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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에 가면
비벌리 로버츠 가벤타 지음, 이학영 옮김 / 도서출판 학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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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유의 신학책 각주나 참고 문헌에서만 보던 이름을 저자로 만날 때의 설렘이란! 그 설렘이 책을 덮은 후 흥분으로 바뀔 때의 쾌감이란! 신학 서적을 읽고 생긴 감정치곤 낯설었다. 무엇보다 로마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읽게 만들어서 그렇다. 로마서 하면 벌써 칭의나 성화, 예정이나 믿음에 관한 논쟁부터 생각난다면, 어쩌면 다시는 로마서를 그냥 읽을 수 없는 상태일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로마서를 안 읽은 독자뿐 아니라 로마서에 관한 책을 꽤 읽은 독자를 위한 안내이기도 하다. 수없이 읽고 들었지만 그런 뜻인 줄 몰랐던, 모두를 위한(포함한) 구원의 메시지를 살려 내는 솜씨가 감탄스럽다. 교리와 도식으로 마감된 66권 정경적 신앙관은 잠시 접어 두고, 개별 편지이자 성경인 로마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싶다면 맨 먼저 이 책을 집어 들길 권한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매료될 것이다. 그렇다면 믿음의 쓸모는? 악인의 심판은? 예배는? 교회는? 같은 질문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로마서에 가면, 세계와 구원이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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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 (리커버)
레이첼 헬드 에반스 지음, 임혜진 옮김 / 비아토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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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 남성성을 추구했던 지난날이 떠올라 낯 뜨겁게 읽었다. 미국 남부 보수적인 지역에서 자란 레이첼은 1년 동안 성경에서 가르치는 여성으로 살아 보겠노라 결심하고 한 달에 하나의 주제를 정한다. 10월 △온유를 시작으로 △살림 △순종 △용맹 △아름다움 △정숙 △순결 △출산 △복종 △정의 △침묵 그리고 9월 △은혜까지, 해당 성경 구절을 연구한다. 유쾌하고 단단한 글솜씨로 일상 속에서 실천해 가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댄(작가 남편)이 된 것 같았다. 실천이라는 표현 아래 신학과 젠더의 깊은 통찰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1년을 동행한 것처럼 느껴졌다. 고정된 성경적 여성성이란 없으며, 개인마다 자유롭고 용맹하게 성경의 모순과 신비 사이에서 살자고 말을 건네는 과정이 멋지다. 여성 폭력에 관한 숨 막히는 현실과 총체적인 문제들 속에서 이토록 발랄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서글프기도 했다. 여기의 레이첼들과 함께하는 게 성경적 남성의 역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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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한 권으로 읽는 역사 (한영 합본)
헬렌 K. 본드 지음, 이학영 옮김 / 도서출판 학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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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형성한 인물과 사상을 권위자의 글로 소개하는 영국 SPCK 출판사의 'Very Brief History' 시리즈 중 한 권인 <예수> 한영 합본. <바울과 선물> 저자 존 바클레이가 쓴 <바울>을 흥미롭게 읽은 터라서 출간 전부터 기대했다. 100쪽이 안 되는 짧은 내용에 초기 기독교 연구의 전문가인 저자가 제시하는 1세기 팔레스타인 배경과 예수를 둘러싼 인물들, 복음서에 관한 신학, 문학적 장치 등이 어우러진 꽉 찬 내용을 보고 있으면, 그동안 신앙의 대상이었던 그리스도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낯섦을 마주하는 일이 신학하기의 기초라 생각하기에 좋은 신학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탄탄한 신학적 구성도 훌륭하지만, 역사에서 만들어진 유산을 소개하는 8장 '오늘날 예수'에서 문화 기독교인을 다루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다. 서구도 남반구도 아닌 동아시아 한국에서 예수를 따르는 우리의 오늘과 내일은 어떨까. 이 얇은 책이 정답을 주지는 못해도, 좋은 출발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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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잇돌 그리스도 - 존 스토트 베스트 에세이
존 스토트 지음, 이지혜 옮김 / 복있는사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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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의 시대 가고, OOO의 시대 온다'는 말에서 전자를 담당하는, 20세기 복음주의 교황으로 불리던 엉클 존의 책을 또 만나다.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세계 복음화 국제 대회 직후 1977년부터 1981년까지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매달 쓴 '코너스톤 칼럼'에서 선별하고 정리해 묶었다. 코로나19 시대, 교회의 사회적 인식이 사형선고를 받은 이때, 한물갔다고 평가받는 그의 책을 읽는 느낌은 새삼 새로웠다. 정확히 말하면 양면적이었다. 우선 지금 그가 존재했다면,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갈라지고 등진 이들을 연합시키지 않았을까 상상했다. 한편 사회 이슈의 첨예한 문제까지 짚기는 하지만 오직 성경 규범만을 - 정확히 말하면 성경의 규범이라고 믿는 만들어진 규범만을 - 고수하며 재단하는 복음주의 특유의 고집 혹은 결함이 읽히기도 했다. 그가 정의한 대로 복음주의자는 곧 평범한 그리스도인이므로. 신앙인의 평범함, 그리스도인의 상식이 그를 통해, 그를 넘어서 '지금 여기'를 위해 새롭게 구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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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를 다시 묻다 - 부정 신학의 눈으로 바라본 그리스도교 비아 제안들 시리즈
더글라스 존 홀 지음, 이민희 옮김 / 비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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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대표하는 개신교 신학자의 첫 번역서이자 마지막 저작을 읽으며 평을 남기기 어려웠다. 독서 중에 교회가 혐오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정신학의 방법으로 그리스도교는 '문화-종교, 성서의 종교, 교리, 도덕 체계, 교회, 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더 깊고 심오한 차원의 신앙을 탐구하는 문장들이 현실과 겹쳐 보여, 읽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평소라면 현실의 다양한 현상을 재단하며 비교적 쉽게 표현했을 텐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책은 한 번 더 숙고하며 읽으라고 주문하는 것 같았다. 그리스도교를 '무엇'으로 환원할 수 없지만, 현실의 다양한 또는 실망스러운 '그리스도교들'을 감싸 안으면서도 끝내 말할 수 없는 복음을 다시 상상하고 제안하는 것. 그리스도교를 대표할 수 없지만 그리스도교에서 제외할 수도 없는 영역들의 자리를 찾아 주는 것. 성찰과 신비를 늘 중심에 두는 것. 이것이 나로서는 저자의 마지막 호소를 붙드는 방법이었다. 신학적 반성과 침묵이 절실한 이때, 위안과 질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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