만함과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와 스토킹……
더욱 중요한 건 그토록 사랑한다고 믿었던 아내는 페리가 자신을 스토킹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 주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믿음의 부재’까지 한꺼번에 겪어야 했던 주인공의 심정이 도대체 어땠을지……

마지막까지 읽어 내려가면서 ‘페리’의 경우는 정도가 심했기 때문에 병으로 인정 되었을 뿐이지 이 사회의 많은 사람들도 병적인 사랑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도의 문제라는 것…… 물론 힘들겠지만 서로 상처 주고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사랑은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말이야 쉬운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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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 Mummy (Paperback) - Jacqueline Wilson Jacqueline Wilson 18
재클린 윌슨 지음 / Corgi Books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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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베리티의 고양이 Mabel은 다른 친구들의 반려동물들보다 애교도 없고 함께 놀아주지도 않습니다. 투덜대는 베리티에게 할머니는 Mabel의 나이가 많아 어쩔 수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느날 베리티는 Mabel이 토한 것을 밟게되고 Mabel을 혼내게 되고 풀이 죽은 Mabel은 슬금슬금 사라지고 그 때 부터 Mabel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미안해진 베리티는 Mabel을 찾아나서지만 옷장안에서 찾아낸 Mabel의 몸은 뻣뻣히 굳어 있습니다. 베리티는 자신의 엄마가 자신을 낳다가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혀있는 모습을 떠올리며 Mabel마저 차갑고 벌레가 많은 땅속에 묻어버릴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에서 배운 미이라 만드는법에서 착안해 Mabel을 미라로 만드는 베리티.

결국은 할머니와 식구들에게 들통이나 상자에 넣어져 땅속에 묻어주게 됩니다.

그리고 미라 대신 추억 노트를 만들어 Mabel을 추억합니다.

고양이에게 화를 내놓고는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가슴 졸여하는 베리티... 자신은 속이 타들어가는데 자신을 달래기만 하고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할머니에게 베리티는 "할머니는 걱정도 안되세요?" 라고 말한다. 그 때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할머니가 하시는 말이 "내가 왜 그립지 않겠니 왜 걱정이 안되겠니 Mabel은 네 엄마가 처음 데려다 키운 고양이란다. 난 그녀석을 어릴 때 부터 봐왔어." 

이 대사에서 울어버리지 않을 수없었다. 손녀를 위해 슬픔을 참아야 했던 할머니. 자신의 딸도 그리고 딸의 고양이도 먼저 보내야 했지만 그래도 손녀가 있기에 슬픔을 참아 내실수 있었던 것이다.
한 소녀의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이 애잔하게 또는 밝게 그려진다.

재클린 윌슨이 소녀팬들을 끌어모으는 이유를 알 수있는 감동적이고 재미있고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얇은 두께와 함께 닉 새럿의 일러스트도 슬픔을 극복하고 한단계 성숙해가는 아이의 심리를 밝게 표현하는 데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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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2007-08-0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얘기와 일러스트, 꼭 찾아봐야겠습니다. 이 책.

오차원도로시 2007-08-1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새럿의 일러스트는 재클린 윌슨이 원하는 슬픔을 밝게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것. 을 정말 잘 나타내 주는것 같아요.^^ 왜 이렇게 재클린 윌슨이 인기인지 몰랐는데 이젠 이해가 가네요 ^^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존 반빌 지음, 정영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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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서 습관이 추리,스릴러 쪽으로 기울긴 했으나 그렇다고 이 책을 이렇게 힘들게 읽다니...

솔직히 말해 힘들었다. 읽으면서 자기반성을 할 정도로...

나에게 이책을 짧게 설명하라면... 수려하고 아름다운 왠지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문장들...

하지만 나에겐 어려웠다는거...문장은 아름답고 왠지 아련하면서도 답답하다.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는 면에서는 온다 리쿠 의 '밤의 피크닉'과 같지만 그 작품이 새록새록 풋풋한 고등학교시절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한다면 이작품은 왠지 '후' 한숨한번 쉬고  '그 땐 그랬지.' 라는 말이 나올 법한 그런 기억을 나에게 떠올리게 한다.

결론 이라고 한다면 작품은 훌륭하나 독자가 따라주지 못한다 랄까?

책을 읽는 내내 '장수 안넘어가.' ' 다른 책 좀 보다 볼까?' 라는 생각이 조금 이라도 든 책은 나에게 끝까지 읽힌적이 없으므로...

독서 습관에 대한 반성도 해보았으나 ... 또 다른 생각이 새록새록... 책은 지식습득이나 뭐 그런 이유도 있지만 첫번째로 내가 즐기고 재미있어야 하니까...

뭐 뜻한 바는 아닐지라도 내가 다시 한번 내 책습관에 대해 생각해 볼 수있도록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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