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왜 이리도 빨리 흘러가는지
열대야로 뒤척이던 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석이, 부산국제영화제가 다가온다.
1년에 단 한 번, 어깨 쫙 펴고 거만한 표정으로
"나 부산시민이오!" 자랑할 수 있는 시기
무기력증 뇌를 잠식해 PIFF 홈피 검색하는 것도 귀찮다고
"누가 내 입에 밥 좀 떠 넣어달라!"고 절규하고 싶지만
내가 작품 고르고 내가 예매해야 직성이 풀리는 피곤한 인종인지라
어느 새 PIFF 홈피에 죽치고 앉아 지인들에게
언제 시간되냐?고 뭐 보고 싶냐?고 문자를 날리고 있다.
(보통 "아무때나" "너 보고 싶은거" 이런 답문자가 온다. ㅋㅋ)
매번 폭력적이거나 전쟁의 아픔, 불체자들의 고통 이런 영화들은 피해가니
충격을 동반하지 않는 적당한 소재의 일본 영화 2~3편, 서부 유럽영화 2~3편, 애니 1편, 다큐 1편
이 정도로 마무리 된다.
올해도 그닥 눈에 띄는 작품은 없지만 (확실히 안목에 문제가 있음)
일단 PIFF 홈피에서 건진 1지망 몇 편 소개한다.
빨간 풍선(허우 샤오시엔 / 줄리엣뜨 비노쉬 주연)
파리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이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세계의 저명한 감독들에게 연출을 의뢰해 제작하는 시리즈 중 첫 작품. 목소리 연기자 수잔(Suzanne)과 그녀의 일곱 살 난 아들 시몽(Simon),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시몽을 돌보는 대만 유학생 송팡(Song Fang)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야마시타 노부히로)
구라모치 후사코의 만화를 바탕으로 삼아 감독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소박한 감정과 아이들의 성장을 정감 있게 이끌어 나간다. 여름날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촬영의 아름다움과,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야마시타의 연출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는 수작.
여배우들(발레리 브루니 테데스키)
마르셀린은 투르게네프의 희곡을 토대로 한 연극에서 딸의 가정교사와 사랑에 빠지는 역을 맡는다. 아이에 대한 갈망과 배우로서의 갈등으로 갈팡질팡하는 그녀. 산만함 속의 진실성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불안하고 상처받기 쉬운 여성상을 연기한 브루니 테데스키의 존재가 돋보인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 (기타노 타케시,테오 앙겔로풀로스,마이클 치미노,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아키 카우리스마키,올리비에 아사야스,왕 가위,허우 샤오시엔,첸 카이거,라울 루이스,쟝 피에르 다르덴 ,월터 살레스,유세프 샤힌,장 이모우,제인 캠피온 ,레이몽 드파르동,로만 폴란스키,빔 벤더스,마노엘 드 올리베이라,압바스 키아로스타미,뤽 다르덴,빌 어거스트,난니 모레티,데이빗 크로넨버그,라스 폰 트리에,조엘 코엔,아모스 기타이,켄 로치,엘리아 술레이만,구스 반 산트,챠이 밍량,아톰 에고얀,클로드 를루슈,에단 코엔)
칸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여 조직위원장 질 자콥이 직접 제작과 편집을 맡고, ‘영화관(館)’ 하면 떠오르는 느낌을 주제로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35명이 3분짜리 스케치 33편을 찍어 완성된 영화. 거장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 속에 그들만의 영화관(觀)이 엿보인다.
4개월 3주 그리고...2일 (크리스티안 문쥬)
2007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학교 친구인 오틸리아와 가비타는 임신 초기를 지나버린 가비타가 불법 낙태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차우세스쿠 정권 말기 동안 체제 유지를 위해 자행되었던 타협과 협상, 비밀과 거짓말들이다.
그녀의 이름은 사빈(상드린 보네르)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상드린 보네르의 형제는 11명으로, 그중 여동생 사빈은 자폐증을 앓고 있다. 이 영화에서 보네르는 25년에 걸친 자신의 개인적인 기록을 통해, 서른여덟 살 동생의 초상을 그려낸다. 감독의 장편 데뷔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